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제국 포로교환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2월 19일에 이루어진 은하제국자유행성동맹이 서로 억류중인 포로를 교환한 행사이다. 소설에서는 본편 2권 초반에 짤막하게 다루고 넘어가지만, 외전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에는 그 과정까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2 배경

제국과 동맹이 최초로 접촉한 이래로 양측은 서로를 타도해야 될 세력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반복해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백여년 이상 전쟁을 치루다보면 당연히 상대측 군인들을 사로잡는 경우, 한 마디로 포로가 발생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제국과 동맹이 외교관계를 맺었다면 정식 교섭을 통해 포로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겠지만, 애초에 서로를 대등한 국가로 본 적이 없기에 말이 포로지 사실상 억류자라고 봐도 좋은 사람들의 대우와 처리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자유행성동맹에서는 초창기에는 은하제국민들에게 자유행성동맹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라 판단하여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포로관리와 그들의 생활수준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였다는 언급이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맹이 막장이 되자 대우도 자연스럽게 떨어져 일반 사회와 형무소 중간가는 대우를 받는다.

은하제국에서는 자유행성동맹 자체가 황제의 은혜도 모르는 반란군 무리였기 때문에 동맹측 포로들을 사상 및 도덕 교정이 시급한 대상이라 간주하여 교정구에 집단으로 수용시켰다. 이 이후는 제국군도 거기까지 관리할 사람이 없어 변경 성계에 구석구석 손을 대기가 불가능했기 때문.무슨 교정을 시킨다는 거야? 경계선만 안넘어오게 지키고 4주에 한 번 의약품과 의복을 지급한다, 한다.

어쨌든 지형적으로 이제르론 회랑이나 페잔 회랑 말고는 동맹과 제국을 오가는 길이 없다보니 극소수의 포로들이 기적적으로 수용소를 탈출하여 페잔 회랑을 통해 탈출하는 것 외에는 적에게 붙잡힌 포로들을 되찾아 올 수가 없다. 부대를 파견하여 구출하는 것도 불가능, 알아서 탈출하는걸 지켜보는 것도 불가능. 결국 양측 수뇌부는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고 필요에 따라 합의를 거쳐 억류자들을 맞바꾼다는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인물을 교환하는 식의 암묵적인 관례가 자리잡고 있었다.

3 발단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1월 20일, 전방을 초계하고 있던 나와있으면 적을 불러들인다는 전설의 마법 전함 율리시즈가 제국군 전함 브로켄과 접촉한 것이 발단이었다. 접촉사실을 보고받은 이제르론 요새는 비상이 걸렸으나 사령관 양 웬리는 이런 시기에[1] 제국군이 나타났다는 것은 제국군이 돌아다니다가 잘못 들어왔거나 뭔가 교섭을 위한 목적일 것이라 판단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양의 예측대로 제국에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이름으로 포로교환을 제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어차피 일선 지휘관에 불과한 양에게는 결정권이 없었으므로 상황정리를 위한 간략한 회의를 한다음 행성 하이네센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포로가 한 두 명도 아니고 수백만명이 잡혀있는데 제국측에서 먼저 교환요청을 해오니 동맹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욥 트뤼니히트 정권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제국측의 제안, 동맹측의 수락과 구체적 계획 수립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주,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여기에는 조만간 최고평의회 선거가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포로교환은 임시정권의 인기를 끌어올려줄 좋은 이벤트, 송환포로 숫자는 약 200만명에 그 가족과 친인척들까지 포함하면 약 500만명, 이들이 선거에서 행사할 약 500만표는 트뤼니히트 정권에게는 황금알이나 다름없었던 셈.

