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 시리즈

1 개요

1990년대에 티코를 소재로 PC통신 등지에서 쳤던 각종 개드립들을 정리해서 시리즈화한 일종의 저질 유머.

2 상세

본래는 동독경차였던 트라반트, 일명 트레비에 대한 유머가 원본이다. 그것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한국적인 요소들과 시대상(삐삐 등)이 추가되어 티코 시리즈로 정착되었다. 마치 공산주의 유머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스탈린김일성으로 바뀌었듯이

대한민국의 첫 경차로 출시된 티코는 기존 자동차들의 상식을 뒤엎을 정도로 작고 가벼웠기 때문에 일단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그 당시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크기가 부의 척도를 재는 절대적인 요소 중의 하나였던 데다가 티코의 초기 마케팅 전략도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었고[1] 실제로도 프레임이 연약해서 각종 사망사고의 주원인이 되었던지라, 상대적으로 '있는 집 사람들'이었던 PC통신 사용자들이 '가난한 놈들이나 타고 다니는 연약한 자동차'인 티코를 까는 의도로 여러 가지 개드립을 쏟아냈는데, 이게 시리즈화할 정도로 쌓여버리게 된 것.

시리즈화해서 분량이 쌓이다 보니 아예 이 티코 시리즈만 모은 이 나올 정도였고, 신문이나 뉴스 등에서도 이걸 기사화해서 다룰 정도가 되고 난 뒤로부터는 경멸의 의미가 차츰 빠져나가고 그냥 까야 제맛 수준의 유머로만 남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차에 대한 사회적 멸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경차를 깔보는 풍습이 남아 있다.

티코 시리즈 중 유명한 것들을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빨간색 티코의 별칭은 '깍두기', 하얀색 티코의 별칭은 '각설탕'
  • 너무 작아서 그랜저 트렁크 안에 들어간다. 차 밑에 숨기는 것도 가능하다!!
  • 그래서 그랜저티코가 사고가 나서 티코가 박살이 나자 미안한 그랜저 운전자가 트렁크에서 티코 1대를 새로 꺼내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 앞바람에 빌빌대다가 뒷바람이 불면 앞차를 추월하다 못해 아예 공중으로 날아간다.
  • 삐삐를 진동으로 해 두면 진동에 맞춰 흔들린다.
  • 누가 길바닥에 뱉어놓은 껌이 타이어에 붙어 차가 멈춰선다.
  • 주유소가 없는 곳에서 기름이 떨어졌을때 수동으로 주유를 해야할때 공수해오는 연료통과 차에 기름을 주입하는 것은 비커와 스포이드.[2]
  • 좌회전을 할 때 쇼트트랙을 하는 식으로 왼손을 땅에 짚어야 하므로 왼손에 장갑을 껴야 한다.
  • 도로 한가운데 멈췄을 경우 뒤로 조금 당겼다가 놓으면 다음 휴게소까지 달려간다.
  • 티코를 몰다가 고장나면 차량을 뒤집어서 건전지를 갈아끼우거나, 뒤에 있는 태엽을 감아보라든지, 그것도 안 먹힌다면 그냥 사람 넷이서 들고가라고도 한다.
  • 티코를 몰고 가던 중, 다른 차와 부딪혀서 찌그러지고 말았다. 화가 난 티코 운전자에게, 상대 운전자는 별다른 말없이 내려서 티코의 배기구를 잡고 바람을 훅 불어서 펴주고는(!!) 제 갈 길 갔다.
  • 또다른 티코 운전자도 어딘가에 박아 차가 찌그러졌는데, 위의 얘기를 들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바람을 불어넣는데 아무리 해도 차가 안펴지는 것. 울상이 된 그에게 지나가던 다른 티코 운전자 왈, '창문 닫고 해야죠.'
  • 티코 운전자가 과속을 하는 이유는 1) '빨리 달리면 프라이드처럼 보일까봐' 2) '바람 불어서'
  • 대우의 삐까번쩍한 최신형 고가 자동차 아카디아를 매장에서 구입해 몰고 나오면 뒤에서 티코 하나가 계속 졸졸 따라나온다. 운전자가 왜 따라오냐고 따지니 사은품이라고.(...)
  • 티코 1대가 터널에 들어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터널에서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안에 확인을 하러 들어갔다. 그 사람들이 본 것은 터널에 쳐져있는 거미줄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티코였다.
  • 대전까지 가려던 티코가 앞에 달리던 부산행 고속버스를 따라서 부산까지 가버렸는데 그 이유는? -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빠삐자기방(자석 성분이 있는 파스의 일종 )을 붙이고 있어서.
  • 자동차 3대 바보 중 하나로 '티코에 카폰 설치하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카폰(휴대폰)가격이 티코 가격과 맞먹었기 때문...)
  • 주행 도중 창문을 열고 양 팔을 벌리면 하늘을 날 수 있다.
  • 놀이터 근처에 차를 세워놨더니 동네 아이들이 장난감인줄 알고 집어갔다.
  • 티코 안에서 검열삭제를 하면? 작은 차 큰 기쁨[3]

