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지루하다면 4분 17초부터 보도록 하자.

1 개요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궁예의 명대사(?) 중 하나.

야인시대내가 고자라니와 마찬가지로 방영 당시에는 딱히 이슈가 될 게 없다가 뒤늦게 발굴된 소스 중 하나인데, 심영에서 파생된 김두한의 영향으로(...) 발굴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알다시피 김영철이 궁예에 이어 김두한 역으로 열연했기 때문에.

사실 태조 왕건에서 일부 장면이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서인석이 연기한 견훤수달이가 죽었어![1]또 졌어! 등이 먼저였다. 극에 몰입해서 보면 굉장히 비장한데, 저 장면만 뚝 잘라서 보니 뭔가 웃프다는 느낌이 들어서 인기를 끌었던 것. 그 이후 주목받은 것이 궁예의 대사들인데 궁예 문서를 참조하면 여러 예시가 나와있다.

그 중에서도 본 문서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는 기침 대신 다른 어휘로 갈아끼워 여러가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범용성(?)을 자랑하는 탓에, 현재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2015년 한국 메르스 유행때는 '후삼국시대의 메르스 대처법'이라는 동영상으로 유포되어 더욱 더 유명해졌다(...). 확실히 저 대처법을 사용한다면 가장 빨리 전염병을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2 대본

(씬 11 동 조당 안)

신료들이 배석해 앉았고, 궁예가 옥좌에 앉았다. 조당 안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 궁예는 오랫동안 눈을 감고 관심법을 하고 있다.
카메라는 긴장해 있는 신료들의 면면을 훑어 다시 궁예에게 간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궁예가 서서히 눈을 뜬다. 그리고, 또 그들을 하나하나 본다. 그럴 때마다 신료들은 불안해 한다.

궁예: 경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궁예: 내가 지금 한동안 입정하여 가만히 관심법으로 보았소이다.
모두들: …….
궁예: 관심법이란 무엇인가? 나의 마음으로 그대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야. 그렇게 읽어서 보았는데… 도대체, 그대들이 이 나라의 벼슬아치들인지, 아니면 뒷간똥막대기인지… 그걸 알 수가 없단 말이야! 그대들 모두 하나같이 똥으로 가득 차 있어, 똥 말이야!

(유장자며 박지윤들이 흙빛이 된다. 종간도 표정이 굳고, 박유도 그렇다)

궁예: 미륵인 나는 달리려고 하는데, 너희 똥막대기들이 쫓아 오지를 못해! 이 말을 알아 듣겠는가? 알아 듣는가 하는 말이야?
모두들: …….
궁예: 나는 그대들에게 육자진언인 옴 마니 반메 훔을 외우게 함으로써 극락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어. 그리고, 대법당을 세우고 고승 대덕들을 불러 법회를 열자고 하였는데, 소식이 없어! 이보시오, 광치나.
유장자: 예, 폐하.
궁예: 어쨌든 그대는 벼슬아치 중 가장 우두머리야. 짐의 영이 왜 서지를 않는 것인가, 왜?
유장자: (긴장하며) 송구하옵니다, 폐하. 여러가지로 독려는 하고 있사오나…….
궁예: 독려라고 하였는가? 독려……?
유장자: 망극…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나는 이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온 미륵이야. 이 인간 세계를 저 불국 정토로 인도해 갈 미륵이란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경들이 미련하게 그것을 몰라. 그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 아닌가 말이야? 법회라는 것은 나라의 안녕과 그대들 자신을 지옥에서 구하기 위한 것이야. 그런데, 왜 이리 지체를 하는 것인가? 왜!
아지태: 송구하옵니다, 폐하. 신료들이 미련하여 아직도 폐하의 진심을 모르고 있사옵니다. 이들은 지금의 조회보다도 법회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큰 것인지 모르옵니다. 용서하시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옵소서.
궁예: 바로 그것이야. 잘못을 알고, 빌 줄 아는 것이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야. 왜 모두 이렇게 솔직해지지 못하는고? 왜! 내 잠시 더 관심법으로 보아야 겠구먼. 누가 과연, 이 조정에서 도태 되어야 할 것인지… 누가 쓸모 없는 허접쓰레기인지 말이야!

(궁예는 다시 관심법을 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모두들 그렇게 긴장해 있다. 침묵이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모두들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그때다. 어느 구석에선가 마른 기침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궁예가 그 외눈을 번쩍 뜬다.)

