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벌대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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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閥大貴族

1 개요

소설은하영웅전설》의 국가 은하제국의 문벌귀족 집단. 여기서 문벌(門閥)이란 가문의 권위를 뜻하는 말. 문벌(文閥)이 아니다. 명색이 제국의 최고 귀족집단인 주제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랑은 비슷한 구석이 눈곱만큼도 없으며 더구나 문(文)과는 100만광년은 떨어져 있다. 여하간 매우 병맛나는 세력이다.[1]
본래 은하연방에는 귀족 따위는 없었으나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정권을 탈취하고 종신통령을 거쳐 황제에 앉은 후 자신의 부하들에게 게르만식 성과 작위를 나눠주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집단.

2 특징

처음 문벌을 이루기 시작했을 때에는 실력을 중시하던 루돌프가 뽑은 부하들답게 능력도 좋은 편이었다. 루돌프가 사망하자 때는 이때다 하고 일어난 반란군들을 댤걀 짓밟듯 밟아버렸을 정도이니...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특권 면책특권이나 면세특권 등으로 부를 쌓기 쉬워지고, 책임은 안지고 특권만 누리며 향락과 사치에만 몰두한 결과 몇 세대가 지나자 부모들의 능력은 못 물려받고 이상할 정도로 높은 자존심과 오만함으로만 무장한 무능력집단이 되고 말았다.

원래 은하제국은 절대왕정을 추구하던 국가였지만, 은하영웅전설 본편의 시대에는 무능한 황제들로 인해 국가막장테크가 심해지면서 황권이 약화되고 봉건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카스트로프의 난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문벌대귀족들은 행성 규모의 영지와 막대한 재력을 보유하여 원한다면 중앙정부를 상대로 전쟁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래서 은하제국의 역사상에 궁정음모의 수에 필적할 정도로 지방 반란의 수가 많았다고 하며 라인하르트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에 와서는 아예 연례행사가 되었다고 한다.

은하제국의 이념 때문인지 군대와 전쟁도 좋아하는 집단이다. 혹은 해골 덕후(...)[2] 문벌대귀족치고 장성이 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사병들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부하로 직업군인들을 다수 부리고 있다. 파티와 사교와 문예, 예술활동도 자주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여흥이고, 파티 중에도 대귀족들끼리 모여서 비밀회의를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다. 제국의 흔한 밀덕들. 4만년후에 태어났으면 전쟁의 신의 총애를 듬뿍 받을 기세(...) 그러나 이런 취미와 달리 그들 중 상당수는 군재가 없었고, 거기에 젊은 귀족은 공명성마저 쓸데없이 비대화되어 단합이 잘 되지 않았다. 이 2가지 단점은 이후 그들 자신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게 된다.

3 반란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실전에서의 무훈 등을 바탕으로 해서 점차 실권을 장악해가는 라인하르트 일파를 못마땅하게 여긴 문벌대귀족들이 야합하여 립슈타트 동맹을 결성하고 무력에 의한 권력의 탈취를 기획한다. 제국 최대의 귀족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맹주가 되었고,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이 부맹주가 되었다. 여기에 평소 라인하르트를 고깝게 보던 플레겔 남작이나 낭만주의자 알프레드 폰 란즈베르크 백작도 참가했다.

립슈타트 전역 당시 립슈타트 동맹에 소속된 문벌대귀족들은 '립슈타트 반황제연합군(정의파 제후연합군)'을 자칭했으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직접 지은 은하제국에 의한 공식적인 명칭은 적도군. 참고로 을지서적판에서 '반적군'으로 번역되었고 서울문화사판에서는 그냥 도적떼, 이타카판에서는 '적도군'으로 번역되었는데, 원문의 표기는 '적군(賊軍, 도적군)'이다. 이는 당초 '반란군'으로 부르고 있었던 자유행성동맹과 구별하기 위해 라인하르트가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명칭은 반란군보다 못한 도적떼라는 멸칭의 의미도 포함된지라 이 말을 들은 문벌대귀족들이 게거품을 물게 된다. 다만 '적도군'이니 '반적군'이니 하는 말에서는 멸칭으로서의 뉘앙스를 느끼기가 다소 어려운 편. 공비라는 표현을 생각하면 '비적군'이라는 표현이?

