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선단 습격전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의 최종결전인 버밀리온 성역 회전의 전초전격인 전투이다.

2 배경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자유행성동맹군 주력을 괴멸시킨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일단 페잔에서 동맹령까지의 보급선을 안정화시키고자 이 지역의 통제권 확립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이에 은하제국군은 간다르바 성계의 행성 우르바시에 강하작전을 펼쳐 점령하고, 전초기지 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은하제국이 건설하기 시작한 전초기지는 단순히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을 지원하는 목적이 아닌 추후 동맹령을 점령하고 제국이 수도를 페잔으로 옮겼을 때, 이곳에 상비군을 주둔시키고 동맹령 방면의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기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제국군은 제국령 본토에서 2천만명의 장병들이 1년간 소비할 식량과 연료, 식물을 기를 수 있는 플랜트, 병기공장 및 자재류, 연료용 액체수소를 우선 수송하려 하였다. 이를 위해 240개의 구형 컨테이너를 동원하고 800척 가량의 순양함구축함 위주의 호송선단을 편성하였다.

한편 라인하르트를 전선에서 끌어내 타도하는 것이 자유행성동맹의 유일한 승리 방법임을 역설한 양 웬리월터 아일랜즈로부터 작전에 대한 재량권과 동맹령 전체를 보급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데 무제한적인 권리를 부여받았다. 라인하르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그로를 끌 필요가 있었는데 이에 따라 양 웬리 함대가 노린 것은 바로 제국령 본토에서 페잔을 경유하여 행성 우르바시로 향하는 제국군의 수송선단이었다.

3 경과

적이 수송선단을 노릴 것이란 것은 누가봐도 뻔한 사실이었다. 이에 라인하르트도 호송선단 구성에 상당히 관심을 보였는데 이 선단을 지휘할 수 있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이는 라인하르트가 원수부를 개설했을 때 합류한 1세대 제독들에 비해 립슈타트 전역 이후에 합류한 2세대 제독들 중에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임무 자체가 워낙 중요했던 까닭에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이 호송선단 지휘를 자원했으나 라인하르트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미터마이어를 투입하는 것 자체는 낭비라 판단했던 까닭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스스로 호송선단 지휘를 자원한 인물이 바로 좀바르트 소장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정말 책임감을 느끼고 나선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임무를 성공하여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공명심에 자원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라인하르트 역시 이를 눈치채고 성심성의껏 임무를 수행할 것을 여러 번 당부하였지만 "만약 보급임무에 실패하면 자결하겠습니다"라 큰소리를 쳤다. 라인하르트는 이러한 반응에 걱정 반 불쾌함 반을 드러내긴 했으나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말과 함께 호송선단의 지휘를 맡겼다.

라인하르트의 우려대로 좀바르트는 이 호송선단을 지휘할 능력도 안되는 인물이었다. 애초에 좀바르트의 머리 속에는 이 임무의 중요함보다는 그저 공명심과 출세만 가득차 있었다. 결국 초기에 반짝 보였던 긴장감을 유지할 인내심도 없었고, 근무에 대한 집중 따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지 오래였다. 결국 수송선단을 노리고 있던 양 웬리 함대에게 그대로 걸려들었다고 결국 망했어요.

수송선단과의 통신이 방해받기 시작하자 상황을 인지한 라인하르트는 즉시 이작 페르난트 폰 투르나이젠을 파견하여 구원을 지시했다. 하지만 투르나이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 웬리 함대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고, 컨테이너는 모조리 파괴되어 귀중한 물자들을 모두 망실한 상태였다. 800척에 달하던 호위선단도 겨우 30여척만이 살아남은 초라한 행색이었다.