궁예: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신료들이 하나같이 기침을 한 관료를 바라본다. 기침을 한 신료는 긴장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 침을 삼킨다.)
궁예: (대답이 없자 노하여 더 큰 목소리로)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말이야!
관료 1: (궁예의 분노에 겁을 잔뜩 먹고) 시, 시, 시, 시, 신, 신… 신이옵니다, 폐하. (다시 마른 기침 두 번을 한다)
궁예: (한참 뚫어져라 보다가) 참으로 딱하구나. 짐이 지금 관심법을 하고 있는데, 어찌 기침을 할 수가 있느냐, 이 미련한 것아!
관료 1: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궁예: 내가 가만히 보니, 네놈 머리 속에는 마구니(마군이)가 가득 찼구나. 여봐라, 내군은 들어라.
내군들: 예.
궁예: 저 자의 머리 속에는 마구니가 가득하다. 그 마구니를 때려 죽여라.
종간: ……?!
유장자: (경악하여) 폐하…….
궁예: 염 부장은 뭘 하는가? 저 자를 쳐라!
염상: 폐하…….
궁예: (매우 노하여 벌떡 일어나며) 저 자를 죽이라고 하였느니라! 저 놈은 마구니다, 저놈을 어서 쳐 죽여라, 저놈을! 금 부장은 뭘 하는가, 저놈을 쳐 죽이라고 하였느니라!
금대: 예, 폐하.
(금대, 그대로 철퇴를 빼고 들어가 관료에게 다가간다. 모두들 경악해서 보고 있다.)
금대: 폐하의 명이시니라. 눈을 감아라.
관료 1: 사… 살려 주시옵소서. 살려 주시옵소서, 폐하… 살려 주시옵소서…….
금대: (기합을 내지른다.)이야앗!!!
(그대로 주변을 훑어 보더니 그대로 철퇴를 두어 번 내려 친다. 신료들이 눈을 감는다. 비명 소리와 함께 관료 1이 쓰러져 절명한다. 금대의 철퇴에서는 아직도 피가 뚝뚝 흐르고 있다.)

궁예: 나는 송악에서 이곳으로 오기 전에 분명히 말하였어. 그대들 모두 철퇴를 기억하라고 말이야. 시체를 치워라.

금대: 예, 폐하. 어서, 시체를 치워라.
신하 2명: 예!
(시체가 치워지는 장내는 계속 얼어붙어 있다. 궁예가 옥좌에서 내려와 신료들 앞을 이리저리 훑어 보며 걸어다닌다.)
궁예: 문제는 정신이야. 얼마나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 하는가 하는 것이지. 이보시오, 광치나.
유장자: 예, 폐하.
궁예: 내원을 좀 도와주시구료. 그래서, 조속히 법회를 열도록 하시오. 알겠소이까?
유장자: 예, 폐하.
궁예: 들으셨소이까, 내원?
종간: 예, 폐하.
궁예: 박 장자도 들으셨소이까?
박지윤: 예, 폐하.
궁예: 어떠한가, 병부령도 들으셨는가?
복지겸: 예, 폐하.
궁예: 다들 들었는가?
모두들: 예, 폐하. 망극하옵니다.
궁예: (옥좌에 다시 올라가 앉으며) 짐의 말은 곧 법이라 하였다. 경들이 짐의 말을 잘 이행하지 못하면, 곧 법이 무너지는 것이야. 나의 관심법에 말려들지 않도록들 하라. 그대들의 인생이 끝나는 것이야. 알겠는가?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궁예: 그대들의 목숨을 중히 여기라는 것이야. 중히…(하다가, 가슴을 부여 잡는다, 고통스럽다) 알겠는가? 중히…….
종간: (이미 눈치 채고 다가와) 폐하!
모두들: …….

사실 정확한 대사는 바로 위와 같기 때문에 제목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의 어감이 뭔가 짧으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탓인지(...) 이쪽이 애용되고 있다.

대사 자체는 정말 별 것 없는데, 겨우 자신의 관심법이 기침으로 방해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하를 때려죽이는 것과 어이없음+허탈함+은근한 빡침이 들어간 말투와 억양이 워낙 강렬한 탓에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고 훗날 머리속에서 자동으로 음성지원(!)이 된다. [2] 비슷한 임팩트를 가진 대사인 "저기 마군이가 있어!""법봉으로 때려죽여라!"와 함께 3단 콤보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작중에 일어났던 일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이 계획했던 법회가 지체되는 것에 대해 궁예가 신하들을 똥막대기라 나무라면서 누가 조정에서 도태되어야 할 허접쓰레기인지 가려낼 작정으로 궁예가 관심법을 시전하려 눈을 감는 와중에 어떤 눈치없는 신하가 기침을 하고, 이를 들은 궁예가 빡쳐서 저놈의 머리속엔 마구니가 가득찼다면서 때려죽일 것을 지시해 그 신하는 정말 맞아 죽었다는 내용이다. 사실 그 신하가 관심법중에 기침소리를 내서 운 나쁘게 얻어걸린 덕분이었을 뿐, 궁예는 어차피 관심법으로 아무나 한 명을 골라내서 죽일 작정이었기 때문에 러시안 룰렛 다른 신하들은 운 좋게 목숨을 건진 셈. 궁예의 광기가 점점 심해져 간다는 묘사들 중 하나.

