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1 개요

통역(通譯, interpreting)은 서로 통하지 않는 둘 이상의 언어 구사자 사이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여 그 뜻을 전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통역은 문자언어를 시간을 두고 숙고하여 문자로 옮기는 번역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통역은 어디까지나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통역을 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고 완전히 이해한 뒤 다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단어를 하나 하나 그대로 옮겨 직역하면 뜻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십상이다.

따라서 통역은 통념과 달리 단순히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니며, 출발어와 도착어 구사력과 풍부한 어휘 외에도 이해력, 순발력, 논리력, 기억력 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통역하려는 말의 내용 자체를 잘 이해해서 정확하고 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옮겨야 하므로, 내용이 복잡해질수록 통역사는 연사가 하려는 말의 배경, 상황, 의도 등에 대한 깊은 지식을 미리 습득하여 갖추어야 한다. 또한 연사의 말을 그대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통역사 자신의 의견 등을 첨가하여 연사의 말을 왜곡하면 절대로 안 된다. 특히 법정 통역은 원칙적으로는 발화자의 말 실수, 말버릇, 더듬는 것까지 그대로 옮겨야 한다.

통역을 업으로 삼는 직업을 통역사라 한다. 영어로는 Interpreter라 한다. Translator는 대개 번역사를 가리킨다.

2 역사

인류가 성장하면서 말이 통하는 모집단 외의 집단을 만나면서 통역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주로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통역업무를 같이 보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국가의 외교 체계가 매우 복잡해지면서 전문적으로 통역원을 양성하는 기관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 같은 경우 고려 1276년(충렬왕 2)에 참문학사(參文學事) 김구(金坵)의 건의로 통문관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이후 고려 말기에 사역원으로 개편되고 역관 시험을 쳐서 뽑는 역관제도가 조선시대의 잡과로 계속 이어저 왔다.

조선 말기에 여러 서양국가들과 교류하면서 서구언어의 습득이 절실해저 1883년에 외아문의 부속기관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영어교육기관인 동문학(同文學)을 설립하였다. 이후 근대적 교육이 도입되면서 원산학교 같은 사립학교에서도 외국어를 가르쳤고 1895년에 <외국어학교관제>를 제정하여 사립학교를 관립으로 흡수 개편하거나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여 외국어를 가르치고 통역원을 양성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된 후 전문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로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3 통역을 하는 사람

통역사(通譯使, interpreter), 통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는 일은 외국어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3.1 통역의 종류에 따른 구분

통역의 종류에 따라서는 수행통역 / 관광통역 / 법정통역 / 의료통역 / 회의통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관광가이드, 전화응대 등의 간단한 통역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가능하나, 이 정도만 하려고 해도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 유럽언어기준 C1은 되어야 한다.

의료분야, IT분야, 법률분야, 건설분야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통역사들도 있다. 아무리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의사가 아닌 한 의사들이 복잡한 의학 용어나 개념을 사용해가면서 하는 회의 내용을 그대로 이해해서 통역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된다. 이들 중 해당 분야 근무경력을 쌓거나 해당 분야 학위를 가지고 있다가 통역 학위를 따서 통역사로 전업한 케이스도 많다.

회의통역(Conference Interpreting)은 흔히 언론에서 말하는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로 국제정치, 금융, 교육, 기술, 행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통역대학원의 교육은 바로 이 회의 통역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국제 회의나 세미나에서 부스를 세우고 관중에게 동시통역을 제공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회의 통역의 일례. 이러한 국제회의 통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맥이 없는 한 통역대학원 석사 학위가 필수다.

반대로 해당분야 경력이나 학위 없이 통역대학원 졸업 후 통역 경력을 쌓아서 해당 분야 통역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 중 법률 쪽에서 오래 통번역을 하면서 지식을 쌓다가 아예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었다는 통역사도 있다.[1]

3.2 통역의 방식에 따른 구분

통역의 방식에 따라서는 동시통역 / 순차통역 / 위스퍼링 통역(슈코타지)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 방송, 국제관계 등의 분야에서 높으신 분들과 관련되는 전문적인 통역은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비싸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통역번역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정식 요율은 한국어-영어 통역의 경우 1일당 약 90만원 정도로 시간이 초과되면 추가 금액이 붙는다. 전문적인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 없다는 점 (통역 난이도), 실수없이 통역을 진행하려면 길게는 몇 주까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금액은 국제 통역사 요율보다는 더 낮으며, 무엇보다도 1980년대에 책정된 금액인데 30년이 넘도록 변동이 없다.[2] 통역은 또한 통역사의 컨디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통역을 해외에 동반하려면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일정급 이상 호텔 1인실 등을 의뢰자가 제공하는 것이 컨디션 면에서 바람직하다.