근 3,000명에 달하는 제국의 이름깨나 있다는 귀족들이 뭉친 덕에 자금면에서나 병력에 있어서는 라인하르트 측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그 대부분은 무능한 문벌귀족이었지만, 원숙한 기량과 경험을 갖춘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상급대장이 사령관이 되었으며, 지상전의 달인인 오프레서 상급대장, 라인하르트군의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에 못지않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중장, 이론에 치우치는 면이 있지만 그런대로 일익을 담당할 만한 전술가인 슈타덴 대장까지 합류하여 나름대로 인재가 없지는 않았다. 이런 인재들을 중심으로 해서 지휘계통을 단일화하는데 성공했다면 보다 많은 병력과 자금은 가진 터라 아직 여물지 않은 라인하르트 측과도 꽤 해볼만한 승부였겠으나, 문제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휩쓸리다가 패배하고 만다.

우선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 준장이 내세운 로엔그람에 대한 암살작전은 씹히고, 그 뒤에 안톤 페르너 대령이 제안한 단독으로 로엔그람 세력에 대한 쿠데타도 씹혀버렸다. 두 가지 계획을 실행했다면 후에 벌어질 내전보다는 훨씬 승산이 높았겠지만, 대함대를 이끌고 적을 위풍당당하고 정정당당히 무찔러 황제가 되겠다는 실력도 없으면서 군사적 낭만주의에 빠져있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무시해버린 탓.[3]
자신의 계획이 씹히자 이러다간 미래가 암울해지겠다고 판단한 페르너 대령은 자신을 따르는 소수부하들과 함께 로엔그람의 누이인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을 인질로 잡으려던 작전을 계획했으나, 시스콘인 라인하르트가 이런 일에 대한 대비를 안할리가 없었고 키르히아이스를 통해서 그녀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둔 덕에 간단히 실패해버렸고, 괜히 오딘에 있던 문벌대귀족들 다수가 붙잡히는 참변을 당한다. 이때 붙잡힌 귀족의 숫자만 625명으로 립슈타트 동맹이 결성될 때 서명한 귀족수인 3786명을 생각한다면 단순계산으로도 16.5%라는 전력의 손실을 입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성과도 없고, 부하들 통제도 안 되고...망했어요

그래도 워낙 보유한 사병과 재산이 많은지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집결한 병력만 따져도 10만척 가까이의 함대로, 라인하르트가 장악한 은하제국군 정규군과 맞먹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병력의 지휘권은 문벌대귀족들이 잡고 있었는데 그 귀족들이 무능한 만큼 지휘관의 질이 떨어졌다. 사령관인 메르카츠 제독을 비롯해 파렌하이트 중장, 슈타덴 대장, 오프레서 상급대장처럼 뛰어나거나 대부대를 맡길 기본은 하는 지휘관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들이 귀족들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했다.[4] 자존심이 강한 젊은 귀족들은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여대기 일수라서 합리적인 작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슈타덴 대장도 오만한 젊은 귀족들을 통제하는데 실패하고 항의에 못 이겨 급조한 작전을 시행하였다가 패배하여 본인은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고 렌텐베르크 요새까지 함락되는 큰 원인을 제공하였다.

슈타텐이 내놓은 양동작전에 따라[5] 부맹주였던 리텐하임 후작은 자신을 따르는 귀족들을 이끌고 별동대로 오딘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는데[6][7],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이끄는 변경성계 토벌군을 맞이하여 제대로 싸우기는 커녕 신나게 관광당하고 패전한 직후 진로를 가로막는 아군을 쏘고 달아나는 막장짓을 벌이다가 반감을 품은 부하의 자폭으로 가르미슈 요새에서 죽음을 맞았다. 덕분에 요새와 함께 총병력의 1/3을 상실하는 큰 피해를 보았다.

이렇게 볼 때 문벌대귀족들의 대부분은 실력은 없는 주제에 무소불위의 권력만 휘두르며 살아온 덕분에 '자신이 하고자 하면 다 이뤄진다'라는 환상만을 갖고 살아서 현실적으로 봐선 실현가능성이 없는 작전에 비할데없는 투지를 가지고 들이대는 군사적 환상주의자들만 뭉친 셈이다. 명령체계가 짜여져 있긴 하지만 다들 지멋대로 행했고 참을성도 없이 행하는 군대라고 하기 어려운 집단...

게다가 평소부터 오만하고 잔학한 귀족들이었기 때문에 제국 민중들의 지지도 없었고 병사들의 사기도 낮았다. 결정적으로 얼마 남지도 않은 민심마저 행성 베스타란트 사건으로 전 제국 민중의 지지를 완벽하게 상실했으며[8] 귀족들 상당수까지 질려서 항복을 택하게 된다.

