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 납치사건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으로 문벌대귀족 잔당들이 제도 오딘의 황궁에 침입하여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구출이라 쓰고 납치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페잔 자치령의 뒷공작과 은하제국의 암묵적 동조, 똥인지 된장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연대보증 섰다가 패가망신하게 되는 자유행성동맹까지 모두 엮인 그야말로 우주레벨의 정치공작이다.

2 배경

지구교는 오랜 기간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고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자신들의 뿌리를 인류사회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며, 이들의 최종목표는 지구를 중심으로 한 우주정복이었다. 이를 위해 인류사회를 은밀히 조종하기 위한 얼굴마담으로 페잔 자치령을 수립했으며, 인류사회의 양대세력인 제국과 동맹의 포화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도록 하여 경제는 페잔 자치령에, 전쟁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지구교에 예속되도록 만드는 공작[1]을 펼쳐오고 있었다.

하지만 페잔과 지구교의 공작으로 그럭저럭 유지되어 나가고 있던 인류사회 양대세력의 균형이 무너져 내리면서 기존의 계획이 틀어쥐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자유행성동맹은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심한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국력을 대차게 말아먹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반면 은하제국은 혜성같이 등장한 돌발변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립슈타트 전역을 계기로 제국의 권력을 쥐고 있던 문벌대귀족 일파를 싹 쓸어버리고 권력을 차지했으며, 부조리한 사회제도를 개혁하고 천민으로 멸시당하던 평민과 농노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치는 경제개혁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키고 있었다.

이로 인헤 페잔의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함을 깨닫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루빈스키가 세운 새로운 계획은 소생하고 있는 제국에 손을 들어주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동맹의 명줄을 끊어버리고, 이후 제국 중추를 장악하여 지구교와 페잔의 우주정복을 달성하는 안건이었다. 이러한 루빈스키의 계획안을 보고받은 지구교 총대주교는 몇 가지 의문사항과 문제점을 제기하긴 했으나, 루빈스키의 계획이 타당함을 인정하고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루빈스키가 세운 이 계획은 자기 자신을 위한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지구교에 보고하면서 복종하는 척하면서도 뒷방영감에 불과한 지구교 간부들을 비웃고, 훗날 그들을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루빈스키의 꿍꿍이는 지구교의 간부들도 눈치를 채고 있었기에 지구교 내에서도 약간의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루빈스키가 일처리만 잘해주기만 하면 우주를 정복할 수 있고, 다른 마음을 품은 루빈스키는 전임 란데스헤르 바렌코프와 같이 암살로 처리[2]가 가능하므로 묵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정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제국과 동맹의 전쟁에 불을 당길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페잔에서는 우주 전체를 진동시킬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3 준비

루빈스키가 세운 계획은 문벌대귀족 잔당들을 끌어들여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탈출이라 쓰고 사실상 납치하게 만들어 망명 정부를 수립하고, 이 망명 정부를 자유행성동맹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제국에 어그로를 끈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그동안 란데스헤르 보좌관이었던 니콜라스 볼텍을 은하제국 주재 페잔 자치령 고등판무관으로 임명하여 황제 납치 계획의 실무와 이후 제국당국과의 교섭임무를 맡겼다. 그리고 루퍼트 케셀링크를 새로운 보좌관으로 임명하여 페잔 내에서 문벌대귀족 및 자유행성동맹측과의 교섭임무를 맡겼다.

3.1 황제 구출납치하지 않겠는가?

케셀링크는 전임 페잔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찾아갔다. 렘샤이트 백작은 원래 페잔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던 인물이라 그야말로 쫓겨나듯이 도망쳐온 다른 귀족들에 비해서는 물질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다만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망명을 선택하게 된 자신의 처지에 정신적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고 있던지라 케셀링크가 황제를 오딘에서 탈출시키고,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수립하여 대항하자는 제안과 함께 온갖 사탕발림을 하자 크게 기뻐하며 페잔의 계획을 수락했다.

