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요제프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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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win Josef Von Goldenbaum II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성우는 에모리 히로코.

선제 프리드리히 4세의 아들인 루트비히 황태자의 아들이다.

황태자 부부는 사고로 요절했고 황제의 직계손자이므로 황위계승서열은 맨 위에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명문가가 아니라서 뒷배경이 좋지 않았고,[1]아직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강력한 계승권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4세의 재위기간에는 황태손 칭호를 받지 못했고 그냥 황제의 직계 정도로만 언급되는 수준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프리드리히 4세가 사망한 후 제위계승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선제의 사위인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나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에게 권력을 내줄 생각이 없었던 국무상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는 옥새를 틀어쥐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끌어들여 아직 다섯 살인 에르빈 요제프 2세를 황제로 옹립시켰다. 선제의 직계가 즉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위 계승에 대해서 이견은 없었으나, 그 과정을 문벌대귀족들이 문제삼았고 결국 립슈타트 전역이 발생했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황제로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리히텐라데가 섭정을 맡았으나, 립슈타트 동맹이 몰락한 직후 리히텐라데도 숙청당하면서 제국재상이 된 라인하르트가 섭정 노릇을 했다.

골덴바움 왕조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라인하르트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치졸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 골덴바움 왕조 황제들이 흔히 바라고 행했던 것처럼, 어린 황제의 자아에 대한 어떤 억압도 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있으면 전부 들어주도록 지시했다. 이런 완전방임에 가까운 양육의 결과,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제심과 도덕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1차적인 욕구충족만을 생각하는 소년이 됐다. 통치자로서 완전히 부적합한 인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작중 인물들의 내면 독백을 보면, 이런 인격이 형성되도록 방임주의를 지시한 것 자체가 라인하르트의 노림수이기도 했던 것처럼 그려진다.

제국의 실권을 장악한 라인하르트의 입장에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애물단지였다. 라인하르트가 어린 아이를 상대로 제위를 찬탈한다면 그 역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고, 행여 황제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하르트의 탓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분쟁을 촉발시키려던 페잔에서 문벌대귀족 잔당을 이용해 어린 황제를 납치하는 공작을 펼쳤고, 어찌되건 손해볼 것은 없었던 라인하르트는 페잔의 교섭을 수락하고 납치를 사실상 방관해버리면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동맹으로 망명하여 은하제국 정통정부의 황제가 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가 아닌 유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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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에서 그를 정중히 모셔가는(?) 장면...아무리 봐도 유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니 슈마허가 "이건 유괴잖아!"라고 탄식할만하다.

문벌대귀족들은 그를 막연히 황실의 피를 이은 소년황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듯하나, 란즈베르크 백작과 망명정부의 주요인사들은 개초딩 이상의 패악을 부리는 황제에게 당혹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분노를 드러낼 정도였다. 납치를 실행했던 레오폴트 슈마허는 황제의 전속시녀이자 개인교사에게 대체 어떤 식으로 교육시켰기에 애가 이 모양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게다가 페잔으로 갈 때도 로시난테호의 선원들에게 잔뜩 민폐를 끼치고 선장인 보우멜마저도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황위를 찬탈당한(?) 소년황제란 점 때문에 망명지인 동맹에서도 어느 정도 동정표를 얻긴 했으나, 개초딩이나 다름없는 황제의 모습이 공개될 경우 이 동정표마저 날아갈까봐 두려워 사실상 유폐 생활을 했다.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할 때는 일부러 재워버렸다. 이로 인해 동맹 사람들이 본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모습은, 항상 잠들어 있는 소년황제였다고 한다.

자유행성동맹의 정치가들은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명분으로 삼아 은하제국의 분열을 기도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곧바로 에르빈 요제프를 폐위하고 새로운 황제로 카타리네 켓헨 폰 페크니츠를 즉위시켜, 오히려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동맹령 침공의 명분으로 삼아버린다.

자유행성동맹이 멸망당하고 제국의 일부로 병합된 이후에도 폐위된 어린 황제는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지만 자취를 감춘 란즈베르크 백작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망한지 오래 된 어린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백작이 '폐하가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에 걸려 점차 쇠약해지다 붕어하셨다'라 증언함으로써[2]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려졌으나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진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란즈베르크 백작의 보호를 뿌리치고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고, 제국군은 조사를 통해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정말 도망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며 이로인해 란즈베르크 백작은 반쯤 미쳐버리고 말았다는 진실을 밝혀내었다.[3]

진작에 폐위된 어린 황제의 행방은 신왕조가 들어선 새로운 제국에 있어 '크게 신경쓸' 일도 아니었기에 추가적인 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4]

어른들의 사정으로 정치 싸움에 휘말려 실권도 없는 간판 노릇이나 하다가 결국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게 된, 굉장히 불행하고 불쌍한 아이다.
  1. 그런데 뒷배경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힘만 있으면 누구나 뒷배경이 될수 있다는 뜻도 되기에, 다른 황제 후보와 커넥션이 없으면서 힘과 야심을 갖춘 이들에게는 황제로 딱이였다. 예를 들자면 라인하르트.
  2. 추가로 백작이 작성한 황제가 사망하기까지의 기록이 적힌 일지가 발견되었다.
  3. 란즈베르크 백작은 체포 당시 그야말로 '미쳐있는' 인간의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황제의 사망 기록이 적힌 일지도 스스로 창조해냈던 것이며 발견된 시체도 백작이 어디선가 '얻어온' 것이었다.
  4. 다만 루빈스키나 지구교 쪽에서는 알고 있었던 듯. 또다른 패로 쓸려고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