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 책임론

1 개요

한국의 장르문학 시장(판타지소설, 무협소설, 인터넷연애소설 등)과 만화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품질저하가 도서대여점에 의해 일어난 현상이라는 주장을 말한다.

이것의 게임판으로 복사로 인하여 패키지시장이 몰락했다라는 주장이 존재한다.[1]

2 대여점 책임론의 시작

최초로 형성된 대여점 책임론의 시작은 인터넷에 퍼진 대여점 책임론의 출발지는 90년대 중후반 통신소설시장의 한 축이었던 나우누리 판타지 소설 게시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막 계약을 마쳤다는 어느 새내기 통신작가가 '《가즈 나이트》를 써서 유명한 이경영은 판매 부수로 계약하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라고 한탄을 하기에, 큰마음 먹고 판매 부수로 계약했는데 대여점 때문에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많아 책이 안 팔려 돈이 안 들어온다.'라는 한탄 조의 글을 적은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묵향》의 작가인 전동조가 그 시작으로 알려졌으나, 전동조는 《묵향》에서 나온 각종 설정이 당시 SBS에서 방영된 "《에스카플로네》에서 베껴온 것이 아니냐?"라는 여론에 "최근 감명깊게 한 야겜의 설정을 가져온 것이라 표절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여 비웃음을 샀지, 대여점 책임론을 외치진 않았다.

3 대여점 책임론의 전파

통신소설의 연재지역이 특정 통신사 게시판에서 조아라, 드림워커, 문피아 등의 전문 사이트로 옮겨가게 되면서, 통신소설에 대한 비슷한 생각과 사상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이들을 통해 인터넷 전반에 걸쳐 뿌려진 것이 대여점 책임론이라고 전해진다.

이후 2000년대 초반 만화가들의 절규라는 게시물이 널리 알려지며 만화시장의 세력이 이에 합세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2009년을 기준으로 아직도 위의 사이트들에선 대여점 책임론이 정설로 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 중이지만 10년 전과 달라진 것은 '스캔본이 나타난 것도 대여점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의 만화시장의 매출변화는 아래 도표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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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여점 책임론자들이 주로 주장하는 내용

4.1 잠재수익 강탈론

도서대여점에서 싼 값에 대여를 하기 때문에, 내버려두면 아마도 책을 사게 될 사람이 책을 사지 않게 되고, 따라서 작가들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인세수익을 도서대여점에 빼앗기고 있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일부 작가 중에는 저런 논리로 대여점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는 자신의 작품을 자식처럼 여겨 대여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대여점에서 자신의 책을 대여하고 돈을 받는 행위를 강간으로,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아동에 빗대어, 아동을 유괴하여 아동 성매매를 강요하는 범죄행위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 주장은 본래 대여점 책임론과는 별도로 다루어진 것이었으나, 2000년대 초 만화가들의 절규라는 게시물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대여점 책임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4.2 이익분배론

현재는 대여점에서 도서를 대여하는 행위에 대한 이익은 모두 도서대여점 점주가 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 권의 책이 수백번 대여되더라도, 작가는 단 한 권에 대한 인세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한 때 전국 도서대여점을 네트워크화하여, 대여 횟수를 집계하여 이에 대한 이익 분배를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불합리한 계약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이익 분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통상 인세는 10%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간 계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다. 다만 책으로 얻는 수익에 비교하면 저자에게는 그리 큰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도서대여점에서 수익을 환수하더라도 출판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된다는 의견이다. 물론 정확한 근거자료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만을 논할 수 있을 뿐, 이 또한 가/불가를 판단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4.3 도서 판매부수에 끼치는 영향

이는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모두 존재한다. 일단 도서대여점이 유지되려면 수시로 출판되는 책을 구매 진열하고, 인기가 있는 경우는 여러 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작가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도서대여점의 확대와 함께 책은 빌려서 보는 것이라는 인식 또한 퍼지게 되어서, 도서대여점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열린 만큼 일반인들의 소비량이 감소한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의견은 시간이 흘러서 대여점이 망하고 유료연재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함에 따라 그 타당성을 어느정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유료연재가 등장함에 따라 소수의 마니아들만 보는 장르의 활성화와 기존 작가들의 수익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4.4 인식의 문제