이후 케셀링크는 황제납치를 실행할 실무진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접촉한 인물은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으로 당시 아씨니보이어 계곡에서 부하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었다. 슈마허는 아무 이유없이 찾아왔을리 없는 케셀링크를 경계했고, 조용히 살고 있는 자신을 내버려두라는 식으로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케셀링크가 너네들 농축산물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훼방놓겠다는 투로 협박했고, 같이 망명한 부하들의 삶을 지켜야 했던 슈마허는 결국 굴복하고 케셀링크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슈마허는 케셀링크의 계획이 어처구니없게 여겼지만 라인하르트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는 건이라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이 계획에 합류했다.
두 번째로 포섭된 인물은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이었다. 란즈베르크 백작은 골덴바움 왕조 만만세란 사상을 가진 인물이고, 현실과 이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순진한 성격 탓에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슈마허는 플레겔 남작을 모시던 시절에 몇 번 본 적이 있던 인물이라 조금 껄끄럽게 생각하긴 했으나, 란즈베르크는 슈마허를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립슈타트 전역에서도 함께한 동지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큰 마찰없이 서로 협력할 수 있었다.

3.2 제국과의 밀당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이 종료되고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페잔은 제국과 동맹 양측 모두 적당히 긴장이 풀렸을만한 시점이 되자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실행조인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를 제국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이 둘의 입국사실은 그 즉시 은하제국 헌병사령부에서도 파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벌대귀족 잔당 두 명의 입국에 대한 밀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보를 수집한 헌병사령관 울리히 케슬러는 그 즉시 라인하르트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라인하르트는 두 인물이 위장된 여권으로 입국했을 것이라 추측했으나, 페잔정부에서 발급한 진짜라는 점으로 인해 페잔 자치령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케슬러가 물러간 후에 라인하르트는 비서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그들의 입국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란즈베르크 백작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제국의 요인, 그 중에서도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납치가 가장 유력하다란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암살 또는 납치 가능성이 있는 요인 후보로 라인하르트의 누이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가 잠시 언급됐는데 이 때 라인하르트의 반응매우 인상적(…)이다.

일단 혹시 있을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라인하르트는 힐다를 안네로제에게 보내 주변 경호를 붙일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게 했다. 그 사이 라인하르트는 루빈스키의 대리인 볼텍을 호출했다. 이는 밀고 자체가 페잔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높다는 추측이 있었고, 페잔에서 교섭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볼텍은 라인하르트와의 교섭을 원하고 있었기에 정확한 판단이었고, 라인하르트의 호출을 받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서 자신만만하게 재상부를 방문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라인하르트는 볼텍을 접견하자마자 닥치고 직구 일변도로 너네가 뭘 하려는지 다 알고 있으니깐 원하는게 뭐냐는 이야기를 대놓고 꺼냈다. 이에 페잔의 구상을 최대한 라인하르트에게 유리하게, 제국이 동맹과 대결을 벌여 정복할 수 있는 계기와 그에 대한 협조를 해줄테니 대신 제국의 경제적 이권을 페잔이 독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을 내놨다. 볼텍은 자신이 라인하르트를 상대로 충분히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런건 착각이었다. 라인하르트는 페잔의 제안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페잔 회랑 개방을 요구하여 볼텍에게 카운터를 먹여버렸다. 게다가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동맹에 이 사실을 알려 사이좋게 페잔을 밟아버릴 수 있다는 협박을 하여 볼텍을 아예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재상부에서 나온 볼텍은 라인하르트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불같이 화를 냈다. 이에 보조관이 넌지시 계획중지를 제안했지만 자신의 실책으로 아드리안 루빈스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에 대한 굴욕감, 혜성같이 등장한 경쟁자 루퍼트 케셀링크에게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볼텍은 곧 라인하르트에 협력하여 모든 책임은 루빈스키에게 뒤집어씌우고 대신 자신이 란데스헤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했다. 이에 황제납치 계획에는 변함이 없음을 천명했다.

