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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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다짐했건만, 가족을 생각하면 다짐이 흔들리니 말이야.

-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와타나베 켄)[1]

1 소개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인 이오지마 전투 당시 이오지마 주둔 일본군 사령관인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중장이 집으로 보낸 편지와 가족의 이야기 등을 묶은 책과, 이를 기반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아버지의 깃발과 함께 만든 영화. 영화가 유명하다 보니 영화를 다시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이오지마 전투에 임했던 일본군의 시선에서 전투 및 그에 관련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특히 당시 일본 군부의 비합리성과 잔혹성, 국민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비정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고 세계적인 일본인 배우 와타나베 켄아라시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을 맡은 본 작품은, 이오지마 섬의 화산재 뒤덮힌 지형을 담은 황토빛 영상미가 무척 아름다우며 훌륭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거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영화 내에 흐르는 배경 음악이 매우 뛰어나다.

2 상세

이 영화의 주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는 이 영화의 형제격인 아버지의 깃발이 이오지마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과 대비되는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낸 이 영화의 전체 내용상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이스트우드 감독의 장기로 꼽히는 인간 개개인에 대한 관찰로, 특히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일본군 병사들이 수류탄으로 자살하는 씬이 압권이다. 이 장면에서 휘하 병사들의 자결을 종용하는 장교는 "제군들,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라고 말한다. 야스쿠니 신사가 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그릇된 군국주의 무사도에 심취한 병사도 있는 한편으로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였으나 전장으로 내몰리게 된 병사들도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조명이 인상적이다.

한편 감독이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지만 실제 사실이 그러했으니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도 일본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곳곳에서 음미하는 것이 가능하다.

화력에서 압도적인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섬 지하에 방어 시설을 구축할 것을 지시하는 쿠리바야시 중장을 보고 해안을 버리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는 참모들을 통해 일본군의 경직성과 낡은 교리[2]를 보여주고, 해군 장교 중 한 명이 "육지에서 온 것들은 대개 저렇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은연 중에 일본의 해군과 육군 간 갈등을 드러낸다. 거기에 육군과 해군간 교류가 없어서 초기엔 뭐가 어디 배치되어 있고 뭘 하는지 제대로 몰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또한 대위가 병사들을 구타하는 장면이나 연습 사격 중에 사격 솜씨가 엉망인 부하에게 체벌을 명목으로 밤새 모든 병사들의 군화를 닦으라는 가혹행위[3]를 지시하는 장면을 통해 고질적인 병영부조리를 보여 준다. 심지어 주인공 병사 중 한 명은 헌병 출신이였는데 일본 본토에서 어느 밤에 짖고 있는 개를 "신성한(?) 군인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쏴 죽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상관의 명령을 불복종해서 신분 강등당해 본토 헌병대에서 이오지마 최전방으로 좌천당했다.[4]

이외에도 태평양에서 한창 밀리면서 제대로 된 지원도 해주지 못 했던 전쟁 말기 일본군의 현실과, 마리아나의 칠면조 사냥에 대한 언급을 통해 2차 대전사를 모르는 관객도 얼추 인지가 가능하다. 덧붙이면 급식 장면에서는 각기병 항목에서도 나왔듯이 병사들이 쌀밥만 먹는 장면도 나오는 등 세세한 고증도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아버지의 깃발에 등장한 장면이 연상되는 부분도 몇 부분 등장한다. 상륙하는 장면이나 기관총을 쏘는 토치카화염방사기를 쏘거나, 일본군이 단체로 자살한 곳을 발견하거나, 포로[5]를 구타하다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6]이 그것이다.

