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nameoftherose.jpg


1 개요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
베르나르 드 몰레 『De contemptu mundi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 中 [1]

20세기 최고의 명저 중 하나.

Il nome della rosa.[2]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데뷔작이자 대표작. 1980년에 이탈리아에서 첫 출판되었다.

기호학역사학 방면에서 이름을 날린 에코의 성향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영화 제작 당시인 80년대 후반의 국내 신문 보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8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판본의 뒷표지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아래 항목에 나오듯이 프랑스에서 영화화하기도 했다.

  1. 베르나르 드 몰레의 초고에는 Rosa가 Roma로 적혀있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저서 『젊은 소설가의 고백』에서 자신이 초고를 읽었다면 Rosa가 아니라 Roma가 될 수도 있었겠다고 한 바가 있다.
  2. 『장미의 이름으로』 등의 약간 의역된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도 있었다만, 현재 판본에서는 제대로 『장미의 이름』이 되었다.

2 줄거리

주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틀 아래의 내용은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직,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내용 누설을 원치 않으시면 이하 내용을 읽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문서를 닫아주세요.


2.1 서문

1968년 8월 16일, 에코는 뱅자맹 발레 수사[1]가 펴낸 『마비용 수사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한 멜크 수도원 출신의 아드송의 수기』를 손에 넣는데, 멜크 수도원에서 발견된 14세기의 수기를 복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엿새 뒤에 소련군이 에코가 머무르고 있던 프라하를 침공한 덕에 에코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린츠로 갔고, 빈을 거쳐 다뉴브 강을 오르는 배를 탄다. 배를 탄 동안 에코는 이 책을 번역했다. 배는 멜크에 이르렀으나, 에코는 멜크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아드소(송) 수기의 사본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잘츠부르크에 이르기 전 한 호텔에서, 동행하던 친구와 짐이 엇갈려 발레 수사의 원본을 잃어버리고, 에코에겐 번역 노트만 남고 만다.

몇 달 뒤, 파리에서 에코는 책의 족보를 파악하기로 마음을 먹고, 번역하면서 같이 써놓은 참고 도서 목록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나가나, 그리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고, 오히려 그 책이 위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만 얻고 말았다. 그러다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작은 고서점에서, 아드소의 수기의 대목들을 인용한 이탈리아어로 된 책을 발견한다. 에코는 여기서 아드소가 실존 인물임을 확신한다.

에코는 수기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의 위치는 북부 이탈리아프랑스 접경지대, 시간대는 1327년 11월 말 경, 수기가 쓰인 시기는 1380~90년대 정도로 추측한다. 그러고나서 이 번역본의 문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심한 일부분을 제외하고 라틴어 어구를 그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2]

  1. 남자 수도자를 수사(修士), 여자 수도자를 수녀(修女)라 한다. 수사 중에는 사제서품을 받은 성직수사(또는 수사신부, 수도사제)와 그렇지 않은 평수사, 그리고 젊은 시절의 아드소와 같은 수련수사가 있다. 국어 번역판에서는 '수도사'로 번역했다.
  2. 서문의 내용은 모두 에코가 짠 설정이다. 특히 아드소를 인용했다는 밀로 테메스바르라는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로, 현실에서 에코가 봄피아니 출판사 사장을 낚거나 다른 사람들을 골려주는 데도 사용된 바가 있다.

2.2 노트

아드소는 7일 동안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었고, 이를 수도원의 전례 시간과 일치하는 시간대로 나누어 기록했다. 에코는 3인칭으로 되어 있는 부제는 발레 수사가 붙인 것으로 추측한다.[1] 아래는 수도원의 전례 시간에 대한 설명이다.

  • 조과 : 새벽 2:30~3:00, 성무일도의 시작.
  • 찬과 : 오전 5:00~6:00.
  • 1시과 : 오전 7:30, 해 뜨기 직전.
  • 3시과 : 오전 9:00.
  • 6시과 : 정오, 점심 시간.
  • 9시과 : 오후 2:00~3:00.
  • 만과 : 오후 4:30, 해질녘.
  • 종과 : 오후 6:00, 잠자리에 드는 시간.
  1. 여기서는 인용문의 형태로 이 부제를 표현한다.

2.3 프롤로그

노년의 아드소는 멜크 수도원의 독방에서 수기를 쓰며 사건이 일어난 당대의 시대상을 설명한다.[1]

14세기 초에 교황 클레멘스 5세가 교황청을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긴 이후, 지역 군주들은 로마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게 되었고, 로마는 혼란의 도가니가 된다. 그러던 131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선제후 5명이 루트비히 4세를 황제로 선출하나, 그와 비슷한 시기에 선제후 2명은 미남왕 프리드리히를 대립황제로 선출한다. 1316년, 아비뇽에선 요한 22세가 선출된다.

1322년, 루트비히는 정적인 프리드리히를 사로잡아 거세시켜버린다. 그가 확고한 황권을 잡자, 그를 경계한 요한 22세는 그를 파문시켜버린다. 황제도 이에 맞서 교황을 배교자라 비난한다. 그 해에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체세나의 미켈레는 그리스도의 청빈 논쟁에 대해 교단 내 엄격주의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고, 그저 사용권만 가지고 있었노라고 선언한다.

이는 세속권을 강화하던 교황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었던지라, 1323년, 교황은 회칙 『Cum inter nonnullos (몇몇 사람들 때문에)』[2]를 선언해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몇몇 신학자들을 이단으로 몰아버린다. 루트비히 황제는 교황과 대립하는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자신의 동맹으로 보고, 그들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327년에 루트비히는 밀라노로 내려와 대관식을 진행한다.

당시 아드소는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으로 멜크 수도원에 기거하던 젊은 수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루트비히 황제의 직신이었던지라, 아들에게 황제의 대관식도 보게 할 요량으로 아드소를 데리고 이탈리아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피사가 포위되고, 아드소의 아버지는 피사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아드소를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아드소는 토스카나의 여러 도시를 방랑하는데, 그게 마땅찮았던 그의 아버지는 아드소를 프란체스코의 박식한 수사, 베스커빌 출신의 윌리엄 수사의 필사 서기 겸 시자로 만들어버린다.

아드소는 윌리엄의 풍모와 지혜에 감명을 받고, 그와 함께 사건이 터진 수도원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된다.