한편 볼테크가 물러간 이후 라인하르트는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을 불러 추후 대책에 대해서 논의했다. 오베르슈타인은 시큰둥한 태도로 라인하르트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페잔의 납치계획 묵인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페잔이 실행조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두 사람을 확보하여 페잔을 압박하는 외교카드로 사용하는 것, 황제가 납치되고나면 전임 부재상이던 겔라흐를 이 사건의 공모자로 체포하여 숙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황궁경비대장인 모르트 중장을 처벌하는 것에는 이견을 보였다. 라인하르트는 굳이 모르트까지 처벌할 필요는 있겠나란 반응을 보였으나, 모르트의 성격상 라인하르트가 자비를 베풀어도 스스로 자결을 할 것이란 오베르슈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찜찜한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처벌에 동의했다. 오베르슈타인이 상관인 울리히 케슬러에 대해서도 상기시켰지만 라인하르트는 케슬러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여 모든 책임은 경비담당인 모르트 한 사람에게만 국한시키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에르빈 요제프 2세 이후 제위를 물려받을 인물로 위르겐 오퍼 폰 페크니츠 자작의 여식인 카타리네 켓헨으로 결정했다.

4 황제 납치

뒤쪽에서 각종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는 황궁 잠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황궁 노이에 상수시는 황제가 기거하는 굉장히 중요한 장소이지만 의외로 경비는 허술한 편이었다. 이는 굳이 기계에 의존해도 되는 영역까지 모두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보니 발생하는 허점이었다. 게다가 라인하르트가 제국재상이 된 후에는 황궁에서 쓸데없는 공간들은 폐쇄해버렸고, 국무도 대부분 재상부에서 처리하다보니 황궁 자체는 어린 황제가 기거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어져 더 허술해진 면도 있었다.

일단 경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황궁에 잠입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역대 황제들이 반란이나 혁명을 두려워하여 황궁 여기저기에 비밀통로(…)를 파놨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워낙 이놈저놈이 비밀통로를 뚫다보니 완전히 미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제아무리 라인하르트와 그 부하들이라도 모든 것을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고, 설령 발각당하더라도 섣불리 추격은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과거 란즈베르크 백작가에서 이런 비밀탈출로를 하나 뚫은 적이 있었고, 제국박물학협회 지하창고에서 황궁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의 지도와 비밀문을 여닫기 위한 도구들을 란즈베르크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입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잠입과 납치 자체는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는 해도 정직하게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슈마허는 결행시간에 맞춰 급진적 공화주의자들이 비밀무기공장을 운영한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제국 보도기관과 사법기관에 제보하여 제국당국과 제국군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꾸며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납치계획을 추진하면서 사용하는 도구나 장비와 같은 증거들을 인멸할 수 있도록 여러 편의 제공을 요구했다.
란즈베르크는 쓸데없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슈마허는 최악의 수도 고려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수틀리면 페잔 당국이 자신들을 제거하거나 또는 제국에 팔아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이에 어떻게든 페잔이 여기에 깊숙하게 개입하여 발을 빼지 못하도록 다소 무리한 요구도 끼어넣었다. 볼텍은 슈마허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지만 공장 폭파와 같이 부담이 큰 요구들은 단칼에 거절했다.

4.1 황제 납치

슈마허의 요구에 따라 바깥에서 한바당 소통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는 비밀통로를 통해 황궁으로 잠입하고 있었다. 통로의 끝까지 도착한 두 사람은 란즈베르크 백작이 가진 반지를 열쇠삼아 비밀문을 열고 황궁 남원의 지상으로 진입했다. 게다가 경비마저 허술했던 까닭에 근위병의 검문 한 번없이 황제가 기거하는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란즈베르크 백작은 황제를 찾아온 목적에 대해서 설명했으나, 어린 황제는 일절 관심이 없는 반응을 보였다. 백작은 좀 더 알기쉬운 말로 부드럽게 재차 설명했지만 황제는 가지고 있던 인형의 귀를 잡아뜯어 내동댕이치고는 등을 돌려 외면하는 반응을 보였다.

