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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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 라틴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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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シグルイ. 난조 노리오의 원작소설 「스루가성 어전시합」을 바탕으로 한 야마구치 타카유키의 만화. 전 15권.

에도 막부를 배경으로 맹인 무사와 외팔이 무사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리고 있다. 유머라곤 0.1%도 없는 극단적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

봉건사회의 완성형은, 소수의 사디스트와 다수의 마조히스트로 구성된 것이다는 작가의 해설처럼, 기존 작품에서 잔뜩 미화하고 왜곡한 사무라이가 아닌, 오욕칠정에 휘둘리는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록 과장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실성하고 흥분하며 오줌을 싸는 인간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는 꽤 차별화된 편.

게다가 원작이고 만화고 작가가 작가인지라 잔인한 장면이 꽤 많다. 원작자 난조 노리오의 표현을 빌면 '인간의 감정이 극한으로 달릴 때 잔혹은 태어난다'이다. 그림작가인 야마구치 타카유키가 데뷔작부터 보여준 잔혹한 묘사 또한 여기 못지 않으며, 특히 시구루이에서는 빛을 발한다. 베이면 그냥 죽는 베가본드를 비롯한 여타 다른 만화들의 깔끔한 표현들과는 달리, 오히려 베르세르크에 가까운 묘사를 보여준다. 등장하는 인물이 칼에 베인다고 하더라도, 결코 작가는 거기서 화면을 돌리지 않는다. 집요할 정도로 내장과 뼈가 잘리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시구루이의 그로테스크다. 그리고 거부감이 들 정도로 여성과 남성 가리지 않는 나체를 집요하게 그려내는 등 에로에 관한 요소 역시 숨김 없이 보여주고 있다. 당장 원제인 シグルイ를 구글에서 치면 나오는 컬러 일러스트레이션의 피와 나체 그리고 내장은 시구루이의 분위기를 가감없이 드러내준다.

반면 연출은 상당히 절제된 점이 느껴진다. 칼싸움의 장면도 동적인 연출보다는 장면장면을 적절하게 끊는 정적인 장면이 많지만, 전지적 시점의 나레이션과 함께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인물들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묘사해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점이 훌륭하다. 이쿠와 관련된 노래 등이 등장하는 대목은 시적으로 느껴질 정도. 요컨데 감정을 있는데로 해방시킨듯한 잔혹하면서 에로틱한 그림들과 절제된 연출이 대비되며 시구루이를 명작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문화사에서 한국어판을 발행했으며, 당연한 소리지만, 19금 딱지가 붙어있다. 그런데 초반 몇권은 15세였다.

정신나간 괴작이였던 전략인간병기 카쿠고의 그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미, 작화, 연출, 몰입감, 긴장감 등이 일취월장한 작품이다. 폭력과 에로 묘사에 거부감만 없다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명작이다.

2 내용

원작인 <스루가성 어전시합>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도쿠가와 타다나가(쇼군의 친동생)를 잠시나마 즐겁게 만들고자 천하의 명검객이 모여 죽고 죽이는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이야기이다.[1] 결국 어전시합은 22명이 출전해 1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고 끝났는데, 시구루이는 그중 한 시합, 첫번째 에피소드인 『무명역류』에 초점을 맞춰 그리고 있다. 물론 전개되지만 다른 시합도 조금씩 다루고 있다.

인기작[2]이고 작가도 의욕을 보여서 차후 어전시합의 다른 에피소드도 만화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미 『두꺼비 검법』,『칼등치기 불살』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가능성은 높긴 하지만…포스가 떨어져서….

원작이 단편 연작이기 때문에 무명역류 역시 소설 분량은 30여 페이지에 불과한데 만화에선 살을 붙여서 재창조했다. 사실상 오리지널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한 예로 원작에서 코간류의 나가레보시는 그냥 뭔가 대단한 검기정도로 표현된다.

3 애니메이션

매드하우스에서 총 12화짜리로 TVA를 만든 적이 있다. 테크노라이즈 감독이 맡아서인지, 느릿느릿한 템포에 잔혹함과 영상미를 섞어넣는게 특징. 만화나 원작소설에서 보이는 모든 설명과 묘사를 오로지 소리와 영상으로만 풀어내었다. 극도로 절제된 표현법으로 인해 컷과 컷 사이의 템포가 일반적인 만화보다 긴 편임에도 불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못 느끼게 한다. 일본에서는 곤충이나 계절과 같은 자연물을 상징화시켜 시적 효과를 노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이런 류의 잔혹, 폭력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에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4 트리비아

본래에는 원전인 '스루가성 어전시합 무명역류 편'의 분량에 맞춰 전후편 2회 구성의 단편으로 그릴 생각이었다. 제1회가 사실은 그 전편 부분에 해당. 그러나 원안을 편집자에게 보여줬더니 재미있다면서 이대로 끝내지 말고 좀더 끌고 가보길 종용,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것.