4 준비 과정

동맹정부의 조급함은 엉뚱하게도 알렉스 카젤느가 개고생하게 만들었다. 카젤느는 이제르론 요새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이제르론 요새 사무감이자, 포로교환 업무를 총괄하는 '포로교환사무총장'이라는 임시직함까지 떠맡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하이네센에서 무차별적으로 보내온 리스트를 양식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을 했고, 송환을 위해 이제르론으로 보내진 포로들의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계획까지 수립해야 했다. 게다가 준비를 서두른 탓인지 중간 관리층이 나태한 탓인지 이제르론 요새로 보내진 포로들 중에 약 1천여명 정도가 송환을 거부하여[2] 가기 싫다는 사람을 송환시킬 수는 없으니 송환 대상자를 재지정하고 명단을 갱신하게 되어 안 그래도 밀려드는 업무량에 불쾌해진 카젤느의 짜증을 치솟게 만들었다.[3]

동맹 정부의 졸속 행정에 짜증난 것은 카젤느 뿐이 아니다. 송환대상 포로들을 이제르론으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제국군 포로들의 집단반란을 우려한 국방위원회에서는 포로들이 탑승하고 있는 수송함을 이제르론 요새의 주포 토르 하머의 사정권 궤도에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 이른바 인질로 삼으란 뜻인데 이제르론 지휘부는 이게 무슨 지시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양 웬리는 국방위원회의 지시를 쿨하게 무시했다. 더불어 정부에서 포로교환식에서 양국 대표가 연설할 내용들을 보내줬는데 양 웬리는 보지도 않고 받는 즉시 휴지통으로 직행시켰다. 애초에 양 웬리는 겉치레 형식을 끔찍하게 싫어하여 2초 스피치란 명물을 탄생시킨 인물인지라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형식 따위 생략해버린 간단히 문서를 준비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포로교환이 이루어 지던 중 은하제국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포로들에게 연설을 이제르론에 발송하였다. 장병들을 포로로 만든 과거의 무능한 지휘부를 비난하고, 제국으로 송환된 장병 전원에게 명예로운 대우와 포상을 제공하고 원하는 자들에 한하여 군에 복귀할 경우[4] 1계급 진급을 보장하겠다.는 이 연설을 들은 양과 카젤느는 감탄,[5] 라인하르트의 정치적 수완을 칭찬하면서 한편으로는 로엔그람에게 충성을 다할 약 200만명의 정예 병사들이 늘어나게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서 한탄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동맹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이런 성대한 이벤트를 놓칠 리 없었다. 선거 기간도 아닌데 선거 유세나 하려 기어들어온 정치가들과 취재하러 왔는데 정부에서 보내오는 형식적인 내용만 보도하고 놀고먹기만 하는 기자들이 떼로 몰려와 이제르론 지휘부를 매우 열받게 했다. 물론 이들의 방문 목적은 포로교환식 참여 및 보도 등의 공무란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나 요새에서 보여주는 작태를 보면 군사시설에 와서 숙소나 식사가 엉망이라 불평, 병사들 태도를 문제삼아 불평, 급기야 당번병을 지정해 달라는 무개념 짓거리도 저지르고 율리안의 일기에 의하면 기자들이 양과 참모들이 식사하는 자리에도 멋대로 들이닥치자 양 웬리가 손수 소금을 뿌리면서 내쫓았다고 한다.(...) 사실상 공무를 핑계로 자기돈 안들이고 공금으로 놀러온 수준이라 이제르론 지휘부는 마음에 안들어하면서도 꾹꾹 눌러 참으며 일 끝나면 알아서 사라질 놈들이니 그냥저냥 넘어가려 했는데...

몇몇 정치가들이 몸만 오지 않고 엄청난 량의 만년필이니 시계같은 잡다한 물건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물건들 일부를 이제르론 지휘부에도 뿌렸다. 문제는 이 물건들이 정치인 이름을 박아넣고 귀환포로들에게 뿌릴 목적으로 정치가들이 가져왔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이제르론 지휘부도 그동안 받은 스팀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몇몇 정치가들이 이제르론 지휘부와 대동한 자리에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것이 원인이 되어 열받을대로 열받은 더스티 아텐보로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부하들을 모아 정치가들이 가지고온 물품들을 확보하여 제국으로 송환되는 제국군에게 동맹정부가 주는 선물이라 하고 죄다 뿌려버렸다. 곧 사태를 파악한 정치가들이 몰려와 엄청나게 항의했으나