대여점 반대 담론을 펴는 측에서는 대여점의 증가로 인해 "책을 사 보지 않는 풍조","만화는 빌려보는 것"이라는 풍조가 등장했고, 이 풍조가 출판 시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풍조로 인해 잡지 판매, 장르 소설 판매에 악영향이 왔으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만을 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여점이 폐지돼서 빌려 볼 곳이 없어진다면, 서점에서 사서 보게 될 것이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렇게 될 것이라는 확고한 근거나 증거는 사실 없다. 이것은 대여점 반대 담론측의 생각일 뿐이다.

현대 사회에는 만화나 소설 이외에도 다양한 오락이 있다. 사치품인 오락은 얼마든지 다른 오락으로 대체될 수 있고 실제 역사적으로 그렇게 되어 왔다. 다른 오락에 밀려 사라진 오락은 수도 없이 많다. 어쩌면 만화 단행본 판매의 감소는 "만화가 다른 오락으로 대체되는 과정"의 현상일 수도 있으며, 대여점 폐지는 그것을 가속시킬 수 있다.

실제로 점점 책을 안 읽는 문화가 되는 것만 봐도 이런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대여점의 폐지가 만화와 장르소설 시장의 붕괴로 직행하게 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 대여점 사업에도 당장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있는 만큼, 단번에 폐지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과격한 반대론자가 펼치는 "단번에 폐지하자."는 주장은 거의 탁상공론에 가깝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만화책에 적대적인 풍조'는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 일단 교육열이 높은 나라인 만큼 청소년이 만화를 비롯한 여가에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어른이 많으며, 이러한 관념은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한 난제이다.

그리고 역으로 '유익한 책'이라고 인식된 것은 만화라도 상관없이 잘 구입하는 풍조도 볼 수 있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크게 히트한 일이나, 와인 붐이 불면서 《신의 물방울》을 교양만화로서 사보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던 일을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4.5 스캔본 근원론

스캔본도서대여점의 책을 빌려서 하는 것이므로, 도서대여점의 존재가 스캔본의 근원이라는 가설.

만화와 장르 문학 두 곳에서 동시에 지적된 부분인데, 스캔본의 시발점이 출판사들의 인터넷 만화 서비스 실패와 장르 문학의 연재갈무리 본 근절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만화나 판타지, 무협소설의 스캔본 중에는 대여점 마크가 찍힌 채 돌아다니는 것들이 있고, 장르 소설은 신간이 나온 지 다음날 대여점 마크를 단 신간 스캔본이 돌아다니므로 대여점에서 빌려온 책으로 스캔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 자료나 통계가 없어서 전체 스캔본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대여점 마크만으로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 단순히 만화, 판타지, 무협소설을 구하기 좋은 유통망이 대여점이라 대여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만화책은 헌책방에서 사들인 책을 썼는데 우연히 대여점 마크가 찍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2]

한국에서 유통되는 스캔본은 대부분 대여점을 통해서 유통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은 유통이라는 단어의 뜻을 오해한 것이다. 대여점에서 스캔본을 복사해주는 서비스 같은 것을 한다면 유통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지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여점은 없다.

대여점이 일부러 스캔본을 유통하지는 않겠지만,[3] 스캔본의 출처가 대여점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만화시장이나 장르문학계에서 가장 비판받고 있는 것이 스캔본의 불법 유통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여점에서 나온 책들의 스캔본화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만화/판타지소설/무협소설을 접하기가 가장 쉬운 경로가 대여점이기 때문일 가능성도 높다.

"자신이 직접 책을 사들인다면 스캔과정에서 망가지는 것이 아까워서 스캔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헛소리. 책을 스캔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일반 스캐너나 카메라를 통해 두페이지씩 한번에 스캔하는 양면 스캔이 있고, 절단하거나, 접착제를 녹여서 책 페이지를 낱장으로 만든뒤 북스캔 전용 북스캐너를 통해서 빠르게 와장창 스캔하는 단면 스캔법이 있다. 양면 스캔을 하면 책을 훼손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극히 번거롭고 단면 스캔을 하면 제본을 통해 어느정도 레벨까지 복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어느정도는 훼손된다.

