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오버하우저

"나였네, 제임스. 자네가 겪은 모든 고통을 만든 장본인."("It was me, James. The author of all your pain.")

1 소개

프란츠 오버하우저
Franz Oberhauser

007 시리즈의 2015년 작 스펙터의 메인 악역. 배우는 크리스토프 발츠.

2 에른스트 블로펠드와의 관계

영화의 첫번째 트레일러에서 머니페니[1]가 감식반이 스카이폴에서 건진 잔해라면서 건네준 상자 속 사진에서 첫 등장한다. 사진을 보면 십대 소년 시절의 본드가 가장 왼편에 서 있고, 가운데 한 성인 남성과 오른쪽에 한 사람이 더 있는데 얼굴 부분이 불에 타서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다. 가운데 남성의 이름은 '한스 오버하우저(Hannes Oberhauser)'로, 소설 '옥토퍼시에 첫 등장한 인물로서 본드가 두 번째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큰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 영화 본편에서도 그 냉혈한 본드가 사진을 보고 잠깐이나마 웃음을 지을 정도였다.이게 유일한 감정 표현이 된 게 문제였다

이런 한스 오버하우저와 성이 같은 것으로 보아, 프란츠는 한스의 아들이며 제임스 본드와 어렸을 적에 매우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프란츠 오버하우저라는 역에 크리스토프 발츠라는 대배우를 캐스팅한 것으로 보아 프란츠 오버하우저라는 캐릭터가 스펙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캐스팅 발표에 전후하여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에 의해 시나리오 초안은 물론, 스펙터에서 빌런의 이름이 ESB라는 이니셜이 공개되고 만다. 스펙터 제작진조차 많은 정보가 유출된 것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담당 배우인 크리스토프 발츠는 GQ UK와의 인터뷰에서 본드의 전통적인 빌런인 블로펠드를 연기하는 게 맞냐고 묻자 "사실과 다르다. 이는 인터넷상에서나 떠도는 루머이고, 내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은 프란츠 오버하우저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해킹 사건 때문에 블로펠드란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게 껄끄러웠는지, 블로펠드의 이름을 입에 담지는 않고 '루머는 루머일 뿐'이라고 이후의 인터뷰에서도 일축해왔는데..

3 영화 본편에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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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아니 그러면 전부 다...?

그래, 그것도 나다

쿳쿠

팬들의 예상대로, 프란츠 오버하우저는 제임스 본드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던 한스 오버하우저의 아들이었다. 극중에서 오버하우저 부자는 20년 전의 산사태로 이미 사망한 후이다.

본드는 M의 유언에 따라 스키아라를 추격하여 그를 사살한 뒤 스카이라의 장례식을 확인하기 위해 로마로 향하고, 스카이라의 장례식장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남자의 뒷모습에서 강렬한 기시감을 느낀다. 상대 측도 본드의 시선을 의식한 듯 살짝 뒤를 돌아본다. 이후 스키아라의 아내에게 정보를 받아 스카이라가 속했던 모임에 참석한 본드는, 이들 조직의 수장이 자신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얼굴을 드러냈을 때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본드는 프란츠 오버하우저가 죽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그를 추적하고, 마침내 북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스펙터의 감시기지에서 두 사람이 대면한다. 여기서 이들의 과거사가 잠깐 나오는데 한스 오버하우저는 프란츠와 제임스를 똑같은 아들로 대우하며 프란츠가 제임스를 남이 아닌 친동생처럼 여겨주길 바랐지만 정작 프란츠는 아버지가 자신보다 제임스를 더 사랑한다고 열등감을 느꼈고, 멀쩡한 둥지에 들어와 원래 새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뻐꾸기처럼 본드가 자신을 몰아낼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2] 나아가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게 되어[3] 결국 눈사태를 가장한 살인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 또한 눈사태로 죽은 것으로 위장한 후 사라졌던 것.

