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용도

華容道[1]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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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룽현(화용현)의 위치. 바로 아래 동정호가 있다. 전투가 벌어졌던 적벽은 악양(웨양)시와 동정호 중간쯤에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지명. 자치통감의 주석에 의하면 현재 중국 후난 성의 화룽현(华容县)을 말한다고 한다. 현재도 깡촌으로 자주 홍수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좁은 절벽으로 적은 수의 군대만 통과할 수 있는 지역이라 한다. 게다가 길이 하도 험한 탓에 군사들더러 바위를 깎고 나무를 베는 등 길을 만들면서 가는 것도 모자라, 병사들이 힘들어서 쓰러지자 그대로 밟고 지나가게 했다. 화용도 대학살

2 연의

삼국지연의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조조의 군대가 적벽대전에서 손권군의 도독 주유의 화공에 의해 크게 패배하고, 여기에 연합유비군의 협공까지 받아, 조조군은 83만[2]의 대군 중 겨우 몇천의 패잔병만 남아 강북으로 한참 도망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도망가던 중에 이미 장비조운의 기습을 받아 조조군은 거의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겨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화용도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길이 두 개로 갈라져 있었는데, 큰 길에서는 연기가 안 나는데 작은 길에서는 모닥불을 피운 듯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에 조조는 작은 길로 가자고 했는데, 좌우에서 묻자 "제갈량의 함정이다. 작은 길에 불을 피워서 큰 길로 유도하여 우리를 기습하려는 계책이다. 그러니 작은 길로 가자."라고 대답하여 좌우에서 감탄했다. 그리고 가다가 쉬던 중에 이렇게 말했다.

조조 : 주유와 제갈량은 정말 꾀가 없어! 나 같으면 딱 이 길에다 군대를 매복시켰을 텐데 말이지. 그랬으면 우리 모두 죽는 거 아니겠나?[3]
관우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매복하던 관우의 군대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사실 아까 갈림길에서 모닥불을 피운 것도 제갈량의 계책이긴 했지만, 조조가 스스로 속아넘어간 셈이다. 제갈량은 조조가 허허실실-즉 계책에 밝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조가 지나치게 의심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끔 유도한 것.

이 때 조조는 이젠 죽기살기로 싸워볼 수밖에 없지 않냐고 얘기하지만, 장군들은 도저히 힘이 없어 싸울 수 없다고 하고, 모사 정욱은 이전에 조조가 관우를 잘 대해준걸 생각하고 조조에게 관우를 회유하라고 간했다.

그래서 조조는 관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자기가 이전에 당신을 잘 대해줬으니 이번에 제발 살려달라고 빌자, 관우는 안량, 문추를 베어 그 빚을 다 갚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조는 그 이후에 관우가 자기를 버리고 유비에게 가면서 자신의 장수들을 벤 오관육참의 일을 자기가 용서해주지 않았냐고 대꾸했다. 그리고 관우 당신은 춘추를 숙독했으니 은혜를 갚는 도리를 알고있을 거라고 말했다. [4]

이에 찔린 관우는 조조를 풀어줘 도망치게 하고 만다. 판본[5]에 따라서는 관우가 조조만 풀어줬는데 부하들까지 도망가자 "거기 서지 못할까!"라고 하여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부하들까지 절절하게 눈물로 호소하자 결국 그들까지 살려 보내줬다고 서술한다.(주춤했다가 장료를 보고 보내줬다는 판본도 있다.)

이후 관우는 유비군으로 복귀했는데 제갈량은 관우가 조조를 붙잡아올 줄 알고 연회를 준비하고 관우가 오자 축하의 술을 권했다. 그러나 관우가 조조를 붙잡아오지 못했다고 하자 제갈량은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관우가 조조가 왔는데 놓쳤다고 대답하자, 제갈량은 그럼 수하의 장수들은 몇이나 베었냐고 물었고 관우는 그 조차도 단 하나도 베지 못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제갈량은 크게 화를 내며 조조군이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을 텐데 관우 당신이 조조를 일부러 놓아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고 관우는 면목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제갈량은 군에 명을 내려 명령에 불복종한 관우를 처형하라고 했다.