  1. 아드소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실제 역사 그대로인지라 아비뇽 유수루트비히 4세#s-2 등의 관련 항목을 참조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2. 교황의 회칙 제목은 회칙 본문의 처음 두세 단어로 정하기 때문에 이름이 이렇게 된 것이다.

2.4 제1일

  • 1시과
이윽고 수도원이 있는 산기슭에 이른다. 윌리엄 수도사가 기적에 가까운 현자의 통찰을 보인다.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노새를 탄 윌리엄과 아드소는 수도원에 거의 도착한다. 그러던 중 세 갈래길에서 둘은 수도원의 식료계[1] 담당인 바라지네의 레미지오 수사와 수도원 시종[2]들을 만난다. 그 때 윌리엄은 말을 보거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선 그들이 '브루넬로'라는 이름의 말을 찾고 있다는 것과, 그 말의 외양이 어떠한지를 알아 맞춘다. 그리고 레미지오에게 그 말이 어디로 갔는지를 가르쳐주어 수도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자신이 신통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퍼트린다.[3]
이윽고 수도원에 도착한 윌리엄과 아드소는 정문에서 수도원장의 환대를 받고, 수도원의 마당에 들어선다.
  • 3시과
윌리엄 수도사가 수도원장과 담소하면서 그의 미욱함[4]을 깨우친다.
:레미지오는 윌리엄과 아드소에게 기숙사 방을 안내해 준다. 방 안에서 식사를 하며, 아드소는 윌리엄이 어떻게 자신의 추리를 신뢰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그의 답을 듣고선 아드소는 잠을 청한다.
3시과 쯤에, 수도원장이 둘의 방에 들어온다. 수도원장은 윌리엄의 통찰력과 이단심문관으로서의 명성을 칭송하며 수도원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도움을 구한다. 그 사건이란 즉, 젊고 유능하던 채식[5]장인인 오트란토의 아델모 수사가 본관 옆 벼랑에 떨어진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별 상황 설명을 듣지 않고도 사건의 정황을 알아 맞추는 윌리엄에게 수도원장은 다시 감탄한다. 아델모가 사라진 시간대로 보아 그는 한밤중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본관의 창문이 닫혀 있었으니 자살은 아닌 상황. 수도원장은 한밤중 본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금기를 깨고 들어갈만한 사람이 같은 수사 말고는 없기 때문에 수도원 안에 있는 60여 명의 수사들 중 하나가 범인일거라 추측한다. 수도원장은 윌리엄이 수도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것을 허락하나, 기밀 유지의 목적으로 아델모가 떨어지기 직전에 있었을지도 모를 본관 2층의 장서관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6]
마지막으로 윌리엄은 수도원장에게 우베르티노의 안부를 묻고, 그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수도원장이 방문을 나서는 순간,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이 몇 차례 계속된다. 윌리엄은 당황하나, 수도원장은 이맘때엔 돼지를 잡는다며 이를 무마한다.
  • 6시과
아드소는 교회 문전 장식에 탄복하고, 윌리엄 수사는 카잘레 사람 우베르티노와 재회한다.
:아드소는 교회 흉벽의 장식을 감상하다가 성서를 처음 읽을 때부터 보게 된, 최후의 심판 같은 환상을 보게 된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드소의 환상과 윌리엄의 명상을 깨게 되는데, 자신을 살바토레라 소개한 그는 둘에게 '회개하라'는 요지의 설교를 한다. 윌리엄이 그가 프란체스코회의 이단파가 아니냐면서 꾸짖자, 그는 낯빛이 창백해지고선 물러간다.
6시과가 되어 윌리엄은 성모 앞에서 기도하는 우베르티노와 재회한다. 18년 만에 만난 둘은 서로 감격해 포옹한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프란체스코회와 교황청 사이의 협의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던 중 이야기의 화제가 윌리엄이 이단심문관을 하던 때로 넘어가는데, 이단에 대한 입장 차이, 신에 대한 사랑과 육체적 사랑의 차이 등으로 언쟁을 하게 된다. 결국 우베르티노는 윌리엄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를 받아들인다. 어찌어찌 둘의 언쟁이 넘어가자, 우베르티노는 안부를 물으며 윌리엄에게 수도원을 떠도는 욕망과 허영, 특히 죽은 아델모와 아델모의 친구 사이에 감돌았던 이상한 분위기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으로 윌리엄은 우베르티노에게 살바토레가 뭐하는 이인지를 묻는다. 우베르티노는 살바토레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는 촌놈이라 허튼 짓을 할 위인이 아니라며, 모르는 사람 붙들지 말고 좀 더 똑똑한 이에게서 단서를 찾으라고 이른다.
  • 9시과까지
윌리엄 수사가 본초학자 세베리노와 약초 이야기를 나눈다.
  • 9시과 이후
윌리엄 수사 일행이 문서 사자실로 들어가 학승, 필사사, 주서사, 그리고 가짜 그리스도의 도래를 예언하는 장님 노인을 만난다.
  • 만과
수도원 경내를 샅샅이 돌아본 윌리엄 수사는 아델모의 죽음과 관련, 몇 가지 추론을 한 다음 유리를 세공하는 수사와 독서하는 데 필요한 유리 및 읽기를 탐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 종과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수도원장의 환대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 수사와 호르헤는 언성을 높인다.
  1. 식재료와 기숙사를 담당한다고 스스로 설명한다.
  2. 한국어 번역판에선 불교계의 표현을 빌려 불목하니라 표현한다.
  3. 나중에 이를 신기하게 여긴 아드소가 물어보면서 윌리엄이 어떻게 이런 추리를 할 수 있었는지가 드러나는데, 갈림길에서 본 정돈된 말발굽과 절벽 아래의 거름들, 그를 찾아서 떼거지로 나온 사람들 등을 보고 이들이 수도원장이 아끼는 애마를 찾아나섰다고 추측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말이 명마임이 (또는 수도원장이 명마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으니, 대충 명마의 조건과 명마에 흔히 붙이는 이름을 말해 어느 정도 때려 맞춘 것이었다.
  4. 어리석고 미련함.
  5. 책에 장식을 새겨 넣는 일.
  6. 윌리엄은 이에 반발하나, 수도원장 왈, "보시지도 않고도 저의 말 브루넬로의 모습을 그려 내시고, 아무 이야기도 들으신 바 없이 아델모 사건의 정황을 상상할 수 있는 분이라면, 들어가 보지 않으셔도 그곳을 손바닥 보듯 하시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장서관에 들어간 것에 대해 추궁하는 수도원장을 이 말로 역관광시킨다.

