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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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베르(Javert)
성별남성
직급일등 수사관(Inspecteur de première classe)
탄생1780년
사망1832년 6월 7일
직업툴롱 교도소 소속 교도관(젊은 시절)
몽트뢰유쉬르메르 소속 경찰(1820~1823)
파리 경찰청 소속 경찰(1823~1832)
사망원인자살(익사)

파일:Attachment/자베르/javert.jpg

1 개요

Javert
레 미제라블의 등장인물. 작품 전체에서 주인공 장 발장과 대립한다. 장발장과 마찬가지로 빅토르 위고의 절친 비도크를 모델로 창작된 캐릭터이다. 범죄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엄정한 경찰관. 죽기 전 최종 계급경감.[1]
2012년 영화판에서는 러셀 크로우가 배역을 맡았다.

2 특징

2.1 외모

전체적으로 흉포한 표정을 띠는 얼굴. 사나운 구레나룻, 처진 눈썹, 납작한 코와 넓죽한 턱, 좁은 이마 등을 가졌다. 네모진 얼굴이라는 묘사가 있는데, 에밀 바야르의 삽화가 이걸 참 잘 살렸다(...) 평소에는 사복형사로서 단추를 끝까지 채운 프록코트 차림에 모자를 쓰고 경찰봉을 끼고 다닌다. 1권 8장에서 장 발장을 체포하러 갈 때 흥분해서 제복 버클을 잘못 끼웠다는 묘사를 보아 정식으로 출두할 때는 제복을 입는 것 같다. 그리고 키가 크다. 작중 '키 큰 남자, 키 큰 그림자' 드립이 나오면 90%의 확률로 그건 자베르다.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었다는 묘사를 보아 앞머리를 길렀음을 알 수 있다. 머리색은 반백.
뮤지컬에서는 왠지 장발남캐로 자주 등장한다. 포니테일 아니면 미역머리.

2.2 성격

엄격하고 순수한 양심을 지녔다고 묘사되며, 평생을 정의구현을 위해 살아간다. 성격은 치밀하고, 냉정하며, 원칙주의에 금욕주의자.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고 믿는다.

어머니가 점쟁이(1998년 영화판에서는 창녀), 아버지가 범죄자로 감옥에서 태어났는데, 이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집요하고 이분법적인 성격에 한몫했던 듯 싶다.[2] 어릴 때부터 자신이 사회와 숙명적으로 갈라져 있으며 사회를 공격하는 쪽과 사회를 지키는 쪽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왔고, 여기에서 한번이라도 죄를 저지른 사람을 악으로 몰아넣는 신념체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팡틴과 바미타부아 사건에서 이런 면이 잘 드러나는데, 이미 죄를 저질러서 타락했다고 여겨지는 팡틴에게 6개월형을 선고하고는 바미타부아는 발코니 딸린 4층짜리 석조 가옥을 가진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쉴드치는 장면이 압권. 자베르에게 바미타부아는 곧 사회의 안쪽이었고 팡틴은 사회 밖에서 그를 공격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전후사정 생각하지 않고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사실 전과자나 출신 성분에 따른 판단은 예나 지금이나 벌어지는 일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전과자가 일반인에 비해 누범 성향이 적으므로[3] 이해가 안 되는 판결까지는 아니다[4].

또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원작에서 바리케이드에 숨어들었을 때 "너 밀정이지" 한 마디에 바로 "난 정부 관리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람을 스파이로 보낸건가?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게 뻔한 상황에서 저러는 건 정직, 올바름에 대한 집착 때문으로 보인다. 감옥 출신이라 당시의 차별적인 사회에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편견에 부딪혔던 과거에는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진실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자베르가 작중 보이는 여러 행동들을 보면 일종의 강박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작을 읽어보면 몇십년을 장 발장만 쫓아다니며 "너는 기필코 내가 잡아넣고 말겠다 24601" 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우연이 겹쳐서 만나면 쫓는 정도. "오늘의 사냥감을 쫒느라 어제의 사냥감은 잊어버린다."는 묘사도 있고. 다른 범죄자에게도 장 발장만큼 집착한다.모든 범죄자를 평등하게 스토킹 널리 알려진 버전인 뮤지컬에서는 방대한 원작을 압축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장발장과 자베르가 만나는 텀이 짧아지고 몇몇 인과관계가 생략되고 편집되다 보니 "저 경찰은 장발장만 잡으러 다니나 보다"라는 오해가 퍼지게 된 것 같다.