통역은 단순히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동시통역은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중언어구사자(bilingual)라고 해도 공부 없이 전문적인 통역사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 명확한 의미전달을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통역사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창한 언어 실력, 이해력, 논리력, 순발력, 집중력 등이다. 통역사는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거나,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발화자의 말을 가능하면 그대로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통역사는 사전 지식과 준비가 매우 중요하며, 통역을 의뢰하는 쪽에서도 통역사에게 자세한 자료를 전달하고 사전 회의를 통해 회의의 요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이나 상황에 대해 협의하는 등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통역사는 통역을 의뢰하는 업계에 대해서는 외부인이라 해도 결국에는 그 업계의 내부인처럼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므로, 통역사는 의뢰 받은 행사 전에 수십, 수백개의 단어와 용어, 개념, 표현을 외우고 입에 익도록 연습하곤 한다. 통역사는 직업윤리상 통역을 준비할 때와 통역을 할 때 받은 자료, 정보 등에 대해서 절대 발설하지 않고 이를 공유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3], 아무리 회사 기밀이라고 해도 통역사와는 공유해야 통역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기밀이기 때문에 통역 직전까지는 절대 줄 수 없다'는 의뢰인의 입장과 부딪히면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4]

3.2.1 순차통역

Consecutive Interpretation

발화자가 말을 끝낸 다음 통역하는 방식으로, 대개 통역사는 이 때 수첩에 노트테이킹을 한다. 노트테이킹을 할 때는 발화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통역사는 발화자의 말은 듣는 즉시 완전히 이해하여 머리에 담아 기억해야 하며 노트테이킹은 기억을 돕는 부수적인 역할만 한다. 통역을 할 때 잊지 않도록 숫자나 고유명사를 적거나 아니면 기억하기 쉽게 표시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끔 회의록을 작성할 때 통역사에게 노트를 달라고 해서 받으면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기호만 가득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통역대학원에서는 노트테이킹을 배우기 전에 엄격하게 암기력 훈련(메모리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통역사는 필기보다 기억에 의존하여야 하며, 노트에 적은 내용을 보고 그대로 읽어나가는 것은 금기이다.

국내 통역대학원에서는 발화자의 말을 3분-8분 정도로 듣고 통역을 하며, 언어가 그나마 비슷하여 부담이 비교적 적은 유럽 언어간의 조합의 경우 유럽 통역대학원에서는 15분 정도까지 발화 길이를 늘려 연습한다. 그 어느 단어도 놓치면 안 되며, 발화자의 말보다 통역 결과물의 길이가 더 짧아야 원활하게 행사가 진행된다.

순차통역에서는 정확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게 문장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청중 기대수준이 높다. 발화자의 말이 끝나는 즉시 모두의 이목이 통역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통역사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동시통역보다 어렵다는 통역사들이 많을 정도.

3.2.2 동시통역

Simultaneous Interpretation

발화자가 말을 시작하는 거의 동시에 통역사가 통역을 시작한다. 통역사는 대개 발화자의 음성을 바로 깨끗하게 전달해 들을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음 부스 안에서 통역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은 통역사의 마이크와 연결된 수신기를 통해 통역을 듣는다. 말이 동시통역이지만 화자의 말을 완전히 듣지 않고서 잠시 텀을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 완전히 동시에 진행되지는 않는다. 또 화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부터 말을 끊어가며 통역하여야 하는 작업 특성상 정확도도 순차 통역에 비해 떨어진다.

첫 동시통역이 공식적으로 제공된 회의는 1945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이다. 당시 여러 회의 등에서 암암리에 동시통역이 시도되고 있었으나, 대규모 국제회의에 공식적으로 동시통역이 활용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동시통역 테크닉이나 학습법이 거의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동시통역을 훈련한 통역사들이 용감히 첫 선을 보인 셈인데, 이 재판에서 성공적으로 통역한 통역사도 있었지만 실패한 나머지 업계를 떠난 통역사도 있었다.