이에 유비가 제갈량 앞에 무릎을 꿇고 관우를 용서해 달라고 빈다. 이에 제갈량은 마지못한 척[6] 유비의 도량을 내세우며 관우를 용서해 준다. 이에 관우가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는 말로 이야기 끝.

김홍신 평역판에서는 유비가 무릎을 꿇은 이유를 "군사(참모) 제갈량의 체면을 살려주되 관우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째 유비가 제갈량에게 너무 매달리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지도. 참고로 이 대목은 적벽대전 앞부분에서 제갈량이 장수들을 도처에 파견한 뒤 관우의 처사에 대해 유비와 얘기하는 부분을 넣어 복선을 뿌린다[7].

(전략) 한편 장수들이 각자 군사를 이끌어 나간 이후, 유비가 공명에게 걱정하듯이 말했다.
"아우(관우)가 성품이 온화하여 조조를 살려 보내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공명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다고 관운장을 보내지 않는 것도 양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운장을 보내는 것이 하늘에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비가 의아해하자 공명이 설명해 주었다.
"제가 천문을 보았는데 조조의 군사는 심하게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조가 죽을 운명은 아니었습니다. 기왕 조조가 죽을 운명이 아닌 바에야, 관운장이 속 편하게 인정을 베풀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유비는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군사께서는 모든 것을 예상하시고 그리 하신 것이오?"
"군사를 부리는 일이다 보니 모든 것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하구로 가셔서 싸움 구경이나 하시지요."

연의의 최종보스인 조조를 잡을 절호의 기회였던데다, 제갈량과 관우의 대립이 나오는 등 여러모로 떡밥이 많기에 꽤나 유명한 이야기.

관우가 의리냐 군령이냐로 고민하는 부분이 문학적으로 호평을 받아 삼국지연의를 까는 루쉰조차 "이 부분만은 훌륭하다"고 평가할 정도이다. 삼국지연의의 대표적인 창작 부분이니 나관중의 실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수 있다.

3 정사

단 정사에는 이런 이야기 없다. 현실적으로 따진다면 단순히 조조가 운 좋게 관우의 추격을 따돌린게 맞다고 봐야 한다. 정사에선 조조 본인이 유비의 추격을 뿌리치고 '유비 그 자식이 계책 쓰는게 늦어서 그렇다니까'라고 도망가는 와중에 웃으면서 말하는 부분까지 있다. 아무리 관우가 은의를 따진다고 해서 대국적인 문제를 그르칠 인물도 아니고, 조조를 참한 뒤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주었을지는 몰라도 살려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제갈량이 이러한 대국적인 문제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결정도 내리지는 않았을 거고 관우 대신 다른 장수를 시켰을 것이다.

4 창작물에서의 해석들

연의에서 극적으로 각색한 부분이라 내용 자체가 사실일 리는 없으나, 워낙 드라마틱한 부분이라 이 부분에 대해 수많은 삼국지 오덕들이 고대로부터 무수한 해석을 해왔다. 무엇보다 최고의 천재인 제갈량이 왜 조조의 은덕을 입은 관우가 의리에 흔들릴걸 전혀 감안하지도 않고 마지막 매복지점에 관우를 배치했느냐는게 가장 논란거리다. 애시당초 정사로 보면 그냥 별 문제 없는데(...) 연의가 워낙 유명하고 삼국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다보니 이런 논란도 나오는 것.

이문열 삼국지 만화판에선 제갈량이 점을 쳐보니 조조의 운명 자체가 아직 천지가 정한 죽을 수명이 안되었기에, 어차피 조조를 죽일 수 없으니 관우가 조조의 은혜를 보답하게나 하자는 의도였다는 거였다. 제갈량이 형편없는 인물이란건 여기서 증명되었다.