결국 연전연패를 거듭한 끝에 모든 거점을 잃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틀어박혀 최후의 농성전을 벌이게 되었다. 라인하르트군이 이제르론 요새에 버금가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억지로 공략하다가 전력을 소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저 포위를 계속하자, 인생에 좌절을 모르던 문벌대귀족들은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하나둘씩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요새 내부는 절망으로 가득찼고, 그나마도 농성전까지 포기하고 아직도 포기 못한 젊은 귀족들을 필두로 한방을 노리며 나갔지만 라인하르트군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싹쓸이당한다. 요새와 같이 함락되는 와중에 결국 맹주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죽게 되자 항복하게 된다.

4 붕괴

반란이 진압된 후, 이 반란에 참가한 자와 그들에게 연루된 자들은 모두 숙청당하게 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귀족이 여기에 연루되었으며, 귀족들의 특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은하제국의 문벌대귀족 계급은 붕괴하여 소멸하게 된다. 목숨은 건진 자들도 권력과 재산을 빼앗기고 거지같이 몰락했다. 재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를 비롯하여 로엔그람 측에 붙은 일부 귀족들뿐이었고, 라인하르트가 세금 등에서 일부 편의를 봐주긴 했지만 그들도 개혁으로 이제까지 누려왔던 특권은 상실했다. 은하제국의 계급 제도로써 문벌대귀족은 이로서 소멸했다고 볼 수 있다.

여담인데 원작이나 애니에서 항복하거나 포로가 되어 이제 파멸만 남아 멘붕한 귀족들이 앉아있다가 지나가던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에게 비굴하게 미소를 짓는데 이를 본 둘은 구역질을 겨우 참으며 뭐 우리가 승자가 되었다는 거군이란 말을 하고 무시하고 지나쳤다.

5 붕괴 이후

5.1 도피

반란에 참가한 인사 중 일부는 페잔 자치령이나 심지어 그동안 '반란군'이라며 적대시하던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했다. 하지만 이들도 전 재산을 잃고 허겁지겁 몸만 피한 상태라 거기서도 먹고 살 만한 형편이 별로 못 되었다. 란즈베르크 백작처럼 옷에 붙은 보석을 팔아서 그나마 한동안 먹고 살 정도라면 모를까,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같이 '쓸모있는' 귀족들 빼면[9] 다수는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페잔 상인들이 술자리를 하면서 비꼬듯이 문벌대귀족들이 먹고 살 돈이 없어서 재물이니 땅이니 유기증권이니 팔려고 해도 이젠 비싸게 부르지도 못하여 억지로 울며겨자먹기로 헐값에 팔고 있다더군이란 말까지 할 정도였다.

양 웬리 함대에 들어간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처럼 이후에도 이름을 드러낸 자도 있었지만, 이런 사람은 드물었고 대부분은 거지같이 살아가게 된다. 그 중 일부는 자유행성동맹에서 이름뿐인 망명 정부은하제국 정통정부를 꾸리기도 했으나 무능했기 때문에 별 다른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나마 페잔 자치령은 물론이고 자유행성동맹마저도 로엔그람 왕조에 정복당하면서 망명 귀족들의 도피처마저도 박살이 나버린다.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자연스럽게 와해되어 구성원들은 지하로 도피하여 각설이 거지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로엔그람 왕조는 이미 무력한 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는지 딱히 추적하지도 않고 별 달리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방치해두었다.

심지어 어린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데리고 도피한 란즈베르크 백작마저 그다지 심각하게 추적하지는 않았다. 일단 정통성 측면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란즈베르크가 황제의 시신이라고 주장한 어린아이의 미이라를 아무 의심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믿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가의 남성들을 죄다 처형시키고 그나마 10살 밑의 남성들만 살려두도록 명령하던 라인하르트에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그 남성들이 커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자, 라인하르트는 "어디 그럴려면 그래봐라, 그야말로 혈혈단신 맨몸으로 미래에 나와 겨룰 정도가 되면 나로선 환영이다"라는 투로 말했듯이, 어린 황제가 커서 대들려면 대들어보던지 개의치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에르빈 요제프 2세가 하는 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듯하다.

