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아스

(아이네아스에서 넘어옴)

Αἰνείας / Aeneas

그리스 신화 및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반신 영웅. 본래 《일리아스》 등 트로이 전쟁에 관련된 전설에 나오는 인물이었으나 훗날 로마 신화에 편입되어 고대 로마의 시조로 추앙받았다. 대한민국에선 아이네아스, 아에네아스로 표기하기도 한다.

1 설명

전설에 따르면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왕족인 안키세스와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 한다. 이다산에서 5살때까지 요정들이 기르다가 5살이후로는 아버지 안키세스가 트로이로 데려와서 길렀다고 한다. 그리스군이 트로이로 쳐들어오자 사촌 헥토르를 도와 혁혁한 공을 세운다. 신들에게 꽤나 귀여움을 받는듯한 묘사가 나오는데, 디오메데스와 일기토를 하게 되었을때는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그를 도와서[1] 위기를 넘길수 있었고, 아킬레우스와의 싸움에서는 포세이돈이 그를 도왔다고 한다[2].든든한 백을 가진 어찌보면 엄친아(...)라고 할수있겠지만, 일리아스 4권에서 디오메데스에게 발려서 죽을 뻔하고, 일리아스 20권에서도 아킬레우스에게 죽을뻔한다(...).

일리아스에서도 아이네아스를 구해놓고 아킬레우스가 더 강하다고 포세이돈이 인증을 놓기 했지만 실제 둘의 대전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승부로 묘사되었다. 아이네아스에게 칼을 들고 달려오는 아킬레우스와 돌을 던지려는 아이네아스, 포세이돈도 아이네아스를 구할때 "둘 중 하나라도 죽어선 안 된다!" 라고 말한 걸로 보아선 포세이돈이 개입을 안 했다면 아이네아스가 허무하게 죽었을 지도, 더 강한 장수인 아킬레우스가 당했을지도, 혹은 둘 다 서로 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신이라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근데 어차피 아킬레우스는 확실히 그 때 죽을 운명이 아니었고 아이네아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한 번도 당한 적이 없고 전 장수 중 최고인 아킬레우스를 이길 정도는 못 되는 게 맞으니 아이네아스가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보고 포세이돈이 아이네아스만 따로 구해준 듯 하다. 물론 아이네아스를 구해주는 순간 아이네아스가 잡아 올린 돌이 주인이 없어졌으니 아킬레우스도 위기를 모면한 셈이지만,,,

하여튼 전체적으로 즉 S급 무장에게 발리는 A급 무장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야 누가 뭐래도 넘사벽 1인자고, 디오메데스에게는 선빵 기습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비난할 일은 못 된다. 아카이아군에게는 공포의 상징이며 트로이에게 자랑이었던 헥토르도 아이약스의 돌 투척을 맞아서 아이네아스처럼 죽을뻔 한적이 있다. 이 경우는 아이네아스처럼 아폴론이 개입하여 둘 다 신에 의해서 목숨을 건진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것도 일리아스에서나 이렇지 이탈리아 도착 후를 그린 아이네이스에서는 거의 누구도 막을 자가 없는 인간병기로 묘사된다.[3]

프리아모스 왕은 자신의 딸 크레우사를 아내로 주었고 둘 사이에 아들 아스카니우스가 태어났다. 하지만 일리아스를 보면 프리아모스는 왕족이고 능력이 뛰어난 아이네이아스를 은근히 경계한 듯, 제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묘사도 나온다.

