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도 위에 까는 블록. 도로 건설 초기에는 이런 블록 대신 통짜 콘크리트 시공이 많았다. 아직도 시골에서 자주 보이는 논두렁 옆 콘크리트 길을 떠올리면 적당하다. 이후 이런 통짜 콘크리트 시공 이후 유지 보수 및 재공사 측면에서 불편한점이 많았으므로 인도 포장을 블록으로 전환하게 된다. 블록을 쓰게 되면서 각종 지중화공사 이후엔 차도를 통제하기보단 인도만 통제하고 땅을 파기도 수월하게 되었다. 물론 보행자는...
초기의 보도블록은 꽤나 얇은 두께의 정사각형 블록이었는데 이게 양쪽으로 쪼개면 한 손으로 잡고 던지기에 딱 좋은 무게와 훌륭한 그립감(...)으로 각종 시위에 많이 동원되자, 대부분 현 항목 상단에 있는 블록처럼 굵고 두꺼운 물건으로 교체된다.[1] 하지만 이것마저 뽑아서 던지는 사람도 있다.(...) 이후로는 더욱 발전하여 도로 진동이나 기타 이유로 짜맞춤이 어긋나서 보도가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그재그 형상의 보도블럭도 등장하였고,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럭도 등장하는 등 점점 실용성과 편의성을 늘려가고 있다.
가끔씩은 제법 예술적인(?) 배열로 보도블럭이 깔린 곳도 볼 수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보통 미관상 2 종류의 보도블럭을 무늬에 맞춰 깔아놓는 경우가 많다. 다만 종종 사각형의 구석 부분이나 가로수가 나온 부분 등의 한 두군데만 무늬가 안 맞게 깔려 있거나 하면 은근히 신경쓰인다.(...)
사실, 보도블록 자체가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보기엔 깔끔하지만, 딱딱한 바닥위를 걸으면 족저근막염을 유발한다고 한다. 타이어 수지 같은 재료로 보도를 깔기도 하는데 이게 그나마 낫다. 이런 바닥도 시간이 지나면 굳어져서 푹신함이 줄어들고 벗기기도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굳어지면 다시 깔려고 그러는건가?
2 연말 보도블록 교체 행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세금낭비. 아스팔트와 힘께 양대의 돈먹는 하마
여러분의 세금이 길바닥에 깔려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연말만 되면 남은 예산을 마저 쓰기 위해 멀쩡한 보도블록을 새 것으로 가는 뻘짓 행위. 세금낭비의 전형이자 탁상행정, 전시행정의 대표. 하라는 복지는 안하고 눈먼 돈 시궁창에 쳐박는 현시창 정부 운영의 본보기.
나비효과 어떤 화에서는 어떤 과학자가 반영구적인 보도블록을 만들었더니 관공서 직원이 사살하러 왔다.(...)
2.1 왜 이런 짓거리를 하는가?
보통 연초에 예산을 넉넉히 잡는 편인 까닭에 연말에는 어느 정도 예산이 남게 된다. 하지만 남은 예산은 이월시키는 과정이 복잡하고, 그만큼 내년 예산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만만하게 돈지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도블록이나 가로수 교체작업을 반복해왔던 것이다. 아무리봐도 세금낭비가 맞다. 차라리 생활에 도움되는 곳에 쓰라고 그냥 비포장 도로만 포장시켜도 충분하잖아...
올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서 돈을 남겼다면, 다음해 예산 책정 시에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줄여도 되겠네?"라는 비합리적인 구조가 문제다. 주는 입장에서야 실제 경비보다 예산을 더 많이 줄 이유는 전혀 없지만, 받아서 쓰는 입장에서는 예산절감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다 기껏 노력해서 경비를 줄여 놓았더니 "그래, 잘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라."하며 예산이 줄어 버리면 절감을 할 동기가 사라지고 만다.
예산이 줄었는데 물가가 올랐다거나 하여 소요경비가 예산을 초과하는 마당에는 쪼이기 마련이라, 시작부터 장부에 군살을 붙여서 예상치보다도 예산을 더 올려 받으려는 것이다.
공공사업 분야에 만연한 '부풀려 받은 예산에서 남는 건 대충 까먹기'식의 행태는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서, 레슬리 채프먼(Leslie Chapman)이라는 영국 사람이 Your Disobedient Servant라는 책을 써서 영국을 까기도 했다.
리버풀 의회는 가스등 점등기 2개와 담당자 1명을 두느라 8년동안 25만 파운드(=약 5억원)를 지불했는데 리버풀에는 가스등이 없다. 공무원=철밥통 인식은 영국도 똑같은 모양이다. 공무원 조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알면서도 안 고쳐지는 것이 신기하다. 효율화를 하면 공무원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사라지는 거라서 개혁이 지지부진한 탓도 있지만, 효율만 쫓다가 행정이 망해버릴 위험도 있어 골치아픈 문제이다.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 사례이다. 자기 조직을 살깎는 것을 누가 좋아할까?