또, 소설에서 자베르는 장발장을 투포식스오원 사실 원어로 하면 방꺑씨쏘엉[5] 비슷한 발음이다 24601이라고 한번도 부르지 않는다! 심지어 24601이라는 죄수번호가 매우 드물게 언급된다! 그것도 2권에선 9430으로 바뀐다! 뮤지컬 연출이 신의 한 수. [6]

2.3 경찰로서의 자베르

당시 파리의 경찰청장이었던 앙글레스의 비서관 샤부이예의 눈에 들어 교도관에서 몽트뢰유쉬르메르의 사복형사가 되고, 그곳의 시장이었던 장 발장을 체포했다. 이후 탈옥한 장 발장에 대한 수사를 이끌도록 파리로 불려 온 것을 계기로 파리 경찰청에 소속된다. 이 때 역시 샤부이예의 관여가 있었다고 한다.

작중 여러 묘사를 보아 자베르는 경찰로서 꽤 유능한 사람이었다. 2권의 "그는 명예롭게 유익한 인물이 되었다."는 서술과, 자베르가 자살한 뒤 경찰들이 자베르에 대해 "나무랄 데 없고 상관들에게 매우 존경을 받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7][8]을 볼 때, 경찰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가히 배트맨을 방불케 하는 위상을 자랑한다.

(...)쉽사리 짐작되듯이, 자베르는 법무부 연간 통계포의 '깡패'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모든 족속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베르의 이름만 들려도 그들은 줄행랑을 쳤고, 자베르의 얼굴이 나타나면 그들은 화석처럼 굳었다. 이 무서운 사나이는 그러했다.

오오 자베르 오오.
파트롱 미네트를 소탕할 때 한 범죄자가 세 걸음 앞에서 총을 겨누고도 "저게 자베르야, 난 감히 저 사람을 못 쏘겠어." 하고 말할 정도면 진짜 명성이 자자하긴 했나 보다. 근데 그 다음 장면에서 테나르디에가 대신 쏘려는데, 자베르는 눈 까딱 안 하고 "쏘지 마! 어차피 빗나갈 테니!" 하고 말한다. 그리고 총은 진짜 빗나간다(...) 근데 이건 진짜 어떻게 된 장면이지 [9]

자베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책을 읽다 보면특히 3권 자베르가 얼마나 자기 일을 즐기는지 느껴진다. 게다가 마을의 존경받는 유력자를 직감으로 20년 전에 본 전과자라고 맞추는 거 보면 하늘이 내린 경찰이다. 장발장이 죽었다고 신문에까지 실렸는데도 거짓임을 알아챈 것, 마리우스가 파트롱 미네트 사건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딱 적절한 시간에 현장에 들어가는 것 등을 보면 진짜 찍신이다. 위고의 사건진행을 위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자베르의 직감인 것이다 바리케이드에서 포로로 잡혀 죽음만을 기다리면서도 동향을 살피고 이름을 외울 정도면 정말 인생 전체를 직업에 쏟아부은 사람이다.

'자베르'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경찰의 대명사같지만, 은근 인간적인 면도 있다. 여유가 생기면 코담배 한 움큼을 맡는 버릇이 있다던가[10][11], 외투를 태워먹는다던가. 그래놓고 하는 소리가 "아 이런, 내 망토를 태워 먹었네. 이 벽난로는 불을 너무 세게 맞춰놓는다니까. " (...) 또 테나르디에 부인한테 "너한테는 남자 같은 수염이 있지만, 나한테는 여자 같은 손톱이 있다"하고 대사를 친다. 양덕들도 도대체 이 근엄한 경찰이 무슨 19세기 프랑스권에서만 통하는 표현이라도 있어서 저런 대사를 치는지 헷갈려한다

파트롱 미네트를 체포할 때, 일당이 경찰이 온다며 "누가 먼저 나갈지 제비 뽑게 모자 좀 줘!"하고 우왕좌왕할 때 "내 모자를 줄까? " 드립 시전하며 등장하기도 한다.

2권에서 자베르가 장 발장을 체포하려 할 때 경찰청에 조력을 구하면서도 체포하려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1. 장발장이 놀라서 도망칠까봐 2. 나의 죄수를 고참들한테 빼앗길까봐 3. 자베르는 예술가여서, 다 잡아놓은 다음에 짜잔! 하고 보여주고 싶어서이 무슨 전형적인 악당 였다. 확실히 로봇 같은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적인 면모가 전부 경찰이라는 직업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문제지.