아텐보로의 "당신네들, 이거 선거법 위반인데 헌병대 불러볼테니 거기서 이야기 하고싶어?" 한마디에 그대로 침묵했다. 이 사실을 안 이제르론 지휘부는 통쾌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특히 발터 폰 쇤코프"그런 말은 일단 영창에 처넣고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양 웬리도 아텐보로의 행동에 통쾌해했으나 이대로는 열받은 정치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아텐보로에게 보복할 수도 있으니 제국군 포로측에 요청하여 정치인들에게 줄 감사장을 작성하도록 주선했고 이 감사장을 받아든 정치가들은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지며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니들꺼 아니라고 내놓으라고 했다간 막장인증 일단 너무 화가나서 일부터 저지르고 본 아텐보로는 비장의 위스키를 양 웬리에게 선물하며 원만한 사태 수습에 감사를 표했다.

이런 동맹 정치가들의 추태와는 달리 송환되어가는 제국군 공병포로중 일부가 "이제르론 요새에 수리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자신들이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요새를 손보고 싶다며 이제르론 지휘부에 요청, 이것이 수락되자 포로측 대표단이 정중히 감사를 표하고 요새를 수리했다.[6] 이로 인해 이제르론 수뇌부는 더욱 씁쓸해지기도 했다.

5 포로교환

loghepisode17dvdcentral.jpg
[7]

2월 19일,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이 직접 자유행성동맹군 포로들을 이끌고 찾아와 교환식이 거행되었으나 의식 자체는 최대한 간략하게 진행했다. 교환식은 양과 키르히아이스가 서로 포로명단을 교환하여 하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에게 전달할 포로교환증서와 상대에게서 받아야 되는 포로교환증서에 날인한 다음 악수를 교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양과 키르히아이스는 짤막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키르히아이스: 형식이란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군요, 양 제독님.

양 웬리: 동감입니다.

나중에 이를 전해들은 율리안 민츠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내용이라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양은 이 포로교환행사의 숨겨진 저의를 파악하고 이를 함축한 표현이라 평가했다. 더불어 율리안도 이 때 키르히아이스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정확히는 키르히아이스가 식장에서 가장 나이 어린 율리안의 존재를 발견한 덕분이었다.

키르히아이스: 당신은 몇 살입니까?

율리안 민츠: 올해 열다섯 살이 됩니다. 키르히아이스 각하.
키르히아이스: 그렇군요. 제가 유년학교를 나와 처음으로 출전한 것도 열다섯 살 때였지요.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드릴 처지는 아닙니다만, 건강하십시오.

그 직후 율리안은 잠시동안 정신줄을 놓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텐보로가 어깨를 툭 치면서 아무리 감동받았어도 제국으로 넘어가진 말라고 농담을 했다. 어쨌든 키르히아이스가 바쁘다는 이유로 식후 파티 역시 서로 축배를 드는 것으로만 마무리되었고 이후 제국군 포로들을 수용하여 제국으로 돌아갔다.

6 뒷 이야기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키르히아이스는 동맹국 인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여군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고 하며 프레데리카도 호남이라 평가했다. 다만 포플랭은 라인하르트(보다는 자신)에게 못미친다는 평을 내렸다. 쇤코프 역시 비슷한 말은 했지만 10년후면 자신의 라이벌이 될 만큼 총명한 인물이라 평했다.