목마안에 숨어있던 그리스군이 목마에서 나와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기 전, 어머니 아프로디테는 아이네이아스에게 트로이성이 함락될것이니 그전에 트로이에서 도망치라라고 경고하여 어머니의 충고대로 트로이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다른 버전의 이야기로는 트로이가 함락될때 끝까지 요새에서 결사항전하던 아이네이아스에게 감동받은 그리스군이 그를 해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요새를 떠나는 것을 허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다른 이야기에선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네오프톨레모스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의 경고로 트로이를 빠져나왔다는 이야기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미 일리아스에서 아이네이아스가 멸망후 트로이의 생존자들의 지도자가 되는건 예견되어있었다. 아이네이아스가 아킬레우스에게서 도망갈때 신들은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함락 후 생존자들을 이끌 운명이니 살려야 된다고 얘기한다. 단, 전승에 따라선 이탈리아로 가지않고 멸망한 트로이를 그 자리에서 재건하기도 한다.[4]

그후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새로운 땅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하피들과 한바탕 싸워보기도 하고 네오프톨레모스/필로스가 오레스테스에게 죽은뒤 해방되어 나름 잘 살고 있는 안드로마케와 헬레누스도 만나보고, 오디세우스처럼 스킬라도 피해보면서 트라키아와 마케도니아 연안을 지나서 카르타고에 이르렀다. 참고로 돌아다니다가 오디세우스가 놓고간 그의 부하도 데리고 가게된다(...) 여하간 수절하고 있던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짝짝꿍이 맞아 결혼해 둘은 카르타고의 왕과 여왕이 된다. 둘은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아이네이아스는 좀 살다 보니, 처음에 디도와 카르타고를 지켜주겠다고 큰 소리를 친 것과는 달리 주변 왕들의 청혼을 거절하던 디도와 결혼함으로 인해 어그로를 강하게 끌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주변 정세가 험악해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이 없게 되자 아이네이아스는 이탈리아에 가라던 예언을 명분 삼아 카르타고에서 도망친다. 디도는 먹튀하고 떠나는 아이네이아스에게 "나의 자손과 당신의 자손은 적이 될거요!"라고 저주하고 자살했다고 하는데 그때문에 로마와 카르타고가 싸우게 되었더랜다.[5]

퍼셀이 쓴 오페라 아이네이아스와 디도에서는 마지막에 아이네이아스가 마음을 돌려 신을 거역할 각오로 디도에게 돌아오지만 디도는 자신을 한번 떠날 생각을 했다는것만으로도 증오스럽다고 아이네이아스를 쫓아낸다. 여하간 이건 오페라이니...

이후 시칠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연안을 거슬러 라티움에 상륙했다. 라티움왕 라티누스는 원래 자신의 딸인 라비니아를 투르누스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신탁은 "이방에서 온 남자에게 라비니아를 시집보내라"라고 하여 마침 도착한 아이네이아스에게 라비니아를 시집보냈다. 파혼으로 격분한 투르누스가 아이네이아스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헤라는 이에 투르누스를 돕는데 이는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빼앗긴데 대한 복수였다(...) 그러나 결국 아이네이아스가 투르누스를 궁지로 몰게 되고 투르누스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여 아이네이아스는 그를 살려주려 했으나 투르누스의 팔에 찬 팔라스의 팔찌를 보고 그가 자신의 지원군인 팔라스를 죽였다는 사실에 분개, 자비심이 사라져서 투르누스를 죽이고 승리를 선포한다.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아스는 여기서 갑작스럽게 끝나는데 이는 버질이 완성하기전에 사망했기 때문.

이후 라비니아와 함께 결혼하여 라비니움을 세우는데 이는 로마의 전신이 되었다. 트로이 전쟁당시 아폴론은 "아이네이아스의 자손이 트로이를 지배할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그 예언대로 아이네이아스의 자손인 로마 제국이 그리스는 물론 트로이가 있는 소아시아까지 지배하게 되어 예언이 맞았다(...)라는게 로마제국의 주장이었다(...)[6]

아이네이아스의 최후는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오니소스의 기록에 의하면 말년에 루툴리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죽었고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프로디테의 간청에 의해 죽기 직전 제우스에게 들어올려져 신이 되었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보다 객관적으론 전투 중 강에 빠져 죽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7]

2 서사시 《아이네이스》

아이네이스 항목.

