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위주 교육/상대평가

1 사교육이 줄어들지 못하는 이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전(前)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미시경제학"에서 입시과열을 사교육의 위치재적 성격을 들면서 개탄하였다.
한국 사회는 고학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모두 점수를 올리기 위해 경쟁한다. 때문에 전체 수험생의 성적이 올라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모두가 지금의 서울대를 갈 성적이 되더라도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덩달아 불안해진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받게 된다.

결국 고학력 선호사상 때문에 사교육 통제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전두환 시절의 "과외 금지 조치"의 경우도 단속의 위험을 감수하여 과외비가 비싸졌을 뿐 돈 있는 수요자는 암암리에 과외를 받았다. 더욱이 군 장성들이 고학력자 병사에게 자녀 과외를 시키던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대였으니 사라질리 만무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공부에 유능한 앞쪽 집단과 공부를 포기한 뒷쪽 집단을 빼도 가운데 집단은 항상 남게 된다.

2 성적에 따른 위화감 조성과 차별

성적에 따른 차별이 과도하여 과열경쟁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교육이나 공부는 자기계발과 자신의 수양이 아닌, 남에게 인정받는 수단이 되었으며 남에게 평가받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1]

선진국 일부 국가에서는 학생들간 위화감이 조성되는걸 막기위해, 성적을 학생 본인에게만 공개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핀란드[2], 뉴질랜드[3]를 들 수 있다.
그 외의 국가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성적과 등수를 다른 학생에게도 공개하며 교사들은 우등생을 우대하고,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에게는 수치심을 강제한다. 대표적으로 학교 내 게시판에 점수를 공개하는 프랑스, 체코, 독일, 그리고 한국이 있다.[4] 싱가포르같은 경우는 학생들의 전국 석차를 일간신문에 게재까지 했을 정도다. 지금은 안 한다고 하지만.

우등생에게 선생님들의 관심과 기대를 많이 보여주고, 열등생에겐 고민을 들어주긴 커녕 짜증나는 공부를 하라고 자주 강요한다. 심지어 우등생과 열등생이 싸울 경우 우등생은 좋은 말로 타이르고 훈계해서 넘어가면서, 열등생에게는 강하게 혼내고 매로 다스리는 등 인간성과 별개로 이중성이 치솟는 차별도 과거부터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이러한 학창시절의 경험 떄문에 학창시절에서부터 차별의식이 깊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공부도 재능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열등생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등생들을 들러리 내지는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학생들을 성적별로 상, 중, 하 그룹으로 나뉜다면 "하" 그룹의 아이들을 혼내거나 매로 다스려 성적을 올린다면 "중" 그룹의 아이들이 그만큼 긴장해 성적을 올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 그룹의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면 결국 "상" 그룹의 아이들이 그만큼 더욱 더 박차를 가해 성적을 더 올리거나 유지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중학교라면 "상" 그룹에서 자사고[5], 특목고 진학자가, 고등학교 "상" 그룹 인원들 중에서는 서연고 최상위권이나 외국 명문대나 MBA 등으로 진학하는 우수한 인재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지는 발상이다. 더 알아듣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상" 그룹의 아이들이 항상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다른 학교의 더 우수한 아이들과 경쟁하는데 도움주게 만들기 위해 "중" 그룹과 "하" 그룹의 아이들로 하여금 대추나무에 묶인 염소나 혹은 횟집 수족관 속의 상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적 평가가 학생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많은 교사들이 상대평가 등수로 학생들을 차별하면서 학생들도 성적 차별과 엘리트 주의를 당연시하게 여기며 어른이 되어서도 학력을 따지는 학력 위주 사고가 대물림되어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된다. 공부 잘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병크성 짙은 논리가 이것이다.

심지어 강력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명문대생(의전생같은 부류 포함)이라는 이유로 감형 요소가 되는[6] 아스트랄한 상황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이 무슨 공부하다 쌀 떨어져서 시장에서 쌀 한줌 몰래 훔쳐온 범죄도 아니고, 지속적인 폭행범죄를 의전생이라서 해도 된다는 논리야말로, 병크 중의 상병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반 대집단 자체는 자정작용이 잘 되어 있어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성균관대학교에 재입학한 것이 밝혀지자 긴급총회를 소집하여 어떻게든 그 가해자를 의사 집단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있고 조선대 사건의 경우도 학생협의회에서 의대/의전원생은 형사재판의 특혜요소로서는 환영하지 않음을 명백히 밝혀와서 그나마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공부 잘하는 것은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 과열경쟁 유도로 인한 협동심 약화

상대평가인 내신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다른 학생들이 점수를 낮게 받도록 방해공작을 펼치거나, 교과서를 도둑질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입시위주교육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마저도 자신이 넘어서야 하는 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조별과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의 성적 때문에 단합이 잘 안 된다. 사실 조별과제는 대학교에서도 단합이 잘 안되긴 하지만......