본드를 제압한 뒤 고문실로 끌고 간 오버하우저는 처음에는 본드의 관자놀이를 가느다란 드릴로 뚫어버렸고, 두 번째는 뇌에서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부분을 뚫어보았고, 마지막으로 눈을 뚫어버리려고 한다. 이때 고문실에 페르시안 고양이가 한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본드가 프란츠 오버하우저의 이름을 부르자 오버하우저는 냉소를 지으며 증오스럽던 아버지의 성은 오래 전에 버렸다며,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을 따라서 지금 자신의 이름은 에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드임을 천명한다. 고양이 역시 클래식 본드에서 블로펠드가 고양이를 쓰다듬던 장면의 오마주. 그런데 문제는 하이테크 고문이 본드에게 고통만 줬을 뿐, 전혀 장애를 주지 않았다는 것. 주인공 보정의 효과를 만끽한 본드는 눈이 뚫리기 직전, 마들렌을 이용해서 시계 폭탄을 블로펠드에게 던짐으로써 탈출에 성공한다.

본드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감시기지가 뜬금없이 통째로 폭발하면서 죽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는 살아 있었고,[4] 영국의 구 MI6 본부에서 한쪽 눈을 잃고 애꾸눈이 된 상태로 [5] 방탄유리 뒤에서 본드를 도발하며 다시 등장한다. 이때 본드가 방탄유리를 쏴서 만드는 모양은 예고편에서도 자주 나왔던 스펙터 문양 모양의 총탄 자국인데, 샘 멘데스 감독답게 이러한 미장센들은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본드를 조롱하며 자기가 마들렌을 건물에 잡아두었다는 걸 넌지시 알려준 뒤 구 MI6 본부 전체에 설치된 시한폭탄을 작동시키고 헬기로 탈출하지만, 폭탄이 폭발하기 전에 마들렌을 구해내고 건물에서 탈출한 본드의 추격을 받게 된다. 오버하우저 또한 밑에서 보트를 타고 추격하는 본드를 발견했으나 어차피 헬기로 도망치는데 뭐하겠어 싶었는지 그저 방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드가 쏜 권총에 오버하우저가 탄 헬기가 피탄되어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로 추락해버린다(...)[6] 헬기 조종사와 부하가 죽은 와중에도 오버하우저는 목숨을 건져 헬기에서 빠져나오지만, 다리를 다친 상태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서라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한다. 이 부분은 카지노 로얄 엔딩에서의 미스터 화이트의 모습과 유사한데, 조직의 수장이라 그런지 대놓고 고통스러워하진 않고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한다. [7]

이후 자신을 쫒아온 본드에게 자기를 당장 죽이라고 재촉하지만, 본드는 쿨하게 총알들을 버리고[8] '총알이 부족해'라고 한 뒤 나는 다른 할 일이 있다 면서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마들렌에게 가버린다. 오버하우저가 움직이지 못한 채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M이 오버하우저를 체포한다.

생사가 모호한 결말이 아닌, 블로펠드가 생포되는 모습이 명확하게 보여지면서, 현지에서는 담당 배우가 차기작에 재출연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4 평가

초반 실루엣으로 등장할때만 해도 엄청난 인상을 주지만, 문제는 작품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전형적인 말 많은 악당이 되어버린다. 초반 회의씬에서는 자신의 말을 비서나 부하에게 말해서 대신 전달할 때의 특유의 위엄과 카리스마, 본드의 이름을 부르며 웃을 때의 표정 변화는 예고편에서 기대한 모습 그대로였지만, 러닝타임이 한참을 흐른 후에 모로코 본거지에서 재등장해서는 그저 대사만 줄기차게 이어질 뿐 이전 3편의 모든 악을 총괄했다는 위엄은 상실하고 만다. 게다가 자세하게 설명해놓고는 정작 본드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던 고문 씬 때문에 전작의 빌런들에 비해 약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안 좋은 의미로) 클래식 블로펠드를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9] 트레일러를 본 후 사람들은 위기일발, 썬더볼 작전에서처럼 포스 넘치는 블로펠드를 기대 했으나, 정작 후반부의 모습은 여왕 폐하 대작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의 모양새 빠지는블로펠드였다.