2.5 제2일

  • 조과
신비로운 법열의 순간이 피비린내 나는 사건으로 부서진다.
  • 1시과
웁살라 사람 베노와 아룬델 사람 베렝가리오가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고 아드소는 참회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게 된다.
  • 3시과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입심 사나운 수사들의 언쟁을 구경하고, 알레산드리아[1] 사람 아이마로는 두 사람에게 수도원 분위기를 전해 준다. 아드소는 성성과 악마의 똥에 관하여 묵상한다. 이어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문서 사자실로 들어간다. 윌리엄 수사, 의도적으로 웃음을 옹호함으로써 미끼를 던지나 뜻하던 바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한다.
  • 6시과
베노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이로써 수도원 생활에 관한, 기묘한 것들을 알게 된다.
  • 9시과
수도원장은 수도원 재물을 은근히 자랑하는 한편, 이단에 대한 그의 두려움을 피력한다. 결국 아드소는 섣불리 세상에 발을 내민 건 아닌가 번민한다.
  • 만과 이후
이 장은 짧지만 알리나르도 노인의 암시를 통해서 장서관 내력과 미궁 같은 장서관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게 되는 중요한 장이다.
  • 종과
두 사람은 본관 안으로 들어간다. 이상한 침입자와 기괴한 기호로 된 비밀 문서, 그리고 서책 1권이 발견되나 이 서책은 곧 그들 앞에서 사라진다. 두 사람은 다음 몇 장에 걸쳐 이 서책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한다. 윌리엄 수사는 귀중한 안경을 도둑맞는데 이 역시 끊이지 않는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 한밤중
두 사람은 마침내 장서관의 미궁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미궁 안에서 기이한 환상에 홀려 그만 길을 잃고 방황한다.
  1. 에코의 고향. 번역본은 여기서 알렉산드리아라 오타가 나있다.

2.6 제3일

  • 찬과에서 1시과까지
행방이 묘연해진 베렝가리오의 방에서 피 묻은 천이 발견된다. 이것뿐이다.
  • 3시과
아드소는 문서 사자실에서 자기 수도회의 역사와 서책의 운명을 묵상한다.
  • 6시과
아드소는 살바토레로부터 과거를 듣는다. 몇 마디로는 요약될 수 없을 만큼 길고 복잡한 이야기인데, 아드소는 이 이야기를 듣고 오래 생각에 잠긴다.
  • 9시과
윌리엄 수사는 아드소에게 이단의 흐름과 교회에서의 평신도의 역할, 그리고 보편적인 법칙에의 접근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의혹을 고백한다. 이어서 그는 베난시오가 그린 기이한 기호를 읽어 내었노라고 말한다.
  • 만과
수도원장은 객승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윌리엄 수사는 미궁의 수수께끼를 깨뜨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생각을 해내고, 가장 이성적인 방식으로 성공한다.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일을 끝낸 연후, 건락 떡을 먹는다.
  • 종과 이후
우베르티노는 아드소에게 돌치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드소는 혼자 장서관에 들어가 돌치노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다가 어떤 처녀를 만난다. 아름답되 피에 굶주린 천사 같은 처녀를…….
  • 한밤중
기진한 아드소는 윌리엄 수사에게 죄를 고해하고, 창조의 계획에서 여자의 역할에 대해 명상한다. 이어서 두 사람은 시신 1구를 찾아낸다.

2.7 제4일

  • 찬과
윌리엄 수사와 세베리노는 베렝가리오의 시신을 검사하다가, 익사체에게서는 보기 드물게 혀가 까맣게 변색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독극물 및 과거에 있었던 독극물 도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 1시과
윌리엄 수사가 살바토레와 레미지오를 유도 신문, 그들의 과거를 실토하게 한다. 세베리노가 도난당한 윌리엄 수사의 안경을 갖고 온다. 그 직후에 니콜라가 새 안경 1벌을 깎아 온다. 이로써 6개의 눈을 갖게 된 윌리엄 수사는 베난티오가 남긴 글을 해독하려 한다.
  • 3시과
아드소는 사랑의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윌리엄 수사는 베난시오의 암호문이 쓰인 양피지를 들고 돌아온다. 해독은 끝났지만 암호문 자체는 여전히 해독이 불가능하다.
  • 6시과
아드소는 송로버섯을 따러 나갔다가 수도원으로 들어오는 황제 측 사절인 프란치스코회 대표들을 모격한다. 이들은 윌리엄 수사와 우베르티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던 중에 교황 요한 22세를 비난하는 이야기가 오고 간다.
  • 9시과
베르트란도 델 포제토 추기경이, 베르나르 기를 필두로 한 아비뇽 사절단을 이끌고 수도원에 도착한다. 그러나 도착 직후부터 이 두 거물이 꾸는 꿈은 각각이다.
  • 만과
알리나르도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윌리엄 수사는 일련의 의심할 수 없는 오류를 통해 개연적 진리에 이르는 그의 방법을 밝힌다.
  • 종과
살바토레가 아드소에게 놀라운 주술을 가르쳐 준다.
  • 종과 이후
윌리엄 수사와 아드소는 다시 장서관 미궁으로 들어가 '아프리카의 끝'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은 '4'의 첫 번째와 7번째가 무언인지 알지 못해 방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곳에서 아드소의 상사병이 재발한다. 그러나 아드소는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이를 이겨낸다.
  • 한밤중
살바토레는 엉뚱한 짓을 하다가 발각되어 베르나르 기의 문초를 받는다. 아드소가 그리워하던 여자는 마녀로 체포된다. 모두들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게 되는 밤이다.

2.8 제5일

이 소설의 첫번째 클라이막스. 황제파 사절들과 교황파 사절들 사이의 혼란스러운 종교 논쟁과 그야말로 처절한 이단 심문 과정이 묘사된다.