중국 드라마 84부작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말을 통해 주장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조가 죽으면 조조군은 조조 아들들 중에서 조조의 후계를 결정하느라 순식간에 형주를 빠져나가 본거지인 강북으로 가버려서, 형주가 텅빈 이때 기세가 오른 손권군이 순식간에 형주를 차지하면, 당시 머물 곳이 없는 유비군은 계속 근거지가 없이 떠돌 수밖에 없고 대업도 영원히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조조를 살려두어 형주의 조조군이 계속 주둔하게 해서, 조조군과 손권군이 싸우는 동안 어부지리로 형주를 빼앗아 근거지를 마련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삼국에선 애초에 주유도 자기네가 죽일 생각이 없다는 설정으로 나오며, 조조를 일부러 유비 쪽으로 몰았다고 나온다. 이유는 유비가 조조를 죽이게 해 조조세력과 유비세력을 철천지 원수로 만들어 서로 싸우게 만들고 자기네만 이득을 챙긴다는 것. 그러나 제갈량도 주유의 의도를 꿰고 있기에 조조를 정말 죽여서 주유에게 낚일 생각은 없어서 전리품만 챙기게 하고, 어자피 조조를 못 죽일 거 같은 관우를 화용도에 배치한다. 그런데 화용도에서의 대면이 명장면인게, 조조가 스스로 검을 들고 관우 앞에 나아가 대영웅의 손에 죽는 것은 영광이라 하고, 관우가 고뇌하다 패잔병들과 조조를 모두 보내주자 군령으로 다스려질 관우의 안위가 걱정되어 차마 못 간다고 버티다가 억지로 끌려간다. 안그래도 연의에서 조조가 관우에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위의 설정과 조조라는 캐릭터의 해석, 그리고 조조역 배우 진건빈과 관우역 배우 우영광의 명연기까지 더해지며 명장면이 연출되었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주장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비군에선 원래 관우가 참모이자 2인자의 역할을 했는데, 제갈량이 중간에 합류하여 관우를 제치고 2인자가 되면서 관우와 대립각을 세웠을 거라는 이론에 따라, 제갈량이 관우가 조조를 살려줄 것을 예상하고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을 내려 관우의 위상과 입지에 흠집을 내고자 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삼국전투기에서는 84부작 삼국지삼국의 내용을 적당히 믹스 시켰다. 지금 조조가 죽으면 위나라가 후계자 다툼으로 분열되어 오나라가 득세를 하여 천하삼분지계가 무너질 것이며. 추격망의 끄트머리인 화용도에 유비군을 배치한건 유비가 강릉에서 출격한 조인의 구원군에게 죽기를 바란 주유의 계책이니 그냥 철수하자는것.[8] 다른 점이라면 제갈량은 적당히 빠지자고 하는데 관우가 여기에 반대하고 남는다는 것.그리고 관우는 조조의 애원에 못이겨 결국 돌아간다.그리고 관우는 이때의 징계로 유비의 형남4군 원정에 참전하지 못하고 강릉을 공략하는 주유의 진영에 남는다.(이것도 유비의 형남4군 원정을 원활하기 진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주유의 제안이었지만)

천지를 먹다 2에서는 화용도 전투를 마지막 스테이지로 설정했다.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가 어딘가에 숨겨져있다.

5 기타

여담이지만 클로츠키(Klotski)라는 폴란드 퍼즐[9]의 중국식 명칭이기도 하다.

보다시피 가장 큰 블럭(조조)을 빼내는 건데,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1. 직역하면 빛나는 얼굴의 길. 살려달라고 비는 조조와 살려주는 관우의 얼굴이 빛나는 건가 싶겠지만…아쉽게도 이 지명은 예전부터 있던 지명이다.
  2. 떠벌리기는 100만
  3. 참고로 이 말은 3번째나 한 말이다. 중요하니 3번 강조했습니다 앞의 두번에선 각각 장비와 조운이 튀어나왔다. 앞의 두 번은 어떻게 살았대? 관우를 잊으면 안됩니다 고갱님
  4. 어떤 판본에서는 조조와 부하 장수 및 병사들이 바닥에 비굴할 정도로 넙죽 엎드리고 울면서 빈다는 묘사도 있다.
  5. 여기서는 김홍신 평역판
  6. 실제로도 고급 장수를 제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7. 김홍신 평역판 기준
  8. 드라마 삼국과 다른점은 삼국전투기의 주유는 조조를 죽일 생각이 있었지만 화용도까지 조조를 잡지 못한다면 조조를 죽이는건 실패한걸로 치고 유비가 조조를 죽인뒤에 조인에게 죽으면 최고지만 유비가 조조를 죽이기 전에 조인의 구원군이 와서 협공을 당해 죽든 유비만 죽이면 된다는 계략이었다.
  9. 흔히 러시 아워로 알려진 주차장에서 차 빼는 퍼즐의 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