동시 통역시 통역사는 한쪽 귀로는 화자의 말을 들으면서 다른 한쪽 귀로는 자신의 통역 결과물을 모니터링하고, 한편으로는 발화자가 하는 말을 기억하고 분석하며 후에 나올 내용 또한 예측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동시통역은 대단히 정신적으로 피곤한 작업으로, 항상 2명-3명이 들어가서 15분-30분 정도로 교대하며 작업한다. 홀로 보통 30분 이상을 진행하게 되면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부딪혀서 통역을 할 수 없게 되며, 내용의 논리가 복잡하거나 숫자, 전문용어가 들어가 빡빡한 내용의 경우 더 빨리 피로해진다. 통역사는 홀로 동시통역을 진행하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하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영어 등 한국어와 어순이 완전히 다른 언어의 경우 통역사가 잠시 듣고 있다가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어는 동사가 주어 뒤에 위치하여 바로 서술어와 시제 파악이 가능한 반면, 한국어는 서술어가 맨 마지막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제나 동사도 문장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어는 목적어가 주어 뒤에 오는 반면 영어는 동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원문을 끊어가면서 짦은 문장을 여럿 만들거나, 중립적인 내용을 추가하거나 후에 나올 내용을 예측하면서 말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이 때 통역사의 지식, 즉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통역사가 자료나 대본을 달라고 하면 늦어도 열흘에서 1주일 전에는 통역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완전히 내용을 숙지할 뿐만 아니라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연구도 하며 행사에서 언급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공부한다.

예측하며 통역하기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 회사는 A사와 5월에 ...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미 계약 체결이 끝난 상황)

이 문장에서 "우리 회사는"까지를 듣고서 통역사가 Our company라고 말했다고 하자. 만약 "A사"까지 들었을 때, 계약 체결이 끝났다는 상황을 통역사가 자료를 통해 미리 알고 있다면 has signed라고 시제를 예측하여 동사를 만들어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5월에 이미 어떠한 계약 체결이 끝났다는 사전 지식이 없다면, 통역사는 다음 동사를 어떤 시제로 만들어야 할지, 이 5월이 올해 5월인지 지난해 5월인지 내년 5월인지도 알 수 없으므로 통역을 하기 어렵다. 사전 준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동시통역시 연사가 사용할 대본을 전달한다고 해도 통역사는 그대로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연사의 돌발 발언을 하거나 달리 말할 때를 대비, 대본의 내용은 참고만 하고 원칙적으로는 연사의 말을 들으면서 동시통역을 한다. 또한 대본 없이 말하는 것보다 대본을 가지고 읽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연사가 긴장하여 대본을 줄줄 빠르게 읽어내려간다면 아무리 실력 있는 통역사라도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바로 말을 만들어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동시통역의 퀄리티를 위해서는 연사가 적당히 느린 속도로, 조리있게 말을 하여야 한다. 순차도 그렇지만, 동시에서는 너무 빠르게 말을 하면 통역사가 따라갈 수가 없다. 말을 빨리 하는 연사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논문까지 나와 있을 정도인데, 이 논문에 따르면 결국 "해결책은 연사가 말을 느리게 하는 것 뿐이다." 어떠한 동시통역 부스 기계에는 말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Too Fast" 버튼이 있는데, 사실 이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긴장할대로 긴장한 연사는 계속 대본을 읽거나 신호를 쳐다보지도 않아서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 한 국제 회의에서는 어느 연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계속 말하자 궁지에 몰린 통역사들이 제발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묵살 당하자, 화가 난 통역사가 부스에서 뛰쳐나와 연사의 멱살을 쥐었다는 소문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연사가 통역사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계속 빨리 말하면 통역사가 통역을 거부하고 부스에서 나가버리는 일도 가끔 있다.

또한 말의 논리를 따라가며 예측을 하는 것이 필수인 동시통역의 특성상, 중구난방으로 비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사가 등장하면 동시통역하기란 매우 힘들다.

또 한국어와 어순이 다른 언어의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문장이 깔끔하게 마무리되기 힘들다. 1950-60년대 만해도 영어-한국어 동시통역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제1세대 통역사들의 부단한 노력과 연구로 동시통역이 가능해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의 통번역연구소에서는 인니말레이어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동시통역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둔 상태.

대중의 인식과는 다르게, 회의 통역사들은 흔히 사실 동시통역보다는 퀄리티 기대 수준이 높은 순차통역이 더 어렵다고 평한다.

