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시리 성역 회전

1 배경

은하영웅전설의 전투로 버밀리온 성역 회전의 전초적 성격을 띠는 회전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전선으로 끌어내기 위한 양 웬리의 마지막 어그로이기도 하다.
이타카판에선 타실리 성역 회전으로 번역되었다.

라이갈 성역 회전의 참패는 은하제국군을 크게 동요시킨 사건이었다. 이미 수송선단 습격전으로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가 제국군의 1급 지휘관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헬무트 렌넨캄프가 양 웬리에게 농락당하면서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다. 물론 라인하르트는 양이 자신을 전선으로 끌어내기 위해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제국군은 확실한 작전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채 다음 보급을 기다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이 때 나선 인물이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이었다. 라인하르트와 접견한 바렌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내세우며 자유행성동맹군의 보급기지를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라인하르트는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나 보급물자를 조금이라도 탈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에 바렌의 제안을 수락했고, 명령을 받은 바렌은 탓시리 성역에 위치한 동맹군 보급기지를 향해 출격했다.

2 강태공 양 웬리

바렌은 탓시리 성역 인근에서 웬수와도 같은 양 웬리 함대와 접촉했다. 하지만 양 함대의 포진을 보고 받은 바렌은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양 함대가 수송 컨테이너를 정면에 세우고 전투함들을 후방에 배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부대 배치와 그간 동료들이 당한 패배에 성질이 뻗힌 바렌은 주저없이 양 함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편 양 함대는 급정지 후에 돌진해오는 제국군을 저지하려 했으나 전방에 배치한 컨테이너로 인해 제대로 맞받아칠 수 없었다. 결국 우왕좌왕하던 동맹군은 제국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수송 컨테이너를 내팽개치고는 도주하기 시작했다.

처음 바렌은 도망가는 양 함대의 등짝을 후려쳐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 했으나 곧 생각을 바꿔 동맹군이 내다버린 800개의 수송 컨테이너 확보를 지시했다. 일단 제국군 입장에서 시급한 건 조금이나마 물자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바렌의 임무도 양 함대와의 교전이 아니라 보급기지 공격과 물자 탈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이에 노획한 컨테이너들을 정리하고 철수하려 했는데 그 순간 도망가던 양 함대가 반전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애써 득템한 컨테이너를 잃을 수는 없었기에 바렌은 양 함대와는 달리 컨테이너들을 함대 중심부쪽으로 이동시켜 보호하려 했다. 더불어 포격을 가하면서 양 함대의 공세를 저지했다. 그럼에도 양 웬리는 포기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렌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컨테이너에서 갑자기 빔이 발사됐다. 보고를 받은 바렌은 양이 잔꾀를 부렸음을 깨닫고 아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를 응징하기 위해 동맹군이 숨어있다고 판단되는 컨테이너를 향해 발포를 명령했는데 바렌 함대를 반겨준 것은 엄청난 규모의 폭발과 에너지의 난류였다!

애초에 접촉부터 양 웬리의 낚시였다. 행성 우르바시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양은 바렌의 행동을 포착하고, 이를 요격하기 위한 작전을 수립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무엇보다 접촉 후 일부러 도망가는 척 페이크를 쓰면 제국군이 보급품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란 것을 계산해둔 상태였다. 물론 어줍잖은 연기는 적의 의구심을 불러낼 수 있지만 당시 양 함대의 도주연기는 무라이 참모장이 우주 최고라 극찬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실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동맹군이 반전공세를 시작하면 이 소중한 보급품을 지키고자 함대 중심부로 이동시킬 것이 분명했기에 자동화기를 설치하여 공격한다면 충분히 바렌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다. 이럴 경우 바렌은 틀림없이 잔꾀에 당했다고 판단, 컨테이너에 포격을 가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라 수송 컨테이너에는 액체 헬륨을 만재시켜둔 상태였다.

즉, 바렌은 처음부터 양 웬리가 연출한 무대 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놀아나고 있었고, 결국 스스로 자폭 스위치를 누른 셈이었다.

액체 헬륨을 만재한 컨테이너들이 일으키는 유폭과 에너지의 난류에 휩쓸린 바렌 함대는 1차 피해를 입었고, 간신히 에너지의 난류에서 탈출한 군함들은 기다리고 있던 양 함대의 집중공격을 얻어맞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결국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바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하여 전장을 이탈했다.

3 이후 이야기

라이갈 성역 회전에 이어 부처님 손바닥 보듯 적장의 성향과 심리를 읽어내고 그에 맞게 작전을 세워서 관광태우는 양 웬리의 원숙한 낚시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전투이다. 덕분에 훗날 버밀리온 성역 회전 직전에 있었던 양 함대의 활동은 군사역사상 가장 예술적인 작전이란 평을 들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것을 짐작하고 결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때 본의아니게 자신의 속마음을 혼잣말로 주절주절 늘어놓는 바람에 주변 참모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을 바라봤다. 덕분에 양은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바렌의 참패소식은 제국군을 크게 동요시켰다. 계속되는 양 웬리의 관광에 분노한 라인하르트는 바렌의 패전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됐다!"[1]라 일갈한 다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후 제국군 수뇌부 모두 양 웬리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제국군 두 원수, 미터마이어가 "바렌 같은 뛰어난 용병가가 이런 수에 넘어가다니!" 어이없어하자 로이엔탈은 "아니, 뛰어난 용병가였기에 그런 꼼수에 걸린 거야. 양 그 녀석, 우리 군 장수들에 대하여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거 아닐까?" 라고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이 자리에서 이작 페르난트 폰 투르나이젠은 84개나 되는 동맹국 보급기지를 모두 공격하자, 적의 행동에는 패턴이 있다는 뻘소리를 늘어놓았다가 비텐펠트에게 대놓고 네놈 바보냐!? 그런 패턴을 대체 언제 파악할려고?란 쓴소리만 들었다.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는 가만히 있으면 당할테니 차라리 보급기지를 하나 집중하여 공격하여 가루로 만들어둬서 돌아갈 곳이 없게 하자고 건의했지만 로이엔탈은 그러자면 병력 수가 나눠질테고 양의 각개격파 제물이 될뿐이라며 거부했다. 볼프강 미터마이어는 "고작 1개 함대로 우리를 농락한다!", "우리가 마치 립슈타트 동맹문벌대귀족 신세가 된 것 같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는 차라리 동맹수도 하이네센을 공격해서 항복하게 만들자는 의견을 냈으나 다들 그것이 정답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양 웬리가 동맹을 재건하면 다시 원정을 와야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일축했다.

한편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진 라인하르트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 양 웬리의 도발에 응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휘하 제장들을 동맹의 주요 성역을 공격하도록 분산시키고, 스스로 직속부대를 이끌고 양 웬리와 결전을 펼치기로 했다. 바로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다.
  1. OVA판에서는 이제 됐네!(もう良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