보고를 들은 라인하르트는 당연히 격노했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좀바르트의 계급은 박탈, 임무 전에 스스로 호언장담한 것처럼 독물을 마시고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평소라면 미터마이어가 나서서 좀바르트의 구명을 청했겠지만 워낙 중대한 임무를 말아먹은 까닭에 도저히 실드를 쳐줄 수 없는 사건이라 침묵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국군은 잠시나마 보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더불어 라인하르트는 양 웬리 함대가 활개치고 다니는 한 동맹의 정복은 요원하다는 것을 깨닫고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에게 양 함대의 수색 및 추적을 명령하였다. 이후 전투는 라이갈 성역 회전으로 이어진다.

4 평가 및 그 외 이야기

단순히 수송함대 전멸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동맹의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그레드윈 스코트가 지휘한 보급선단이 당했던 걸 그대로 되돌려받은 셈이다. 덤으로 상실한 물자의 수가 너무 많아서 제국 국내에서 다시 물자를 생산하고 집결하는 시간까지 필요하므로 즉시 대규모 보급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제국군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에 참가하는 모든 함대가 자체적으로 보급물자를 다수 보유했으며, 아직 작전이 개시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고, 자신들의 입만 감안하면 되기 때문이다.[1] 그런 의미에서 좀바르트는 제국판 스코트

하지만 이걸 무조건 좀바르트의 실수로만 볼 수는 없다. 엄밀하게 말해서 좀바르트의 실수는 능력이 안되는 임무를 억지 부리면서 떠맡은 것과 근무에 태만해서 대형사고를 쳤다는 것이고, 일단 좀바르트가 저지른 죄는 죽어 마땅하지만, 좀바르트가 인솔한 병력 수준으로는 설령 라인하르트가 그 임무를 맡더라도 임무 완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 17000대 800이면 상대가 브라운슈바이크이나 리텐하임이라도 이길 수가 없다. 물론 호위함대 지휘관이 키르히아이스 급이면 어느정도는 저항이 가능할것이다 전쟁은 숫자만으로 하는게 아니라지만 좀바르트 소장이 지휘하는 800척은 숫자도 숫자지만 함대 구성이 구축함순양함이 중심이라 숫자상의 화력도 그렇게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2선급 전력만으로 호송선단을 구성했다는 것은 설령 작중 양 웬리가 보여준 놀라운 군사적 기량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몰상식한 일이었다.

오히려 양 웬리가 수송선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은 수의 호송선단만 배치하고, 추가적인 견제책이나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전투의 패인은 빼도박도 못하는 라인하르트의 실책에서 온 것이다. 원래 적지에 주둔한 대규모의 군대에게 있어서 보급 문제는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이고, 제국군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산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양 웬리가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국면, 즉 작중에서 라인하르트와 제국군 수뇌부도 알고 있던 것처럼 양 웬리 함대가 수송선단을 노릴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사실상 전혀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페잔에서 우르바시까지는 이렇다할 유인행성도 없고, 동맹군도 대부분의 기지를 포기하고 철수했기 때문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존재가 없긴 했다. 하지만 보급선단의 항행루트였던 페잔에서 우르바시 까지는 아직까지 제국이 완벽히 통제권을 확보한 영역이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샛길이란 것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제국군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해도 공격하는 쪽에서는 얼마든지 허점을 발견하고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저런 막대한 보급물자를 양 웬리가 매의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으니 수송선단이 공격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원래 침공군이 아무리 보급통로를 잘 개척해놓았다고 해도 지리적으로 익숙한 자국 영토 내에서 활동하는 게릴라를 상대로 영역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여기에 더해서 제국군이 치명적인 판단미스를 범했다. 제국군이 동맹군 주력함대를 격파하고, 최중요 목표인 수도 하이네센까지 허허벌판인데다가 상식적으로 수도를 방어하는 게 당연해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설마 양 함대가 수도방어가 아니라, 수송함대를 격파해서 어그로를 끌어 정규함대와 일전을 벌이려는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판단, 즉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수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동맹 유일의 정규함대가 수도방어를 포기하고 보급선단을 공격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 역시 심각한 오산이었다

제국군과 동맹군의 막대한 전력차를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보면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는 상황에서 양 웬리는 이미 게릴라전을 통하여 제국군의 진격을 방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경우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보급선 차단은 가장 효율적으로 제국군의 전투역량을 빼앗는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 즉, 진짜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양 웬리 군이 가장 우선시할 공격목표가 바로 수송함대였던 것이다.