심지어, 종종 발생하는 수험생들의 죽음을 보면서 경쟁자가 줄었다고 비웃는 인간 쓰레기도 생겼다. 단적인 예로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일베에서 슬퍼하기는 커녕 오히려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을 고래밥 등으로 묘사했던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즉 이들은 세월호 사고를 하늘에서 자신의 경쟁자 및 정적들을 제거해준 것이라고 여기고 이로 인해 앞으로 입시 스트레스를 좀 덜받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학창시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474명의 응답자중 99.4%가 직장에서 배신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교육현장에서 잘못된 경쟁의식을 배워온 탓이다. 결국, 과열경쟁 속에서 우수한 생존자들만을 고르는 대기업만 득을 보는 셈이다.

교육학에서 교육을 "외부 환경 조성을 통한 학생의 바람직한 행동 변화"로 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평가방식은 매우 비교육적인 처사다. 교육과정의 수료 이후, 대다수가 인간말종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교육 탓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3.1 입시위주의 교육 이전에 상대평가가 더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수능 등급제내신 상대평가 도입 부작용의 문제를 제기한 주장이 있다. 이 주장도 입시위주 교육의 문제점은 인정하고 들어가는 주장이다.

2007년도 까지 전국 등수로 입시를 결정하는 절대평가 시절, 수능이나 본고사 같은 것들은 옆자리의 학생이 경쟁자라는 인식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거나 해도 문제삼지 않는다. 우리 반 1등을 잘못되게 해 봐야, 내 등수가 60만명 중에서 고작 1등이 올라갈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학교 등수로 내신을 크게 반영하는 내신 상대평가는 이와 다르다. 일례로 한 반에 37명이 있다면 현행 등급제로 1등급이 한 명, 2등급은 세 명이다. 내가 5등이라면 현재는 3등급이겠지만, 한 명이 떨어지면 3등급이 2등급이 되고, 네 명이 떨어지면 1등급이 된다! 수능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절대평가로 대입을 가르던 시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버린 셈이다.

다만, 2014년부터 다시 몇몇 학년부터 절대평가로 바뀌었다고 한다.[7][8]

3.2 그래도 원인은 입시위주 교육이다.

입시 반대론자들은 그럼에도 근본적인 원인은 입시위주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학교에 내신등급제가 들어온 원인은, 바로 수우미양가 방식인 내신 부풀리기였다. 그래서 대학이 내신을 불신했고, 수능만이 전부인 상황을 고치려고 들어온 방식이 내신등급제다. 그리고 상대평가의 대표적 점수 척도가 바로 표준점수다. 당장 수능에서 과목별 상대평가 척도 점수(표준 점수, 백분위 점수, 등급 등)를 제외하고 절대평가인 본래 점수만 제공한다면, 내용이 쉽게 출제되는 과목에만 수험생들이 몰리고 어렵게 출제될 확률이 높은 과목에는 수험생들이 적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아랍어를 떠올려보면 된다.

즉, 절대평가로 되돌려도 대학교는 더욱 수능을 불신할 뿐이다. 물론 상대평가를 유지해도 앞날이 어둡다. 각 대학들의 내신 명목/실질 반영률을 비교해보면 이조차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면 자꾸만 다른 요소가 들어온다. 결국, 입시위주 교육이 끝나야만, 기존의 전철을 끝낼 확률이 매우 높다. 이와 유사한 폐해가 바로 카이스트에서 일어났던 자살사건. 이 사건은 학점이 낮은 학생에게 등록금을 징벌적인 수준으로 물렸고, 상대평가가 징벌 기준이었다. 나쁜 학점 때문에, 한 학기에 낼 돈만 700만원을 넘어갔다. 결론적으로, 평가제의 교체가 아니라 주요 원인인 "입시위주 교육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 과도한 선행학습

