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현명한 아내 만카는 체코의 전래동화로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어 동유럽계 전래동화 중에서는 비교적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남편인 시장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고 아내 만카가 그 상식을 뛰어넘는 지혜로 해결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식이다.
2 내용
옛날, 체코의 어느 마을에 돈은 많지만 성격은 매우 탐욕스러운 농부와 인정 많지만 가난한 양치기가 살고 있었다. 욕심 많은 농부는 무슨 거래든지 자신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성립시켜 이웃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농부의 이웃에 사는 그 가난한 양치기는 암소 한 마리를 품삯으로 받는 조건으로 농부의 밭에 품을 팔아줬다. 그런데 주기로 약속한 시기가 다 되어도 농부는 암소를 주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양치기는 시장(市長)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새로 부임한 시장은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여 양쪽 말을 듣고 생각한 다음 "이 사건을 해결하는 대신 수수께끼를 내겠다. 그리고 둘 중에서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놓는 이에게 암소를 주도록 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1] 농부와 양치기는 모두 제안을 받아들였고 시장이 낸 수수께끼란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것은 무엇인가?
이 수수께끼를 받은 농부는 집으로 돌아가 화를 냈고 농부의 말을 들은 농부의 아내는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가장 빠른 것은 자기집 말, 가장 달콤한 것은 자기집 꿀, 가장 부유한 것은 자기집 금고라고 일러주었다. 한편, 양치기도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꼼짝없이 품삯으로 받기로 한 암소를 뺏기게 된 상황이라 기분이 나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런데 그 양치기에게는 만카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는데 매우 현명하기로 유명했다. 양치기에게서 시장이 낸 수수께끼를 들은 만카는 아주 쉬운 문제라며 해답을 일러주었다.
다음 날, 시장의 관사에 들어간 두 사람은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내놓았다. 농부는 아내가 일러준 택도 없는 답을 내놓았으며 양치기는 만카에게 들은 해답을 내놓았는데 그 답은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생각입니다. 생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도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단 것은 잠이죠.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잠보다 더 단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것은 바로 땅이죠.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땅에서 나오니까요.
원하는 답을 들은 시장은 매우 기뻐하며 양치기에게 암소를 주었는데 시장은 이 해답을 양치기 머리로 생각해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누가 답을 일러주었냐고 캐물었다. 양치기는 대답하려 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끈질긴 추궁에 못 이겨 딸이 알려주었다는 걸 털어놓았다. 그러자 시장은 만카의 영리함을 더 시험해 보고 싶어서 달걀 열 개를 가져와 내일까지 병아리로 부화시키라는 수수께끼를 내렸다. 그 수수께끼를 들은 만카는 너털웃음을 짓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장 한 줌을 가지고 시장에게 돌아가 전하세요. ‘제 딸이 이 기장을 보냈습니다. 딸애가 말하기를, 시장님이 이것을 심어 키워서 내일까지 기장을 수확하면 자기도 병아리 10마리를 데려와 그 낟알을 먹일 수 있다고 하는군요.’라고 말이에요.
만카의 말을 들은 시장은 만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내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양치기에게 만카를 아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단, 만카가 시장의 아내가 되기 위해선 또 하나의 조건이 붙었는데 그 조건 역시 수수께끼였고 그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시장에게 올 때 낮에 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밤에 와서도 안 된다. 그리고 무엇을 타고 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걸어와서도 안 된다. 또 옷을 입고 와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발가벗고 와서도 안 된다.
그 말을 들은 만카는 이튿날 새벽이 될 때까지 기다렸으며 다음 몸에 그물을 두르고 다리 한 쪽은 염소의 등에 올려놓고 한 쪽 다리로만 땅을 딛고 시장에게로 갔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거리야 새벽은 밤이 지나간 뒤에 오는 것이므로 밤이 아니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니 역시 낮도 아니다. 그리고 다리 한 쪽은 땅에 있으니 염소를 타고 온 것이 아니며 나머지 다리 한 쪽은 염소 등에 있으니 걸어온 것 또한 아니다. 또 그물은 옷이 아니니 옷을 입은 것도 아니며 어쨌든 몸에 그물을 두르고 있으니 알몸인 것도 아니다.