  • 1시과
그리스도의 청빈에 대해 양 진영의 사절이 갑론을박하다가 급기야는 이전투구를 벌이기에 이른다.
  • 3시과
세베리노는 윌리엄 수사에게 이상한 서책 이야기를 한다. 윌리엄 수사는 양측 사절단 앞에서 세속의 권력에 대한 기묘한 논리를 편다.
  • 6시과
세베리노는 시체로 발견된다. 그가 찾아냈던 서책은 종적을 감추고 만다.
  • 9시과
심문이 진행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의 심정은, 나남 없이 모두 미쳐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착잡해진다.
  • 만과
우베르티노가 망명도생(亡命圖生)하고, 베노는 규칙을 준수하기 시작한다. 윌리엄 수사는 그날 마주친 탐욕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해 숙고한다.
  • 종과
노 수사 호르헤는 가짜 그리스도의 도래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아드소는 고유 명사의 힘을 발견한다.

2.9 제6일

  • 조과
찬미가 『세데룬트』가 울려 퍼지고 있을 동안 말라키아가 바닥에 꼬꾸라진다.
  • 찬과
새 식료계는 임명되나 장서관 사서 쪽으로는 소식이 없다.
  • 1시과
지하 보고(寶庫)에서 니콜라는 윌리엄 수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3시과
아드소는 찬미가 『디에스 이라이』를 들으며 꿈을 꾼다. 아니, 환상을 보았다고 해도 좋다.
  • 3시과 이후
윌리엄 수사가 아드소의 꿈을 해몽해 준다.
  • 6시과
윌리엄 수사는 장서관 사서의 계보를 더듬는다. 수수께끼의 서책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이로써 드러난다.
  • 9시과
수도원장은 윌리엄 수사의 따가운 질문을 받지 않으려고 공연히 보석 이야기로 너스레를 떨다가 윌리엄이 몰아치자 살인 사건 조사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말 것을 요구한다.
  • 만과와 종과 사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혼돈 상태가 간략하게 설명될 뿐이다.
  • 종과 이후
거의 우연히 울리엄 수사는 '아프리카의 끝'으로 들어가는 비밀을 알아낸다.

2.10 제7일

이 소설의 두번째 클라이막스. 살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며 범인의 발악으로 수도원 전체가 불타오르는, 그야말로 세기말의 풍경이 펼쳐진다.

  • 한밤중
내용 소개만 간략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 장(章)의 부제는 엄청나게 길어질 터이다. 그만큼 이 장에서는 많은 것이 드러난다.
  • 한밤중
'세계를 태울만큼 큰 불'이 터지고 지나친 믿음이 지옥을 불러들인다.

2.11 뒷말

수도원은 사흘 밤낮으로 불타올랐고, 사람들도 진화를 포기한다. 몇몇 사람들은 타다 남은 폐허에 들어가 보물 등을 얻어내려 했고, 시체는 그동안 방치되었다. 화재 사흘째서야 남은 사람들은 시체를 매장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수도원에서 탈출해 숲 속을 방황하던, 이른 바 '무연고재산'인 말 두 필을 잡아 타고 수도원을 벗어난다.

그동안 정세는 루트비히 황제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황제는 요한 22세와의 화해를 포기하고 대립교황 니콜라우스 5세를 옹립한다. 마르실리>오와 장 됭의 장은 요한 22세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황제는 교황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계속된 황제의 실정으로 로마는 황제에게 반기를 든다. 루트비히는 결국 피사로 돌아가야 했고, 교황파 사절단이 로마에 개선하고만다. 아비뇽에 갔던 미켈레가 피사로, 또는 황제에게로 피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황제는 뮌헨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윌리엄과 아드소는 뮌헨으로 가기로 한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이탈리아의 황제 지지 세력(기벨리니)이 무너지고 니콜라우스는 목을 매달아 버린다.

아드소의 집안에선 아드소가 멜크로 돌아오길 바랐기 때문에, 뮌헨에 이른 둘은 눈물을 흘리며 이별한다. 아드소를 떠나보내며, 윌리엄은 그에게 니콜라가 만들어준 안경을 준다. 그 뒤 아드소는 14세기 중엽 역병이 휩쓸 때 죽었다는 소문 외엔 윌리엄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드소는 멜크의 수도원장의 심부름으로 이탈리아에 다시 가게 되는데,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수도원을 다시 방문한다. 수도원 아래 마을과 경작지는 황폐해져 있었고, 웅장했던 수도원은 덩굴과 잡초가 우거진 폐허가 되어있었다. 아드소는 자갈을 헤집어 수십 년간 묻혔을 양피지 조각을 모으고, 남아있는 탑 하나를 타고 거의 무너진 장서관에 올라간다. 그는 거기서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궤짝 하나를 건지고 하루종일 흙을 뒤져 유물 몇 점을 더 건진다. 그렇게 배낭 두 개를 꽉 채워 멜크로 돌아간다.

아드소는 그 양피지 조각들을 어찌어찌 복원시키고 해석해나갔다. 양피지엔 몇몇 인용문과 자투리 문장들 밖에 남지 않았고, 모아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고 아드소는 확신하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그 문장들을 읽고 다닌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도저히 진리를 알아낼 수 없는 세상에 회의와 혼란을 느낀 아드소는 베르나르 드 몰레의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1]을 읊으며 수기를 마무리한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1. 아마도 양피지 조각에 적혀 있었던 구절들 중 하나로 추정된다. 번역은 이윤기의 2000년대 번역판을 기준으로 했다.

