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쥬신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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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김산호 화백이 1989년에 낸 환빠 역사서.

1950년대 후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라는 만화로 인기를 몰며 추억의 SF만화로 인정받던 작가였던 김산호 화백이 오랫동안 만화가 생활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민가 관광업 사업을 하다가 그야말로 오랫만인 1989년에 전3권으로 간행한 20세기에 만들어진 신화. 참고로 김산호 스스로가 밝힌 '역사연구를 시작한 시기'가 1988년부터이다. 즉 역사 연구(?)를 한지 1년만에 출간한 작품.

1994년에 동아출판사(현재는 YES24의 계열사가 된 동아출판)를 통해 전 5권으로 다시 냈고, 당시 값이 권당 4만원에 이르던 고가였다. 단, 가격이 비쌀 만 한 것이 아니라 올 컬러에 종이도 엄청 고급이다.

종이 자체도 어지간하면 찢어지지 않는 최고급 코팅지인데다가, 별로 얇지도 않고 크기는 엄청 큰 책 안의 모든 삽화, 만화가 모두 올컬러다! 그나마 4색, 8색... 이런 무늬만 컬러도 아니고, 진짜 천연색 인쇄다! 농담이 아니라, 만화책 수십 권 분량을 모두 일러스트 수준에 가까운 컬러 그림으로 그렸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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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5월호 게임챔프로 소개된 대쥬신제국사. 이때만 해도 환단고기가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했던 시절이라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인 저서라고 홍보되었다.

2 비판

중국까지 가보고 여러모로 나름대로는 자료 조사에 충실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필히 국수주의에 찌들어진 환단고기조선상고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나온다. "백제가 중국 여러 곳을 지배했다"느니,"'야마토'란 말 자체가 한국어인 '야뫼도'에서 나왔다"느니... 참으로 황당함을 주던 괴작임에도 환빠들에겐 꽤 좋은 평을 받는 모양이다. 참고로 군부대[1] 및 군병원, 심지어는 공립 고등학교 도서관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의 1-4권은 환단고기환빠 역사관을 비주얼라이즈 한 것이다. 아니 그보다 한술 더 떠서 원래 우리 민족은 중원 대륙을 지배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2] 5권은 그래도 발해 이후를 다뤘기 때문에 이보다는 객관적.

그림만 보면 꽤 괜찮다. 내용만 없애고 화보집이라고 보면 살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 환빠를 혐오하는 사람에게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책 곳곳에 보이는 공들여 채색한 역사기록화의 경우는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초판이 나온게 1989년. 지금처럼 역사서가 대중화되기 전인데다 시각효과를 강조한 역사관련도서는 거의 없다시피하던 시절에 내용을 잊고 그림만 본다면 시각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줬다. 인터넷에 소개된 책 속 삽화를 보면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권당 4만원(정확히는 39, 900원. 무슨 홈쇼핑 제품 값)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이 붙는다. 물론 2010년도 이후부터는 영미권 그래픽노블이 정식출간되면서 이 정도 가격의 책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이 책이 출간되던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가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역사관. 이 책은 오롯이 환빠 역사관 그대로를 담고있다.[3]

"우리 민족의 역사는 동이와 중화족의 대결"이라나.. 그러다보니 역사적으로 오랑캐라고 불렸던 흉노족, 말갈족, 선비족, 몽골족 , 거란족, 만주족도 동이족에 해당되므로 모두 "우리민족"이 되었다. 그럼 원나라 청나라도 우리 역사?[4] 거기에 백제가 중국 여러 곳을 지배한 곳이라는 주장까지....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 이 책과 비슷한 입장이기도 했던(?) 치우천왕기의 경우처럼 그냥 판타지로 봐줄 수도 있지않느냐는 시각이 있을수도 있으나, 문제는 저자인 김산호 스스로가 이 책을 기점으로 역사학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가끔은 '역사연구가'라는 애매한 호칭으로 소개될 때도 있다). 차라리 모 종교단체처럼 경전으로 하면 그래도 나을 것이다. 광주문화재단 초청, '민족사로 보는 한국역사' 강연 (기사참조)역사학자 김산호 화백, 8일 오후 역사 강연회 (기사참조) 반면 치우천왕기의 작가 이우혁의 경우, 공식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관은 판타지일 뿐이라고 확실히 못 박아둔 상태이다.[5] 더군다나 역사를 소재로 다루는 작가들이 해외를 오가며 방대한 자료조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 경우인데도 불구하고, 김산호의 경우 역사 연구(?)를 시작한지 불과 8년만에[6] 역사학자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3 이야깃거리

  • 군의 정신무장을 위해 군부대에서 '민족사관'이란 이름으로 정훈교육까지 이용되었고, 덕분에 환빠 양성에 더 많은 공헌을 하게 됐다.
  • 환단고기에도 없는 출처불명·근거불명의 표기법 "쥬신"의 어원으로 추정되는 책.
  • 김산호는 2002년에는 <한국의 천황 105인 존영집>이라는 괴서를 쓰기도 했다.일본 천황이 한국인?
  • 김산호는 또한 2005년에 다물넷이란 업체 대표가 되면서 여기서 내는 한국사 소설(?) 그림을 그리면서 환빠 전문이 되어 버렸다. 치우천황, 단군조선, 부여백제, 심지어 이순신을 다룬 작품에서까지 은근히 환단고기를 내세우기까지 했다. 머리말 보면 동북공정에 대항하고자 뭐라는데 매우 질낮게 전혀 연계성없는 것들을 방법으로 애국심을 고취시켜 우기는게 심히 어이없다. 대체역사물 형식의 픽션이었으면 명작소리를 들었을 작품.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림은 정말 장난아니다. 고려청자에 똥을 담았다 결국 2013년 이 모두를 집약한 대한민족통사를 출간해냈다.
  • 2011년에는 『슈벽, 가라테, 그리고 태권도』라는 책을 새로 썼는데 가라테나 유도가 모조리 한국 수박에서 유래된 무술이라고 이젠 무술 환빠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 동시기에 출간된 다른 환빠 만화인 '잃어버린 단제'에 비하면 그래도 평가가 낫다. 일단 그림 퀄리티가 높아서 재미로 볼 맛은 나는데다... 상고시대 전화기, 잠수함, 비행기 드립까지 미친듯이 나오는 잃어버린 단제에 비하면 그나마 상식적인 내용이라...[7]
  1. 군부대 보급용에는 저자가 인세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2. 정작 환단고기는 그래도 만주, 기껏해야 산동 반도까지가 그 영역이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대륙설이 시작된 계기가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추정된다.
  3. 달리 말하면 환빠에 대한 항마력(.......)을 충분히 지녔다면 오로지 그림만 보며 즐기기 위해서만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세련되고 멋진 그림이 넘쳐나는 시대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멋지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만화 수준으로 꾸며져 있다.
  4. 환빠들은 정말 그렇게 주장하기도 한다.
  5.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가끔씩 아슬아슬하게 연관될 가능성이 높은 발언들을 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결코 역사학으로 다루고있지 않다. 학자에 준하는 자료조사를 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지만 학자를 자처하지는 않는 것.
  6. 이것도 동아출판사를 통해 리뉴얼판을 낸 1995년을 기준으로 한 연구기간이다. 처음 초판본을 출간한 1989년을 기준으로 치자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지 고작 1년만에, '한민족 고대사에 통달한' 사람을 자처한 상황.
  7. 물론 잃어버린 단제에서도 그 시대에 전화기나 잠수함, 비행기가 있었다는 걸 믿을 수는 없다고 말 주워담기를 하긴 하지만... 그럼 그런 괴상한 헛소리를 소개는 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