이 모습을 본 시장은 만카의 지혜와 그물 사이로 비친 알몸의 아름다움에 반해 청혼했으며 결혼식을 올린 후 시장은 만카에게 "자신의 송사에 절대 끼어들지 말 것."을 조건으로 걸었으며 그 조건을 어기면 곧바로 친정으로 내쫓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두 농부가 싸움을 해결해 달라고 시장을 찾아왔다. 이야기인즉, 한 농부가 새끼가 달린 나귀를 시장에서 샀는데 그 나귀의 새끼가 다른 농부의 마차 아래서 뛰어놀자, 마차 주인이 나귀 새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동안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시장은 아무 생각 없이 "마차 주인이 나귀 새끼의 주인이지."라고 대답해 버리는 바람에 나귀 주인은 억울하게 나귀 새끼를 뺏기고 말았다. 나귀 임자는 시장과 헤어져 나오다가 마침 만카를 만나게 되자 자신의 억울한 사정(事情)을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어리석은 판단이 부끄러웠던터라 할 수 없이 농부에게 해결책을 일러주었다. 그 해결책이란 오후에 어망을 땅 위에 펼쳐놓고 시장이 뭐하는 거냐고 물으면 고기를 잡는 중이라고 하라는 것이었다. 만일 시장이 맨땅에서 어떻게 고기를 잡느냐고 물으면 맨땅에서 고기 잡는 일은 마차가 새끼 낳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고 말할 것. 단, 이 일을 만카가 알려주었다는 걸 비밀로 하라고 하였다.
그 날 오후 우연히 창 밖을 내다보게 된 시장은 한 남자가 흙먼지 날리는 땅 위에 어망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자 밖으로 나가 뭐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시장에게 물고기를 잡는 중이라고 말하자 시장은 당연히 그 남자가 미친 것 아닌가 의심했고 그 남자는 제가 맨땅에서 고기를 잡는 것과 마차가 새끼를 낳았다고 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했다. 시장은 그제야 그 사람이 진짜 나귀 주인인 것을 알아본 시장은 그의 말이 옳다고 솔직히 시인한 다음 그 남자에게 “물론, 그 새끼는 마차가 아닌 당신의 나귀에게 속한 것이니 당연히 당신에게 돌려줘야 맞지. 하지만, 대체 누가 당신에게 이런 것을 가르쳐 주었지? 당신 혼자서는 절대 생각해 내지 못했을 텐데.”라고 물었다. 진짜 편견 쩌네. 농부는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자꾸 캐묻자 결국 그 일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화가 난 시장은 당장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내를 불렀다. “만카! 내 사건에 끼어들면 어떻게 될지 경고했던 거 벌써 잊었소? 어서 당장 친정으로 가버려요. 변명은 듣지 않겠소. 이미 결정했소. 하지만, 당신에게 심하게 대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만 가져가시오.” 만카는 울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여보.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 아버지 집으로 가겠어요. 하지만, 저녁은 먹은 후에 쫓아 내세요. 그 동안 행복하게 지냈으니 마지막으로 당신과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어요.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늘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당신과 친구로 기분 좋게 헤어지고 싶으니까요.” 시장이 허락하자, 만카는 남편이 특별히 좋아하는 요리로 저녁을 정성껏 준비했다. 남편도 그가 가장 아끼는 포도주를 따서 만카와 이별주를 든 다음 음식을 맛있게 먹고 또 먹었다. 식사와 함께 포도주도 계속 곁들였으므로 시장은 마침내 술에 취하여 의자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만카는 남편을 깨우지 않고 그대로 마차에 태워 아버지 집으로 데려갔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뜬 시장은 양치기의 오두막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고함을 쳤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러자 만카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여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당신, 저한테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집에서 가지고 나와도 된다고 하셨죠? 그래서 전 가장 좋아하는 당신을 데려온 것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어리둥절한 남편은 잠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만카야말로 자기보다 훨씬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만카, 당신한테는 정말 못 당하겠구려. 내가 졌소. 집으로 돌아갑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시장은 다시는 아내를 나무라지 않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문제는 아내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소. 내 아내가 매우 현명한 여인이라는 것 다들 알고 있죠?” 바지시장
3 미디어
만화 세계 옛날 이야기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다만 여기서는 시장이 아니라 남편이 왕이다.- ↑ 취소선이 그어져 있지만 이는 결코 드립이 아닌 게, 명색이 시장이라는 작자가 아무리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가 젊다고 해도 법적인 절차가 아닌 해괴한 수수께끼 따위로 송사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