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제식명은 P-15 Termit / 테르밋 (П-15 Термит, 본토발음은 찌르미뜨) - 러시아어로 흰개미, 또는 테르밋 반응의 그 테르밋을 의미하며, "SS-N-2 스틱스" 는 NATO 코드명.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군이 이스라엘군의 구축함 에일라트호를 이걸로 격침시키면서 해상병기 체계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해군 전술과 병기운용 시스템을 개발할 때면 이를 교훈삼아 대함미사일의 대응책 및 수단을 염두에 둔다.
외관상으로는 소형 비행기의 그것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길이 6미터에 1미터도 안되는 지름만으로 보자면 마치 공원에서 애들 태우고 빙글빙글 돌리는 놀이기구용 비행기와 별 차이가 없다. 어쩌면 설계자가 거기에 힌트를 얻었을지도.
하지만 거의 500kg에 육박하는 탄두 중량은 장난이 아니다. 명중률은 60년대 미사일이라 개판이지만, 아직까지 현존하는 대함 미사일 중에서 파괴력 자체는 높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함선 근처에만 떨어져도 무시못할 위력을 가졌다.
개발한지 반세기가 되었지만 묵직한 탄두에 저렴한 비용으로 유효하게 생각하는 국가들이 많다. 메이드 인 차이나 복제품(?)이자 개량형인 실크웜과 함께 제3세계 국가들에 널리 보급되었고, 한미연합군에 비해 해군력이 열세인 북한 또한 해안방어 및 북방한계선 위협수단으로써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우리 군이 서해 5도 해역에서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무기인데,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참수리급 357호정이 피격당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았던 건 월드컵 대회를 치르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거니와, 연평도 맞은편 북측 해안에 배치된 스틱스와 실크웜이 주변의 우리의 구축함급 함정들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함미사일 근접방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초계함이나 소형 고속정으로서는 버거운 상대.
2 실크웜
실크웜(HY-2) 미사일 발사장면. 기수 부근에 중국군 마크가 희미하게 보인다. 실크웜은 지상발사시 유독가스로 인해 운용요원들이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하고 발사한다.
스틱스의 파생형. 제식명은 SY-1/SY-2 상유(Shangyou, 上游)와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Y-1/HY-2/HY-3/HY-4 하이잉(Haiying, 海鷹) 두가지로 나뉜다. 그외에 파생형이나 몇가지 마이너한 버전이 더 있기는 한데 이쯤까지 가면 '스틱스에 기반한 실크웜'이라기보다는 형상도 그렇고 성능도 그렇고 거의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된다. 형상 자체는 HY-3부터 스틱스라는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HY-4까지는 실크웜 직계 족보로 쳐주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론 중국이 스틱스를 모방, 개량한 것으로, 스틱스와는 달리 공대함 버전이 개발되어 폭격기나 전폭기에 장착할 수 있으며, 사정거리는 버전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80~500km(!)까지 연장되었다. 참고로 원판인 스틱스는 20 ~ 80km 수준이다. 현존 실크웜 중 최대 사정거리인 300~500km짜리는 가장 최신버전인 HY-4로, 순항 미사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다만 대형화 때문에 HY-2, HY-3, HY-4는 함선에서 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때문에 함대함 미사일로서의 실크웜은 HY-1이 마지막이다.
다만 함선에 실을 수 있는 것은 SY-1, SY-2, HY-1뿐이기 때문에 함대함 미사일로서의 사정거리는 150km(SY-1)가 최대이다. 전자전 대항능력은 사정거리 85km의 HY-1에 와서야 생겼기 때문에 전자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사정거리는 85km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SY-1이나 SY-2라 하더라도 수십발 날리는 상황에까지 가면 전자전이 통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못써먹을 물건은 결코 아니다. 속도는 원판에서 약간 떨어진 마하 0.8과 원판 수준인 마하 0.9 사이를 웃돌며, 사정거리가 긴 버전은 마하 0.8수준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버전은 원판 그대로의 속도인 마하 0.9를 낸다.
중국제 실크웜 후기형(HY-1부터)은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전파간섭에 이집트군, 시리아군의 스틱스가 ECM에 무용지물이 된 것을 교훈삼아 레이더 유도 대신 레이저-적외선 유도로 바꾸었다. 이 개발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MIT교수를 하다가 중국 간첩으로 몰려 중국으로 추방된 첸쉐썬 박사.