3 등장인물

3.1 수도원

  • 수도원장
  • 바라지네의 레미지오
  • 오트란토의 아델모
  • 카잘레의 우베르티노
실존 인물. 프란치스코회의 엄격주의자들 중 가장 존경 받는 이로, 교황청의 탄압을 피해 베네딕트회에 몸을 의탁했고, 그 결과 사건이 일어난 수도원에 기거하게 된다. 이성과 맹신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친 인물로, 윌리엄은 '여러모로 대단한 분, 아니라면 전에 대단했던 분'이라 평가한다. 프란체스코회의 이단 취급인 소형제파를 적그리스도급으로 위험하게 보는지라, 이단 몇몇을 심문하고 화형주에 매달기도 했다는 듯하다.
회담 이후 교황의 사절단에게 목숨을 위협받자 그들 몰래 수도원을 빠져나가게 되나, 2년 뒤 어느 괴한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 장크트벤델의 세베리노
수도원의 약초를 다루는 본초학자.
  • 웁살라의 베노
수사학을 공부하는 젊은 수사.
  • 알레산드리아의 아이마로
비꼬기를 일삼는 수사. 말 그대로 빈정거리기만 하고 도움이 안 되기에 윌리엄은 대놓고 경멸한다.
  • 아룬델의 베렝가리오
  • 살베메크의 베난티오
  • 부르고스의 호르헤
  • 모리몬도의 니콜라
  • 그로타페라타의 알리나르도
나이가 너무 들어 노망이 난 수사. 하지만 그만큼 수도원의 과거사에 대한 단서를 지니고 있다.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요한계시록의 심판과 연관짓는다.
  • 살바토레
특이한 외모의 수사.[1] 그 외모만큼이나 기괴한 문장을 구사하는데, 이른즉 유럽 각지의 언어와 사투리를 제 마음에 드는 대로 뽑아와서는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지껄이는 것이다.[2] 가히 바벨 탑 이전에 있었다는 원시 언어에 비유된다. 자신을 3인칭화하는 건 덤.
수사인데도 강령술 따위의 주술에 집착하고 여자를 탐하는 등 욕정과 욕심이 많으나, 딱히 과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이 주술이 베르나르 기에게 꼬리 잡혀 대장간 지하에 감금되었다가, 레미지오의 이단심문에 증인으로 불려가게 된다. 이후에는 생사불명. 윌리엄은 베르나르 기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목숨만은 부지했거나, 결국 화형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 클론맥노이스의 파트리치오
  • 톨레도의 라바노
  • 이오나의 마그누스
  • 헤리퍼드의 월도
이상 네 명은 그냥 같이 있는 수사라고 이름만 언급만 될 뿐 대사 한 마디 없는 엑스트라다.


3.2 황제파

  • 멜크의 아드소
이 소설의 화자로, 설정상 서문과 노트를 제외한 이 소설 전체가 늙은 아드소의 수기이다. 작중에서는 베네딕토회의 수련수사 신분으로, 멜크 수도원에 기거했으나 아버지에 의해 윌리엄의 서기 및 시자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
처음 성경을 펼쳐 본 그때부터 종종 환상을 보게 되었다는데, 이것이 우연히 윌리엄의 추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탓인지 하느님의 진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문제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윌리엄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나, 기본적으론 그의 인품과 지혜를 존경하고 있다. 그를 따라다니게 된 것을 평생 후회한 적이 없다고 서술할 정도.
수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혈기왕성한 젊은이라, 연애소설의 구절을 읊다가 윌리엄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엉겹결에 마을 처녀와 불장난을 치르기도 하고, 그 결과 상사병으로 고통받기도 하면서 독자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 베스커빌의 윌리엄
  • 체세나의 미켈레
실존 인물.
  • 카파의 제롤라모
  • 베렝가리오 탈로니
호르헤에게 요한 22세가 지복직관의 교리를 폐지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다. 난데없이 죽은 베렝가리오의 이름이 나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수도원의 베렝가리오와는 동명이인이다.
  • 뉴캐슬의 휴
  • 안위크의 굴리엘모
  • 베르가모의 보나그라치아


3.3 교황파

  • 베르나르 기
당시에 실제로 활동한 이단심문관으로, 작중 내내 냉철하고 섬뜩한 인물로 묘사된다. 궁병 200명을 이끌고 수도원에 도착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이단심문을 진행한다.
  • 베르트란도 델 포제토
  • 파도바의 로렌초 데코아르콘
  • 파리의 장 다노
  • 장 드 본
  • 알보레아


3.4 기타

  • 마을 처녀


3.5 배경

배경상으로만 언급되는 실존 인물들을 적는다.

  • 요한 22세
당시 교황. 아비뇽 유수 기간 동안 세속권을 늘리려는 교황의 움직임이 신자들에게 곱게 보일리가 없고, 주교 시절 공정왕 필립과 함께 성당기사단을 박해한 건도 있었기 때문에,[3] 교황파 사절들을 제외한 작중 수사들은 요한 22세 이야기만 나오면 교황을 까기에 바쁘다. 노년의 아드소는 요한 22세를 교황명으로 안 부르고 원래 이름인 '카오르의 자크'라든가, 아예 '사교의 우두머리'라 부르며, 윌리엄도 이만큼 탐욕스러운 교황이 없었다고 깔 정도다.
영국 태생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윌리엄의 스승으로 언급된다.
프란체스코회 신학자. 로저 베이컨과 함께 언급된다. 움베르토 에코는 원래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려 했는데, 박식하긴 해도 너무 인간미가 없어서 윌리엄 수사를 창작했다고.
작중 수도원장이 그의 시신을 들고 내려오면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신학의 범주에 끌고 온 사람인지라 호르헤와 윌리엄의 시학 2권을 둔 언쟁에서 언급된다. 그 외엔 도미니코회 수사들을 욕할 때 '꿀돼지'로 언급되는 정도.
프란체스코회 수사들을 욕할 때 '거위를 타고 다닌 놈' 정도로 욕하면서 언급된다.
  • 니콜라우스 3세[4]
전 교황. 회칙 『Exiit qui seminat (그는 나가서 씨를 뿌렸다)』를 통해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옹호하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시 파문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우베르티노는 이를 자신의 주장에 인용해 교황파 사절들을 위협한다.
  1. 아드소는 '악마가 내게 나타난다면' 그와 같은 모습일 거라 묘사할 정도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묘사한 장면은 윌리엄 수사와 함께 몇 안 되는 자세한 묘사를 자랑한다.
  2. 한국어 주석에 따르면 라틴 속어, 프로방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에서 카탈로니아어가 뒤섞여 있다고 한다.
  3. 이건 이견이 갈리는데, 노년의 아드소는 이걸 박해로 보나, 우베르티노는 "당시 성당기사단의 작폐가 적지 않았"다며 요한의 일처리가 적절했다는 태도를 보인다.
  4. 움베르토 에코의 실수로 소설에선 니콜라우스 2세라 나온다. 아냐 사실 우베르티노가 말실수 한거야.

4 평가

소설 내 신학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된 메시지의 하나인 "웃음은 우리에게 해악인가?"라는 주제로 윌리엄 수사와 호르헤 수사가 두어 번 신학적 논쟁을 벌이는게 나오고, 윌리엄 수사와 수도원장, 그리고 또 우베르티노 사이에서 이단의 보편성과 개별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토론도 자주 나온다.