양 웬리 함대로써는 수송선단을 격파했을 때 얻는 득인 제국군의 장기적 전투력 저하 및 보급 두절에 따른 전면적 조기후퇴 가능성 증대는 아주 큰 반면, 여기에 병력을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실은 그리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얼핏 보면 국가의 중추인 수도마저 비우고 수송선단을 털러 가는 건 미친 짓 같지만, 당시 제국군과 동맹군의 전력차를 생각하면 제국군이 수도로 쇄도할 경우 어차피 동맹군으로써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모든 전력을 집중하더라도 제국군의 하이네센 진격을 막을 수 없다면 진격로 차단에 투입하는 전력은 사실상 무의미한 전력이 되니, 차라리 그 전력을 배후로 돌려 제국군의 진격을 방해하기라도 하는 쪽이 더 유익했던 셈이다.

원래 전쟁터에서의 상식을 따진다면 가장 중요한 상식이란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능가하는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상식이며, '군대를 유지하려면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상식이다. 이에 비하면 특정한 작전에 어울리는 지휘관의 격이라거나, 부대의 규모같은 경우는 상식적인 문제를 실천하기 위한 지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서 제국 수송선단을 공격할 만한 함대는 양 함대뿐이고, 양 함대가 오면 정규 함대로 호위한다해도 막을지 못 막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800척으로 호위를 맡겼다는 것은 '나 잡아 드쇼.'라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수송함대를 미끼로 양 함대 요격에 나섰다면, 아깝지라도 않았을 판국이였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호위함대 800척을 붙였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고, 호위함대와 수송함대는 망했어요.

그리고 해당 보급선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히 예상되는 공격에 버틸만한 규모의 호위전력을 투입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자체적으로 수송선단을 방어하기는 커녕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지도 못할 정도의 호위전력만을 투입한다면 결과적으로는 호위전력을 전혀 투입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무의미하게 전력을 낭비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다. 무엇보다도, 최고급 지휘관이나 정규함대를 보급선 보호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격자 역시 수송선 차단에 최고급 지휘관이 지휘하는 정규함대를 투입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는 일인데, 그렇다고 상대가 진짜 보급선 차단에 정규함대급 전력을 투입했을 때 너희는 왜 용병의 상식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따라서 수송선단을 공격한 양 웬리 함대의 규모에 비해 호위함대가 800척 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규함대를 투입했어야 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리고 그 지적은 타당하다. 흔히 전시 해상수송을 놓고 보면 아무리 위험 지역을 통과하고, 적에게 공격당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정규함대를 투입하지는 않는다는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장의 대명사인 일본군이나 하는 헛소리다. 자고로 보급을 중시하지 않은 군대치고 망하지 않은 군대가 없다.