티코가 아우토반에서 세계 유수 스포츠카와 대적하며 달린다는 유머도 있다.

어느 한적한 오후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던 우리의 티코가 그만 고장으로 갓길에 정차중이였다. 독일은 히치하이킹처럼 길에서 손을 흔들어 방향만 맞으면 누구나 차를 태워주는 분위기 좋은 나라이다. 우리의 티코 운전자는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손을 흔들어 일단 아우토반을 빠져나갈 생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드디어 나타난 티코의 구세주! 그는 멋진 포르쉐를 운전하고 있었다.

포르쉐 : 아~ 차가 고장났군요.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
티코 : 정말 고맙습니다... 저를 다음 출구까지만 태워다 주시면 제가 견인차를 불러 차를 옮길 수 있을텐데요. 부탁 좀 드릴게요.

포르쉐 운전자는 왕년의 카레이서로 자신의 포르쉐를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딱 보아하니 티코는 자신의 차로 끌어도 아무 무리없어 보이기도 해서 자신의 차로 직접 원하는 곳까지 견인해주겠다고 말한 뒤,

포르쉐 : 제가 너무 빨리 달린다고 생각되시면 뒤에서 경적을 울려 주세요. 그럼 천천히 달릴게요.

그리하여 포르쉐가 뒤에 티코를 매달고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또다른 포르쉐가 뒤에서 200km의 속력으로 쒜~엥 지나가는게 아닌가? 이에 열받은 왕년의 카레이서 포르쉐 운전자는 뒤에 티코를 매달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또다른 포르쉐와 속도 경쟁을 벌이게 됐다.

포르쉐 2대는 정말 빨랐다. 또다른 포르쉐가 250km를 넘어서자 티코를 매단 포르쉐 역시 250km로 달리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대추격전을 벌이며 아우토반 끝까지 달리게 되었다.

그 사건이 있은 3개월 후, 대우 직원이 독일의 티코 시장 조사를 위해 직접 독일에 가서 조사를 하는데, 독일에 수입된 한국차의 무려 40~50%가 티코인 것이다. 대우 직원은 예상치 못했던 티코의 열풍에 너무 놀라 이 상황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수소문하여, 그때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한 어느 운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목격자 : 제가 그날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죠. 저도 한 스피드 하는 사람이라 200km 정도의 스피드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포르쉐 2대가 250km가 넘는 속도로 제 옆을 쌔~앵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포르쉐 뒤를 티코가 바짝 붙어서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어요. 그 3대가 아우토반을 자기 무대인 것처럼 휘젓고 다녔어요.

대우 직원은 티코가 250km의 속도로 달렸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끝까지 얘기를 들었다.

목격자 :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포르쉐 뒤를 바짝 뒤쫓던 티코가 글쎄 경적을 마구 울리며 포르쉐를 비키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 이 이야기도 독일 동서 분단 시절 동독의 국민차인 트라반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국에서 티코로 변형된 것.

  1. 티코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대우자동차가 아닌, '대우국민차'(대우중공업의 경차 사업부, 이후 대우자동차로 통합)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국민차라는 말의 의미 속에는 이래저래 빈민층에 대한 뉘앙스가 좀 많이 담겨 있었다.
  2. 심지어 티코는 식용유를 넣어도 돌아간다는 도시전설도 있었다. 식용유를 넣어도 차량이 굴러가기는 한다. 단 이것은 디젤엔진 한정.
  3. 티코의 광고 카피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