이는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으로 인해 스펙터의 대본이 유출됐을 때, 그러니까 지난 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이미 지적된 문제였다. 당시 초안이 유출되었다 해도 플롯, 등장 캐릭터 등 상당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었고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줄거리와 베일에 가려 있던 등장 캐릭터들의 정체 등이 모두 공개되었다. 이때 오버하우저의 본명이 ESB라고 나오면서 악역 특유의 신비감을 상실했고, 가장 큰 문제는 MGM과 소니 픽쳐스 측이 스크립트의 3막, 본드와 빌런의 직접 대면하면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 불만이 있다는 내용이 해킹된 이메일을 통해 밝혀진 것. 이후 개봉된 영화는 블로펠드의 생사 여부만 달라졌을 뿐[10], 별다른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전작 스카이폴에서 나오미 해리스가 맡은 역할이 머니페니라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하자 담당 배우가 "내가 맡은 캐릭터 이름은 '이브'이지 '머니페니'가 아니다"라고 루머를 부인한 바 있지만 결국 이브 머니페니라 밝혀진 전적도 있어서 관객들은 프란츠 오버하우저가 블로펠드임을 스스로 밝힐 때에도 '007 제작진이 이번에도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11] 크리스토프 발츠는 개봉일이 가까워질 무렵엔 '당신이 맡은 역할이 온라인 상에서 이야기되는 그 사람인지'라는 질문에 예전처럼 딱 잘라 부정하는 대신,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바꿔 말하기도 했다.

이전 다니엘 크레이그표 007 시리즈에서의 악역 배우인 하비에르 바르뎀의 라울 실바, 매즈 미켈슨의 르쉬프 등 선이 굵은 외모의 배우들에 비해 크리스토프 발츠는 영화 보는 내내 이 악역이 나쁜 사람 같지 않다는 평들이 있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선량한 인상이긴 하지만, 발츠는 오히려 이를 적극 활용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한스 란다 SS대령 역할을 연기, 그 해 영화제의 모든 상을 휩쓸었고 맥스무비에서는 '지구 상 현존하는 최고의 악역 배우'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스펙터의 오버하우저 캐릭터에 대하여 씨네 21은 '오랫동안 007 시리즈의 주요 인물로 출연해 본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M과 달리 이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유대관계는 생략되어 있으며 단지 대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오버하우저가 본드에게 느끼는 분노의 깊이를 공감하게 하는 장치의 부재는 악당으로서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라고 하며 비판했는데, 실제로 영화는 오버하우저의 첫 등장 이후 상영 시간 내내 미스터 화이트의 부녀 관계에 할애할 뿐, 정작 본드와 오버하우저의 가족 관계에 대해선 제대로 묘사조차 되지 않는다. 결국 오버하우저에 대한 서사는 턱없이 부족했고, 이는 관객과 평단의 공감을 이루어내지 못한 셈이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크레이그가 복귀한다는 조건 하에 2편 더 출연할 것으로 계약을 맺었고, 이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레이그가 복귀한다면 차기작에서 자신 또한 스펙터(영화)에서 부족했던 오버하우저의 진면모와 깊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여담으로 오스틴 파워의 악역 닥터 이블이 생각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오스틴 파워와 닥터 이블은 설정상 쌍둥이 동생이다...패러디의 오마쥬?
  1. 나오미 해리스
  2. 본드에게 계속 쿳쿠~ 거리는 이유가 이거다.
  3.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애정을 자기가 아닌 제임스 본드에게 준다는 점에서 얀데레 속성이 있다. 2편 연속 얀데레
  4. 본드가 헬기를 타기 전 폭발하는 건물의 뒷편에서 검은색 차 두대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5. 과거 두번 산다의 브로팰드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상처가 난 위치도 같다.
  6. 처음엔 총알들이 그냥 헬기 몸통에 맞아 튕겨나가고 탑승원들도 자기들이 총에 맞았다는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만, 어쩌다가 PPK의 총알이 로터 아래의 가스터빈이 있는 부분에 맞자 그 부분에 불이 붙어서 헬기가 추락하기 시작한다. 헬기가 권총에 작살나다니. 영국놈들이 군납비리를 어지간히 해먹었나보다
  7. 게다가 이 장면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들렌은 미스터 화이트의 딸이다. 그리고 007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브로펠드가 전동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등장을 하는데, 일단 사살이 아니라 체포되었으니 차기작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시 등장을 하기 위한 복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클래식 본드로 회귀하면서 전작보다 더 오마주가 많다는 반응이다
  8. 마들렌이 영화 중반에 했던 행동과 같다.
  9. 실제로 블로펠드는 첫 등장 작품 위기일발에서는 엄청난 포스를 풍기지만 마지막 작품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는 안습하게 본드에게 목숨을 구걸하면서 사망한다
  10. 유출된 초안에서 블로펠드는 본드의 총에 사망한다
  11.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출연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예로 스타트랙 다크니스 개봉 전에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자신이 맡은 역할의 이름은 존 해리슨이지, 칸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