당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보급을 매우 중시했으며, 대서양 호송선단에 영국은 아낌없이 전함을 투입[2]했고, 미국도 신규 건조된 최신예 전함은 물론 수리중이던 정규항공모함도 긴급출격시키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나중에 가서 대세가 결정되고 적군이 바다에서 깔짝거리지도 못할 수준에 이르러서야 호송선단에서 정규함대급 호위함이 줄어들게 되고, 일부는 단독항해가 허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공백은 호위항공모함호위함을 대량으로 찍어내서 메꾸었으며, 심지어 적의 잠수함과 통상파괴용 수상함을 잡기 위해 호송선단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전담함대까지 만들었다. 덕분에 대서양은 물론, 태평양의 대부분도 이들 호위세력에 의해 도배가 될 지경까지 놓이게 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였던 유보트의 전성시절에도 영국은 귀중한 구축함을 적어도 1개 호송선단에 6-7척을 투입했다. 당장 가격만 봐도 유보트 가격보다 구축함 가격이 압도적으로 비싸다. 이에 비해 일본군은 정규함대를 아낀답시고 상대방이 전함이나 순양함을 내보내서 자국의 수송함대를 박살내는 상황에서도 항구에서 놀다가 결국 대세가 기울어지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애초에 호송함대는 적들이 깔짝거리지 못하게 억지력을 발휘하거나, 공격을 받게 되면 수송선단이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는 동안 시간을 끌어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라도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원래 은하영웅전설에서 수백척 단위의 함선은 그냥 우주해적이나 잡을 수준이지, 정규군의 1개 분함대만 공격해도 순식간에 분쇄되므로 호위를 하나마나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최소로 잡는다고 해도 호위함대를 8천척(정규함대의 절반급)을 투입해야 했다. 이럴 경우 동맹군이 수송함대로 직접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최소한의 숫자인 수천척 규모의 별동대를 상대해서 수송선단을 간신히 보호할수 있고 만약 양 웬리가 함대 전부를 데리고 왔어도 원군이 도착할때까지 버텨볼 가능성이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정도 신속하게 치고빠져야 하는 만큼 양 웬리도 휘하함대 전체를 동원하기 보단 기동력이 뛰어난 수천척 규모의 기동대(그래도 호위부대의 몇배)를 편성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서 성립한 것이므로 따지고보면 제국군에게만 매우 좋게 일이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성립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실제 양 웬리의 실력을 감안하고, 양 웬리가 휘하 전력을 몽땅 투입할 것을 감안하며, 동맹군은 물자파괴만 해도 성공이지만 제국군은 물자도 보호하면서 동시에 적을 격퇴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놓인다는 것까지 생각할 경우, 안전을 위해서는 제국군의 이 지휘하는 2개 정규함대를 동시에 투입해야 1개 함대가 철저하게 수송선단을 호위하고, 1개 함대는 양 함대를 쫒아내거나 저지할 수 있으므로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하자면, 어처구니 없는 작전에 자원한 좀바르트의 어리석음은 두말할 여지도 없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호위작전을 통과시킨 라인하르트 역시 평소답지 않게 큰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대규모의 군대를 운용하는 상황에서 보급이 끊어진다는 것은 모랄빵을 불러 올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일이고, 이 수송선단을 대체할 복수의 보급망이 갖춰진 것도 아닌 상태였는데도 좀바르트의 무책임한 호언장담에 불쾌함과 걱정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안 되면 말자는 식으로 수송선단의 호위 책임을 맞긴 것은 명장인 라인하르트는 커녕 평범한 지휘관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무책임한 처사였다. 더구나 당시 제국군은 수송선단에 충분한 호위전력을 제공할 여유가 있었고, 실제 볼프강 미티마이어라는 능력이 입증된 자원자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 투입할 병력의 숫자와 중요성은 적의 대응을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망각한 채 사소한 임무 운운하면서 최악의 악수를 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하다.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전쟁관 자체도 '상대가 4만이면 나는 5만'이라는 식으로 적당히 계산해서 병력을 쪼개 내보내는 것을 어리석은 것으로 보고, 일단 싸울 상황이면 가능한 한 최대한의 전력을 동원해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것을 바람직하게 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참고로, 이 수송선단이 격파당함으로써 제국군이 받은 보급 압박도 그리 가볍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의 묘사를 기준으로 볼 때 집기가 없어서 고급장교 회의실이 라인하르트의 화려한 금발 말고는 딱히 장식품이 없을 정도로 삭막해진 것 정도는 별것 아니라 치더라도,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의 대화 내용에서 '수송선단이 괴멸당한 후 일반 병사들은 술 한병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식량 보급 차원에서도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투 후에 모여서 술을 마시던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도 이 술이 마지막이라며 더 있다간 바로 동맹군이 보급 부족으로 점령지 제국군에게 착취하던 꼴사나운 일을 바로 우리가 되풀이할지도 모른다며 씁쓸하게 여겼을 정도이다. 그때 동맹군이 얼마나 추악했는지 말도 못했는데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우리 군이 그런 걸 따라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했으니. 결국, 제국군은 각 함대가 자체적으로 보유중인 보급물자를 소모한 뒤에는 심각한 물자부족에 시달릴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전략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라인하르트는 단기간 내에 양 웬리 함대를 섬멸하기 위한 대포위 전술을 구상하다가[3]000...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서 큰일날 뻔 했다.

