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스

악기 색스는 이쪽으로.
색스는 색슨족의 외날 도검으로 색슨족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1 소개

은하영웅전설 외전 3권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자유행성동맹군 소장이었다. 서울문화사판 이전 버전에는 '삭스'란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타카판에서는 색스로 표기되었다. 이름 철자는 Sax로 보인다.

알렉스 카젤느와도 함께 조를 짜서 보급계획을 입안한 경험이 있는 수송장교 출신으로 양 웬리은하제국과의 포로교환식을 마친 후 귀환포로들을 동맹의 수도행성 하이네센으로 호송하기 위한 수송선단 지휘관으로 처음 언급됐다. 카젤느가 소개할 때 전투함대 지휘경험은 없지만 동맹국 내에서 수송선단을 지휘하는 인물로 무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남의 말을 잘 안듣는 것과 어깨에 힘주는 안좋은 버릇이 있다고 평했다.

2 행적

위계서열과 질서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인물이었다. 실제 수송선단이 출발하기 전에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양 웬리 대장을 만나자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명심해 주십시오, 각하. 선단을 지휘 및 운용할 권한과 책임은 소관에 있으므로 그에 관한 한 각하라 해도 소관의 지시와 규범에 따라주셔야만 합니다. 부하 분들께도 부디 선단의 규칙을 지키도록…….

계급상으로 따지면 양 웬리가 동맹군 대장이고 색스가 동맹군 소장이므로 '아니 어떻게 투 스타가 포 스타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군대가 단순히 계급만으로 모든 우열이 갈리는 집단으로 이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다. 실제로 함대 사령관이라 할지라도 기함에서는 기함 함장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직무에 간섭할 수 없다.

하이네센으로 떠나는 수송선단에서의 지위를 놓고 따지면 책임자는 색스 소장이고, 양 웬리 대장은 하이네센에서 열릴 귀환포로 환영식에 참여하기 위해 수송선단에 동승한 손님이다. 물론 양의 계급이 훨씬 더 높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줘야 할 의무는 있지만 그렇다고 집주인인 색스가 손님인 양에게 굽실거리면서 안방까지 내줘야 될 이유는 없다. 즉, 양이 편의사항에 대해서는 색스에게 직접 요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것, 예를 들어 수송선단의 지휘와 운용에 관여하거나 혹은 색스가 정한 수송선단 내부의 규칙을 무시한다면 그건 곧 월권행위가 된다. 즉, 색스 입장에서는 서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그어둘 필요가 있었고, 위 발언도 그러한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면 사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발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이야기를 하는 태도였다. 색스가 괜히 어깨에 힘을 줘가면서 고압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양 웬리가 불쾌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일단 책임자의 위신과 체면을 존중해줄 필요는 있으므로 색스 앞에서 군소리 없이 넘어갔지만 나중에 선실에서 율리안 민츠에게 "내가 그렇게 계급을 믿고 으스대며 남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보였냐?" 라면서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양 웬리가 색스의 직속상관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엄연히 상관이므로 상호 존중의 태도를 보여줬다면 양 웬리도 별말없이 넘어갔을 텐데, 이 부분은 색스가 명확하게 결례를 한게 맞다.

하이네센으로 항해하는 과정에서 선단 내 사람들의 행동을 지독할 정도로 통제해댔다. 율리안이 일기에다가 사소한 행동까지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간섭이 심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바람 좀 쐬려고 선실에서 나와 그냥 복도를 거느리는 것만으로도 잔소리를 해댈 정도였으니 자유분방하고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올리비에 포플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포플랭은 삭스가 요주의 인물로 찍어놓은 까닭에 아무래도 통제가 좀 더 심할 수 밖에 없었고, 욕구불만에 시달리던 포플랭은 귀환포로들의 난동 때 한몫 끼어서 한바탕 일을 크게 벌여놓는 짓을 저질렀다. 이 상황을 목격한 이반 코네프는 불을 당긴 것은 포플랭인데 정작 일을 벌인 장봉인은 어느 순간 현장에서 사라져 바에서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포플랭이 사고를 친 것은 사실이므로 원칙상으로는 헌병대에 끌려가 영창행이었지만 색스가 중시하는 위계서열을 놓고 보면 포플랭은 색스의 부하가 아니라 양 웬리의 부하이자 동승인 중 한 명이었다. 즉, 양의 체면도 고려해야되는 관계로 헌병을 불러 끌고가는 것은 보류하고 대신에 지정된 지역 이외에는 출입을 금하는 조치를 내리는 것[1]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사람들을 조으는 부분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색스의 최우선목표가 무사안일주의였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수송선단이 예정대로 도착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일정지연은 항로 사정에 따라 발생하는 일반적인 일이고, 수송선단 내부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응대했다.