놀라운 건 이 모든 논쟁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모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조사하여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 일부는 아예 실제 인물이다. 예를 들어 이단심문관 베르나르 기[1]는 파리의 주교였으며, 교황청의 허락 하에 움직였던 이단심문관으로서, 이단심문에 대한 저서를 많이 저술했다. 이 저서를 읽어보면, 이단심문이란 오늘날의 재판 이상으로 고도의 심리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레미지오의 심문과정은 이 소설의 가장 극적인 부분의 하나로, 하나의 사건이 서로의 유-불리가 얽혀 왜곡된 시선에 의해 어떻게 일그러지고 서로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지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기호학자로서의 현상을 받아들이는데 주도적인 입장에선 서로의 견해가 실은 시대의 산물이며,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개인의 절규를 방관자 입장으로 들을 수 밖에 없는 에코의 고뇌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 모든 논쟁과 사건들을 통해 결국 권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윌리엄 수사 - 호르헤 수사의 웃음에 관한 논쟁, 호르헤 수사 - 젊은 수사 간의 책에 대한 논쟁, 교황청 신학자 - 프란치스코회의 논쟁, 베르나르 기의 이단심문 등이 그 당시 절대라 믿던 신학과 그 신학의 표상이자 기호로서 미상불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높여진 책, 그리고 기호로서의 책이 대표하는 지식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대한 집착을 보여줌으로서 결국에 중요한 것은 싸움이었지 무엇을 위해 싸웠나가 중요한게 아니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코의 소설이 그렇듯이, 『장미의 이름』 역시 인간의 추호의 의심없는 믿음에 대한 풍자이다.[2] 그러나 한편으론, 진실한 믿음에 대한 갈구를 그리고 있다. 꽤 유머스러운 부분도 있으며, 수도자의 일탈에 대한 묘사도 많다. 또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요구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비단 수도원 내부의 대립뿐만 아니라,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와 베네딕토회 간의 '소유'에 관한 신학적 대립[3]수도원을 둘러싼 지역세력 간의 알력 다툼도 굉장히 자세히 묘사했다.[4][5]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두고 "이것은 창작물이 아니다"라고 한다(출처 필요). 에코는 스스로 '짜깁기 패러디물'이라고 말한다.[6] 장미의 이름 본문에서 나오는 대사, 설명 등이 이런저런 중세 유럽 텍스트, 혹은 근대 서적에서 보고 바꾼 것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7] 능력이 충만하다면 '짜깁기 패러디'로도 완전창작물을 싸대기를 때릴 수 있다는 증거이니 본좌가 아니고선 할 수가 없다.[8]

워낙에 정교하게 쓰여진 책이라 명작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썼다고 얘기한 평론가도 있었다. 당연히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그런 프로그램은 없으므로 반쯤은 경외의 의미가 담긴 평론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에코는 본인이 컴퓨터를 살 수 있게 된 게 1980년이고 이 책이 1978~79년에 나왔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중세 수도원 생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료로서 읽어도 좋을 만큼, 수도원의 일상과 수도원의 내부 구조와 수도자들의 생각 등이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도서관 역사 관련으로도 연관이 깊다. 유사한 대립구도 덕분에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과 비교되기도 한다.[9]

코챈 도서판에서는 "주석을 무시하고 읽으면 완독할 수 있다."는 팁도 나왔다. 하지만 주석을 무시하고 읽으면 소설 도입부의 주된 내용 중 하나인 역사적 사건과 신학적 논쟁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항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해당 사이트 자체가 지적 허영심이 팽배한 곳이었다. 주석이 맥락을 끊어버리기 때문에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그냥 주석이 없는 초판을 보면 된다. 본 작품은 푸코의 진자처럼 번역자 이윤기 선생이 난이도에 괴로워 하며 초판을 번역한 후 주석을 추가해 개정판을 냈고, 현재 시중에 나오는 판들은 모두 후자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아무 해설 없이 끝까지 읽으려면 지적 능력보다는 근성 수치가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며 읽고 싶으면, 서양 중세사, 서양 철학사, 그리스도교 중세 신학사, 덤으로 과학사의 흐름을 기본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해당 분야에 배경이 부족한 현대인 독자에게는 쉽지않겠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쪽에 대해서 얕은 지식이나마 있다면 매우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기피하지 말자. 기회가 있으면 꼭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어볼 것. 약간 어려워서 고생하더라도, 그 값은 톡톡히 한다. 어차피 읽으면서 배우는 거다.

  1. 언어에 따라 베르나르두스 귀도니스라고도 불린다.
  2.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라고 언급된다.
  3. 작은 형제회는 "예수는 지구상에 있을 때 스스로 소유한 것이 없고, 모두 빌린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수도회는 예수의 뜻을 본받아 검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주인공 아드소 수사는 베네딕토회 수사이면서 프란치스코회의 사부를 모시기 때문에 불쌍하게도 중간중간에 참 많이 깨진다.
  5. 프란치스코회의 정식명칭은 Ordo Fratrum Minorum, 약칭 OFM. 우리 말로 풀이하면 '더 작은 형제회'이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본인이 사용한 이름이다. 프란치스코 사후 수도회가 프란치스코의 이상인 '가난'을 실천하는 문제로 점차 분열하였다가 3분파로 다른 자잘한 분파를 통합시켰다. [더 작은 형제회]와 [꼰벤뚜알]과 [카푸친]이 그 3분파다. '더 작은 형제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형제회'란 이름을 쓴다. <장미의 이름>이 묘사하는 '더 작은 형제회'는 일단 프란치스코회의 이단들을 통칭하여 경멸하는 뜻으로 쓰이는데, 아직 분파가 제대로 갈리기 이전인지 혹은 분파가 갈린 뒤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분파인지는 고증이 필요하다.
  6. 에코는 이후 이것이 포스트 모더니스트 소설가 토머스 핀천의 '49호 품목의 경매'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한 적이 있다.
  7.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패러디를 해버린 바 있다. 에코는 볼로냐에서 교수직을 했는데, 윌리엄 수사가 서적들을 뒤지는 도중 아드소 수사에게 "보거라. '볼로냐의 움베르토'가 지은 책도 여기 있구나."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돈키호테가 절로 연상되는 대목.
  8. 에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미국중국사 관련 학자 중 유명한 인물인 조너선 스펜스(Jonathan D. Spence)가 있다. 이 사람도 소설식으로 글을 쓰는데, 그 구절의 거의 모든 내용이 실존하는 문서나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에코는 실존하는 자료나 문서를 가지고 '창작 소설'을 쓰고, 스펜스는 '소설 형식으로' 역사 책을 쓴다는 게 차이점.
  9. 모작(模作)이라 생각하면 빠르다. 다만 에코가 스스로 『장미의 이름』은 패러디라고 밝혔는데, 『영원한 제국』은 패러디의 패러디인 셈. 포스트 모던 돋네.