5.2 중립

그밖에도 애니판의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원수카타리네 켓헨 폰 페크니츠의 아버지 같이 중립을 유지한 귀족이 있는데[10], 그들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뮈켄베르거는 귀족 연합군에 참가하라는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의 요청을 거절하고 현역에서 물러나는 장면이 묘사되며, 카타리네 켓헨 폰 페크니츠의 경우 선양을 조건으로 생존하는 동안 거액의 연금을 로엔그람 왕조 측으로부터 보장받았음으로 반란 따위에 참견하지 않았다면 일생을 조용히 살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도에 항복한 귀족들은 과거처럼 마구 쓰지 않으면 평생 먹고 살 만한 재산을 남겨둔 채로 봐준다며 라인하르트가 약속했기에 그나마 이들도 당장 파멸하는 것만은 면했다. 여기에는 라인하르트에게 협력을 맹세한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와 아는 처지였던 귀족 등 극소수의 경우나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귀족들도 포함된다.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도 이들 모두를 잘라내는 건 부담도 크고 자칫 서민들의 반감[11]을 살 우려가 있었기에 굳이 터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률적인 특권은 박탈되었다고 해도 중립을 지키고 생존한 귀족들은 이름에 '폰' 같은걸 붙이거나, 이전처럼 백작, 남작 등의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로엔그람 왕조 은하제국에서도 귀족 제도는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귀족이라는 사회적 개념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신왕조의 개국공신들에게도 특별히 귀족 칭호가 주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특권 계급으로서의 의미는 완전히 철폐된 것은 분명하다.

로엔그람 왕조에서 귀족이라는 이름은 '칭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재산을 잘 관리한다면 금수저를 타고난 것은 분명하고, 고위 귀족이라면 신정부에 대한 '인맥'도 탄탄하게 잡혀 있을 테니 대대손손 먹고 사는 데 별 지장은 없을 듯.

5.3 몰락

이렇게 해서 몰락한 문벌대귀족들은 전재산을 몰수당했고, 어떻게 보전했다고 해도 자산 가치가 그야말로 헐값이 되어서 증권, 땅, 명품같은 걸 그야말로 헐값으로 팔아야 했다. 페잔 상인들이 술자리에서 하던 이야길 보면 천문학적인 재산 값어치를 날렸다고. 이렇게 거지 꼴이 된 그들은 분노와 증오를 쏟아부었지만 기껏해야 저주스러운 말과 글을 남기는 짓이나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테러 같은 행위를 저지르는 수준이지만 그럴 배짱도 작전도 없던 터에 지구교의 테러로 엄격해진 치안 속에 그마저도 불가능했고 그동안 착취당해온 민중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감시당하는 처지로 비참하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나마 능력이 있는 귀족들은 괜찮은 직책을 부여받거나 장사를 하거나 기업을 운용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어디건 존재하지만 동시에 어디건 그 수가 얼마 안 된다.

로엔그람 왕조의 국무상서인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이 그나마 인정을 베풀어 헐값으로 처분당하던 문벌대귀족들의 재산을 어느 정도 제값을 받고 처분하게 도왔지만 낭비에만 익숙해진 그들은 모처럼 찾은 재산조차 낭비하는터라 오래못가 빈털터리가 되었기에 결국 백작이 끼니를 때울 정도나마 도와주지 않았으면 굶어죽었을 처지였다. 하지만 라인하르트 황제는 백작을 막거나 비난하진 않았어도 굶주리는 이들에 대해서는 차갑게 한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귀족 한 명이 죽어 1만 명의 평민이 구원을 받는다면 그것이 에게는 바로 정의다. 굶어죽는다고? 그럼 일해라. 지난 500년 동안 많은 백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손수 일하고 벌어먹어라."[12]

이 말은 그동안 국정을 농단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해서 한량놀음을 한 작자들에 대해, 그들의 원류인 골덴바움 왕조 초대 황제인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힘없는 평민들에게 평소 강조해왔던 적자생존론을 되돌려 준 사례였다.

6 여담

게임에선 쓰레기 같은 능력치가 특징인 집단. 사실 해당 시나리오에서도 숫자상 은하제국의 함대의 절반, 제국내의 3대 주요 요새와 많은 면적을 점유하고, 사실상 정부 소속 영역을 두동강 내놓은데다가 수도성계인 발할라 성계를 바로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놈의 능력치 때문에 다 말아먹는다. 한 자리수 능력치들이 특징이다. 플레이하다보면 요툰하임 성계나 트라바흐 성계 하나둘 점령하는 것으로 끝이다.