그런데 대여점에서 산 책이든 구매한 책이든 단면 스캔하면 스캔 과정에서 망가지는것은 똑같고, 대여점에서 빌린책은 망가트리면 책값을 다 물어줘야한다. 대여점에서 회원가입할때 일반적으로 전화번호 확인하고, 주소도 받는게 대부분이다. 물어주지 않고 책을 절단하려면 한번 빌리고나서 번호 바꾸고 다시는 그 대여점에 안가거나, 열 제본기를 통해서 티 덜 나게 책 훼손시켜놓고 최대한 복구한뒤 안 훼손시킨척 하는 사기를 치고, 다음 부터는 다른 대여점을 가야한다. 고작 책 몇권 스캔할려고 이런 번거로운 사기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열 제본기랑 북스캐너는 기계가 비싸며, 열 제본기로 제본이 아니라 페이지 분리를 하는 경우엔 작업시간 역시 상당히 증가되고 번거로워진다.

실제로 불법 스캔을 통해서 풀리는 스캔본들을 살펴보면 안 훼손한척하기 힘든 절단된 단면스캔들이나 매우 번거롭지만 책을 훼손하지 않는 양면 스캔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여점 책들은 십중팔구 양면스캔이다. 양면 스캔하면 대여점에서 산 책이든 구매한 책이든 안 망가지며, 단면 스캔하면 대여한 책이든 구매한 책이든 망가지는건 매한가지다. 더군다나 열 제본기로 최대한 티 안나게 덜 망가트린채로 제본 가능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면, 자기 책으로 스캔을 떠도 덜 훼손시킬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단면스캔을 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깨진다. 북스캔을 업체에게 맡기면 1권당 2~3천원 가량이 깨져나가고, 이는 제본 안하는 비용이다. 제본 비용도 얼추 비슷하게 깨져나간다. 제본을 하면 책이 돌어와야하므로 여기에 배송까지 요청한다면 택배비는 별도로 깨진다(...)

얼추 얼마인지 감이 안 잡힌다면, 만화책을 북스캔 업체에게 맡기고 제본까지 맡기면 책값보다도 북스캔 비용이 더 깨진다. 라노벨을 맡기고 제본까지 맡기면 얼추 1권값이 고스란히 북스캔 비용으로 나가며, 판타지, 무협소설을 맡기면 1권값보다 조금 덜 깨진다. 그렇다고 북 스캐너랑 종이 재단기/제본기를 구매하는것은 약 7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진된다. 북 스캔을 위한 자동화된 북 스캐너의 경우엔 60만원 가까이 깨진다. 책을 절단하는 데 적합한 재단기는 일반적인 재단기보다 대형이고 힘 좋은 물건을 써야하는데, 가격대가 10만원 이상 나간다. 물론 열 제본기도 문서가 아닌 책을 열 제본할만한 물건은 가격대가 조금 더 세다.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 책은 소장품으로 가치보다 내용물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쉽다. 그냥 책값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할지라도 종이값/제본값 이외의 내용값에 돈을 낸다는 느낌으로 사고, 그 내용을 디지털화하기 위해서 상당한 투자를 한 셈이기 때문. 북스캔 업체를 이용한다면 여기에 북스캔 이후 제본을 하기 위해서는 택배비를 제한다 할지라도 제본비로 돈이 더 깨지게 되며, 책을 없애는게 나은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공간이 모자란다는 문제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에 책 그 자체가 소장 가치가 있는게 아니면 그냥 고해상도 스캔해서 디지털로 보유하고 책은 버리는 경우도 꽤 볼 수 있다. 특히 물량이 많아지기 십상인 잡지류를 즐겨보는 경우엔 공간 절약을 위해서 북스캔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수 있다. 또한 배우자나 부모님등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 북스캔하는 경우도 있다. 독서라는 취미는 일반적으로 좀 고상한 취미 취급받지만, 라노벨이나 만화, 판타지, 무협소설 읽는건 썩 좋은 시선을 받는 취미가 아니기 때문.
특히 만화나 라노벨, 판타지 소설들을 즐겨보는건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알더라도, 얼마나 많이 사서 보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게 싫어서 북스캔하는 경우나 배우자나 부모님의 눈총을 피하고자 북스캔 하는 경우 애초에 북스캔의 목적이 종이책을 처분하고 내용만 보관하는 것이다. 이 경우엔 단면 스캔을 정말 아무런 미련없이 해버린다.