2.1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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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고 (니노미야 카즈나리)
- 일본군의 일개 병사. 징병되기 전에는 아내와 같이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사였다. 빵 굽는 기계가 공출되어 장사를 접고, 이어서 징집 영장을 받으면서 아내와 뱃속의 딸아이를 두고 전쟁터에 보내졌다. 일제의 전쟁과 군국주의 하의 여러 행패를 아주 못마땅해하며, 참호를 파며 불만을 토로했다가 상관에게 두들겨 맞기도 했다. 사격 실력이 형편없고 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작중에서 그다지 활약은 없다. 다른 병사들처럼 줄곧 참호를 파고, 산지 속 동굴을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일을 하면서, 절친 카시와라가 이질로 죽어서 더욱 전쟁을 비관한다. 적군의 상륙을 요강을 치우다가 발견하고 식겁하다가 요강을 떨어트려 주으려 하다가 운좋게 앞에 털어진 포탄이 불발탄이라 살아남고 수리바치 산에 있는 해안 동굴 진지에서 기관총 탄을 나르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해안은 상륙한 미군에게 점령되었고, 도망은 비겁하다며 수류탄 자결을 하는 병사들을 뒤로 하고 소수 인원들과 퇴각하여, 온갖 고난에도 살아남아 끝내 일본군 마지막 발악 일격의 순간까지도 쿠리바야시로부터 서류를 불태우라는 임무를 받아서 최후의 돌격 때 참여하지 않아 살아남는다.
날이 밝자 공격에 실패하여 죽어가고 있는 쿠리바야시를 찾아내고, 그를 묻어준 뒤 주변 지역을 탐색하던 미 해병들에게 발견되어 저항하다가 제압된다. 들것에 실려와 미군 의무병들의 사이에서 이오지마의 지고 있는 해를 바라보며, 전체 병력의 1% 남짓한 생존자 중 하나가 되었다.관칠자 시점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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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바야시 타다미치 (栗林 忠道) 중장 (와타나베 켄)
- 이오지마 전투의 총지휘를 맡은 일본군 사령관. 실존 인물로 이 작품 또한 그의 편지에 기반해 만들어진 부분이 많다. 병사 시절 기병대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의 문물을 직접 접하고, 국력의 차이를 실감했었다.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진급을 거듭하여 장성에 오른다. 총 지휘관으로서 이오지마에 들어서지만, 괴멸된 연합 함대와 부족한 보급, 본국이 보내줄 생각이 없는 지원 등의 나쁜 상황을 알아채고는 이오지마 방어전의 새로운 전술을 강구, 그것을 실행한다.
해안에 참호를 파 방어하면 화력과 병력 면에서 밀리기 때문에, 이오지마 깊은 곳에 터널 참호를 길게 만들어 전투를 오래 끌어 미군 피해를 최대화하려는 전술을 짰지만 아직도 기존 일본군 교리대로 생각하고 있던 부하 참모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끝내 산 속 터널 공사를 끝마쳐 진지를 완성한다. 이오지마 전투 내내 상황에 맞는 대비책들을 마련하고 역전의 희망도 잡을 뻔 하지만, 본국에서는 쥐꼬리만한 지원도 보내 주지 않았고 병력들은 막대한 전력 차에 와해되거나 자폭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노력에도 결국 방어선은 밀리고 밀린다. 마지막 방어선에서 남은 병사들을 독려해 최후의 일격에 나서지만 결국 실패하고 폭발에 의해 부상을 입는다. 그를 바닷가까지 끌고 온 부하에게 자신의 목을 쳐 달라고 명령하나 그는 미군 저격으로 쓰러지고, 뒤늦게 찾아온 사이고에게 자신을 묻어 달라고 말하며 미국 유학 시절 선물 받은 M1911 권총으로 자살한다. 참고로 실제 쿠리바야시 타다미치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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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카세 료)
- 어떠한 이유로 원래 있던 부대에서 이오지마로 차출되었다. 일본 육군 헌병사관학교를 나와 헌병이 되었지만, 짖는 개가 군의 존엄을 해치니(...) 쏴서 처리하고 오라는 상관의 명령에 몰래 개를 살려주었다가 발각되어 헌병대에서 퇴출되어 이오지마로 왔다. 척 보기에도 헌병 같은 행동에 출신까지 헌병대 코스니 사이고와 노자키 등의 동료 병사들에게 자신들을 감시하러 온 헌병 취급을 받지만, 사실은 퇴출된 전 헌병이었다. 일제의 군국주의적인 세뇌 교육에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평소 말하는 것에서 그것이 묻어나며 자결하라는 말을 거부하고 산등성이 병력에 합류하려 하는 사이고를 겨누는 등의 행동이 보인다. 그래도 뼈 단위로 세뇌된 것은 아니었는지 터무니없는 말에는 은근슬쩍 따르지 않기도 한다.
절망적으로 밀리는 이오지마의 상황에서 점점 전쟁에 두려움과 회의감을 가지며 사이고에게 이를 털어놓고, 사이고와 설사를 핑계로 미군에게로 가서 항복하기로 한다. 따라 항복하러 자신을 쫓아오던 병사는 상관이 쏜 총에 쓰러지지만, 운 좋게 미군에게로 가서 항복에 성공한다. 하지만 포로의 경비를 맡은 두 병사가 밤새 이들을 감시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 몰래 시미즈를 포함한 두 포로를 쏴 죽이면서 결국 죽고 만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일본군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들이 항복을 거부하는 한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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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키 (마츠자키 유키)
- 사이고의 동료 병사. 징집되기 전에는 옷가게를 했다. 카시와라와 함께 사이고의 든든한 친구 포지션. 그러나 카시와라는 사이고와의 친밀도에 비해 등장이 아주 적어 금방 사망으로 퇴장하는 반면 노자키는 전투 개시까지 꽤 오래 얼굴을 비친다. 토치카와 진지가 파괴되고 수리바치가 점령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퇴각은 비겁하다며 수류탄으로 자결하라는 상관의 말에 굴복하여 망설이다가 결국 이를 꽉 깨물고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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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 다케이치 (西 竹一) 중령 (이하라 츠요시)
- 모토야마 부근 병력의 지휘를 맡은 지휘관. 쿠리바야시와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 자신의 말 '주피터'를 데리고 이오지마의 지휘관으로 파견되었다. 폭격으로 주피터가 죽어 슬퍼한다. 전투가 개시되고 나서 병력을 잘 추슬러 산등성이의 동굴에서 버티다가, 진지 앞을 지나가던 한 해병대원을 손수 쏴 잡아들여 치료해 준다. 그에게 자신의 과거 올림픽에서 승마로 활약했던 이야기를 들려 주며 전쟁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의 안타까움을 곱씹는다.
어느날 화염방사기를 든 해병대원 샘을 구해줬지만 상처가 깊고 치료수단이 전무해서 다음 날 죽고 그가 남긴 편지를 병사들에게 읽어 주는데, 이 편지가 시미즈를 비롯한 병사들의 마음에 많은 변화를 준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전투에서 눈에 큰 부상을 당하고, 자신의 후임 오쿠보에게 병사들의 지휘권을 넘긴 뒤 병사들이 동굴을 떠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실존 인물 니시 중령은 어떻게 전사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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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伊藤) 대위 (나카무라 시도)
- 산등성이 참호에서 병력을 통솔하고 있던 이동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꼴통위관. 사이고와 시미즈가 고난을 헤치고 살아서 퇴각해 오자 비겁하다며 즉시 군도로 둘의 목을 쳐 버리려 했으나, 마침 나타난 쿠리바야시로 인해 그러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군국주의에 심취한 물불 안 가리는 장교로 묘사된다. 기껏 시도한 돌격 공격이 기관총을 비롯한 막강한 화력에 좌절되자, 자신은 명예롭게 미군 전차 밑에 들어가 죽겠다며 홀로 몸에 대전차 지뢰를 매고 어둠을 뚫고 사라진다. 하지만 기폭을 하지 못하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자 명예로운 병사의 죽음 운운하던 태도는 어디 가고 두려움에 빠져 시체들 사이에서 죽은 척하다가, 끝내 미군에 잡혀 포로가 된다. 또다른 1%의 생존자. 과연 위에서 포로로 잡힌 사이고와 만나면 어떤 장면이 나올까?