국내에서는 "동시통역사"가 직업처럼 여겨지는데 동시통역은 통역대학원에서 가르치는 통역 기술의 하나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통역사를 동시통역사로 부르는 것은 치과의를 "충치치료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 대통령 취임식, 월드컵 오프닝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 동시통역은 통역사가 선호하지 않는 일거리이다. 통역대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방송 동시통역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만약 맡게 된다면 위험부담으로 높은 요금을 청구하라고 한다. 일단 통역사가 현장에 있지 않는 한 관련 자료를 전달받기도 힘들어 준비도 어렵고, 방송을 통해 소리를 전해듣는 특성상 연사의 말을 깨끗하게 걸러 들을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집중도가 심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본 실력 발휘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전국 방방곡곡에 이름을 걸고 통역이 방송되므로 한번만 삐끗해도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3.2.3 위스퍼링 통역

슈코타지(Chuchotage)라고도 한다. 사실상 장비 없는 동시통역으로, 통역이 필요한 사람 옆에서 속삭여서 통역을 해주는 것이다. 대개 수행 통역이나 간단하고 짧은 통역시 사용한다. 동시통역 방음 부스, 음향 장비가 없이 진행하는 일종의 동시인 만큼, 아주 복잡한 내용이나 긴 회의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피로한 작업이다. 의외로 통상적인 발성보다 속삭여서 말하는 것이 목이나 체력에 더 무리가 간다.

3.2.4 릴레이 통역

동시통역에서 마치 계주를 뛰듯이 발화자의 A언어를 통역사가 받아 B언어로 통역하면, C언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가 B언어를 C언어로 릴레이로 통역하는 방법. 특히 통역인력을 구하기 힘든 소수어를 통역하려 할 때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버마어-영어 통역사가 버마어를 영어로 통역하면 동시에 영어-한국어 통역사와 영어-프랑스어 통역사가 각각 한국어, 프랑스어로 통역하는 것이다. 물론 발화자와 통역사의 결과물 사이에는 텀이 길어지며 일종의 중역이 되는 특성상 정확도도 떨어진다.

3.3 통역사가 되는 법

나라에 따라서는 통역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공식적인 스펙이나 자격증이 있다. 예를 들어 체코에서는 국가언어시험(SJZ)의 최고 단계(C2)를 통과하거나 외국어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등록을 해야 공인 통역사로서 공문서를 번역하고 법정에서 통역하는 것을 맡을 권한이 생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자격증이나 공식적인 면허 제도는 없다. 물론, '관행적인' 것은 있다. 통번역대학원 졸업장이 기본적으로 통역사 자격증의 역할을 하며, 실제로 전문적인 동시통역 및 순차통역 일은 통번역대학원에 소속된 통번역센터 또는 졸업생들 네트워크 내에서 도는 경우가 많고, 인하우스 통역사 채용에 있어서도 통번역대학원 졸업장을 기본 서류로 요구하는 곳이 많다. 특히 경쟁적인 프리랜서 국제회의 통역 시장에서는 통번역대학원 석사 졸업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가령 외교관후보자시험의 지역전문가를 뽑을 때는 유럽언어기준 C2 수준의 자격시험을 가져와도 되므로 21살짜리 대학생DALF C2 자격증을 가져와 프랑스어 전문가 5급 외교관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대학생이 공중파 방송에서 포르투갈어 동시통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예 우리나라에서 가르치지 않는 언어의 경우 교도관이 사전을 보고 공부해 법정에서 통역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 채용의 경우에도 '외국 대학 출신, 통번역대학원 졸업' 모두 통역사의 자격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자격증 중 국가전문자격증으로는 관광통역안내사가 있다. 외국어, 국사, 관광법규 등을 시험쳐서 관광 가이드와 통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3.3.1 통번역대학원 석사

대한민국에서 통역사가 되기 위한 가장 큰 스펙은 통번역대학원 석사 학위이다. 입학시험도 치열하지만 졸업시험도 만만치 않다. 많은 기관이나 기업에서는 통역사가 수료자인지 졸업자인지를 따로 가려 선발하며, 각 통역번역대학원의 통역번역연구소 등에 일을 의뢰하기도 한다.