5 집필 계기와 배경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중세사 공부가 취미인 에코에게 출판사에서 일하는 여자친구가 추리소설을 써보라고 했기 때문이라 한다.[1] 그 구상의 시작은 수도자가 살해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해 살을 붙히다보니 완성되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에코의 친구가 철학자나 사회학자등 소설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짧은 추리 소설을 써달라고 했는데, 에코는 당시 소설을 쓰는데 관심이 없었기에 "내가 추리 소설을 쓰면 한 500 페이지는 되고 무대는 중세 수도원일 걸?"이라고 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지금까지 자기가 수사들의 이름을 썼던 노트들을 찾으며, "이미 내 안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있었지만 내 자신이 깨닫지 못했다"고 회상했다.[2]

원래 제목은 <수도원의 살인>이라고 지으려 했는데, 사람들이 살인 사건에만 집중할 것 같아 <멜크의 아드소>로 하려다가[3] 결국엔 여러가지 심볼이 있는 "장미"를 제목에 넣게 되었다고 한다.

  1. 이 얘기는 <장미의 이름> 후기노트 등의 자료에선 안 나오고, 다른 저서(예로 2011년 발간된 Confession of a young novelist 등)에서 나오는 얘기다.
  2. Confession of a young novelist pg 7~8
  3. 화자가 아드소 수사이니 제목이 엉뚱한 이미지를 주지도 않고, 알맞다고 생각했다고.

5.1 오마주

순전한 창작인 윌리엄 수사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에 대한 에코의 오마주이다.[1] 영국의 바스커빌 출신이라는 설정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바스커빌의 개"에서 따온 것이고, 큰 키에 마른 몸, 번뜩이는 눈에 매부리코라는 외모 묘사나 초반에 꽤 폼 잡으면서 안경[2]를 착용하는 묘사라든가, 수도원장의 말을 앉은 자리에서 찾아주며 자신의 추리과정을 설명해주는 모습이라던가. 생각을 정리할 때 어떤 약초를 씹으면서 생각에 잠긴다던가 하는 모습에서 홈즈형 탐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중세 식자들의 연역적 사고에 반하는 즉물적이고 작관적인 인간형을 그려낸 것이다.

작중 바스커빌 사람 윌리엄의 안타고니스트인 호르헤 수사의 모델은 명백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이다. 이베리아 출신[3]에 나이들어 눈이 먼 장서관 관장이라는 캐릭터가 달리 누가 있겠는가. 일부 독자들이 에코에게 왜 보르헤스를 그토록 악인으로 묘사했는가를 물었는데, 에코는 단지 그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넣어 둔 오마주라고 했다.[4] 작중에 등장하는 미로로 이루어진 장서관 역시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 대한 오마주.

  1. 기호학자, 특히 비언어적 기호에 관해 주로 연구한 에코는 자신의 연구에 추리소설을 종종 원용했다.
  2. 소설 속에서는 "금속테 안에 든 유리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3.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권이다.
  4. 보르헤스의 인종차별적 발언 등 병크를 까기 위해 넣었다고 생각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6 번역

1986년에 이윤기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발매되었고 6년 뒤인 1992년에 개정되었다가 2000년에 다시 개정되어 재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잠 안 올 때 읽기 좋을 정도로 지겹다는 말이 돌지만 이는 틀린 말이거나 처음 몇 파트만 읽고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에코 소설은 도입부에서만 주의하면 정말 재밌으니까. 오죽하면 에코 스스로 자신의 소설 도입부[1]에 대해, "도입부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이다. 산에 오르려면 산의 호흡을 알아야 하고, 내 소설을 읽으려면 내 소설에 적응해야 한다."는 요지로 말했다. 그 내용을 충분히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본좌급인 책.

이윤기가 번역자로서 명성을 높이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오역은 많았지만, 그만큼 번역하는 것도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작업이었기 때문. 이윤기 번역판이 오역이 많다보니, 철학전공자 강유원이 그 내용을 지적한 서한을 출판사에 보내기까지 했다. 출판사와 번역자가 그 내용을 받아들여 수정개정판을 낸 게 2000년에 개정된 두 번째 수정판. 첫 번째 수정판으로 산 사람들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번째 수정판을 산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번역가 본인의 특색인지, 이 소설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게 1986년이기 때문인지, 아직도 한국어 번역판엔 옛스러운 표현이 많이 남아 있다. 족히를 좋이[2]라 쓴다든가, 지금을 시방이라 쓴다든가. 가톨릭 용어를 불교 용어로 치환한 것도 많다. 수도원 아래의 마을을 사하촌이라 번역하고, 시종을 불목하니라 번역한 것이 그 예시.

  1. 원본은 도입부부터 이탈리아어라틴어가 아무런 번역도 없이 섞여있다. 한국어 번역은 좀 독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이탈리아어 외의 언어는 원문을 남기되 괄호를 쳐 번역해놓았다.
  2. 완전히 똑같은 뜻이라 하긴 힘들지만 쓰이는 용도가 매우 유사하다.