쿠리바야시 중장외에도, 패퇴에 몰리는 와중에 포로로 잡은 미군 병사에게 모르핀을 놔 주라고 명령하는 니시 중령[8]의 이야기나, 전형적인 비이성적 군국주의 꼴통 장교로 묘사된 사람[9]이 결국 자살폭탄 공격을 하러 갔다가 기폭에 실패하자 두려움에 벌벌 떨며 혼자 숨어버리고 전투가 끝난 후엔 자살도 못 하고 시체 사이에서 죽은 척하다 미군 포로가 되는 이야기등[10]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특유의 허무주의와 쓸쓸함으로 전쟁을 묘사하는 것이 일품이다.

"이딴 섬 그냥 미국한테 줘버리지."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얻어맞은 사이고[11]처럼, 당시 일반 병사들에게 만연했던 어느 쪽이 이기고 지건 그냥 살아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심정도 잘 드러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항복하거나 한 건 아니고 죽을 때까지 싸우다가 포위되고 수류탄 하나 없으면 그제서야 손을 드는 등의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오지마 전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전장에 선 일본군 중에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람은 참전병사의 1%남짓에 불과했다. 이들이 일본의 친지들에게 보내려고 했던 편지 뭉치조차 훗날 발굴 조사 작업을 벌이면서 겨우 세상에 공개되었을 정도.