통역사를 지망하는 한국인이라면 언어조합에 한국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내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고려하게 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의 경우 2015년 현재 학부, 전공, 학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통역사가 될 수 있는 잠재력만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입학시험 1차는 필기시험 100점, 2차는 구술시험 100점으로 200점 만점이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입학시험은 한국어-전공언어 양방향 통역을 보는 구술시험으로만 이뤄지며 일본어의 경우 텍스트를 눈으로 읽으면서 입으로 통역하는 문장구역(sight translation) 시험도 본다.
중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의 경우 소속은 전문대학원인 국제대학원 소속이며 전문통번역학 과정에 한영, 한중, 한러전공이 있다. 중앙대학교의 입학시험은 2016학년도 입학기준으로 일반전형과 특차전형이 있다. 일반전형은 1차 A-B언어 청취필답시험, 2차 번역시험 후 통역 및 구술시험으로 이루어진다. 특차전형은 일반전형 일정에 몇 주 앞서 진행되며, 1차 전공언어 자기소개서 및 서류전형, 2차 통역 및 구술시험으로 이루어진다. 특차전형의 경우 극소수의 인원만을 미리 선발하며 장학혜택이 주어진다.

이외에 외국의 통역대학원 중에서도 한국어가 들어가는 언어조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 통역대학원
  • École Supérieure d'Interprètes et de Traducteurs(ESIT) -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적 명문 통역대학원. 단 언어조합에는 반드시 불어가 들어가야만 하고, 한-불 통역은 가르치지 않는다.

3.3.2 업계 불문율

통역대학원에서 교육하는 룰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 통역 준비를 하거나 통역시 알게 된 정보나 자료의 기밀을 유지하고 발설하지 않으며, 수행 통역시 수행인에 대한 이야기도 삼간다.
  • 연사의 발화를 그대로, 정확하게 통역하며 통역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절대로 추가하지 않는다.
  • 통역 퀄리티를 보장할 자신이 없는 통역은 수락하지 않는다.
  • 클라이언트에게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 자료, 양질의 통역에 필요한 조건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통역의 질은 사전 준비로 익힌 배경 지식에 좌우된다. 예를 들면 "그냥 들리는 대로 통역해 주세요" "기밀 회의라서 자료는 줄 수 없어요" "어려운 내용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등의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절하는 클라이언트의 말을 통역사가 수긍하고 희생한다면, 다음에 함께 이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는 통역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결국 통역사 근무 조건의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력이 짧고 수입이 급한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직전까지 못 준다고 하면 때려치고 굶든지,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로 받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 업계 기준 요금보다 낮은 가격의 통역이나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의 일자리를 수락하지 않는다. 업계측에서 말하는 이유는 통역사 처우 및 대중 인식 악화이다. 하지만 경력이 짧고 수입이 급한 입장에서는 경력이 많은 선배들과 같은 일거리를 놓고 경쟁하려면 요금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 회의의 주인공인 클라이언트보다 "튀거나" "집중 받으려는" 행동을 삼간다. 업계 측에서 원하는 것은 보수적인 옷차림, 튀지 않는 수수하고 깔끔한 외모, 나서지 않는 태도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목받는 것은 "미녀 통역사" 쪽이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 동료 통역사의 실력이나 퍼포먼스의 흠을 잡는 듯한 말은 삼간다. 계약을 주고받을 때 인맥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말조심은 필수다. 단, 기업 입사 후 인하우스 통역을 할 경우 인사고과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사전 준비부터 체력 관리까지. 회의 통역은 아프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펑크를 내게 되면 대체 통역사를 구하기 매우 힘들다.

4 기타

통역에 의한 정보 유출은 그리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어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FBI 소속 통역가였던 샤마이 레이보위츠는 통역 중 들은 정보를 한 블로그에 게시했다. 그는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4.1 통역 vs. 딥러닝

2016년 구글기계학습을 동원해 주요 언어를 동시통역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4.2 군대에서의 통역

어학병, 통번역준사관, 통역장교 문서 참조.

4.3 위키에 등록된 통역사

※ 직업적인 통역 경험자만 추가바람

5 같이 보기

  1. 사법시험 시절 통역사에서 변호사로 나아간 케이스 있으면 사례 추가바람
  2. 싸게 하고 싶다고 경력도 학력도 없는 비전문가와 계약했는데 제대로 못 해서 몇십억원짜리 협상이 엎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기계 통역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질 때까지는 전문가 통역은 계속해서 비싼 요금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발설시 작게는 업계에서 공격을 당할 것이고, 심하면 하단의 사례같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4. UN 통역사들은 사전 자료를 제공받지 않은 주제로 회의가 진행되면 "자료를 제공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란 멘트를 내보내고 단체로 아예 통역 기계를 꺼 버리기도 한다고. UN 통역사들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가능.
  5. 3학기제이며 마지막 학기는 호주 맥콰리대학교에서 진행한다. 3학기를 풀로 채우지 않아도 최초 한 학기를 이수하면 수료증을 받으므로 석사 학위를 끝까지 마치지 않는 사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