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디난드 + 비디치
1 소개
2000년대 EPL을 넘어 세계의 공격수들을 지워버렸던 센터백 라인
2000년대[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징하는 통곡의 벽 이자 철의포백처럼 역사상 최고의 조합들중 하나
이 아성을 넘는 2000년대 센터백 조합으로는 바르셀로나의 6관왕과 월드컵 우승을 이루어낸 카를레스 푸욜과 헤라르드 피케 조합 정도이다. 같은 리그에서 보자면 04-05시즌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소 실점 기록[2]을 이끈 첼시의 존 테리와 히카르두 카르발류 조합도 있고 넓게 보자면 파비오 칸나바로와 알레산드로 네스타라던지 여럿 이름 날린 조합이 없진 않다. 하지만 긴 시간을 꾸준히 잘해온건 위의 두 조합 정도.
혹시나 싶어 여담을 붙이자면 파올로 말디니-네스타도 꼽는 경우가 있는데 원래 풀백이던 말디니가 내려온거고 굳이 집어 넣을 필요가 없다. 자세한 사항은 말네스카 참조.
2 플레이 스타일
실제로 이 두 사람의 플레이 스타일은 매우 상이하다. 퍼디난드의 경우 긴 다리를 이용한 볼키핑과 패스가 좋아서 맨유의 빌드업을 도맡는다. 또한 지능적인 수비수로서 수비 위치 선정이 좋고 전성기 때는 스피드까지 빨라 공간 침투를 이용하는 공격수들에게 최대의 적이었다. 그러나 간혹 정신줄을 놓아서 그런지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디치는 이와 반대로 벽디치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의 강력한 피지컬과 뛰어난 공중볼 싸움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압박했다. 특히 그 특유의 투지와 위압감은 그야말로 공포. 그 결과 디디에 드록바와 같은 피지컬을 이용하는 공격수에겐 천적이다. 하지만 스피드가 좋지 못해서 공간 침투를 하는 빠른 공격수는 어려워한다. 단적인 예가 전성기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시종일관 털려가면서 결국 퇴장까지 당한 2008-09 시즌 리버풀전 1-4 패배 경기.
이 두 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것으로 퍼디난드의 부족한 투지나 위압감을 비디치가 대신하고 비디치의 느린 스피드와 빌드업을 퍼디난드가 대신하게 되면서 이 둘의 조합은 맨유를 2000년대 중후반 EPL의 끝판왕으로 만들어 주었다.
3 역사
90년대 말~2001년까지 맨유의 센터백 라인은 야프 스탐을 중심으로 로니 욘슨, 미카엘 실베스트르 등으로 활약했지만 2001년 스탐이 자서전 사건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나면서 라치오로 떠나게 되었고 대체자로 베테랑 수비수인 로랑 블랑이 영입되었지만 맨유 수비는 붕괴되면서 라이벌인 아스날에게 리그 우승을 내주게 된다.
그리고 2002년 새로운 시즌에 앞서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당시 세계 최고의 수비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리오 퍼디난드를 맨유로 데려오게 되었는데 퍼디난드는 단숨에 맨유 수비의 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후 2003년 블랑이 은퇴하고 퍼디난드의 파트너로 웨스 브라운, 실베스트르가 활약했지만 2003년 퍼디난드가 약물 거부 파동으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수비 불안이 시작되었고 때마침 맨유도 전력 약화로 인해 팀은 한동안 EPL의 강자로써의 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2005-06 시즌까지 퍼디난드는 여전히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했지만 그에 비해 실베스트르의 구멍질과 브라운의 잦은 부상으로 파트너들이 기량 미달에 시달리자 2006년 1월 맨유는 세르비아의 센터백 네마냐 비디치를 데려오게 된다. 그러나 비디치는 EPL 적응에 실패하면서 당시 같이 영입된 파트리스 에브라와 함께 수비진의 구멍으로 활약하면서 시즌 말까지 퍼디난드의 파트너는 브라운이 대신하였다.