란즈베르크 백작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황제의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고, 슈마허는 빈정거리는 투로 차후 대책에 대해서 질문했다. 결국 황제 스스로 결정하여 황궁을 벗어나는 상황은 영 글러먹었으니 강제로 모시고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란즈베르크 백작은 송구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황제를 사실상 끌고나가려 했고, 이 때문에 어린 황제가 비명을 지르자 놀란 개인교사 겸 시녀가 방에 들어왔다. 자칫 발각될 수 있는 위기였지만 그 시녀는 총구를 들이대자 그대로 졸도하는 바람에 무사히 도주할 수 있었다.
한편 황궁 내의 시녀들은 황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겁에 질려있었고, 라인하르트와 그 부하들에 대한 반감 등으로 인해 경비병들에게 이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상황을 보고받은 모르트 중장이 황제의 거처로 달려와 모여있는 시녀들을 추궁했으나 다들 횡설수설할 뿐 제대로 대답하는 인물이 없었다. 그러다가 졸도한 시녀가 깨어나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뒤늦게 경비병들이 황궁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지만 침입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잔류열량 측정장치를 동원한 끝에 침입자들이 지기스문트 1세 황제 동상 밑에 있는 지하통로를 이용한 것 같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모르트 중장은 미궁과 같은 지하도로 탈출한 이상 이미 상황이 늦었다고 판단했다. 일단 부하들에게 함구령과 함께 조치를 지시했지만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편 보고를 받은 케슬러도 황급히 움직이면서 우주항 폐쇄, 검문검색 강화, 헌병대 수색실시 등의 지시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보고했던 그 문벌대귀족 잔당 두 놈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라인하르트가 감시해제를 명령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벌어졌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고, 더불어 라인하르트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이런 케슬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는 페잔 판무관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한 곳으로 도주를 마친 상태였다.

5 이후의 이야기

케슬러와 모르트는 라인하르트 앞에서 사죄했다. 라인하르트는 케슬러에게 사죄하기 전에 책무를 다하라는 지시를 내린 반면, 모르트에게는 근신과 신변정리를 지시했다.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모르트는 라인하르트 앞에서 물러가 방으로 돌아간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보고받은 라인하르트는 모르트의 명예와 유족에 대한 보호를 지시했다. 그리고 곧 대장계급 이상의 제독들을 모두 소집하여 노이에 상수시에서 7살 사내아이가 납치됐다는 말로 돌려서 황제 납치사실을 전했다. 문벌대귀족의 소행으로 추정되나 케슬러가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 정확한 배후가 밝혀지면 그 즉시 응징할 것을 천명했다. 일단 혼란을 막기 위해 황제는 와병중으로 처리하고, 제독들은 모두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황제를 성공적으로 납치한 란즈베르크 백작과 슈마허는 제국의 감시망을 뚫고 로시난테호를 이용하여 페잔으로 출항했다. 이 보고를 접한 루빈스키는 볼테크의 수완을 칭찬하면서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케셀링크는 볼텍이 라인하르트와의 교섭에서 농락당했고 불리한 사실들은 모조리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루빈스키는 일단 일처리가 잘된 것은 사실이니 실책에 대해서는 잠시 덮어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후 페잔의 도움으로 동맹과 교섭을 마친 렘샤이트 백작은 공식적으로 자유행성동맹에 "은하제국 정통정부"란 이름의 망명 정부 수립을 발표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국의 반역자를 보호하고 있는 동맹은 곧 제국의 적이라는 논리로 전쟁을 선포했고 동시에 에르빈 요제프 2세를 폐위했다. 그 뒤를 이어 8개월 짜리 젖먹이를 제위에 올리니 골덴바움 왕조 은하제국의 마지막 황제 카타리네 켓헨 1세이다.
  1. 대표적으로 제국과 동맹의 대등한 외교관계 수립 및 화평을 추진하던 만프레드 2세의 암살을 꼽을 수 있다.
  2. 실제 루빈스키에게 바렌코프를 언급하며 넌지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