다만 소장용 스캔본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역으로 공유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생기는것은 사실이다. 책값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화에도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는데, 그 디지털화 된 책을 사실상 공짜로 뿌리기엔 아깝다는 입장에 있는 셈. 하지만 그렇게 디지털화한 스캔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중 1명만 공유하더라도 풀려버리는것이 디지털 데이터이다 보니 이런 개인용으로 스캔한 책들에서 유출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타블렛 컴퓨터, 정확하겐 아이패드의 등장 이후로는 소장용으로 책을 스캔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더군다나 드랍박스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이용하면 백업 할필요도 없고, 자주 보는 책들은 다운해두고, 아닌 책들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엔 지닌 모든 스캔된 책들을 인터넷만 있으면 보고 싶을때 금방 다운받아 볼수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특히 최근에는 가뜩이나 줄어들어버린 대여점을 스캔본 불법공유의 출처 취급하기는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다.

4.6 질적 저하 책임론

4.6.1 판타지/무협소설 문제

소위 말하는 양판소를 대여점 판매 목적으로 쓰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팽창하나 질이 낮아지고 따라서 한국의 장르 문학 시장의 질을 저급하게 만들고 있다는 가설.

양판소라는 형태는 90년대 후반, 장르 문학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여러 출판사가 경쟁하며 인기가 있다면 별다른 제약 없이 출판을 한 일에서 출발한다. 대여점이 2만여 곳이 있던 시절에는 인터넷 상에서 약간의 인기만 있다면 출판사가 급하게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당시에 나온 책 중에는 지뢰작이라고 불리는 저급 소설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도 이것은 마찬가지인데 단지 다른 것은 저때는 저급한 소설도 10권까지 가서 완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5권 내외로 조기 종결되고 심한 경우 완결편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4.6.2 만화 문제

만화의 질적 하락 문제는, 어떻게 보면 도서대여점 논쟁의 핵심을 빗겨 지나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논쟁의 핵심은 "도서대여점의 등장으로 인하여 한국만화가 질적으로 하락하게 되었다."는 의견과, "질적 하락은 그 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단지 도서대여점 문제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다."는 의견의 대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도서대여점이 등장하기 이전의 한국 만화계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여점이 생기기 직전의 한국 만화는 인기 있던 일본 만화를 거의 그대로 베낀 작품이 매우 많았으며, 당시 활동하던 대부분의 작가가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또한 이전부터 만화계에는 대본소, 흔히 만화방이라고 하는 보급체계. 즉 '대여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소위 말하는 공장 만화 체계도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문화 개방에 따른 한국 만화의 몰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그동안 자국 작가들끼리 아웅다웅하고 있던 한국 만화시장에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일본에서도 괴물급으로 취급받는 만화들이 뛰어들면서 본격적 경쟁체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 상승을 불러왔다. 실제로 그동안 기득권을 누리며 안주하고 있던 공장체제 만화가들은 이 두 만화가 등장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화잡지에서 발을 빼 그들만의 세계인 만화방과 스포츠신문으로 돌아갔고, 그 빈 자리는 한국의 신예 만화가들이 차지하게 된다.