3 로마와 아이네이아스

사실 고대 로마와 아이네이아스와는 별 상관이 없는듯 한데, 아마도 로마제국이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로마의 전신인 알바롱가가 세워지기 훨씬 이전의 인물로 추정되는 아이네이아스를 끌어들인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시조로 로마인들은 굳게 믿었고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건국신화를 널리 퍼뜨리고 자신의 권위를 높일 요량으로 베르길리우스에게 대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짓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가 병으로 다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베르길리우스는 미완성인 "아이네이스"의 원고를 파기할것을 유언했지만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위대한 작품을 태울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미완성의 "아이네이스"를 출판하게 했다 한다.

아우구스투스가 아이네이아스를 높인데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은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별명인 이울루스(Iulus)가 율리우스(Iulius) 가문의 선조라는 주장 때문이다. 다시말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고, 카이사르의 외조카이자 양자인 아우구스투스도 아이네이아스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결국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는것은 당연하다 라는 논리를 성립시킨것이다.(...) 참고로 카이사르는 자신의 고모인 가이우스 마리우스 아내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조상이 아이네이아스이니 결국 따지고 올라가면 아프로디테(베누스)의 자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둘 다 바람둥이니 그때 사람들이 믿었을지도? 아이네이아스가 아우구스투스의 지원하에 쓰여진 서사시라 어쩔수 없긴 했다.

여하간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선...좀 안습하다. 첫등장했을땐 폭풍우를 만나 트로이의 생존자들에게 격려를 해주면서 본인은 속으로 절망하고 있었으며 디도를 두고 떠나려할때 디도가 불같이 화를 내자 제대로 변명도 못하고 어물거렸다. 그 점에서 인간적으로 보인다고 할수있겠지만 아무래도 좀 약해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애시당초 일리아드에서도 별로 중요 인물은 아니었고 사실 집도 절도 없이 방랑하다 닿은 땅에서 정식으로 여왕과 결혼해놓고 재미 볼 거 다 보고서는 몇 달 지나지도 않아서 떠나는 처지인데 입이 백 개인들 무슨 할 말이 있으랴... 내용을 좀 현실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집도 절도 없이 떠돌다 주변의 싸늘한 분위기에 무서워하던 디도에게 전사세력을 안겨주고 전사의 우두머리로서 결합했다가 몇 달 있어 보니 못 당해낼 거 같아서 도망치는 거라 디도 말이 다 맞아서 할 말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런 인간이 시조라고 하면 좀 폼이 안나지 않을까...하지만 로마인들은 그래도 상관없었던듯 하다[8]

어차피 로마인들에게 이상적인 인간형은 아킬레우스처럼 개인의 영광을 위해 앞뒤 앞가리고 돌진하는 영웅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인간형이었고, 이런 면에서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3대가 함께 트로이를 탈출하는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인들이 중시한 가문, 씨족에 대한 충성심(로마인들은 이를 '경건함 pietas'이라고 표현했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더욱이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고 조국 재건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는 면에서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인들의 공화주의적 심성에 잘 부합했다. 그리고 묘사를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장면도 제법 많이 나오는 게 착한 사람으로 묘사되긴 했다.

단테신곡에서는 헥토르와 함께 림보에 있다. 사실상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모든 그리스 영웅들은 지옥에 떨어진걸 보면 장기적으론 트로이의 승리랄까

4 대중문화 속의 아이네이아스

4.1 트로이 3부작

David Gemmell의 트로이 3부작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오디세우스가 지어준 헬라키온이라는 이름을 더 쓴다. 어렸을적엔 활발한 소년이었고 오디세우스를 처음보고 나중에 다시 와달라고 하지만 어머니가 미쳐 자신이 아프로디테라고 믿고 날뛰다 죽은뒤에는 음침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마침 찾아온 오디세우스가 그를 돕기 위해 거짓으로 물에 빠진척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트라우마를 깨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구한다. 후에 아버지 안키세스의 음모로 암살당하기 직전 오디세우스의 도움으로 살아나지만 오디세우스가 그를 살리기위해 안키세스를 죽인탓에 이후 오디세우스는 헥토르와 헬라키온의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트로이 침략군에 서게 된다. 하지만 아가멤논의 비열함에 부대를 이탈하게 되고 트로이 함락후 탈출한 헬라키온과 함께 항해중 헤어지게 된다[9] 헬라키온은 예전에 오디세우스와 세운 로마로 가게된다. 여기서는 무려 안드로마케와 애인 사이인데 헥토르의 아들로 알려진 아스티아낙스가 실은 그의 아들이라는 설정(이건 헥토르가 고자가 되었다는 설정때문에...).