연평도에서 북한의 도발 때 일부 언론이 스틱스는 명중율이 낮은데 왜 대형함이 출동하지 않았냐고 해군을 나무랐지만, 북한이 보유한 개량형 실크웜은 그보다 훨씬 명중률이 높으니 만만히 볼 수 없는 셈. 아니 중국산이 더 성능이 좋다?! 중동권에 수출된 건 이란-이라크 전쟁에 사용되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북한이 가끔 발사실험을 하면서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정거리만으로는 인천항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정확성까지는 장담 못한다. 하긴 어디로 날아올지 알 수 없는 게 심리적으로는 더 불안한 법(...).
그러나 단점도 존재하는데,
첫째, 500톤 이하의 함정에 대해서 제대로 명중하지 않는다. 명중오차가 너무 커서 그 정도 작은 목표는 정확히 맞추기 매우 힘들다. 맞으면 재수 나빴다고 보면 된다. 다만 500kg에 이르는 무식한 탄두 때문에 근처에만 떨어지면 설령 빚맞았다 하더라도 파도병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거꾸로 말하면 대형함 공격에는 별다른 하자가 없다는 뜻이므로 대형함 위주인 중~강대국 해군 상대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단점이다. 사실 실크웜이 아니라 그보다 탄두가 훨씬 작은 미국제 하푼도 고속으로 움직이는 소형 함정에 대한 명중률은 그닥 높지 않다. 실제로 80년대 말 프레잉 맨티스 작전에서 미 해군은 이란 해군 800톤급 코르벳을 목표로 발사된 하푼이 작고 낮은 실루엣 탓에 표적 탐지에 실패, 명중시키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현대 해전이 미사일이 주력이 되었음에도 전투함들이 부득부득 함포를 달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1]
둘째, ECM과 교란장치에 취약하다. 1973년 라타키아 해전 때 이스라엘의 군함들이 ECM과 채프를 사용하면서 지그재그식의 회피기동을 하자 시리아 해군이 발사한 모든 스틱스 대함미사일이 목표를 잃어버리고 엉뚱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실크웜은 이런 전훈을 교훈삼아 적외선 유도장치를 도입했으므로 실크웜에겐 교란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셋째, 비행고도를 제어하는 데 아네로이드식 기압계-고도계를 사용하므로 고도 제어의 정밀도가 낮고 따라서 비행고도가 높다(고도 제어의 정밀도가 낮은데도 무리하게 저공비행하면 추락하게 십상이다). 비행고도는 약 200미터 정도이며, 이정도 고도에서 아음속으로 접근한다면 방공망에 대한 노출시간이 길어져서 생존성이 떨어진다.
후기형인 D형과 중국에서 개조한 실크웜의 경우에는 좀 더 발전된 전파고도계로 교체하여 비행고도를 20미터(이 정도면 일반적인 시스키밍 미사일보다 약간 높은 수준)까지 낮추었으므로 생존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음속 미사일이며 별다른 회피기동을 수행하지도 않는다. ECM과 채프로 교란하는 것은 물론 CIWS로도 최대사거리에서 확실히 요격된다. 회피기동보다 속도는 느리고 크기가 큰 것 또한 문제. 30mm를 쓰는 골키퍼에겐 위협도 되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실크웜이라 실전에선 고작 한두발만 쏴주고 끝나지 않는다는게 대함미사일을 응용한 물량공세가 위협적인 이유다. 이런 물건이라도 한척당 몇발이상 배정되서 날아온다면 왠만한 이지스함 아니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니, 스틱스/실크웜이 갖는 물량공세적 이점은 여전히 매우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실크웜은 아예 적 상륙세력 거부용도로 쓰라고 지상발사형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이런 물건들의 사정거리는 200km씩이나 되는데다 지상발사이기 때문에 간단한 발사대 수십개만 설치해두면 마음껏 쏴제낄 수 있다는 점이 개함방공조차도 불가능한 상륙세력에게 대단히 위협적이다. 북한도 이럴 목적으로 실크웜 자체개량형인 KN-01 대함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니 국군 또한 유의해야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