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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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光乍洩
Chun gwong cha sit (광동어)
CHun guang zha xie (표준중국어)

영어권에서의 제목은 Happy Together.
한국에서도 보통 해피투게더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1 개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주연은 장국영양조위가 맡았고, 촬영은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았다. 1997년 제 50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34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타이틀의 사전적인 뜻은 "구름 사이로 비추이는 봄 햇살"이지만 중화권에서 춘광사설이라고 하면 보통은 판치라를 의미하므로 막 쓰다가는 좀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되므로 주의. 영화 제목은 당연히 전자를 의미한다.

덧붙이자면,
춘광사설은 1995년 홍콩 가수 황요명이 낸 유야유미려(愈夜愈美麗) 앨범 수록곡 중 하나다.
1995년 춘광사설 노래가 나왔고 1997년 춘광사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2002년 홍콩에서 발매된 Cross Over 앨범은 장국영과 황요명이 공동 작업한 앨범으로 장국영이 춘광사설을 남미풍으로 리메이크해서 불렀다.[1]
http://m.blog.naver.com/anthonywong/110037814789

2 줄거리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무서운 아휘(양조위 분)와 제멋대로이며 자유분방한 보영(장국영 분)은 관계 회복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이과수 폭포로 가는 도중 둘은 다투게 되고, 결국 보영은 아휘와 헤어진다.

보영이 떠난 후 홍콩으로 돌아갈 여비도 없어, 허름한 탱고바에서 호객행위를 하게 된 아휘는 어느날 남자들과 어울려 자신이 일하는 탱고바에 놀러온 보영을 본다. 그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보영에게 시종일관 차갑게 대하지만 보영은 용케 아휘의 연락처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아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느날 보영은 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채 아휘의 아파트에 찾아온다. 아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런 보영을 집에 들이고, 간호해 준다. 보영이 아픈 곳이 다 나으면 떠날 것을 알기에 아휘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영의 여권을 숨겨두고 그를 돌본다. 습관처럼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하는 보영에게 아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보영의 끈질긴 애교와 구애에 경계심을 느끼고 역정을 낸다. 어떤 일로 인해 잘 다니던 탱고바를 그만두게 된 아휘는 중국 식당에 취직한다. 거기서 대만 출신의 "장(장첸 분)[2]"을 만나게 되는데...

3 OST

왕가위 감독의 영화답게 세련된 OST로 유명하다. 특히 대부분의 로케이션이 아르헨티나인 점을 잘 살려, 아스토르 피아졸라탱고와 밀롱가를 요소요소에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4 기타

동성 간의 성행위 장면 때문에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 큰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빈번히 일어나는 불우한 애정관계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며[3] 단지 그 주체가 남성 동성애자일 뿐이다. 게다가 성행위 장면이라고는 하나 노골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은 하나도 없으며, 양조위와 장국영의 성관계, 그리고 양조위와 백인 남성의 오럴 섹스를 암시하는 장면만 있다. 2010년대의 기준으로 보면 논란이 일 구석도 없는 영화이나, 20여 년 전의 한국사회의 동성애, 특히 남성 간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수준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원래 계획보다 1년 늦은 1998년에서야 극장에서 개봉하였고, 논란이 된 부분도 삭제되었다.[4] 이 당시 대학가와 문학계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였으며 대학가에서 '공동체 상영'되기도 했다. 이제는 지난 일... 이라고 말하기에는 2010년대에도 한국에서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영화는 전체관람가 등급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왕가위 감독은 촬영할 때 필름을 유독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편집을 하고 남은 필름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한 편 더 만들었는데, 그게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디그리. 약 한 시간 남짓한 영화 안에 배우들의 인터뷰 및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한 여배우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훗날 왕가위 감독은 인터뷰에서 춘광사설에 관한 일화로, 배우들은 시나리오도 못 본 채[5] 촬영을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났는데 자신은 배우들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고 1달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장면도 촬영하지 않으면서 배우들을 호텔방에 대기시켰다고 한다. 드디어 대본을 받은 배우들 중 양조위는 자신이 동성애자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서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장국영이 양조위가 묵고 있던 방으로 찾아가서 "이건 연기일 뿐이고 너는 내 스타일도 아냐. 빨리 촬영을 시작하자"고 재촉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조위는 훗날 인터뷰에서 자신은 동성애자 연기를 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영화 촬영을 기피한 적이 결코 없으며 장국영이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니 빨리 나와서 영화 촬영을 시작하자"라고 말한 적도 없다며 이같은 소문을 부인했다.

영화의 등장 비중은 양조위가 장국영보다 훨씬 많은데 사실 촬영 기간이 당초 예정보다 훨씬 길어지는 바람에 당시 가수 복귀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었던 장국영은 아르헨티나를 더 일찍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등장 분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왕가위 감독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중반부까지는 둘이 비슷하게 등장하다가 후반부에 가면 거의 양조위만 나온다.

장첸이 실질적 얼굴을 알리게 된 영화이다. 이 영화로 얼굴을 비친 이후에도 그는 2046, 에로스, 일대종사 등의 영화로 왕가위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1. 참고로 황요명도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였다.
  2. 1976년생. 적벽대전 영화판에서 손권 역을 맡은 배우이다. 이 영화에 출연하던 당시에는 일개 신인이었지만 이후 와호장룡에 출연하여 대성, 현재는 톱스타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브라운 아이즈의 뮤직비디오와 김기덕의 영화 "숨"에 주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3. 끊임없이 떠났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며 사랑을 구걸했다가 내쳤다 하는 한 쪽, 짜증을 내면서도 받아주고 받아주면서도 불안해하는 한 쪽. 굳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흔한 찌질이커플 관계이다. 다만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둘만의 관계가 되기 쉽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결혼 등으로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성애에 비해 이런 불안한 커플 관계를 그려냈을 때 더 어울리는 면은 있다.
  4. 2007년 재개봉했을 때에는 무삭제판으로 상영되었으며, 현재 인터넷에서 VOD로 제공되는 버전도 무삭제판이다.
  5. 왕가위는 원래 시나리오 없이 촬영하는 일이 빈번하다. 양조위는 왕감독과 오래 일해서 그의 이런 작업 방식에 익숙해질만한데도 짜증이 날때가 더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