4.2 그 외

  • 웹툰카산드라》에도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호구들이 판치는 트로이 왕가에서 헥토르, 카산드라와 더불어 능력자이자 정상인 중 하나(...) 어떻게든 현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려 하지만 아무래도 방계 왕족인지라 발언권이 세지 않아서 현재 데이포보스를 밀어주고 있다. 하지만 헬레네의 차기 호구(...)인 데이포보스가 말을 지지리 안들어 쳐먹어 애먹는 중(...)
  • 영화 트로이에서도 막판에 잠깐 등장. 트로이가 함락당하자 아킬레우스와 결전을 치르러 가는 파리스와 마주친다. 이후 파리스는 그의 이름을 묻고서는 자신의 검을 건네주며, 이 검이 있는 한 트로이는 멸망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몇몇 트로이의 유민들과 함께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가서는 멸망한 트로이를 뒤로 하고 새로운 여행에 나서는 것으로 영화 끝.
  • 트로이 무쌍에서는 마지막 챕터의 주인공. 파리스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가족을 구하러 가고 탈출구를 찾는 와중에 프리아모스와 파리스를 살해한 아가멤논과 싸우게 된다. 결국 아가멤논을 쓰러뜨리지만[10], 그래도 그리스군에게 포위된다. 하지만 카산드라가 예언한 것처럼 성벽이 무너지면서 겨우겨우 탈출, 이후 트로이의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하는 것으로 엔딩.

5 관련 항목

  1. ...라고 하지만 사실 아들 감싸다가 디오메데스의 창에 팔이 꿰뚫려 피가 나자 아들을 두고 도망쳤다(...) 그러다가 디오메데스가 던진 돌이 아이네아스를 맞추고 부상을 당한 아이네이아스를 죽이려하자 아폴론이 개입해서 이를 막았다
  2. 이때 신들이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를 재건할 운명이니 살아야 된다고 얘기한다.
  3. 아킬레우스급 묘사는 아니긴 하지만 상대하는 족족 죽여버리는 건 비슷하다.
  4. 기원전 1200년경에 트로이 도시 전체가 한번 불타 무너졌지만 곧바로 재건된 유적이 나온다. 이쪽이 맞는 듯 보일 수 있으나 또다른 누가 재건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승이 있으니 아이네이아스가 재건했을 가능성이 분명 낮지는 않다.
  5. 포에니 전쟁을 암시하는데, 물론 나중에 갖다 맞춘 것이다.
  6. 아이러니하게도 로마제국의 직통 후계자인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투르크의 메메드 2세는 나는 트로이의 복수를 했다라고 선언했다(...)하지만 비잔티움제국이 그시기에 이르면 그리스인 국가가 된걸 생각하면 메메드 2세가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7. 아이네아스가 신이 되어 새로 받은 이름이 전장 근처 강의 이름이었다.
  8. 로마인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인물을 이상화했는데 찌질거려도(...) 신들의 말에 토도 안달고 시키는데로 하는 아이네이아스는 그들 시각에선 훌륭한 인물이었다. 확실히 아이네이아스가 백성들의 보존을 첫째 의무로 생각한다면 도망치는 게 현실적이긴 하다.
  9. 그리고 오디세이아 덕분에 헬라키온은 오디세우스가 생존했다는걸 알게된다
  10. 사실 확실히 죽었는지는 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