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γύρος (ˈʝiros)
1 개요
그리스식 고기구이 방식의 일종이다. 큰 꼬챙이에 고기를 잔뜩 꽃아놓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구운 뒤 겉을 썰어내어 피타빵과 자지키, 그리고 간단한 샐러드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흔히 샌드위치로 만든 것을 떠올리는데, 그것의 정식 명칭은 유로피타(γύροπίτα, =이로삐따). 그렇지만 단어가 길어지니 귀찮아서 그런가 그냥 유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로피타로 만들 땐 토마토, 양파, 자지키[1] 소스를 이용해 피타빵에 말아서 만든다.
2 유로의 역사
케밥과 상당히 유사한 기원을 가지고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하다보니 종종 오인하지만, 그리스 사람들에겐 자존심이 걸린 문제급으로 서로 다른 취급을 하는 음식이다.
기원전 17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음식 수블라키가 원형이며,[2] 이 수블라키는 꼬치구이식 케밥, 즉 이후에 나온 쉬쉬케밥과 상당히 비스무리한 모양이다. 이후 1830년대 오스만 제국의 이즈미르 지방에서 '그리스계' 요리사가 고기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두고 썰어먹는 기구를 개발하여 현재에 이른다.
이에 따라서 그리스인 입장에선 조리법의 최초 기원과 그를 증명하는 유물, 그리고 근대 조리법을 시작한 사람이 그리스계라는 점에서 수블라키와 그것을 계승/피타라고 부른 빵에 썰어넣은 음식인 유로는 그리스 음식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터키인 입장에선, 근대 조리법과 함께 케밥이 시작한 것과 다름이 없고, 빵을 도입하면서 이름까지 한 번 바꾼 유로는 케밥의 아류로 보이게 된다.
3 케밥과의 차이점
그리스 사람들에게 그리스식 케밥을 달라고 한다든가 그리스식 샤와르마를 달라고 한다든가 유로의 원조는 케밥이다라고 설파하면 반드시 화를 낼 테니 자제하자. 한국으로 비유하면 라면이나 김밥은 일본이 원조니까 한국식 라멘, 노리마키를 달라고 말하는 꼴이다.
유로스와 케밥(정확히는 도네르 케밥)은 대체 뭐가 다른가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는 하나, 그래도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이슬람교도들이 먹지 않는 돼지고기를 주로 쓴다는 점이 제일 크고,[3][4] 고기를 구울 때 올리브유를 듬뿍 발라주되 향신료는 그다지 쓰지 않는 점, 그리고 매운 소스 대신 자지키(요구르트 소스)를 쓰는 점이다.[5] 또한 감싸서 먹는 빵의 종류도 케밥과는 다르게 조금 두터운 피타(Pita)빵이 기본형으로 완전히 말아서 먹진 않고 타코처럼 거의 접히듯 접히지 않듯한 형태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간단한 야채들을 채우고 감자튀김을 듬뿍 끼워먹는다. 단, 감자구이를 넣는 게 본래 방식이고 감자튀김은 현대식 맞춤으로 개조된 방식. 의외로 올리브나 페타 치즈는 들어가지 않으며, 때문에 이게 아쉬운 사람들 대부분은 호리아티키 살라타(=그릭샐러드)를 따로 시켜서 곁들여 먹는다.
이 돼지고기 케밥에 대해선 그리스랑 사이 나쁜 또다른 이웃 나라, 불가리아와도 으르렁거리며 원조 논쟁이 있다. 애초에 불가리아는 그리스 요리 상당수를 이렇게 자국 요리로 여겨서 서로 이걸로 말다툼 벌인다. 뭐... 터키 요리도 상당수 서로 그렇게 여기는 판국이지만. 여튼 불가리아가서 그리스 케밥이라든지 유로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싫어한다.
미국과 서유럽 쪽으로는 Gyro(유로/자이로/기로) 라는 이름을 그대로 수입했으나, 형태는 거의 신제품에 가까운 별도의 음식으로도 퍼져나갔다. "빵에 신선한 야채와 치즈를 올린 음식" 정도. 심지어 해당 국가 현지화를 거쳐 '유로 고기(...)' 와 '유로 소스(...)' 가 들어간 음식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판매하기도 한다. 여기서 자이로 고기는 그냥 평범한 쇠고기 패티를 납작하게 썰어낸 고기이며, 저 고기를 바꾸는 걸로 여러 종류로 판매하고 있다.
4 명칭 및 표기법
(0분 18초 ~ 22초 사이에 언급한다.)
Γύρος, 이 음식의 명칭 및 발음은 언어권마다 차이를 보인다. 일단 가장 표준이 되는 그리스어에서는 이로스(혹은 기로스)[6]라고 한다. I에 U 발음을 더하다보니 빨리 발음하면 '유로스'라고 들린다. 단어 끝의 ς(s)는 어지간하면 붙여서 사용하는데 빼먹어도 알아듣기는 한다.
유럽과 미주 지역이 해당되는 라틴 문자권에선 당초 그리스 문자를 로마자로 치환할 때 Gyro(s)로 치환하여 들여왔기 때문에 기로(스)(독일어) 및 자이로(스)(영어) 등으로 불렸다. 그 외 나라들도 통상적으로 불리는 명칭은 기본적으로 저 로마자를 해당 언어로 부르는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예로 프랑스어로는 쥐호(스)라고 불린다(...) 그렇지만 많은 홍보를 통해 본래 발음인 유로 내지는 유로스가 보급되고 있다.
덤으로 일본어는 ギロス(기로스)라고 표기하며, 그리스어의 한글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유로(스)로 표기한다.
5 이야깃거리
AVGN 100화에서 제임스 롤프가 자이로마이트에 필요한 자이로를 이 유로로 오해하여 유로를 만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 τζατζίκι. 로마자 치환시 Tzatziki라서 타지키, 타티키(...) 등의 오역이 많으나 자지키라고 읽는다.
- ↑ 영문 위키페디아에선 산토리니 섬에서 발견된 수블라키 화덕 유물을 케밥의 기원과 수블라키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동시에 사용하여 설명하였다.
- ↑ 단, 미국에선 양고기나 소고기, 또는 닭고기가 더 많이 쓰인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비슷한데 주로 돼지고기 소비가 소고기보다 적은 나라들이 그러한 경향이 있다.
- ↑ 그리스에서는 돼지고기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양고기=닭고기 순. 가격대는 양>돼지=닭 정도이다. 소고기는 가격의 효율성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 ↑ 몰론 자지키 말고 다른 소스로 해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케밥에 요구르트 소스를 넣는 일은 많이 드물다.
- ↑ 이는 고전 그리스어와 현대 그리스어의 애매한 Γ(로마자로 G) 발음 차이 때문이다. 한글로 치환하면 연구개 파열음인 ㄱ과 연구개 비음인 ㅇ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게 되어서 아예 짬뽕이 되어버린 것이 현대 그리스어의 Γ이다. 그런데 고전 그리스어라 해도 불과 몇십 년 전에는 공식으로 쓰였고, 이 음식 자체도 역사가 길기 때문에 간혹 나이 드신 분들은 기로스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이 단어 자체의 뜻은 둥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