이차돈

(박이차돈에서 넘어옴)

1 신라의 위인

신라 10성
아도이차돈혜숙안함의상
표훈사파원효혜공자장

異次頓
(502년/506년 ~ 5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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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요

이름은 염촉(厭髑), 혹은 거차돈(居次頓)이라고도 불린다. 속성(속가에서의 성씨)은 박씨(朴氏) 또는 김씨(金氏).[1] 일반인들은 아마도 다들 성이 이씨고 이름이 차돈인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지만(...) 삼국유사에 나와있는 대로라면 이 + 차돈이 아니라 박 or 김 + 이차돈이 이름이다. 비슷한 사례로 이사부 장군은 성은 김씨고 이름이 이사부다.

신라가 불교 국가가 되고 이후 시대에도 계속 한국 불교가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신라 당대에도 신라십성(新羅十聖) 중 한 명이기도 했다.

1.2 생애

신라 법흥왕 시대의 인물로,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에 해당하는 사인(舍人) 직책을 맡고 왕의 측근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불교가 공인되기 전 신라는 고유 신앙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었다. 박혁거세김알지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거나 알에서 태어났다거나 계룡이 지켜줬다던지 하는 신화에서 신라에 천신신앙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하늘의 후손이라는 사상은 배타적인 선민사상이 포함될 수밖에 없었고, 신라의 정복으로 복속된 피정복민들은 공감하고 흡수되기 어려웠다. 신라가 경주와 영남을 넘어 큰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존의 신라 토착 신앙을 고수하며 외래종교인 불교의 국교화를 반대하던 주류파들에 맞서 사실상 혼자서 법흥왕의 불교 도입을 지지했으나 귀족들이 워낙 반대하는 통에 골머리를 심하게 앓았다. 결국 이차돈은 법흥왕을 만나서 "소신이 대왕의 명을 구실로 사찰을 건립할 것이니 대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대왕께서 소신의 목을 치시면 이적(miracle)이 일어날 것인 즉, 이로써 불법을 세우소서."라 진언한다. 이에 법흥왕은 처음에는 죄 없는 사람을 차마 죽일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결국은 승낙하게 된다.

그 다음날, 이차돈은 대왕의 명이라며 사찰을 짓겠다고 천경림(天鏡林) 숲의 나무를 마구 베었는데, 귀족들이 이걸 가만둘 리가 없었다. 결국 이차돈은 국문을 받게 되고, 법흥왕은 네가 왕명을 사칭했으니 마땅히 목을 쳐야 할 것이라며 참수형을 내린다. 이차돈은 처형 전에 자신이 죽을 때 이적이 있을 것이라 하였는데, 과연 이차돈이 참수되니 그 목에서 흰색 가 솟아나오고시대를 앞서나간 검열[2][3] 꽃비가 내리고 땅이 요동치는 등의 이적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이로 인해 불교가 공인되었다고 한다[4]. 현실적으로 해석하자면, 이적 때문이라기보다는 불교 도입 과정에서의 진통이 격심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는 알렉산드리아의 성 카테리나가 참수당할 때 잘린 목에서 피 대신 우유가 솟아나왔다고 전해진다. 어디서나 순교자 레파토리는 다 비슷하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가 검열로 인해서 하얀 피를 뿌리던 시기에는 검열삭제 드립과 함께 이차돈과 마찬가지로 죄다 고승들이라서 그렇다는 야유가 흘러넘쳤다.

1.3 순교 이후

처음 불교가 공인되는 데는 귀족들의 반대로 이렇게 험난했지만, 이차돈의 순교 이후 신라는 빛의 속도로 독실한 불교국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바로 법흥왕 다음 왕인 진흥왕이 말년에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승려처럼 하고 다니고, 아들친척의 이름은 석가모니의 가족 이름으로 지어버릴 정도였다. 보편종교의 힘으로 백성들의 사상을 통합해 국왕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행정군사체제를 갖출 수 있었고, 이는 진흥왕대의 폭발적인 국력 신장과 나아가 삼국통일전쟁 승리까지 바라보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결과를 보면 이차돈의 순교로 확실하게 역사가 바뀐 셈이다.

1.4 기타

국립경주박물관에 이차돈의 목이 잘리고 흰 피가 솟는 모습을 조각한, 헌덕왕 10년에 만들어진 이차돈 순교비가 있다. 2014년 문화재청 발표로 보물 지정 예정.

2 돈의 화신의 주인공

이차돈(돈의 화신) 항목으로.
  1. 삼국유사에서는 그의 아버지가 지증왕의 아버지 습보갈문왕의 후손이라는 기록이 있다.
  2. 척수액이나 음식물이 뿜어져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보단 낮은 확률이지만 실제로 흰 피였을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 아니다. # 그러니까 만약 이 일화가 사실이라면, 평소에 생채기 등으로 자신의 피가 흰 색이란 걸 알았던 이차돈이 불교 공인을 위해 본인을 희생한 것일 수도 있겠다.
  3. 불가에서는 아라한(阿羅漢)이라는 이상(理想)의 경지에 이르기까진 수다원(須陀洹),사다함(斯陀含),아나함(阿那含) 등의 위계(位階)가 있다. 이때 각 단계별로 많은 신체적 변화와 능력이 생기는데 능엄경의 유가수련증험설(瑜伽修煉證驗說)에 따르면 세번째 아나함의 경지에 오르면 생기는 신체적 변화중 하나가 붉은피가 하얀기름으로 변하는 것이다.
  4. 잘린 목이 날아가 금강산 꼭대기에 갔다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