우르바시를 점령하고 보급선 확보에 전념하고자 한 제국군의 움직임과 이후 양 웬리에게 휘둘리는 점에서 제국군의 삽질로 볼 수 있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후 논의에서 미터마이어가 거론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곳인 수도마저 비우고 70곳이 넘는 동맹군의 보급기지를 돌아다니며 치고 빠지는 양 웬리가 건재하는 것 자체가 제국군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설령 제국군이 동맹수도를 점령하여 동맹을 멸망시켜도 그후 제국원정군의 주력은 제국 본토로 귀환해야 하는데 이때 양 웬리가 동맹령에 남겨진 제국점령군들을 각개격파하고 동맹(이든 뭐든 민주정부)을 재건한다면 그때마다 제국은 또다시 대원정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처음으로 언급된 시점에서 이미 제국군의 기라성같은 명장들 몇몇이 모두 1:1 대결에서 양 웬리에게 거의 완벽하게 박살이 난 상황(대등한 전력을 가지고도 양 웬리의 계략에 넘어가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이었다. 거기다 후일의 일이지만 버밀리온 회전에서도 양 웬리는 병력면에서 근소하게 우세한 라인하르트 직속함대는 물론 중간에 끼어든 뮐러 함대(급하게 오느라 완전한 전력은 아니었다지만...)까지도 싸잡아 거의 전멸 직전으로 몰아 넣은 괴물이었다. 즉, 제국군 1~2개 함대급으론 답이 없다는 사실. 결국 미터마이어의 예상대로 양 웬리가 동맹정부 따위는 무시하고 동맹령 전역을 돌아다니며 치고빠지기를 반복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면 제국은 양 웬리를 잡기 위해 엄청나게 오랜 시간과 군비를 소모하며 양 웬리의 휘하 군사력을 소모시키고 동맹령 전체가 이러한 양 웬리의 지원에 점차 지치게 만들어야 된다. 이걸 감당할수 있으면 양 웬리를 잡을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제국이 먼저 나가 떨어질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런 엄청난 국력이 소모되는 군사작전을 반복하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양 웬리는 동맹정부의 항복명령에 충실히 따랐지만 제국군 수뇌부의 양 웬리 집착은 개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백제부흥운동을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어도 왕조국가의 중앙군을 격파하고 왕도를 점령, 왕을 사로잡아 멸망시켰지만 일부 지방세력들과 군대는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다. 애당초 당시 양 웬리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했던 제국군 장성들이 양 웬리가 정부의 명령이라면 다 이긴 전투도 포기할 거란 생각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단 수송선단 습격전의 가장 큰 책임은 좀바르트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분명 원작에 좀바르트는 군령장을 썼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 군령장을 쓴다는 것은 수송선단에 대해 온전히 좀바르트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말이며 바꿔 말하면 그 작전에 대해 모든 재량도 좀바르트에게 있다는 말이다. 애시당초 라인하르트는 미터마이어가 수송선단을 호위하는 것은 거절했지만 그 외에는 1개 함대 정도를 호위부대로 붙일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샌가 호위함대가 800척 규모가 되었다는 것은 결국 좀바르트가 호위함대는 800척만을 원한 것이다. 또, 제국 고위 장성들은 다들 대단히 유능한 인물들이지만 2선급 장성들은 특출나게 유능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걱정했다는 점도 큰소리 치고 나선 좀바르트에게 권한을 주게 된 원인이다. 따라서 수송선단 습격전에서 가장 책임이 있는 인물은 라인하르트가 아니라 좀바르트가 맞다.[4]
다만, 위 의견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일단, 어떤 조직에서든 계획과 시행,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최종적으로 계획의 시행을 재가한 결정권자이며, 수송선단 습격전의 경우 라인하르트가 그 결정권자였다. 