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

俠客

협객은 그 행하는 바가 비록 정의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있고, 행동은 반드시 과감하다. 이미 약속한 일은 반드시 이행하며 자신의 위급함을 돌보지 않은채 남의 위급함을 돕고, 사생존망의 위급함을 겪었어도 그 능력을 뽐내지 않으며 그 덕을 자랑하는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사마천-[1]

1 개요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는 남자라는 뜻이나,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협에서 협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2 상세

의를 쫒으며 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거는, 요컨데 범죄라도 가리지 않고 행하는 개인 혹은 집단들. 의병, 영웅 등과 같이 위기상황이 올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행동하는 패턴을 즐겨한다. 사실 단어 자체는 중국에서 나왔지만 그 범주 자체는 세계 곳곳의 역사에 존재하고 있다.

3 역사

역사상 여러 협객들이 있었다. 사마천사기 열전에 협객을 다룬 카테고리인 '유협열전'이 있을 정도면 이미 말을 다한 것이다. 유협열전에는 주가, 전중, 왕공, 극맹, 곽해 이렇게 다섯 명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사기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인물들도 협객으로 보기도 한다. 20세기 이후에 자주 쓰이는 말로 하자면 테러리스트가 된다. 단, 자기편은 말할 것도 없고 무관계 한 제 3 자 입장에서도 대놓고 용납하지는 못하더라도 사정을 이해해 줄 수는 있을 정도의 대의는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그냥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사사로운 정을 쫒는 점은 중국 특유의 문화가 작용하였다. 자신의 벗이나 은인이 위험에 처하면 범죄라도 두려움 없이 행하며 그로 인해 여기 저기 쫒겨다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사실 유나 협이나 별 차이가 없기에 유협이라고 불리웠다.

삼국지에서 관우 또한 본래 협객이었는데 판본에 따라 사악한 관리를 죽이고 관우로 개명했다는 썰도 있다.[2] 수호지의 주요 등장인물들도 대부분이 협객에 분류된다.

삼국지의 배경이되는 후한 말~삼국시대의 협객은 전위, 하후돈, 서서 등이 있다. 이건 현대 기준으로 중죄인데도 불구하고, 당시 중국 사회는 이러한 범죄에 꽤 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대적인 해석인데다, 당시 관리들이 백성을 갈취하는 것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황건적의 난까지 생긴 것을 본다면 이들이 죽인 사람들은 사람들의 미움을 상당히 받는 종류의 사람이었기에 이들이 총대를 맨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것인지 하후돈, 전위와 같은 이들은 살인을 하고서 오히려 명성이 높아졌다.

사실, 남의 사사로운 원한을 갚아주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중국 협객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행위는 물론 당시 법에 따라 볼 때도 중죄였지만, 대중은 이런 일을 하는 협객들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높이 칭송했고, 중국 역사학의 아버지인 사마천사기의 유협열전과 자객열전을 통해 이런 협객들의 이야기를 따로 기록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었다. 일찍부터 공고화된 국가권력 구조를 확충한 중국에서는 그 권력을 이용하여 힘없는 백성을 수탈하거나 괴롭히는 폐혜 역시 일찍부터 드러났고, 그런 만큼 대중은 법과 권력을 가진 압제자에 대항하는 불법적인 저항자로써의 협객을 영웅시한 것. 이런 유협전통은 단순히 범죄에 대한 기준이 현대와 다른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고, 이런 협객들은 중국의 가장 전통적인 대중적 영웅상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무협지들도 그 문화적 기원의 일부분을 이런 유협전통에 두고 있다. 이런 유협전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왜 수호전이 그토록 오랜 기간동안 중국 대중에게 사랑받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협객중에는 오랜 투쟁과 방랑 끝에 민중의 지지를 얻어 국가원수까지 등극하는 이도 있었다. 과거에는 민중반란의 지도자로서 부패한 정권을 쓰러트리고 왕이 되는 경우가 있었고(한나라 태조인 한고제 등), 근대에는 독립투사, 민권투사 출신 대통령이나 총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유고슬라비아 독립투사 출신인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등) 이러한 협객 출신 지도자들이 초심을 유지하여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권력에 취해 타락하여 자신이 쓰러트린 자들의 전철을 밟은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

4 현실과 원인

사실 행동은 대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하는 짓은 엄연한 범죄다. 애초에 협객이라는 부류들이 하는 짓이 전부 당시 시대 기준으로도 범죄. 그것도 경범죄가 아니라 대체로 중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롭다는 의미의 협객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사회질서가 아닌 인간의 본성적인 도덕성이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대의를 기반으로 삼아 행동했고, 또 죽기를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행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으로 미루어 보자면 협객이 자주 출몰했다는 얘기는 곧 "사회질서라고 있는게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도덕이나 감정선과는 영 딴판으로 돌아가는 뭔가 석연치 않은 꾸리꾸리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걸 네 글자로 줄이면 막장국가라 한다.

