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걸음

02100300012008051549_1.jpg
2008년 4월 19일 일산대진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한겨레21 기자가 취재한 것. 실제로 이것을 당한 학생들은 이런 비인간적 체벌을 멈추게 해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했다.

256e1hk.jpg

파일:Attachment/201203ddong.jpg
2012년 3월경 뉴스에 나온 전북 모대학의 사진.

1 소개

기합의 한 종류.

양손으로 를 잡고 앉은 채로 오리처럼 걸어가는 것이다. 쪼그려뛰기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며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오르막을 오르게 한다거나 하는식의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오리걸음 상태로 "좌로 몇보가" "우로 몇보가"를 무한반복한다던지… 어깨동무하고 하는 버전도 있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끊임없이 넘어지게 된다.

2 위험성

흔히 체육선생이나 수련회 등에서 이 기합을 체력단련 명목으로 주는데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스포츠 생리학의 연구 결과 오리걸음은 체력단련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오히려 무릎체중이 잔뜩 실리는 부자연스러운 자세 때문에 관절이 손상될 위험이 있으며 심한 근육통만 얻게 된다. 즉, 오리걸음은 운동이 아니라 고문이다. 하체 운동은 스쿼트런징이다. 자세가 비슷하다고 오리걸음이나 토끼띔을 하면 안된다. 위의 사고위험행위 틀이 괜히 붙은게 아니다. 심지어 이걸 받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체력단련을 시키려면 차라리 맨몸 스쿼트를 시켜라.

오리걸음 때문에 부상도 당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대호 선수가 있다. 당시 롯데 감독인 백인천이 살을 빼라는 명목으로 지시했는데 결국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이어져서 시즌아웃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덕분에 롯데 팬들은 아주 이를 갈았다고(…).

전/의경들의 경우 시위 진압후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할 때도 오리걸음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3 요령

무의미한 고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의해 오리걸음을 해야 할 때 최대한 편하게(…)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꼽자면, 몸의 무게중심을 최대한 상하로 움직이지 않을수록 좋다. 쉽게 말해 '엉덩이를 들썩거리면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리걸음을 할 때 체중을 실은 쪽 다리에 힘을 주어 상체를 약간 들어올리고, 그 순간 반동을 이용하여 반대쪽 다리를 앞으로 뻗는 방식을 쓴다.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인데, 이런식이라면 다리근육에 금방 고통을 느낄 것이다.

대신, 체중이 실린 쪽 다리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쪽 다리를 최대한 앞으로 뻗은 뒤, 몸의 무게중심을 뻗은 다리쪽으로 부드럽게 옮긴다는 느낌으로 전진하는쪽이 훨씬 편하다. 이때 엉덩이는 지면에 평행하거나, 오히려 살짝 내려갔다 다시 원래 높이로 돌아온다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일단 몸을 위로 띄우는데에 괜한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는데다가, 한 걸음당 전진할 수 있는 거리도 두세배 늘어나게 된다. 허리 뒤쪽으로 힘을 주어 허리를 굽히지 않는 쪽이 그나마 나은 느낌이 들 것이다.

위 두가지는 벌칙이나 운동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보여주기형과 농사 등 어쨌든 쭈그려 앉아서 일을 할때 쓰는 생활밀착형의 차이다. 옛날 무도가나 운동선수 이야기에 나오는 "누구누구는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 힘쓰는 일하는 데 끼어서 같이 하다보니 힘이 좋더라"하는 이야기는 대충 이런 것이다. 매일 하는 일에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힘을 아끼는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임이 계산되어 있지만 어쨌든 일은 일이기 때문에 힘이 들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오래 하다보면 필요한 만큼의 힘이 붙는것. 오리걸음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두번째의 경우로 해야한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주변에서 낑낑대고 있는 동료들과 움직이는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리걸음을 강요하는 쪽의 눈에 띄기 쉽다는 점. 다리에서 다리로 무게중심을 옮길때 몸이 과도하게 비틀리며 돌아가게 되므로 옆에서 보면 확연하게 눈에 띈다. 그래도 눈치 봐 가며 살짝살짝 일어서서 걷다 걸리는거보다는 나을 것이다. 적당히 쓰자(…).

아니. 그보다 이 따위 것 시키지 말라고.
하지만 시킬 작자는 있다는 것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