한편 이제르론으로 돌아온 동맹군 포로들은 해방된 기쁨으로 스스로 리미터를 풀어버리고(...)돌아가는 제국 포로들은 요새를 수리해주겠다고 하는데 아군이란 새끼들이[8] 온갖 깽판을 쳐서 이제르론 지휘부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숫자가 한둘도 아니고 약 200만에 달하니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갖은 행패, 사고, 반달리즘을 저질러 이를 막으려던 헌병대도 GG. 현병대의 곡소리에 쇤코프가 로젠리터를 출동시켜 난동부리는 포로들을 친히 족치고 수용시설에 처넣어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후 색스 소장이 귀환포로들과 행사에 참여한 정치인 및 양 웬리 일행을 하이네센으로 인솔하는 도중에 문제의 돌튼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여담으로 이 포로교환 도중 율리안 민츠는 과거 엘 파실 탈출작전당시 양 웬리의 상관이자 아서 린치 소장를 따라 도망갔다가 붙잡혀 십여년이 지나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파커스트 대위를 만나기도 했다. 처음 봤을때는 중위로써 부하였던 양 웬리가 포로생활하고 돌아오니 대장이 되어있었다는(...) 씁쓸한 평을 내리자 양 웬리 빠돌이 민츠가 불쾌해져 듣고 열받으면 때려보시던지 심정으로 독설을 내뱉자 십여년간 지옥같았던 교정구 생활에 지친 파커스트 대위가 담담하게 자신도 도망쳐서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했다고 허허 웃자 하자 독설을 내뱉은 민츠가 되려 미안해져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민츠는 문득 린치 소장이 떠올라 파커스트에게 소식을 물어봤는데, 동맹포로들에서도 린치는 개자식 취급(...)을 받았다고 하며 파커스트 자신도 소식은 모르지만 린치가 동맹으로 돌아올 낯짝이 있겠냐고 빈정거렸다. 그런데 아서 린치는...[9]

린치가 이제르론을 통해 돌아왔으면 아마 제국에서 이제르론으로 가는 길에서 맞아죽지 않았을까

기적적으로 동맹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일단 군법회의부터 받고 시작한다[10]
  1. 라인하르트측과 문벌대귀족측의 불화가 대놓고 밖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2. 대체로 조국에 돌아가봤자 빚과 괴로운 생활만 있기 때문에 싫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고, 동맹의 여자와 결혼하여 정착하기로 약속했다는 사람도 소수 있었다. 일부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대략 형사범죄에 연루되어 귀국시 형무소로 끌려갈 신세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3. 포로교환은 양측이 데리고 있던 포로 전원을 송환시키는게 아니라 포로중 일부를 골라내는 것이다. 당연히 송환을 거부하는 포로는 각 수용소측에서 알아서 솎아서 보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4. 싫으면 민간인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뜻이며 코믹스판에서는 민간인으로 돌아갔을경우 진급을 시켜서 연금을 지급한다고 말한다.
  5. 애니판에서는 박수를 친다. 참고로 코믹스판에선 라인하르트가 직접 통신화면으로 나와 이 이야기를 한다. 제국군 포로들은 어린 라인하르트가 화면에 나타나자 처음에는 자신들을 버린 귀족과 마찬가지라고 열받아했으나 위와 같은 당당한 연설을 듣자 즉각 분위기가 반전, 모두 환호하면서 로엔그람 원수만세를 외쳤다. 카젤느는 트뤼니히트 정권은 200만표를 얻는 대신 적의 장병 200만명을 보강하게 되는셈이라고 말한다.
  6. 지금이야 동맹측이 점령했다지만 자신들이 만들고 지금까지 관리해와서 애정이 붙었기 때문.
  7. 출처: https://bbs.stardestroyer.net/viewtopic.php?t=144861&start=175
  8. 사실 제국군 포로의 우호적 태도는 동맹 정부가 그들을 나름대로 신사적으로 대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반면 제국 교정구에서 생지옥을 겪고 피폐해져서 돌아온 동맹군 포로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인 것도 납득은 가는 일.
  9. 실제로 린치는 이 시기 제국군의 보호를 받으며 페잔을 통해 은밀하게 동맹으로 귀환하였다. 라인하르트의 연설은 화려한 쇼를 연출해 사람들의 이목을 이제르론에 집중시킨다는 의도도 있었다.
  10. 십여년을 포로로 살았든 뭐든 민간인을 적군의 수중에 내버려두고 홀로 탈출하려고 했던 전력때문에 언론의 질타는 기본이고 군부에서도 그냥 둘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