7 기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보드게임이 만들어졌다. 역시 추리게임이며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슬픈 게임이기도 하다. 크게 관계 없을 것 같지만 시프 시리즈도 <장미의 이름>에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BBC의 World Book Club에서 움베르토 에코를 초대해 <장미의 이름>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에코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 들어 보자.[1]

현대의 가톨릭 성직자들은 이 소설 혹은 영화판의 줄거리를 자주 인용하는 편인데, 편협함과 지나친 엄격함의 예시로 호르헤를 들면서 사목생활 혹은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의 반면교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교를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과 추리소설이라는 점. 특히 다소 음모론적 성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다빈치 코드가 "<장미의 이름>에 비견하는 걸작" 운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이 정통 추리영화라면 다빈치 코드는 서스펜스 액션무비이기에, 비교하는 것부터가 부당하다. 거의 인디아나 존스라라 크로프트가 정진정명한 고고학자라고 우기는 셈. 물론 소설에 대한 호오는 개인적인 문제겠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특성에 비춰 보면 철저한 고증에 따라 역사적 소재를 적절히 배치한 <장미의 이름>에 비해 다빈치 코드는 약간의 소재를 과장되게 이용함으로써 역사적 흐름을 무시하거나 훼손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이 다른 배경에서는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최적화된 것에 비교하면, 다빈치 코드는 일부분에 역사적 소재를 이용한 정도인 것. 물론, 이것만으로 소설의 모든 부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시시한 주제를 위해 소설성까지 희생시킨 것이 다빈치 코드라면, 본작은 소설적 완성도는 물론이며 그 속에 녹아 있는 학문적 이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다는 것 따위의 시시한 농담과는 비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패러다임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시학 2권[2]"이라는 결정적인 도구를 사용해 마무리함으로써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새로운 고전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다빈치 코드가 한참 떴을 때 에코가 댄 브라운을 대놓고 디스하기도 했다. 에코 발언을 압축하면 다음과 마찬가지다. "댄 브라운? 푸코의 진자 캐릭터 말하는 거임?"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푸코의 진자는 황당무계한 오컬트를 진짜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므로, 댄 브라운도 바로 그런 부류라는 이야기이다. [#] 이런 '댄 브라운 바보화'의 핵심은 결정적으로 푸코의 진자에서 찾을 수 있다. 다빈치 코드의 주된 스토리 라인의 숨겨진 진실인 '예수프랑스 왕가의 시조가 된다'는 푸코의 진자의 티페렛 65절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후 바로 푸코의 진자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창조해낸 이 이론을 버린다. 당연하지만 에코에게 브라운은 소소한 농담의 대상일 지언정 라이벌 관계 따위는 결코 아니다. 애초 푸코의 진자(1980)는 다빈치 코드(2003)보다 무려 20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이다. 따라서 이 일화는 둘 사이의 격차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사실 푸코의 진자를 읽은 사람은 대부분 다빈치 코드를 보며 코웃음치거나 시시해 하는 게 보통이다.

  1. [홈페이지]에서 찾기 기능으로 찾으면 빠르다. [바로 다운로드]도 가능.
  2.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을 주로 다루었고, 희극을 다룬다고는 했으나 그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학자들은 희극에 대해 다룬 시학 2권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전해지지는 못했다고 생각했고, 에코는 이를 소설에 반영한 것이다.

8 영화판

Name_of_rose_movieposter.jpg

프랑스 감독인 장 자크 아노가 감독을 맡은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 1986년 개봉. 국내 개봉은 1989년. 음악은 고 제임스 호너. 이탈리아, 프랑스, 서독 합작 영화이다. 미국 배급은 20세기 폭스.

역시 그럭저럭 볼만하다. 초반은 멋지긴 한데 후반부가 뭐라 말할 수 없는 되다만 감정을 느끼게 해주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문제였는지 뒷부분은 그냥 오리지널로 쑤셔둔 느낌이다. 차라리 2부작으로 만들던가. 하지만 이로 인해 원작과는 다른 주제를 가지게 되었는데 바로 '사랑'. 원작에거 나오는 대부분의 신학 논쟁을 간소화했지만 오히려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온전히 남겨 종교와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받는 사람이 숀 코너리이기도 하지만, 헬보이로 유명한 론 펄먼도 이 영화에서 미치광이 수도승인 살바토레로 등장해서 주목을 받았다. 그외에도 아드소 역에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단심문관인 베르나르 기 역에 아마데우스에서 안토니오 살리에리 역을 맡았던 F. 머리 에이브러햄, 눈먼 호르헤 역에 불멸의 오페라 가수 표도르 샬리아핀의 아들이자 역시 명배우였던 표도르 샬리아핀 주니어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였다.

영화에서는 아드소 수사와 사랑을 나눈 그 시골 여자가 살아남는 걸로 묘사되지만, 이는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각색. 또한 이단심문관들이 농부들에게 공격받는 것도 나오지만, 이는 소설과는 다르다.[1]

포털 영화평을 볼 때 관객 평은 상당히 후한 편이다.[2] 사실 썩어도 준치라고 감독의 역량 덕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2시간 남짓 밖에 안 되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원작의 내용을 고스란히 쑤셔 넣을 수 없다는 걸 진작에 인지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입만 잘못 놀려도 이단 취급을 받던 당대의 수사 윌리엄의 활약은 딱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만 남겨 두고, 종교적 광신의 불합리함과 (범인류애를 포함한) 사랑에 집중 한다. 그렇다고 원작을 망가뜨리거나 한 건 아니고, 전체적 주제를 서술하면서도 집중점을 다르게 했다는 점에서 약간 경우가 다르지만 굳이 따지자면 솔라리스의 원작과 영화가 보이는 차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자체로 보면 범작과 수작 사이 어딘가에 있지만 후자에 가까운, 약간 애매한 작품. 1,700만 달러로 만들어져 7,76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럭저럭 흥행은 성공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등장하는 여러가지 소도구들. 에코의 고증정신을 영화에서 살리려고 원작의 시대배경을 기준으로 그보다 나중 시대 때 나온 소품을 소품제작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시켰다. 이런 무지막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된 소품들은 훌륭한 시대고증과 퀄리티 덕에 영화 촬영 뒤에 교회관계자들에게 팔렸다.


한국에서는 1993년 1월 KBS 1TV 명화극장에서 구정 특선영화로 방영한 바 있는데, 3군데가 삭제되었다. 아드소 수사와 이름 모를 여자의 정사 장면, 우베르티노 수사를 탈출시키는 장면, 베르나르 기가 사망하는 장면.
  1. 참고로 소설에서는 이단심문관이 시골 여자도 끌고 나가는 등 볼일 멀쩡하게 다 보고 돌아간다.
  2. 높은 평점을 준 사람들의 상당수가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