하도 말이 많자, 보도블록 교체연한을 설정하는 등의 제약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자 연말에 도로 재포장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도로는 누더기가 되지만…. 근성의 관공서.
결국 서울특별시 측에서 공식적으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한겨울에 나무를 심고 있다! 보도블럭에 비하면 괜찮은데? [2] 이래저래 풍선 효과가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2.2 보도블록 교체 행사의 필요성?
이렇게 욕을 먹지만, 교체 행사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다소 존재한다.
겨울에는 '일자리'가 없다. 일용직 노동자, 막노동꾼들을 수용하는 건설 경기가 이 시기에는 마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에 득을 보고 활성화 되는 부문은 난방, 의류 부분인데, 이런 쪽은 고용이 일정한 편이며, 겨울의 경우 경기가 둔화된다. 돈을 써야 경제도 돌아가는데, 춥다보니 나가서 돈을 쓰기보단 집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고, 난방비 걱정에 서민들은 더더욱 힘들다.
그러다 보니 평소 고정된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노동자나, 영세 기업체는 겨울철에 넘어가기 딱 좋다. 만일 관공서에서 이러한 공사를 벌이지 않는다면 이런 부분의 종사자들은 겨울에 진짜 보릿고개가 오고 만다. 나름대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고.[3] 경기둔화를 막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식의 돈낭비가 절대로 옳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돈을 낭비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는데 차라리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정부지원금을 운영하는게 몇 배는 효율적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행위임엔 변함이 없다. '깨진 유리창의 역설'[4]을 알아보자.
미국이 대공황에서 견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뉴딜 정책 덕분이라는 일부 시각이 있는데, 이 뉴딜 정책이 특별한 정책이 아니라 정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등을 통해서 돈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경제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세계 대공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한 고육지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뉴딜은 후버 댐같이 미래에도 쓸만한 것을 만들었지만 보도블럭을 아무리 바꿔봤자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다.
보도블록 교체에는 다소간 정치적인 효과도 있는데, 지자체의 장이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은 일종의 업적게이질 성격도 겸사겸사 달성하는 것일 수 있다. 즉 예산이나 골치아픈 시정에 별 관심이 없는 소시민들에게, 보도블록이 교체되면 길거리의 미관이 확 바뀌게 되고, 그것은 곧 "우와, 이렇게 동네가 바뀌다니, 이번에 뽑은 사람은 일 열심히 하네?" 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토목공사라는 게 상당히 유난스러워서[5] 인근 주민들에게 존재감이 크기도 하고...- ↑ 비슷하게 유리병이나 페트병 등의 규격도 화염병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일정 부분 규제된다.
- ↑ 사실 조경업체에서는 수목을 옮길 때 가장 최적의 시기를 바로 겨울로 보고 있고 왠만해서는 겨울에 이식하도록 스케쥴을 짜긴 한다. 왜냐하면 나무는 보통 겨울에 동면을 하기 때문에 성장 등이 멈추는 데, 이때 이식 전후,이식을 위한 이동 과정에서 자잘한 상처를 입거나 이식을 위해 큰 뿌리 상당수를 잘라내어도 봄,여름에 나무가 깨어나서 활발하게 작용하면 저 정도 훼손쯤은 쉽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여름 수목의 성장기에 수목을 이식하면 엄청난 양의 영양제 따위를 대량으로 퍼부어야 겨우 살까말까하기 때문에 겨울에 작업을 하는 게 수목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 ↑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살림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면 이리저리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술이나 음식값으로 사용, 이 경우에은 요식업 경기도 살아난다.
- ↑ 프랑스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야가 주장한 이론. 케인즈식 경기 부양은 멀쩡한 유리창을 깨고 그걸 갈아 끼우면서 경기가 부양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이론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깨진 유리창을 갈아끼우기 위해 소모되는 자원은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다른 재화를 구매하는 데 쓸 수 있었던 자원이기 때문에 유리창이 깨진 것은 그 유리창 수리 비용만큼 사회 전체의 편익이 감소한 것이지 케인즈 식으로 고용 유발을 통해 사회 전체의 편익이 증가한다고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것. 사회학에서 말하는 깨진 유리창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니 유의. 제5원소의 악당 조그는 악당답게 유리잔(...)을 깨면서 정기적인 파괴 행위가 가장 뛰어난 경기 부양책이라고 역설하였다.
- ↑ 보도블록 재포장 공사를 하려면 얼마 동안은 보행자들의 통행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