결국 계속되는 일정 지연에 사람들 모두 의구심과 함께 불안감을 드러내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색스는 특유의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그 어떠한 정보도 공유하려 들지 않았으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웬리가 색스를 불러 일정지연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있었지만 색스가 직접 행동을 보일 때까지 조용히 관망만 하고 있었다. 물론 색스도 해명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양 웬리를 대하는 것을 껄끄럽게 여겼고, 결국 양이 정치인들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어딘가 가야될 일이 생기면 일부러 정치인들과 같이 다니는 찌질한 모습도 보여줬다. 적절한 정치인 실드

2.1 돌튼 사건

일정이 지나치게 지연되어 하이네센의 높으신 분들의 분노 및 짜증 게이지가 폭주 직전에 놓이고, 선단 내 탑승한 정치인들의 불만, 탑승한 포로들의 소요 조짐까지 보이면서 유형무형의 압박을 받게되자 그제서야 칼을 뽑아들고 나섰다. 결국 불시점검을 통해 항로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을 우려한 색스는 '범인은 이 안에 있어!'란 생각에 가장 먼저 항법요원들을 털기 시작[2]했다. 그런데 색스의 조치가 너무 어설펐던 까닭에 사건의 원흉이었던 이블린 돌튼 대위가 위기를 감지하고 긴급관제실을 무단점거한다음 문을 걸어 잠궈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색스는 양에게 찾아와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는 협조를 요청했다. 부관 자격으로 같이 이야기를 들었던 프레데리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변명 일색이었다면서 양 웬리 일행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고, 포플랭과 린츠는 이구동성으로 왜 전투부대 지휘경험이 없는지 알겠다면서 색스의 형편없는 위기대처 능력을 디스했다. 물론 양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해도 색스가 책임자이므로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고 스스로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긴 했다. 문제는 긴급관제실에 뿌리려던 최루가스가 돌튼 대위의 조작으로 엉뚱한 선실에서 나온다는 식의 개그만 보여줬고, 결국 양 웬리의 부하들이 활약하여 사건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사건이 해결된 직후는 양에게 찾아와 말 그대로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조아리면서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헌병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에 대해 양에게 보고하면서 "더 파봤자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을 덧붙여서 이만 덮으려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양 웬리와 그 일행들은 "훌륭해!"란 소감을 남겼다. 어쨌든 이 문제로 양 웬리와 그 부하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인지 이후 양 웬리 함대 일원에 한해서 간섭이나 통제는 거의 하지 않았고, 예전에는 지나가다 마주쳐도 목에 잔뜩 힘주면서 인사를 받거나 무시하기 일쑤였던 색스 소장이 부드러운 미소로 답을 해주는 등의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3 그 외 이야기

일정지연으로 환영식이 연기되는 바람에 비용부담이 발생하여 하이네센의 높으신 분들도 적잖이 화가 난 상황이고, 동승한 정치인들과 양 웬리도 하마터면 항성에 돌입하여 이승하직할 뻔한 안좋은 추억을 선사한 문제 등으로 인해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군법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물론 돌튼 대위가 범인이었고 원인 제공자이긴 했지만 색스는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도 손을 놓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어설픈 대처능력 등은 충분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이후 색스 소장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색스 소장에게 시달렸던 양 웬리 함대 일원은 칼데어 69호를 타고 하이네센에서 이제르론으로 귀환했는데 함장인 란 호 소령이 양 웬리를 존경하는 인물이라 상당히 널널한 환경에서 여행할 수 있었다. 란 호 소령은 꼬박꼬박 찾아와서 양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일행들에게도 잘 대해주고, 일정도 제대로 지켰다. 이제르론에 무사히 도착한 양 웬리는 '란 호 소령은 탁월한 함장'이라 극찬까지 했고 일행 모두 무척이나 감동받은 모습을 보였다.

돌튼 사건과 색스 소장의 이야기는 외전 율리안의 일기에서만 언급되는 내용이다. 소설 본편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을 뿐더러 코믹스판과 OVA판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작중에서 한 줄만 언급되고 넘어간 단역들도 군인이라면 거의 다 등장했던 게임 <은하영웅전설4 EX>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1. 포플랭은 양을 뒷배경으로 풀려났다는 점을 인지하고 부끄러움이 섞인 반응을 보이자, 카스파 린츠가 출발할 때 부터 알았으면 더 좋았을텐데란 투로 이야기를 했다.
  2. 그동안 별 말 없이 조용히 지내던 카스파 린츠의 독설이 폭발하여 '자기 대신 책임져줄 사람 찾으러 다닌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항법요원 부터 조지는 건 당연한 조치'라면서 비꼬아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