사령관 쿠리바야시 중장 역의 와타나베 켄은 후두암을 앓다가 회복한 직후 이 배역을 맡은 것인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기에 정말 혼신이 다 들어간 감동적 열연을 보여주었다. 흔히 잘못된 군 장교의 표본쯤으로 널리 알려진 '2차 대전 시점의 일본군 장교 이미지'와 달리 쿠리바야시 중장은 매우 이성적이고 다정다감하여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잘못 되었고 결국 질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국심과 직무 때문에 자신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군인의 모습과, 가족에게 자상한 그림 편지를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2.2 비화

  • 원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오지마 전투를 미군 시점에서 본 소설아버지의 깃발의 영화판 촬영을 맡았는데, 당시 촬영 참고를 위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비롯한 당시 일본군 자료 등을 뒤져보다가 '이거 한 번 반대 시점에서 찍어봐도 되겠는데?'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이에 아버지의 깃발을 찍기 위해 마련한 필름, 물자, 세트, 배우 등등을 활용해서 아버지의 깃발과 동시에 이 영화를 찍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원래 만들 생각이었던 아버지의 깃발보다는 이쪽이 더 작품성이 뛰어났고 그 결과 평단은 이 작품을 더 호평했다.
  • 대한민국에서는 일본군을 미화했단 이유로 상영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유감이지만 일본군을 미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절대 아니다. 실제로는 흥행성이 불투명했다는 이유가 크다. 수입 전쟁 영화는 흥행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영화계 격언이고 실제로 미군 입장에서 찍힌 아버지의 깃발도 한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 했다.
또한 아버지의 깃발 경우는 전쟁 자체보다도 전쟁후 참전용사의 삶의 궤적을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은 일본군 이야기라는 점도 있어서 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일본군이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또 당시 이오지마에는 조선인 징용자들도 많이 끌려왔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점도 좀 까였다.
  • 일본에서는 개봉당시 4주가 넘도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 기타

깡갤에서는 이벤트마다 이 영화의 장면에 이것저것 합성해 넣거나 적절한 대사를 붙이는 일명 깡갤특선영화(...)가 올라오곤 한다. 물론 다른 태평양 전쟁이 배경인 전쟁영화, 또는 그냥 해전 영화라면 가릴 것 없이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패러디된 건 단연 이 영화다.

3.1 두 감독의 논쟁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이 영화와 아버지의 깃발을 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한다.#

링크 기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스파이크 리는 "이오지마 전투에 흑인들이 참전한 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데 이를 전혀 다루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흑인 미군들의 역할을 깔아뭉개 역사에 먹칠을 했다!" 라고 공격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리가 도대체 역사를 제대로 배웠는지 궁금하다. 이오지마의 수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중에는 흑인이 없었다." 라며 "만약 내가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사이에 흑인을 포함시켰더라면 사람들이 날 미쳤다고 여겼을 것이다. 리는 입을 닥쳐라!"고 크게 화를 냈다. 그러자 스파이크 리는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라며 맞받아 쳤다는 것.

그런데 실상은 두 감독 다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즉, 흑인들로만 구성된 상륙부대가 7~900명 정도 이오지마 전투에 참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는 철저하게 흑백 분리 원칙이 지켜지던 때였고 결국 수리바치 산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은 4명의 백인과 1명의 아메리카 원주민 계열의 군인이었다. 아울러 이 영화에는 엄연히 흑인 미군 병사도 등장한다.(초반부 상륙 당시 장면에서 확인 가능) 때문에 이오지마에 참전한 흑인 병사들의 존재를 이스트우드 감독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도 아니고 수리바치에 깃발을 꽂은 병사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자연스레 배제된 것뿐인데 스파이크 리 감독이 앞뒤 생각없이 너무 감정적으로 발언한 해프닝이란 것이 대개의 견해이다.

다만 타임지 등에서는 그래도 흑인 병사들이 참전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고 좀 더 장면 할당을 할 수도 있었건만 너무 지나가는 식으로만 보여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는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3.2 DVD/BD 관련

본 영화는 국내 개봉이 무산된 대신 워너브라더스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DVD를 정식 발매 하였다. 다만 이 DVD는 자막의 퀄리티가 심각하게 낮은데 미국 극장 상영을 위해 제작된 영어 자막을 베이스로 번역 한 이중번역 자막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 발매 된 BD에는 이 작품의 장기인 영상미가 상당히 잘 살아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 발매된 판본에도 한글 자막은 없다. 본 작품은 동굴내에서의 대사나 폭음 등의 잡음이 뒤섞인 상태에서의 대사가 많아 자막이 없으면 시청이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한국 팬은 진퇴양난...

4 책: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가케하시 쿠미코가 지은 동명의 소설불쏘시개. 원제는 쿠리바야시 중장의 사세구 중 하나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슬프게 지다(散るぞ悲しき)>이며 위 제목은 국내 발매된 번역본의 제목.