따라서 수송선단 습격전 패배의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은 라인하르트가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하다못해 좀바르트가 라인하르트의 통제 바깥에서 자기 멋대로 사고를 친 거라면 라인하르트로써도 어쩔 수 없었다고 옹호할 여지라도 있겠으나, 라인하르트 자신이 상황을 직접 관리하면서 좀바르트를 호위 책임자로 임명하고, 그의 계획을 재가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라인하르트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 즉, 800척만으로 수송선단을 호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좀바르트의 무능에 의한 실책이라면, 이런 무모하고 어리석은 계획을 재가한 것은 당연히 라인하르트의 과오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인하르트는 1개 함대를 호위부대로 붙일 생각까지 할 정도로 이 수송작전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은 라인하르트의 책임을 눈꼽만큼이라도 가볍게 해 줄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강건너 불구경꾼도 아니고 작전의 총 책임자로써 수백만의 인명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무능한 부하가 원정군 전체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행태를 벌이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셈이니 그 책임의 엄중함은 이루 말로 다 하기조차 어렵다. 차라리 몰라서 못했다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겠지만, 알면서도 안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것.
이에 대하여 '좀바르트가 군령장을 썼으니 수송선단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좀바르트 자신에게 있다' 라는 논지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전쟁이 무슨 아이들 군대놀이도 아닌데 부하가 다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군령장을 썼으니 그 부하가 제멋대로 하게 놔 둔 상관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란 말인가(...) 만약 수송작전이 실패하여 수백만의 대군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좀바르트가 그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는가? 좀바르트의 목을 치면 거기서 식량과 물자가 솟아나는가? 아니면 수백만의 목숨값을 갚도록 좀바르트의 목을 수백만번 칠 수 있는가? 수백만의 장병을 책임져야 하는 최고 지휘관의 입장에 있던 라인하르트가 사태에 책임질 수도 없는 무능한 자의 호언장담을 (믿을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믿고 수백만 장병의 목숨을 도박판에 내던진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을 '어쨌건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좀바르트 잘못이 제일 크다'고 옹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흔히 동맹판 좀바르트라고 불리는 그레드윈 스코트의 임무 실패에 대해 알렉스 카젤느는 인사 문제에 직접 관여할수도 없는 일개 군인의 신분이면서도 이 보급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직으로 좌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수송선단 습격전 상황에서 라인하르트는 군정과 군령, 심지어 내정까지도 완전히 장악한 제국과 제국군의 유일한 최고권력자의 입장이었던 만큼 일개 군인이었던 카젤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권한과 그에 걸맞는 책임을 가진 입장이었는데도 실패의 모든 책임을 좀바르트에게만 지우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 자기자신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즉, 수송선단 습격전과 그 후 처리는 (설령 라인하르트와 같은 걸출한 독재자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독재정, 또는 전제군주정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1.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동맹군 우주함대들이 물자부족에 시달린 것은 라인하르트의 전략에 의해 점령한 지역의 억단위의 제국 민중들에게 각 함대의 보급물자를 나눠줬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그때까지 제국군은 점령한 동맹령은 인구 10만 남짓의 행성 우르바시 뿐이었다. 그전까진 거의 무인지대였고... 당연히 자체적으로 가져온 보급물자는 아직 여유가 있을수 밖에 없다.
  2. 실제로 수송선들을 공격하기 위해 바다로 나온 독일해군의 전함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가 수송선들을 호위하던 영국 해군의 순양전함이나 전함 때문에 쫓겨나거나 수송선단 공격을 포기해야 했다.
  3. 뭐, 라인하르트 자신이 성격적으로 질질 끌기보다는 단번에 결판을 내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4. 왠지 좀바르트는 절대 수송함대 습격에 많은 병력을 투입하지 않을 거라는 근자감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마치 동맹군의 제국령 침공 사건에서의 스코트 소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