파일:교과서 선행학습.jpg
여기 있는 내용들은 사실이고 우리가 고등학교가면 1학기 동안 책 2권을 끝내야 하기때문에 다른 과목도 보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끽해봐야 1~2시간밖에 시간이 나지 않고 남은 시간은 전부 수학만 푼다. 그 1~2시간 중 한 시간은 영어 단어 외우기다. (부산 인문계일때) 중학교 졸업 전 수학 전 과정을 다 끝내주는 학원도 있다[9]
너도나도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바람에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가기도 전에 학원에서 다 배워버린다.
상위권 학생 중 이과로 가려는 학생같은 경우는 고1 때, 수1, 수2는 물론, 미적분1과 확통을 다 배우고 고2로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으면 수학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문제는 이걸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달달달 외우는 학생이 (최소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과반이다. 또 일단은 학원 등에서 이미 배운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수업은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 떠들거나 다른 문제집을 푼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으니 교실은 카오스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당연히 정작 공부를 해야 할 학교에서는 알던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사상누각으로 쌓아놓은 지식들이 모두 무너져버린다. 어느 순간 이유도 없이 끝없는 성적의 정체 및 하락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수학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있다가, 어떻게 계산 방법을 외워서 고등학교의 '다음 문제를 풀어라'와 같은 쉽고 단순한 계산문제는 푸는데 '길동이는 상자 4개를...어쩌구 저쩌구' 같은 간단한 1차방정식 응용문제는 식을 세울 줄 몰라서 쩔쩔 매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더욱 큰 문제는, 과도한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로 인해서 과도한 선행학습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위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 교과정을 배우기도 전에 학원에서 배워버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선행학습을 받는 학생들은 일반인의 상상보다는 매우 적은 편이다. 대체로 전업주부가 많이 사는 아파트촌에 있는 학교에 이런 학생들이 많이 분포하는데, 그 이유는 전업주부들끼리의 정보 교환 및 자랑질 때문이다.

문제는 한 교실에서 과도한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이 일정 비율 이상을 넘는 순간, 이들의 엉망인 수업태도에 모든 학생들이 휩쓸리게 되고 수업 분위기는 그야말로 개판이 되어버린다. 이로 인해 선행학습을 받지 않고 교과 진도를 차근차근 밟아가려는 학생들이 덩달아 어울리고 휩쓸리게 되면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매우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교과 진도를 차근차근 진도를 밟아가려던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오직 두 개 뿐이다. 자신들도 선행학습의 광풍 속으로 들어가든가, 아니면 공부를 포기하면 편하든가...

다수가 이렇게 선행학습을 통해 최소 2학년 때에 3학년 까지의 진도를 마치고 들어가다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려 손해를 본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교육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고등학교 3학년 9월에 (정확히는 모의평가를 보는 날에) 모든 진도를 끝마치고 수학의 경우 기하와 벡터를 비롯한 전 범위에 대해 시험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진도에만 맞추어 학습을 할 경우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2개월 밖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더 오랜 시간 수능 전범위를 준비하기 위해 2학년때 (혹은 늦어도 3학년 1학기에는) 모든 진도를 끝마치고 그 후로는 복습 및 문제풀이에 집중하게끔 학원에서 유도하기도 한다.
  1. 공부 쓴소리 항목을 참조하면 알겠지만 말 그대로 인정받고 싶으면 죽어라 공부해라는 취지로 훈계한다.
  2. 그나마 핀란드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은 상대평가로 총 7개의 등급을 부여하여 자기의 수준을 가늠 할 수 있다.
  3. 뉴질랜드의 경우 2013년 이전까진 당장 각 과목별 점수를 알 방도가 없어(...) 학생들간의 수준 비교가 그야말로 불가능했었다. 현재는 3단계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만, 여전히 한국으로 치면 2등급과 5등급이 같은 점수로 변환돼 버리는 수준이라(...) 세계에서 가장 위화감 조성이 덜한 제도다.
  4. 영국의 경우 최고등급인 A*와 A를 받는 학생의 비율이 30%까지 치솟는 점수 인플레로 인해, 고등학교부터는 사실상 위화감 조성이 없어졌지만, 중학교까지는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5. 대표적으로 민족사관고등학교 같은곳들.
  6. 정상적인 의대생/의전생이면 의대생/의전생이라는 것이 감형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특혜는 반대한다고 외쳐야 맞다.
  7. 사실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편차,내신등급의 비율등을 보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서, 올 A고 상, 봉사시간 다 채웠는데도 내신점수는 200점 만점에 195점인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8. 다만, 이것은 중학교에서는 아직도 등급도 아닌 과목 석차로 내신 점수를 산출하기에 벌어진 결과이다.
  9. 취소선이 그어져 있어 장난같이 보이겠지만 이건 진짜로 있는 얘기다. 초등학생이 미적분과 수학의 정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하와 벡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