3 작중 행적

1780년, 강도인 아버지와 카드 점을 치는 어머니의 아들로 감옥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장 발장이 수감되어 있던 툴롱의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한 적이 있었으며, 이 때 여러 번 장 발장을 보았다. 마흔 살에 경찰로 전직[12]하여 몽트뢰유쉬르메르 시에 발령받는다. 당시 몽트뢰유쉬르메르의 시장은 마들렌으로 위장한 장 발장. 특유의 직감과 여러 가지 이유로 마들렌 시장을 장 발장으로 의심한다. 포슐르방이 깔린 마차를 들어올린 사건으로 의혹이 짙어졌을 때, 마들렌이 팡틴 체포를 방해하자 홧김에 전과자로서 고발해버린다. 하지만, 장 발장은 이미 잡혀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는 답장을 받는다. 낙담한 자베르는 시장에게 자신의 파면을 요구하며 마들렌에게 장 발장으로 착각된 샹 마티외의 재판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장 발장은 자베르의 파면을 거절하고는 법정에서 억울하게 잡힌 사람을 풀어달라고 하면서 자수를 한다. 결국, 자베르는 장 발장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고 팡틴을 보러 온 장 발장이 있는 병원으로 들이닥쳐서 그를 체포한다. 이 때, 장 발장의 정체를 폭로하게 되고 팡틴은 그 충격으로 죽고 만다.

장 발장이 탈옥을 하여 코제트를 데리고 사라진 이후에도 장 발장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몇 번이나 위기에 빠뜨린다. 자베르의 동물적 직감은 실로 놀라운데 발장이 마들렌으로 시장을 할 때에도 유일하게 장 발장을 의심하며 뒤를 캐냈다. 심지어 장 발장이 죽었다고 신문에 나왔는데도 이상한 낌새를 느껴서 거지꼴로 잠복수사를 해서 또 다시 장 발장을 찾아낸다. 집요함과 직감 하나는 정말 뛰어난 경찰이다.

9년 뒤, 여관이 망해서 파리로 흘러들어온 테나르디에 일당, 파트롱 미네트의 음모를 엿들은 마리우스가 자베르에게 신고하여 다시 등장한다. 상당한 베테랑 간지를 뿜어내며 모조리 체포한다.[13] 그러나 체포 도중 피해자가 도주하게 둔다.

6월 바리케이드에서 밀정으로서 시민군들의 틈에 숨어들었다가 가브로슈에게 발각당해 처형될 상황에서, 마침 시민군 측에 있던 장 발장이 살려준다. 이 행동이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아 결국 장 발장을 놔주고 센 강에서 투신자살을 선택했다. 자살 직전에 쓴 유서에서 평소 경찰생활 중에 갖게 된 프랑스의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과 나름의 개선 방법을 줄줄이 써 놓았지만, 덕분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자살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 장 발장마저도 자베르의 죽음을 신문으로 읽고 "그자가 미쳐서 날 놓아주고 자살했나보다"라고 생각했으니...[14]

4 평가

작품 내내 불쌍한 사람들의 적이었으나, 결국 그도 불쌍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자베르는 현 시점으로 봐도 상당히 입지전적인 인물인데, 부모가 구제불능의 '천민 범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을 거쳐 경찰이 되는 코스를 밟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18~19세기 프랑스에 합리주의적 분위기가 흘렀어도 일단 귀족, 평민, 천민이라는 계급이 남아있었고 그 상황에서 천민 중의 천민으로 태어나 하급 공무원까지 된 것과 프랑스 범죄자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보면 충분히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특유의 정직한 본성 때문에 옳은 일을 하고 싶었고, 실제로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으나 법으로 대표되는 사회 구조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법 너머의 정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법을 어겼지만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평면적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정의 덕후라든가, 신념에 대한 회의라든가. TV Tropes에서는 자베르를 "Anti-Villan'으로 분류해놨다. 최종적으로 자베르가 패배했지만 자베르가 악인이 아님을 알려주는 묘사들 역시 그렇다. 예를 들면 1권에서 다른 사람에게 가혹한 만큼 자신에게 가혹해야 정당하다고 말하는 장면 등. 뮤지컬에서도 Stars라는 곡으로 자베르의 신념과 정의관을 드러낸다. 또, 이래저래 권력자의 신분인 장 발장을 과감히 수사할 만큼 법과 정의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하다. 문제는 그 당시 프랑스 법률이 빈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점에 있었고, 자베르는 법률 자체를 판단하기보다 법률에 의거한 사회질서를 지키는데 전념한 경찰관이었다. 자베르는 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 생각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법에서 벗어난 정의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괴로워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수행하였으나 최후의 순간에 회의를 느끼게 된 불행한 남자.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빅토르 위고는 구체제의 종말을 자베르의 자살을 통해 나타냈다. 자베르는 혁명 이전의 절대주의가 지배하던 앙시앵 레짐을 상징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과거의 가치는 존재 의미를 잃었다.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모든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려면 자베르로 대변되는 지나치게 가혹한 법률은 반드시 사라져야만 했다. 레 미제라블은 장발장의 변화를 통해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강력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자베르는 인간을 한번 타락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절망을 기반으로 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사라져야만 하는 과거의 미덕 그 자체였던 자베르가 자살함으로서 소설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