여담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어전 회의나 사신 접견 등의 자리에서 신하가 기침을 해서 이를 다른 신하나 임금이 직접 지적하고 처벌한 기록이 몇 번 나온다. 가령 연산군 12년 3월 27일엔 김새(金璽)가 왕 앞에서 기침을 했다며 이는 매우 거만한 행동이므로 국문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영조 44년 11월 20일에는 책문 자리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자 기침을 한 사람이 누군지 이름을 대라고 영조가 명령을 내렸으나 아무도 말하지 않자 이후 몇 차례 신하들이 공손치 못하다며 힐난한 기록이 있다. 즉 어전 회의 등 왕을 접견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기침을 하는 것이 신하로써의 예에 어긋나는 일이었음은 사실이었던 것. 그러나 그 연산군도 국문까지만 갔는데 궁예는 바로 철퇴를 날렸으니 이 정보로 인해 상기의 분석이 오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3 패러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원글이든 댓글이든 소리에 관한 것이 언급이 될 때 '누가 OO 소리를 내었는가?'로 많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가?', '누가 벨소리를 내었는가?', 혹은 '누가 신음소리를 내었는가?'(...) 등등. 이렇게 한 번 시작되면 상기에 언급된 '저기 OOO(이)가 있어', 'OOO(으)로 때려죽여라'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곤 한다(...).

아니면 애초부터 이렇게 글을 쓰며 놀기도 한다. 누가 하이드라 소리를(...) 내었는가?

니코니코니를 시전하는 신하를 죽이는 장면으로 패러디한 영상도 있다. 그리고 이는 마치 궁예를 보는 듯한 카리스마 대장 버전으로도 패러디되었다(...). 메르스버전도 만들어졌다. 디오니소스와의 콜라보(...)


신약스타D

2016년 5월 7일 SNL에서도 Let Me Love You로 유명한 미국의 R&B가수 Mario Dewar Barrett이 궁예 역으로 출연하여 해당 장면을 패러디했다. # 궁예의 뒤를 잘 보면 쉴드의 엠블럼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아 닉퓨리와의 동질감을 인식한 듯하다.

파일:넌마구니.png

마음의 소리 1015화에서도 패러디했다. 물론 마구니구나 를 패러디 한 거지만. [3]

이은결이 마리텔에서 패러디 했었다.

유세윤도 살해당했다고 한다.

4 그 외

[4]
동영상 플레이 버튼이 하필 오른쪽 눈 위에 위치해서 더 섬뜩해 보인다

궁예: 지금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가? 누가 웃었어? 이 중요하고 성스러운 자리에서 웃음소리를 내? 이런 음탕한 것들이 있나, 어디서 그런 더러운 웃음소리를 내!
그 후에도 궁예는 비슷한 광기를 내보인다. 98화에서 궁예가 신하들과 그 부인들을 불러서 함께 군사들을 사열하던 도중, 갑자기 말이 미쳐 날뛰는 바람에 기병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자 여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웃었다. 굴러 떨어진 기병이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말을 타려 했으나 말이 또 도망가서 넘어지기를 반복하자 여인들은 더 크게 웃었다. 그러자 궁예는 "지금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가? 이런 중요하고 성스러운 자리에서 웃음 소리를 내? 이런 음탕한 것들이 있나! 어디서 그런 더러운 웃음소리를 내?!"라고 꾸짖었다.[5]그런데 그 직후 궁예는 석총이 그를 비웃는 환영을 보고 마구니가 있다며 여인들을 철퇴로 때려 죽이라고 명한다.[6] 위의 기침 일화보다 궁예의 광기가 심해졌음을 뜻한다. 사족으로 그 여인들 중에 맨 앞에 있던 사람들은 웃지 않고 오히려 정색하고 있었는데, 여인들을 철퇴로 때려죽이라고 할때, 병사들은 웃은 여인들만 잡아가고 웃지 않은 사람들[7]은 잡아가지 않았다.
  1. 여기서 '수달'은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부하로 나오는 인물 능창의 별명이다. 이와 별개로 프로게이머 이윤열의 별명이 수달이였기 때문에 이윤열이 경기에서 질 때마다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 이 영상이 올라오곤 했다.
  2. 구일본군 사관학교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황족이 방문하였는데 방귀소리가 나서, 교장을 위시하여 간부들이 줄줄이 할복할 준비까지 하였었다. 그 황족이 '나는 소리 못 들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
  3. 근데 바로 전 장면이 사제의 영향을 받은 후임이 잘못 말해서 저러는 걸 보면, 아마 제대로 패러디 한 것일지도?
  4. 해당 영상의 2분 50초부터 볼 수 있다.
  5. 사실 낙마한 것을 보고 박장대소하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너무 재밌게 떨어졌어 그보다그런데 그게 결례라고 해도 때려 죽일 정도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아니 애초에 궁예의 광증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결례로 때려 죽이네 마네 따지는 것도 웃기다.
  6. 잘 들어보면 웃은 여인들을 요괴들이라 부른다.
  7. 축복받은 사람들이 누구인고 하니, 다른 사람도 아닌 왕건의 부인들이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일종의 주인공 보정인 셈인데, 궁예가 딱히 "웃은 여인들만 잡아가라"고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끌려가지 않았기 때문(물론 앞뒤 문맥을 생각해보면 웃은 여인들만 잡아가라는 명령이지만, 당시 궁예는 이런 문맥을 따질 정도로 합리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런 우발적인 상황에서 병사들이 사전에 누가 웃었는지를 매의 눈으로 감시했던 것도 아니니, 한 마디로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