이 시기의 대표적 작가가 당시 고교생 만화가였던 이명진, 《진짜사나이》의 박산하(《진짜사나이》 100만부 돌파), 《마이러브》(IQ점프 잡지 인기순위에서 한때 《드래곤볼》을 제치고 1위)의 엄재경이충호이고, 그 외에도 《열혈강호》의 전극진양재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중이라는 《프리스트》의 형민우, 나중에 《신암행어사》를 탄생시키는 윤인완양경일, 나중에 《유레카》를 탄생시키는 손희준 등 1급 신예만화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현상은 주로 이런 프로세스 덕분이다.
드래곤볼 단행본 기다리기 싫다, 잡지사면 드래곤볼 연재 중이니 봐야지 -> 아 역시 재미있다. 그런데 기왕 산 거 다른 만화도 읽어볼까? -> 어 이거 재밌당 -> (다른 작품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또한 소년들이 좋아하는 라이벌 구도도 생겼는데, 《드래곤볼》의 IQ 점프와 《슬램덩크》의 소년챔프다.[4]

그런데 이런 경쟁구도와 신예들의 등장이 2000년 이후로 끊겼다. 이유가 뭘까?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생겨난 실직자들이 대여점을 차린 예가 상당히 많다. 대여점이 폭증하면서 아무리 정성을 들여서 좋은 작품을 내더라도, 대여점의 존재로 인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를 창출해 내기가 매우 힘들어진 것이다. 물론 대여점만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대여점이 일조한 것 또한 사실이다. 좋은 책이든 질이 떨어지는 책이든 판매되는 부수가 비슷하다면, 대충 그려서 여러 작품을 내는 것이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대여점의 근간이 되는 대여시스템 자체가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나눠먹기식 구조로써 각 만화 출판사들이 대여시장의 크기만큼 파이를 나누어 먹는다. 다만 이 분배마저도 공정하지 않기에 반복 대여수익은 무시되고 한 권의 책에 대한 수익으로 결정된다.[5] 이렇게 되자 흥행 대작, 기본 흥행작, 실패작 등의 상업적 기능은 붕괴되고 모든 단행본이 개나소나 쫙 깔려 만화 판매시장의 위축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듯 대여시스템은 시간을 내서 깊고 진지하게 읽는 독서 대신 양으로만 휙휙 읽는 잘못된 독서문화를 형성하여 기존의 만화 판매시장을 박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또한,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변화와 만화계의 현실, 기타 다양한 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네 탓 내 탓임을 놓고 싸우는 것일 뿐이다. 도서대여점의 몰락 또한 한국 만화계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일 뿐이다.

그런데 손희준/김윤경, 임달영, 윤인완/양경일, 형민우, 류금철(《떠돌이용병 아레스》) 등 잘 나가는 작가들은 외국에서 돈 잘 벌고 있다. 해당 작품들을 영어로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4.7 잡지 판매에 관한 문제

대여점 반대 담론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만화 연재 잡지가 빠진 곤란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행본 인세소득만큼이나 작가에게는 잡지 인세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여점 반대 담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신인이 데뷔하기 쉬운 잡지가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과거 대여점 담론의 중심이 되었던 작가들이 거의 모두 잡지를 출판하는 만화 출판사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던 작가들이었던 것이 잡지 문제가 대여점 담론에서 외면받고 있는 원인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여점 담론을 주도한 작가들은 담론에 잡지사에 대한 맹렬한 비판도 섞어서, 만화 애호가 층에 잡지사에 대한 반감을 불어넣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5 불법인가 합법인가