2006-07 시즌이 시작하면서 퍼디난드-비디치 라인은 엄청난 호흡을 보여주게 되었다. 비디치가 리그 적응을 완료하면서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중볼을 장악하며 상대 공격수들을 무력화시켰고, 퍼디난드는 비디치의 약점인 스피드와 뒷공간 방어 및 빌드업을 보충하면서 수비진을 진두지휘하였다. 이 조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그리면서 최후방 라인이 상당히 안정화되었는데, 때마침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맹활약으로 공격진의 화력이 살아나면서 4년만에 리그 우승을 탈환하게 된다. 이후 2007-08 시즌 퍼디치 라인은 더욱 공고해지며 영국을 넘어 나아가 유럽 무대에서도 그 위용을 보여주었고, 맨유는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지지 않는 축구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팀을 제압하면서 EPL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의 더블을 이룩했고 2008-09 시즌 리그 3연패 달성에도 큰 공을 세웠다.
2009년 이후부터는 퍼디난드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점점 전력 공백이 늘어나자 파트너인 비디치가 완전히 각성하면서 최후방의 에드윈 반 데 사르 골키퍼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젊은 수비수인 조니 에반스를 데리고 유럽 무실점 신기록을 세워나갔고 이에 비디치는 2009년 EPL 베스트11과 2010-11 시즌 리그 MVP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그러나 퍼디치 라인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예전만한 명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2011년 비디치가 FC 바젤과의 챔스 경기에서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맨유는 수비 불안과 공중볼 불안에 시달렸고 당시 미드필드진의 줄부상까지 겹쳐 전력 붕괴를 겪으며 시즌 막판 맨체스터 시티에게 역전 우승까지 내주었고, 2012-13 시즌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시즌에 리그 우승을 되찾았지만, 당해 시즌 역시 과거에 비해 많은 실점을 기록하였다. 로빈 반 페르시의 맹활약이 없었으면 아마 어땠을지는...
이후 비디치는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부상 여파로 인해 노쇠화가 진행되었고 퍼디난드 역시 많은 나이로 인해 퇴물로 전락하면서 퍼디치의 명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2013-14 시즌 맨유는 리그 7위를 기록하며 EPL 출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종료 이후 퍼디난드와 비디치 모두 팀을 떠나면서 퍼디치는 공식 해체되었다.
4 해체 이후
아 눈물난다
퍼디난드의 경우 QPR로 이적해 이제 막 승격한 팀의 수비진을 리드해줄거라 믿었으나... 맨유 말년부터 있었던 심각한 노쇠화로 인한 폼 하락으로 인해 선발 출전도 자주 못하고 벤치로 밀려나면서 결국 팀의 강등을 막아내지 못하고 2014-15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게 되었다. 뭐 이미 이적 당시 한국 나이로 37이었고 맨유에서도 심각한 노쇠화 때문에 재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인지 애초에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웠다.
비디치의 경우 인테르로 이적해 몰락한 네라주리 군단의 부활의 핵심이 될거라 믿었으나... 개뿔 오히려 인테르 수비수들과 함께 최악의 폼을 자랑하면서 구멍으로 전락하였고 팀 성적은 8위로 마감했다. 그나마 라노키아 같은 잉여보다는 잘했지만 그래봤자 0.5인분과 0.7인분의 차이(...) 이후 완전히 잉여 자원으로 분류되면서 잦은 부상까지 겹쳐 결국 2016년 인테르와 상호 계약을 해지하였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사실 비디치가 저 모양이 된건 리그 적응 실패가 크다. EPL의 파울 콜이 관대하여 EPL때의 몸싸움으로 수비하였는데 문제는 세리에에선 이런 행동이 대부분이 카드, 파울로 이어져서 세트피스 상황을 만드는 것. 게다가 인테르로 이적할 때에는 부상이 심각한 데다 나이가 들어 피지컬이 저하되는 본질적 문제가 있어 맨유에 잔류했어도 언젠가 은퇴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