자베르의 예외를 두지 않는 이분법적 사고는 작품 내내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며, 또 장 발장과는 다르게 인생의 전환점을 만났을 때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자베르의 정의, 한 치의 그릇됨 없는 법률의 집행이라는 가치는 한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는 이분법이 기반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베르가 장 발장을 놓아 주는 것은 장 발장이라는 예외를 인정함과 동시에 자신 역시 의무와 양심 중 어떤 정의를 선택하든 다른 쪽의 정의에 대해 죄를 지어야 하는 것이었고, 자베르는 끝까지 죄를 지으면서 정의에 다가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바라보면 자살은 자베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 중 최악의 대안이었다. 장 발장 사건으로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원천봉쇄해버렸으니. 아니면, 장 발장을 체포하고 예전처럼 사는 게 자베르 자신에게만큼은 차라리 더 나았을 것이다. 때문에 자베르의 자살은 자베르로 대표되는 사법제도가 내렸던 수많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오히려 정의에 반하는 판결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베르를 보면 권력자의 밑에서 하부를 옥죄는 중간 관리자(혹은 하부 현장관료)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자베르가 일등 경관이라지만 현대 한국으로 치면 일개 형사 수준이다. 형사가 남들보다 권한이 있다는 것자체는 사실이나 형사를 권력자로 보긴 어려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들은 '법대로' 집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법보다 못하게 집행하면 직무유기이며 법보다 더하게 집행하면 월권이다. 다만 18세기 말 앙시엥 레짐의 상황이 가혹했고 그 체제 아래의 법이 실제 민중의 생활과 괴리된 상황이었을 뿐이다. 즉 작중 상황이 안 좋았을 뿐이지 자베르가 자신의 직업에 가졌던 신념과 행동을 고려해 보면 그를 악인이라 평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5 트리비아

성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아니, Javert가 성인지 이름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명함패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밝혀지 않는다! 팬들 사이에서는 자베르의 퍼스트 네임이 Inspector일 거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긴 한다.[15] 다만, Javert는 스페인어권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Javier(하비에르)와 철자가 비슷하다. 명함까지 그냥 '자베르'로 나오는 걸 봤을 때 성은 없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밑바닥에서 태어났음을 고려하면 성이 없는 것이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자베르의 자살은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무겁고 진지한 장면 중 하나인데도 뭔가 재창작에서 자주 망가진다. 일단 다리 난간이 올라가면 배우가 허우적거리며 퇴장하여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한 뮤지컬 버전도 좀 깨는 연출이라며 호불호가 갈리고, 2012년 영화에서 떨어질 때 코미디 애니메이션스러운 효과음을 삽입한 것은 NC도 놀렸다. 존 말코비치가 자베르 역을 맡은 프랑스판 미니시리즈에서는 그냥 초연하게 강으로 걸어들어간다.#자연으로 회귀하는 자베르 1952 영화에서는 자베르가 심란한 상태로 센 강 주변을 걸어다니자 사람들이 모두 슬금슬금 피하는 뭔가 찐따같은(...) 배경에서 자살하고, 1998 영화에선 장 발장 눈 앞에서 뛰어드는데 장 발장은 그걸 보고만 있다! 심지어 "난 자유다"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면서 홀연히 떠난다!어디가 사랑과 자비의 성자야
그런데 지금까지 서술한 모든 예시를 다 씹어먹는 버전이 있다. 4분 55초부터. 덤블링스러운 추락에 절묘한 트럼펫 소리가 어우러져 미친듯이 뿜긴다.[16]

레 미제라블 소녀 코제트에서는 자살 일보 직전에 장 발장의 자비에 감동받아 마음을 고쳐먹고 복귀, 장 발장이 사망했다고 보고서를 올린 뒤 계속 경찰 생활을 한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사기를 치려던 테나르디에를 체포하고, 장 발장의 장례식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독백을 하고 사라지는 간지를 보여준다. 이때, 이 독백의 내용이 원작에서 누군가 무덤에 남기고 간 사행시로 나온, 소설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 작품에선 세월에 흐름에도 절대 얼굴이 변하지 않는다(...). 젊어서 노안이었다가 나이 들면서 젊어져간다.