평소에는 제국의 상류층으로서의 우월감이 하늘을 찌르지만 궁정음모나 권력투쟁에서 패했다 싶으면 주저 없이 얼마전까지 반란군이라고 부르던 자유행성동맹으로 튀는 경우가 많다. 소설 외전에서는 라인하르트가 이걸 비꼬아서 동맹이 없어지면 망명할데가 없어지니 귀족들이 일부러 열심히 싸우지 않는게 아닐까라고 (물론 속으로)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 제국에서 정치적으로 불리하면 동맹으로 망명하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황손마저도 동맹으로 망명했다가 복귀해서 황제로 즉위한 사례가 있었으니.

전체적으로 보자면, 앙시앵 레짐 시기의 프랑스 귀족 집단을 연상케 하는 면이 많다. 현 북괴 수뇌부 하는짓도 비슷하다

  1.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북괴의 핵심계층이 있다.
  2. 실제로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대신 오딘께 바칠 재물로 처녀를 바치겠다고 하거나, 옛 전통대로 금발 애송이의 해골로 술잔을 만들어 마시겠다는 발언을 했었으며, 휘하 귀족들도 전쟁을 하고 싶어 미쳐있다고 보일 지경이다.
  3. 물론 이런 작전에도 장단점은 존재한다. 이들이 세간의 평가따위는 신경쓸 인간은 아닌만큼 여론이야 무시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하면 나중에 자신의 자식을 다음 황제로 세우는데, 혹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데 있어서 상당히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말은 결과론에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특히 문벌대귀족은 통일된 집단도 아니었다. 단지 대귀족들이 라인하르트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것일 뿐. 저런 식으로 라인하르트가 제거된다면 그 다음부터 벌어질 것은 당연히 대귀족들 간의 또다른 분쟁이 시작될 뿐이기 때문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이 자기 딸을 확실히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떳떳하게 라인하르트를 무찌르는 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군사적으로 무능하면서 유능한 지휘관들조차 제대로 활용할 능력이 안되는지라 군사적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승산이 없었던 것.
  4. 애시당초 슈타덴이 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론을 밀어붙여서가 아니라 그 이론조차도 제대로 안 먹혔기 때문이었다. 은하제국 정규군을 이끄는 입장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5. 메르카츠도 이 작전을 생각하긴 했었지만, 문벌대귀족들의 능력 부족에 더불어 정치적으로 문제가 크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포기한 작전이었다.
  6. 황제를 탈환해서 명분을 쌓고 로엔그람 군의 퇴로를 없애버린다는 취지였다.
  7. 물론 어디까지나 취지만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탐욕 때문에 결별한 거나 다름없다.
  8. 사실 이전까지의 립슈타트 전쟁은 제국 민중들의 눈에 귀족들 간의 내전으로 비춰졌을 테지만 베스타란트 사건 이후로는 평민들을 수호하는 로엔그람 vs 평민들 목숨을 종잇장 취급하는 문벌귀족의 구도가 되어 버렸다.
  9. 여기서 말하는 '쓸모있는'이란 유능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용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10. 은하제국의 귀족들이 다 정신이 빠진 자들은 아니어서, 일부는 문벌대귀족들의 행태에 혐오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11. 실제로 역사상 지배층 내에서 서민들에게 동정적이었던 이들이나 아이들에게까지 잔혹했던 개혁가는 정작 그 서민들에게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왕자의 난 당시의 태종 이방원이 있다.
  12. 라인하르트가 문벌대귀족을 뭉개고 리히텐라데 후작도 제거한 다음 정권을 잡자 가한 개혁을 봐도, 귀족 위주의 금융 및 복지 정책을 대다수 평민 위주로 뜯어고쳤다고 나온 걸로 봐서 은하제국의 일반 평민들은 아마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없이 실직 상태가 장기화되면 그대로 굶어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국 정부도 바보는 아닌지라 세금을 줄여준다든지 일단 굶주리면 식량을 지원한다는 수준을 하지 않았다고 보긴 힘들다. 1권을 봐도 요즘 들어 평민들 반발이 감지된다는 겔라흐 재무상서에게 재상대리인 리히텐라데 후작이 '세금을 일시적으로 줄여주거나 생필품을 무상제공하여 민심을 다독이는 방법을 써오지 않았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봉책이기에 안정적인 사회안전망이 아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