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기관포


사진은 국군 F-5 전투기에 장착된 M39A3 20mm 리볼버 기관포.
코렁탕 한뚝배기 하실레예?

제2차 세계대전 말엽, 독일의 총기 제작회사 마우저는 MG213이란 기관포를 개발했으나, 너무 늦게 개발한 나머지 이 기관포를 실험만 해보고 생산까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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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213의 간단한 개요도.

2차 대전 당시에는 이미 다양한 20mm 기관포가 있었으나, MG213의 구조는 독특했다. 이 기관포는 마치 리볼버 방식의 권총처럼 약실이 여러 개 있었으며 이것은 돌아가면서 탄이 장전되고, 탄을 격발시키며, 탄이 빠져나간 탄피를 빼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를 리볼버 기관포(revolver cannon)라고 하는데, 이는 에서 화약이 터질 때 상당히 많은 힘이 가해지는 약실을 여러 개로 나눠서 연사를 하는 동안 이 부분이 연속적으로 받는 힘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고통분담차원의 일환이라고나 할까. 또한 탄을 쏘고서 탄피를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약실이 회전해서 다른 약실은 바로 발사에 들어가기에 탄피를 뱉어내는 과정을 생략해서 연사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개념만 놓고 보자면 개틀링 기관포와 비슷하지만 개틀링과 달리 이 리볼버식 기관포는 포탄이 지나가는 길, 즉 포신 자체는 하나이고 약실만 여러 개다. 이 때문에 개틀링 방식의 기관포 보다 연사 속도는 확연히 떨어지지만, 대신 훨씬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포신이 회전하느라 최대 발사속도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1] 발칸포에 비해 처음부터 최대 속도로 발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리볼버 기관포가 발칸포보다 대구경의 탄환을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투사중량 기준으로 봤을 때 길어야 2초 정도 점사를 하게 마련인 공중전 상황에서 더 유리한 쪽은 리볼버 기관포 쪽일 수 있는 것이다. 당장 M61의 투사중량이 BK-21을 앞지르는 데에는 2초 정도가 걸린다.

다만 이러한 구조 때문에 너무 빠른 속도로 연사할 경우에는 발사한 포탄이 미처 포구를 떠나기 전에 차탄이 격발되는 경우도 있어 매커니즘 작동에 오차가 생겨 탄 걸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너무 과열된 나머지 쿡 오프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개틀링 기관포와 다르게 단일포신을 사용하므로 포신 마모가 매우 심한 편이다.

영국프랑스는 이러한 리볼버 방식 기관포 작동 방식을 받아들여서 각각 새로운 30mm 기관포인 ADEN과 DEFA를 개발했다.

미군 역시 T-160이란 이름으로 스프링필드 조병창에서 리볼버20mm 기관포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기관포를 당시 화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던 F-86에 시험적으로 달아서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3년 말엽에 실전에 사용해 보았다(F-86은 원래 12.7mm 기관총(M3 중기관총 이라 부르는 기관총) 6정을 사용했다).
이후 이 리볼버기관포는 정식으로 군에 채용되면서 M39란 이름이 붙었으며, F-86H 전폭기, F-100 수퍼세이버, F-101 요격기F-5 전투기에 장착되었다. 그러나 이후 미군은 더 빠른 연사속도를 갖는 개틀링식 기관포인 M61, 통칭 발칸포를 전투기용 고정무장으로 채택한다.

한편 영국군프랑스군은 여전히 ADEN 및 DEFA 기관포를 고집하는데, 대체로 유럽 쪽은 연사속도는 개틀링보다 느리지만 탄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더 강한 30mm 기관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제인 JAS39독일산인 마우저 BK-27이라는 27mm 리볼버 기관포를 사용한다.

러시아도 주력 전투기Su-27MiG-29에 Gsh-30-1 30mm 기관포를 탑재했는데, 이 기관포는 리볼버 방식도 아니고 개틀링 방식도 아닌 더 전통적인 반동 이용식 단일포신 기관포(즉 작동방식이 일반적인 기관총과 유사하다.)이다. 서방의 대형 폭격기의 요격을 중시한 러시아는 한발 한발의 위력이 중요하지, 굳이 기관포의 연사속도를 높일 필요가 없었으므로 기관포에 있어서는 리볼버 방식마저도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편 공격기Su-25의 경우에는 비슷한 가스동작 방식의 Gsh-30-2 30mm 쌍포신 기관포를 채택했다. Gsh-30-2는 이름과 달리 Gsh-30-1과는 별개로 개발이 진행되었던 물건으로서 말하자면 가스압 작동식 쌍포신 기관포인데, 작동방식은 상기한 대로 가스압 작동식이고(역시 작동방식이 일반적인 기관총과 유사하다.) 포신은 2개이며 두 포신이 번갈아 발사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의외로 구 소련대공포에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한 전폭기Su-24요격기MiG-31에서는 개틀링기관포를 채용한 바가 있었지만, 이쪽도 전기구동식인 미국의 개틀링식 기관포와는 달리 가스압 작동식으로 작동하는 가스작동 개틀링(즉 회전식 기관포면서 기계식이 아닌 일반적인 기관총과 유사하다.)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1. M61이 최대 발사속도에 도달하는 데 0.3초가 소요된다. 정지에는 0.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