사실 협객 전통이 탄생한 이유는 그 당시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관념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 구조적으로 강하고 튼튼한 국가권력은 필연적으로 강하고 튼튼하게 백성을 수탈하고 학대하는 부작용을 불러오기 쉬웠고, 이 때문에 백성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탈법적 영웅상을 기대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보는 쪽이 더 적절하다.

게다가 저 범죄라는 것도 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과거의 국가들은 딱히 어린 백성을 어엿비너겨 새로 스믈 여듫 짜랄 맹간다거나 보호하거나 잘 살게 해주겠다는 낭만적인 신념으로 건설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나라도 더 많은 백성을 모으고 조금이라도 더 넓은 땅을 얻어서 윗대가리로 갈수록 잘먹고 잘살 수 있다면 밑의 놈들은 그냥 죽던 말던 괜히 반항이나 안하게 가끔 먹을 거나 던져주고 을러주면 된다는 식으로 운영된 국가가 인간의 역사 속에 얼마나 많았던가.물론 그것도 못지킨 경우가 엄~청 많다. 그런 상황에서 제정된 법이 당하는 입장에서 보기에 정상인게 더 이상한 일이다. 20세기 이후로는 보통 이런 경우 또다른 관인 경찰이 나서서 관의 횡포를 막아준다. 그게 안되는 나라에서는? 여전히 협객들이 목숨걸고 활동한다. 아예 그런 거 없거나.

실제로 중국에서 관(官)의 횡포는 춘추전국시대부터 악명 높은 것이었고, 백성인 민(民)들은 관의 횡포에 저항할 방법이 대규모로 반란 일으키는 거 말고는 없었다. 이러다 보니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앞장서서 민을 돕는 협객이 추앙받게 되는 것이다. 가령 법은 내 가족을 죽인 살인범을 제대로 혹은 아예 처벌하지 못할 수 있지만 협객에게 부탁하면 간단하고 통쾌하게 해결된다. 이른바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죽어야 할 놈은 죽어야 한다.라는 인간 안의 본성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또한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하던 시기에 협객의 행동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역적이지만 가해자 입장에서는 영웅인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전국시대에 가장 유명한 협객인 형가의 행위는 진나라 입장에서는 국가원수 암살미수였지만, 막상 연나라 입장에서는 연나라를 위해 목숨마저 아끼지 않은 열사,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범죄자인데도 평가는 우호적이거나 동정적인 시선이 많다. 애초에 이 시기가 법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해결책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이라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툭 까놓고 말해 이자성의 난급의 항쟁이 자주 안터진게 기적일 정도다 그러니까 협객이 아무 이유 없이 나온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저들은 공권력과 싸워가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즉 저들을 지지한 사람들이 폭넓게 존재했기에 저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마천 역시 협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어찌 보면 현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저항권 행사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주의해야 한다. 당초에 품은 뜻이 아무리 높고 푸르러도 이들이 하는 것은 결국 정말 하다하다 안돼서 불합리에 대항할 수단이 이것 밖에 안남은 경우에 행하는 것일지라도 "엄연한 폭력"이기 때문에 한끝발만 잘못나가면 진짜 테러리스트나 조직폭력배같은 사회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니체는 이에 대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기 협객열전도 이런 식으로 협객이 타락·몰락하는 과정과, 당대에 스스로 협객이라고 하는 자들 중에 진정한 협객이 별로 없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5 실존한 협객

  • 춘추전국시대
    • 형가
    • 전제
    • 조말
    • 예양
    • 섭정

6 창작물의 협객

사실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계열 캐릭터들은 거진 다 협객 속성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히어로(hero)라는 말 자체가 영웅, 협객을 뜻하는 말이고. 그런 점 때문인지 중국어권에서 슈퍼영웅물 주인공들 이름을 번역할때 Man을 "인"(人)으로 번역하지 않고 "협"(俠)으로 번역한다. 대만에서는 "~~인"(人)으로 번역한다.
  1. 언급되는 곳마다 말한 사람은 사마천으로 동일한데 등장 작품은 다 다르다? 사기 유협열전에 있는 말이다.
  2. 다만 관우의 생애 초기에 대해서는 정사 삼국지에서도 쓰지 않고 있고, 되레 유비가 젊은 시절 이런 무리들의 두목이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
  3. 제갈량과 함께 명책사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무려 10년동안 협객 생활을 했던 경력이 있다. 자세한건 해당항목 참조.
  4. 관우가 실제 협객이었는가는 불분명하며(위에서도 적었듯, 실제 역사 기술상으로는 유비가 협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 설화들이 모여 집대성된 연의에 들어와서 관우가 생애 초기 협객이었다는 설정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