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개시

김개시 (金介屎, ? ~ 1623년)

1 소개

조선 중기인 선조, 광해군 때의 유명한 궁녀. 개시의 시(屎)가 똥 시 자이기 때문에 실제 이름은 김개똥이었을 것으로 흔히들 생각하지만, 계축일기에서는 '가히'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또 연려실기술과 공사견문록 등에는 그녀의 이름이 각각 '개희(介姬)', '가시(可屎)'라고도 표기되어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그녀의 이름 개시(介屎)는 기존에 흔히 알려져 있는 개똥이가 아니라 '가히'의 음차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5대 요부라 불리는 인물 중 하나로, 나이가 차서도 얼굴이 펴지 않았다, 즉 못 생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므로 원미경과 이영애와 조윤희가 개시를 맡은 것은 고증오류다

천민의 딸이었지만 선조광해군의 궁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선조의 궁녀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광해군과 선조의 나쁜 관계를 잘 중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조가 광해군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영창대군을 세자로 바꾸려고 하는 상황에서 광해군을 김개시가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선조가 급사한 후 광해군이 왕이 되자 김개시는 광해군의 총애를 받게 된다. 덕택에 국정에 관여하여, 권신 이이첨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권력을 휘둘렀다. 거의 후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의 지위는 상궁에 머물렀다. 권력을 잡고 난 이후 김개시는 관직을 돈을 받고 파는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큰 비리를 저질렀고, 윤선도(尹善道), 이회(李洄) 등이 여러 번 상소하여 논핵하였으나, 도리어 그들이 유배되었다. 심지어 광해군 치세 말기에는 광해군에게 모반의 징조가 있다는 상소가 여러번 올라왔었는데, 김개시가 그럴 리가 없다고 광해군을 안심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김개시가 반정 세력과 내통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결국 1623년(광해군 15)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김개시는 반정군에 잡혀 참수되었다.

김개시가 선조에게 이미 승은을 입어 특별상궁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광해군이 그녀를 총애하면서도 그녀를 자신의 후궁으로 삼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셈이다. 야사에도 김개시를 침실로 들이려던 광해군에게 나이 든 궁녀가 "개시는 선조대왕의 은혜를 입었다" 라고 간언하자, 광해군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드러났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광해군의 영창대군 폐위 및 참살과 인목대비 유폐를 그린 계축일기에선 중간보스급 악녀 캐릭터로 나왔다.

2 대중매체에서

이 인물을 소재로 드라마화도 여럿 되었다. MBC 드라마 조선왕조 5백년 시리즈에서는 5부 '임진왜란' 편과 6부 '회천문' 편에 연이어 등장하며, 배우는 원미경. 5부 임진왜란에서는 아직 입궁하기 전 처녀 시절, 피난가다가 허균과 엮이고 민초들의 고생을 보여주는 역할이고, 6부 회천문에서는 입궁하여 광해군과 허균을 연결해 주더니 흑화하여 간신이 되는 모습으로 나왔다. 여기선 이괄이 직접 베어버리는 마무리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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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방영한 KBS 드라마 서궁에서는 이영애가 김개시 역을 맡아서, 악녀의 포스를 마음껏 발산했다. 2004년에는 서궁의 故 김재형 PD가 다시 한 번 SBS에서 계축일기를 베이스로 한 왕의 여자를 제작했는데, 전작 서궁이 인목대비 편에 서서 김개시를 악역으로 간주했다면, 이번에는 김개시의 시각에서 계축일기를 새롭게 해석했다. 하지만 이때 얄궂게도 하필 이영애가 주연한 대장금왕의 여자를 처절하게 발라버린다. 본격 팀킬. 참고로 역을 맡은 박선영의 사극 연기는 출중했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초반에 김개시를 연상시키는, 광해군이 총애하는 '안 상궁'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등장한다. 배우는 이엘. 하지만 광해군의 정적 편에 서서 광해군을 아편 중독시켜 혼수상태로 만들고, 나중에 제거 당한다. 다만 영화의 시점이 인조반정 이전인 듯하니 김개시가 모티프였을지는 몰라도 진짜 김개시라 보기에는 어려울 듯.

2013년에 연재되기 시작한 소설 광해의 연인의 경우, 여주인공이 김씨 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 제목 그대로 광해군의 연인인 바람에, 김개시가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정면 부정했고, 얼마 후에 진짜 김개시가 따로 등장한다. 또 낚시냐 여기서 나오는 김개시는 동궁전 나인으로, 천하의 개쌍놈 선조가 광해군을 엿먹이려고 승은을 준 다음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내팽개치는 바람에 온갖 고초를 다 당한다는 설정.[1] 이때의 고초를 보상받기 위해 역사대로 움직이는 행보를 보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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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BS 드라마 왕의 얼굴에서는 조윤희가 맡았으며, 여기서는 김가희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못생기지도 않고 광해군의 정치적 참모도 아닌 첫사랑(?)으로 나왔으며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설정되었다. 천하의 개쌍놈 선조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되지만 마지막엔 자신이 사랑하는 광해군을 위해 선조를 독살하고 자신도 자진을 시도했지만 막판에 살아있는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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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MBS 사극 화정에서는 김여진이 연기하고 있으며 그동안 사극에서 미모로 광해군을 홀린 요부의 이미지와 다르게 철저하게 광해군의 정치적 참모이자 파트너로써 광해군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악행도 서슴치 않는 이쁘지는 않은[2] 냉혈한으로 나온다. 사실상 가장 고증에 충실한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 셈.
  1. 동궁전 나인이라면 세자의 여자이고, 승은을 주었다면 최소한 특별상궁으로 신분을 올려주는 것이 정석이다. 즉 이 소설에서 선조는 아들의 여자를 빼앗음 + 여자한테 책임도 안 짐이라는 천하의 개쌍놈짓을 저질러 버린 것.
  2. 극 중 스스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을 궁으로 입궁시킨 상궁은 자신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하길 바랐으나 그렇지 못했고 우연한 기회로 광해군의 눈에 들어 정치적인 참모가 되어 존재 이유를 가지게 됐다는 식으로 말한다. 극 중에서도 김개시가 못생겼다는 기록을 차용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