이 번역본의 제목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이 책은 결코 상기 영화의 원작이나 축약본 같은 것이 아니다.[12] 덴노라는 공허한 존재를 위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일본군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런 죽음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비판하고 있는 영화와는 달리, 이 책은 쿠리바야시 중장의 편지를 베이스로 해서 은연중에 일본군을 미화한다. 즉, 이 책은 명백한 우익 저서다.

같은 맥락에서 이오지마를 공격한 미 해병대에 대한 묘사도 '가난한 남부 출신의 무식하고 잔인한 미 해병대는 자비를 모른다.'[13] 라는 대목이 있는 등 비하조이다. 이에 반해 이오지마 일본군들에 대한 묘사는 '어쩔 수 없이 전장에 끌려나온 피해자'로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 한마디로 대단히 편향적인 시각에서 쓰인 책이다.

실제로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은 「옥쇄총지휘관」의 그림편지(「玉砕総指揮官」の絵手紙)이며, 유명세를 타고 넘어온 가케하시의 책과 달리 정발되지 못했기에 읽어보고 싶다면 원서를 구매해야 한다.

  1.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이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러 왔지만 그 가족이 보고 싶어서 목숨을 바치지 못하는 전쟁의 이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2. 사실 상륙하는 적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노려서 해안에서 적은 막는 것은 옳은 작전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군의 이 작전을 지원해 줄 증원 병력도, 해군도, 항공대의 지원도 받을수 없으며, 병력 수도 압도적으로 밀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인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해안에 배치된 병력을 갈아 엎어 버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동일한 작전을 펼치는 것은 낡은 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이를 본 쿠리바야시는 '군화가 아니라 총을 잘 닦게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
  4. 개 주인인 가족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몰래 뒷마당으로 대려가서 허공에 총 한 방을 쏘고 "조용히 시키라"라고 말하고 나왔지만, 개가 다시 짖어서(...) 상관이 대신 직접 들어가서 개를 죽이고 싸대기를 날린다. 헌병대 시점 상전 曰:" 날 뭘로 보고! 반려견 하나 못 죽이는데 어떻게 빨갱이들을 죽일 수 있겠나!?" 그리고 이오지마로 보내진다.
  5. 아버지의 깃발의 등장 인물 "이기"이다.
  6. 계속해서 구타하다 총검으로 수 차례 찌른다. 소설판에선 이빨을 다 뽑아 버리고 손과 목을 자른 뒤 성기를 입에 넣는 등 아주아주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7. 자살설이다 전사설이다 이래저래 말이 있지만, 전술했듯 알려진 바는 없다. 참고로 영화에 나오는 애마는 실제로는 안 데리고 나왔다고. 단 극중에 병사들이 먹을 물로 말을 씻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존 인물은 전차를 이런식으로 닦았다고 한다
  8. 니시 다케이치(西 竹一). 당시 계급 중령이며 남작의 작위도 수여받은 인물. 1932년 L.A. 올림픽 승마 부문 장애물 비월 종목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실존인물이다. 미일 관계가 우호적이었을 때는 우정의 증표로 특별히 제작된 콜트 M1911A1 권총을 선물받은 적도 있으며, 당시 미군들 사이에서도 매우 유명했다. 이오지마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신은 찾지 못 했으며 정확한 전사일시나 장소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견이 있다.
  9. 이토 해군 대위. 참고로 영화 오리지널 인물로 모티브는 이오지마 전투에서 무모한 옥쇄 금지명령을 어겨 돌격하다가 부하들을 잃은 오오마가리 사토루 중위의 일화를 각색한것이다. 배우는 나카무라 시도
  10. 참고로 이 인물을 포함하여 이 영화에선 통념과 달리 육군보다 해군들이 전반적으로 무능하고 낡은 사고 방식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사실 실제로도 필리핀마닐라 전투와 더불어 일본 육군보다 해군이 더 무능했던 몇 안 되는 전장이 이오지마이기는 했다.
  11. 처자식을 두고 군대로 징집된 젊은이로, 역시 실존 인물은 아니다. 참고로 사이고로 분한 아라시의 멤버인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이미 결혼한 남자 역할인 사이고를 연기하기에 얼굴이 너무 청소년 같아 보여서 괴리를 느끼는 사람도 있으나, 당시엔 조혼이 흔했던 것을 감안하면 넘어갈만 하다.
  12. 다만 책 자체는 영화보다 1년 빨리 출판되었다.
  13. 이걸 무조건 비하로 보긴 어렵다. 당시 일본군은 실제로 미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를 저런식으로 병사들에게 교육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