제목은 에도시대(1718년 경)에 편찬된 무사도(武士道)에 관한 기록책 '하가쿠레(葉隠)'에 실린 한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武士道は死狂ひなり。一人の殺害を数十人して仕かぬるもの。」 해석하자면 "무사도란 죽음에 미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죽임에 있어 수십명이 당해내지 못할 때도 있다"는 구절로, 위의 강조처리한 부분의 독음이 '시구루이'가 된다.

작가가 미야모토 무사시 등 유명 검호의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은 별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허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가본드가 있기에 시구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작 사용 허가를 얻고자 원작자 난죠 노리오를 방문했을 당시 저자 야마구치 타카유키는 '생각해보니 이건 손자 뻘 되는 새파란 젊은이가 제목도 바꾸고 내용도 바꿀 건데 그래도 사용 허가는 내어달라고 조르는 게 아닌가, 이런 부탁을 대체 어찌 하면 좋을지...' 라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막상 대면하자 난죠 선생은 묵묵히 그림(의 밀도 등)을 훑어보고 '이거 큰일이겠군'이라 읊조리는 것 정도 외에 별 말 없이 허락.

사실 작가인 야마구치 타카유키는 시구루이 이전까지는 그렇게 대단한 작가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작가였지만, 시구루이 이후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평이 많다. 그로테스크와 에로에 대해서 페티쉬적 집착이란 평까지 있었을 정도였지만 뭔가 어설픈 작품의 세계와 스토리와 겉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비정한 사극인 시구루이와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던 것으로 보인다.

원전에서는 짤막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인 '나가레호시'나 무묘우사카나가레' 등 각종 '비검'의 개성이 넘치는 독자적 재해석에는 과거에 어느 정도 검도를 배웠으나 소위 '높은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작가의 입장이 투영되어 있다. "인정받지 못하는 무명의 검술이, 결여되어 있는 부분을 보충하려는 시도 속에서 비검을 탄생시키고 결국 정통 검술을 압도하기에 이른다. 멋지지 않은가." 이런 느낌으로 구상했다는 모양.

'모든 것은 잃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제정신으로는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작가 본인의 마음가짐이기도 해서, 한 작품을 집필하는 데에 자기 안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에 아무 것도 남지 않지만 그로 인한 망실감이 바로 다음 작품을 새로 시작하는 밑거름이 된다 한다.

흥미롭게도 과거에도 히라타 히로시에 의해 스루가성 어전 시합이 만화화 된 적이 있는데, 이때는 반대로 『무명역류』만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그 작가가 싫어하는 에피소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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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말

원작의 결말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전시합에서 후지키 겐노스케가 이라코 세이겐을 베어버리고 이와모토 미에는 자결한다는 충격적인 결말이다. 시구루이의 전개가 원작과는 조금 달라지면서 독자들은 "혹시나 해피엔딩이 아닐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는...

다만 원작의 경우 미에의 자결 이유가 세이겐을 향한 애증 때문인 반면, 시구루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과거 꼭두각시들에 의해 상처입은 미에의 마음은 세이겐과 관련된 사건으로 한번 깨졌다가 겨우 아물기 시작했던 것인데, 미에의 '마음의 그릇'이 세이겐의 목을 베라는 명령에 반발하면서도 결국 복종하는 겐노스케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것이다. 겐노스케 역시 막부라는 시스템을 거스를 수 없는 꼭두각시였던 것.

이는 겐노스케와 미에의 성장 배경 차이에 의한 것이 크다. 물론 두사람이 처한 현실이 고작 칼싸움 장하는 정도로 소신것 뻣대 볼 만큼 녹록한 것은 아니었으나[3]'무사'에게 죽을 목숨을 구원받고 인간다운 삶을 얻어 '무사도' 자체를 지키기 위해[4] 노력한 겐노스케와 '무사'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인생마저 산산조각나 망가져가던 미에를, 함께 겪게 된 상황이라고 해도 같은 선상에 놓고 볼수는 없는 것이다.

6 등장인물

6.1 코간류(虎眼流)

6.2 무명역류

6.3 후나키류

6.4 도쿠가와 타다나가 휘하

6.5 쓰루하타 검교 휘하

6.6 그 외

7 시구루이/용어

  1. 만화책판과 애니판에서는 영주 자신이 피를 보는 것에 미친 것으로, 그리고 어전 시합 자체도 영주가 직접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2. 7권까지의 누계가 100만부를 넘어섰다.권당 약 13만부 정도 팔린건데.이 작품이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남발하는 청년만화인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잘팔린 것이다.보통 소년만화도 10만부 정도가 인기작을 구분짓는 기준이다.
  3. 일례로 세이겐 시체 참수 건을 들자면, 그때 거부했다면 겐노스케나 미에나 사망 확정이었다.
  4.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킬 때도 무사도를 지키는 선에서 일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