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군 사병용 우샨카
영화 붉은 10월에서 함장 라미어스 대령 역으로 등장한 숀 코너리가 소련 해군 장교용 우샨카를 쓰고 있는 모습
동물의 모피 등으로 만든 방한용 모자의 일종. 귀덮개가 달린 것이 특징으로 평상시에는 앞쪽 챙과 양쪽 귀덮개를 모자 윗부분으로 접어올려 고정하고 있다가, 필요시 내려서 안면과 양쪽 귀를 보호할 수 있어 동상 방지 효과가 뛰어나다. 흔히 군밤장수 모자라고도 부른다.
털모자를 쓴 독일 사냥꾼. 1643년 Joachim von Sandrart 작
귀덮개가 달린 털모자는 이전부터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목민족, 게르만족,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지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서 쓰였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스키타이인들도 사용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물건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가 정립된 것은 20세기 러시아, 소련 시절의 일이다.
겨울전쟁 이전까지 소련군 지상군의 표준 방한장비는 부됸노프카(Будёновка)라 불리는 펠트제 모자였는데, 기본적으로 이것은 피켈하우베의 재질을 천으로 바꾸고, 모자 아래쪽에 귀와 목을 가릴 수 있도록 넓은 천을 덧붙인 형상이었다.
부됸노브카를 쓴 소련 육군(1919년)
그런데 부됸노브카는 방한효과는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고, 겨울전쟁 당시 방한대책에 소홀했던 소련군은 혹한에 의해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말았다. 이후 겨울전쟁의 전훈을 살려 복장과 장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우샨카가 표준장비로 지정되어 현대에 이른다. 아무래도 추위의 끝판왕인 러시아에서 나온 것이다보니, 방한 성능 하나는 수준급. 때문에 한국군을 포함한 전세계의 수많은 군대가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소련군 우샨카는 검정색으로 통일한 해군용을 제외하면 여러 색이 혼재되어 있었으나, 전후 생산 여건이 정비된 이후엔 육공군 등도 청회색으로 통일했다. 장교용과 사병용은 모표를 제외하면 차이점이 없으나, 장군/제독용은 모표도 다를 뿐 아니라 정모와 같은 형태의 자수가 들어간 챙이 달려 있다.
우샨카를 살 때는 기왕이면 자신의 머리치수보다 한 치수 큰 걸 사는 편이 좋은데, 방한성을 위해서 빈틈없이 꼭 맞도록 제작되기 때문에 약간의 압박감이 있을수 있다. 만약에 극한의 오지에 쓰고 갈 것이 아니라면, 평소에 쓰기에는 다소 불편할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