  1. 유서의 서명에 의하면 Inspecteur de 1ère classe, 뜻은 일등 수사관. inspecteur는 꼭 특정한 경찰 계급이 아니라 수사관, 사복 형사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민음사 번역도 그렇게 되어 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 항목에도 "Inspector" 번역에 대한 서술이 있다.
  2. 유럽에서의 점쟁이는 대부분 집시들이 푼돈벌이로나 하는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특히 합리주의와 이성주의가 대두되어 미신을 시대에 역행하는 천한 것으로 봤던 프랑스 혁명 전후의 프랑스에서 점쟁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는 뻔한 일이다.
  3. 당장 21세기 선진국들에서도 범죄가 터지면 원한관계나 주변의 동종 전과자부터 조사한다.
  4. 물론 현대 기준으로 보면 단순히 누범 성향이 있는 전과자를 우선적으로 경계하는 수사 기술의 수준을 넘어 노골적인 차별과 편견으로 보일 수 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작중 배경까지 생각하면 자베르가 '배경 사회 기준으로는' 원칙에 충실한 인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애초에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이 보장된 21세기 현대와 부자들에게만 투표권이 있던 근대에 있어서 부자와 가난뱅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같았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5. vingt-quatre six cent un, 24와 6x100+1. 1991년 프랑스 뮤지컬에서 이 번호로 나온다
  6. 프롤로그의 "Yes, 24601!" "My name is Jean Valjean!" 은 원작의 "그는 이제 장 발장이 아니었고 24601호였다" 라는 문장에서 나온 듯하다.
  7. 그런데 다음 문장이 "유서를 보아하니 정신이상 발작으로 죽은 것 같다"인 것을 생각해 보면 마냥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유서 내용이 좀 생뚱맞긴 했지만 정신병자라는 가설에 바로 납득할 정도면... 컴플렉스로 가득찬 법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동료들에게도 느껴졌을 수도 있다.
  8. 여담으로, 여기서 "나무랄 데 없는(irréprochable)"이라는 단어가 자베르의 탈선 챕터의 문장 "그에게 있어 이상은 인간적이거나 위대한 것, 숭고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이상은 나무랄 데 없는(irréprochable)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까 오류를 범했다." 에 나온 단어와 겹친다. 바리케이드 사건 이전까지 자베르가 적어도 그의 이상에 있어서는 성공했다는 점과, 그의 죽음의 이유가 된 '오류'를 장발장을 포함하여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의미심장하다.
  9. TV tropes에 이 장면에 대한 세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 자베르는 옳은 일을 하면 신께서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 그렇게 자신만만했다. 둘째, 자베르는 뉴비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습도며 각도며 그런 걸 다 계산해서 알아맞췄다. 셋째, 자베르가 "총이 빗나간다"고 말하면, 그 총은 빗나간다.
  10. 작가 : 이것이 그가 인간임을 증명한다.
  11. 2권에서 장 발장을 경찰 포위망 안에서 도망치게 두고 스릴을 즐기면서 코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12. 이 때 이미 하급 간부인 경위 계급으로 나오는데, 아마 경찰 임용시 교도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은 듯 하다.
  13. 하지만 3권에서 기껏 잡아들인 범죄자들은 4권에서 죄다 탈옥한다. 안습
  14. 1998 영화에서는 장발장을 놔준 뒤 그의 눈 앞에서 세느 강으로 뛰어들어 자살한 것으로 나왔다.영상
  15. 한국식으로는 '이름이 자베르고 성이 경감'이라는 농담이 되지만, 서양권에서 이 농담이 나온다면(그쪽 방식으로는 'Inspector Javert'라고 읽어야 하므로) '이름이 Inspector(경감)이고 성이 자베르'라는 농담이 되어야 맞다.
  16. 1978년 TV 영화. 참고로 자베르를 연기한 배우는 사이코노먼 베이츠(!!!)로 유명한 앤소니 퍼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