민법과 거래법에 따라 대여가 금지되었다는 루머도 있고, 김대중에 의한 IMF 특별법이 통과되어 대여점이 합법화되고 대량 양산되었다는 루머도 있지만[6], 2005년에 만화평론가 박인하 교수가 컬쳐뉴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둘 다 사실이 아니다. 대여점에 관해 명확하게 규정된 법 조항은 찾을 수 없다. 다만, 그 이전부터 대여점(대본소 및 만화방)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1960-80년대에는 아예 이들 만화방을 중심으로 만화판이 돌아갔으며 이 당시에는 당국과 언론에서 수시로 만화방을 불량퇴폐업소로 매도하며 갖가지 압력을 행사하곤 했지만 일단 영업 자체는 불법이 아니었다. 이러한 루머는 애초에 '대여시스템'[7]과 '대여점'을 헷갈린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IMF 이후 정부의 정책방향은 IT산업 육성/지원이었지 대여점 지원? 그딴거 없었다. 오히려 정부는 대여점 자체를 골칫거리로 여겼다. 1990년대 초반 도서대여점 증가에 대해 출판업계가 끈질기게 비판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반적으로 합법적으로 구매한 물건을 적절한 대가를 받고 대여하는 영업이 불법이 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8][9] 저작물조차도 비디오 대여나 음반 대여 등 다양한 형태로 합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다. 대상물이 도서가 되었다고 해서 그게 갑자기 불법이 될 이유는 없다. 사실 현재와 같은 도서 대여점이 IMF 이후로 급격히 늘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제법 있던 업종이었고, '도서를 대여한다'는 업태 자체는 만화 대본소 등의 형태로 원래 존재하던 것이기도 하다.

애당초 대한민국의 가구당 평균도서구입비가 2만 5천원 수준이다. 여기는 신문 값이나 기타 인쇄물 가격이 포함된 것. 즉 책을 사서 보는 것 자체가 안 되어 있다. 시장 형성 자체가 안 되어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대여점에 대해 무조건 비난만을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대여점 측에서는 책 한권의 값을 지불하여, 그의 몇 배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대여점 수익의 일부는 마땅히 출판사 또는 원작자(번역본의 경우는 라이센스를 지닌 출판사)에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특히 컨텐츠의 흡수 속도와 수명이 빠른 오락 도서물 같은 경우에는 일반 도서의 대여와는 다르게 취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외형적으로는 똑같은 '도서'이긴 하나,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6 관련 사건

6.1 특정 만화가에 대한 악의적 비방

대여점 담론에서 만화가 김성모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었는데, 이것도 이야기할 거리가 된다.

이전부터 만화계에는 "대본소"(소위 만화방)이라는 보급체계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소위 말하는 "공장 만화" 체계도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이때는 이현세를 비롯한 많은 수의 중견 작가들이 공장을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시대에는 지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물 작가들은 거의 모두 공장을 돌렸다.

김성모는 대여점 담론에서 일부 대여점 반대론자들에게 공장 체계의 대표적인 작가로 몰리면서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대여점 반대론자들은[10] 김성모를 이 공장 체계의 대표적인 작가로 들면서 공격했지만, 사실 김성모는 이전 세대 중견 작가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흉내낸 것에 불과하며, 규모도 다른 공장보다 오히려 작은 편이다.

아마 그가 눈에 뛰는 것은 소년 잡지 만화 시장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부터 대본소 체계에서 활동하던 중견 만화가들과는 달리 비슷한 시기에 소년 만화 잡지에서 활동했던 다른 작가들과 '같은 그룹'으로 인식되었고, 그 때문에 만화공장을 돌리게 된 것을 일종의 배신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특히 심한 공격을 받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사실 김성모는 고행석 화백의 화실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하면서 만화계에 몸을 담게 되었던 사람이다. 김성모가 일시적으로 소년 잡지만화 시장에 몸을 담기는 했지만, 그가 만화를 배운 곳은 공장형 대본소 체계였던 셈이다. 결국 "만화공장"을 차리는 것은 김성모 입장에서 보면 그의 "스승들이 했던 일"을 자연스럽게 따라해서 이어받는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성모는 당시 이미 거물이 되었던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과 같은 기존의 공장작가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신인이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김성모가 "만만하니까"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당시 만화계에서 누구가 이현세를 대놓고 공장 만화가라고 부르면서 공격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그 뒤로 한국 만화계에서 발을 붙일 수 있을까?

또 상대적으로 인기 만화가였기 때문에 '아이콘'화 되어 공격받은 측면도 있다. 사실 당시에는 김성모 이외에도 이런 식의 "전직"을 시도한 다른 소년만화 작가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까이지 않고, 오직 김성모에 대한 마녀사냥만 있었다.

이 당시의 담론을 보면 김성모에 대한 근거없는 악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런 풍조는 지금도 인터넷에 많이 남아있다.

