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1 개요

켄 로치 감독이 만들고 킬리언 머피가 주연한 영화.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일랜드 공화국의 독립전쟁 및 내전 시기 형제 간의 갈등을 주축으로 아일랜드 공화국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작품. 특이한 것은 영화를 만든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인이라는 것. 일본인 감독이 한국독립운동 영화를 찍은 셈. 쉽지 않은 의문을 던지는 걸작으로, 특히 일제강점기독립운동과 남북 분단, 6.25 전쟁을 전후로 극심한 이념 갈등을 겪은 한국인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영화이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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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젊은 의사 데이미언은 런던으로 가서 병원을 개업하려고 한다. 그의 친형 테디는 영국으로부터 800년간 지배받고 있는 아일랜드의 자주 독립을 추구하는 IRA의 한 지역구 지휘자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데이미언은 영국으로 가기 전 그들의 친구와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인 헐링을 즐긴다.

그런데 경기 후 영국군이 '공중 집회를 금한다'라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습하고, 이 과정에서 이름을 말하라는 영국군의 지시에 데이미언의 친구인 미하일 오 설리반은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대답한다. 이에 화난 영국군에게 폭행당하자, 곧바로 미하일 오 설리반은 맨주먹으로 대응해서 영국군 장교를 폭행한다. 그리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결국 영국군 병사들에게 끌려가 목숨을 잃고 만다.

데이미언은 이 일을 겪고도 IRA에 들어오라는 형의 권유를 거절하고 영국기차에 오른다. "영어로 말하지 않아서 죽은 것이 순국이냐?"며 그 일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중화기로 무장하고 압도적인 수를 가진 영국군에게 IRA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이 데이미언의 주장이었다.

그랬던 데이미언이었으나, 기차역에서 "군인(영국군)은 태울 수 없다"며, 아일랜드를 식민 통치하고 있는 영국에 협조하려 하지 않는 아일랜드인 기관사와 역무원이 영국군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바꾸어 IRA에 투신한다.

IRA영국군을 습격하면 영국군은 그 몇 배로 보복하며 탄압하는, 피로 피를 씻는 투쟁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 해밀튼 경이라는 영국계 아일랜드인 지주는 하인인 크리스 레일리가 IRA 단원이라는 냄새를 맡고 그를 협박, IRA의 거점을 밀고하도록 만든다. 결국 테디와 데이미언을 비롯한 IRA 단원들은 모두 체포된다.

이때 리더인 테디는 영국군에게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뽑히는 잔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다른 IRA 동지들의 거점을 알려주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은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고건이라는 아일랜드계 영국군 병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옥하게 된다. 다만 이때 한 방의 열쇠를 고건이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의 동지들은 구해내지 못하고 이들은 모두 처형된다.

탈출한 이들은 크리스의 배신(적극적으로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상부로부터, 배신자는 처형하라는 지령을 전달받는다. 그들은 크리스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망설이나, 비록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전쟁중이며, 배신행위를 그냥 둘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크리스와, 농장주 해밀튼 경은 IRA에 의해 잡혀오게 된다. 데이미언과 크리스는 오래 알고 지내 온 친형제와도 같은 사이였지만, 데이미언은 자신의 손으로 크리스의 심장을 직접 쏴서 처형한다. 계속된 항쟁으로 아일랜드에는 해방구가 늘어나게 되고, 이곳에서는 자치 정권이 수립되게 된다. 그런데 한 고리대금업자의 재판을 놓고 테디와 원칙파가 대립하게 된다. 독립투쟁을 하기 위한 무기 구입 자금을 지원해주는 상공업자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그들에게 어쩔 수 없이 관용이 불가피하다는 테디의 주장에 대해 원칙파는 원칙론을 주장하며 "만약 그렇다면 영국 정부와 다를 게 뭐냐?!"고 대립한다. 여기서 형제 간의 대립이 처음으로 암시된다. 한편 법정에서의 대립 이후 데이미언은 연인인 시네이드에게 크리스를 쏴 죽인 것에 대한 슬픔을 토로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를 바쳐 싸우는 아일랜드가 그럴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마침내 투쟁 결과 영국아일랜드 간에 정전 협정이 체결되게 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얼스터 6주(現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겨두고, 아일랜드는 공화국으로 완전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대영제국의 자치령인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으로 남으며, 아일랜드 자유국 의원들은 영국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아일랜드가 남부와 북부로 분단된다는 것과,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여전히 영국령으로 남는 다는 것은 그동안 독립 투쟁을 했던 원칙파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약 찬성론자들은 현실적으로 대영제국과 정면 승부하기는 어려우며, '완전 독립을 위한 일시적 발판'이라는 논리로 이들과 맞선다. 이 과정에서 테디는 조약 찬성론측이 되어 아일랜드 자유국의 장교가 되고, 데이미언은 이를 거부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조약 반대파 IRA에 몸담게 된다.

결국 논쟁이 벌어지던 조약 반대파 동지들에게 포 코트의 항쟁 소식이 들려오고, 격노한 이들은 로리 오코너의 지휘 아래 결국 공화국 군인을 습격해서 무기를 뺏어가고 그들을 살상하며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조약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게 되고,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군과 조약 반대파 IRA의 이 싸움이 바로 아일랜드 내전이다.

조약 반대파의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군에 대한 습격행위에 대해, 테디는 강압적인 수색 및 진압을 지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전에 자신들의 무장독립운동 당시 자신들을 숨겨주었던 민간인들의 집을, 영국군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폭압적으로 수색하게 된다. 내전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영국군과의 투쟁과 비슷한 구도, 비슷한 흐름으로 촬영되었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군인들은 수색당하는 민간인 어른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숨겨 주고 밥을 주었던 바로 그 젊은이들이고, 로리 오코너가 이끄는 조약 반대파가 공화국군을 습격하자 공화국군 간부가 복면을 한 그를 알아보고 "어떻게 동포를 살해하느냐?!"며 분노하기도 한다. 옛 동지라서 복면을 해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 이렇게 과거에 같이 싸웠고 전쟁 중에도 이름까지 서로 알 만큼 가까운 동포끼리 마치 영국군과 싸우듯이 부딪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진한 슬픔을 자아낸다.

결국 데이미언은 조약 반대파와 함께 지하 활동을 하게 되고, 자유국 정부의 무기를 훔쳐내다가 자유국 정부군에 사로잡힌다. 테디는 동생을 설득하여 전향하고 동료들의 위치를 밀고하라고 권유하지만 데이미언은 "내가 크리스 레일리의 심장을 쐈어. 왜 그랬는지 형도 알잖아?!"라는 말로 이를 거부한다. 테디는 결국 자신이 직접 동생을 처형하고 이를 동생의 연인인 시네이드에게 알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