6.2 전대협과 대원씨아이의 마찰

2009년 3월, 도서 반품 문제를 놓고 대원씨아이와 마찰을 빚고 있던 전국도서영상대여점협회와 전국만화방도서대여점연합회가 대원씨아이의 제품을 불매하기로 선언했다.
관련공문1, [[[" />|관련공문2]]

대여점 협회 측은 랩핑이 벗겨진 중고 도서의 반품을 받아주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출판사 측에서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도서대여점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네티즌들은 협회 측을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대여점 협회 측은 작가에 대한 제명과 소설 권당 320페이지 제한이라는 요구까지 했는데, 많은 수의 네티즌들은 이를 작가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분개하고 있다.

만화 스토리 작가 임달영도 여기에 대해 대여점 측에 반대하는 글을 써서 많은 네티즌과 작가 지망생들의 공감을 사게 되었다.

지지와는 관계없이, 이미 대여점의 수가 많이 줄었다는 점과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대여점도 많이 있고, 대여점에는 영세사업자가 많기 때문에 협회의 조직력과 영향력이 약하다는 점도 있어 불매운동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번 기회에 도서대여점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네티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출판사와의 마찰이 원인이 되어 도서대여점 협회가 주도한 불매운동은 이미 몇 차례 벌어진 적이 있으며, 그때마다 대여점 측의 조직력 & 영향력 부족으로 흐지부지 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한마디로 대여점 협회는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사실상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단체라는 것이다.[11] 결국 대여점 협회가 이번 사태에서 한 발언은 단순한 허세나 아무 의미도 없는 엄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애초에 지나치게 열받을 필요도 없었던 셈이다.

이 사건에서 작가 임달영은 "작가의 허락으로 살아가고 있는 도서대여점이 건방지다."는 의견을 냈으며 이 의견에는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했지만, 어차피 예전부터 도서대여점주들은 "우리의 구매력 덕분에 작가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누구 덕분이냐를 입으로 따지자면 논쟁은 평행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서대여점이 없어도 될 정도로 오덕후 시장의 구매력이 상승한다면 논쟁의 여지가 없겠지만, 임달영 블로그의 댓글을 보아도 책 샀다는 의견을 보기 어려운 걸로 보아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될 것 같았고 결국 예상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여점 측에서 그냥 넘어가고 있다.

  1. 물론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이 경우와 비교하려면 예전 패미컴 시절에나 있었던 게임대여점과 비교해야 엄밀하게 게임판이 된다. 물론 게임 대여점은 금방 몰락해버렸지만...
  2. 다만 얼추 짐작할만한 근거는 될 수 있다.
  3. 한다는 루머도 있지만 스캔본 유통은 대여점 스스로도 자멸 행위다. 대여점이 만화 시장을 멸망시키려는 마왕이 아닌 이상은 근거가 약한 루머.
  4. 참고로 이 작품들의 일본 내 연재잡지는 같다.(...)
  5. 단, 비디오 대여시장은 대여수익이 포함되어 비디오물의 판매 가격이 높다. 그러나 만화책은 대여가 아니라 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여수익이 판매가격이 포함이 안 된다.
  6. 안녕 자두야 8권 138쪽에 이러한 루머를 사실인 양 다룬 바 있다.
  7. 대여시스템이란, 정당한 판매 시장에 판매되야 할 만화책이 대여 시장으로 투입되는 걸 말한다.
  8. 실제로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물건의 대여업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업태였다.
  9.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책이라는 것이, 그 글의 내용을 읽을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책을 사는 것이 단순히 종이를 구매하는 것과 종이에 쓰여 있는 것을 읽을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쓰인 내용을 공유할 권리는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게임의 경우 흔히 공유할 권리가 포함되지 않음이 명시되어 있다.
  10. 대표적으로 박무직 작가
  11. 물론 대여점 업계 내부에서는 상호간의 뭔가 연결 고리가 있어서 사업상 그런대로 중요한 존재일 수는 있다. 하지만 도서 시장 전체에서 대여점 협회의 존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