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RAAM(Advanced Short Range Air-to-Air Missile)
고등 단거리 미사일
ASRAAM은 영국이 개발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다. AIM-132라는 미국식 제식명칭도 있으나 정작 미국은 쓰지 않고 있다.[1]
주요 제원
중량 | 88kg |
전장 | 2.9m |
속도 | 마하 3.5 |
탄두 | 10kg 고폭약 / 파편탄두 |
가격 | 20만 파운드 이하로 추정 |
직경 | 166mm |
날개폭 | 450mm |
사정 거리 | 300m~18km |
중간 유도 | 관성항법 |
종말 유도 | 적외선 유도 / 발사 후 락온 가능 |
격발 방식 | 레이저 근접신관 / 충격신관 |
사용 국가 | 영국(해리어, 유로파이터 타이푼, 토네이도, F-35B 등) |
호주(F/A-18) | |
인도(미라주 2000) |
목차
1 안습의 개발사
1.1 기: 단거리 미사일은 기동성이 제일이지
ASRAAM의 개발사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
영국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피똥싸가며 얻은 교훈을 토대로 'Taildog'이란 미사일을 개발 중이었다. 당시 영국이 분석한 바로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역시 기동성이 좋아야 하며, 조종사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발사할 수 있어야 유용했다. 그래서 이 Taildog에는 추력편향 시스템이 달릴 예정이었다. 영국은 Taildog을 기초로 SRAAM(Short Range Air to Air Missile)-100이란 프로젝트명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1.2 승: 기동성이 아닌가벼
SRAAM 사업이 진행 중이던 1980년 경[2], 세상엔 역시 기동성보다 '선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NATO와 미국은 그동안 사용하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7 스패로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와인더를 대체할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했고, NATO 중 영국과 독일은 개발 중이던 SRAAM-100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여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이 개발하기로 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바로 AMRAAM, 그리고 영국/독일이 개발하기로 한 물건이 ASRAAM이다.
NATO군은 개발 중이던 AMRAAM은 사거리가 30~40km 이상인데 반해 SRAAM이나 AIM-9은 고작 10km 전후이다 보니, 중거리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었다. 즉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란 것이 본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기관포 사이의 갭을 매꿔줘야 하는데, 그 매꿔주는 거리가 너무 좁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SRAAM의 설계는 초기에 달려있던 추력편향 시스템이 빠지는 등 급변경되었고 기동성보다는 사거리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ASRAAM은 로켓모터를 강력한 것을 쓰는 한편 외부의 공기저항요인인 날개 등을 최소화하여 미칠듯한 가속+적은 항력을 통해 사거리와 비행속도를 엄청나게 올린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날개도, TVC도 적용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하는 뒤처지는 선회능력은 미칠듯한 운동에너지로 커버한다는 생각.
1.3 전: 전의 기동성이 맞는가벼
90년대 들어 독일이 통일되었고, 이때 통일독일은 동독이 운용하던 MiG-29와 이것의 주력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R-73(AA-11) 아처를 대량으로 손에 넣었다.
그간 R-73의 정확한 성능을 몰랐던 NATO 및 서방세계에겐 이 미사일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미사일은 조종사의 헬멧에 달린 조준 시스템과 연동되어서 조종사가 목표물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조준이 가능했다.[3] 게다가 R-73은 발사 직후의 미칠듯한 기동성 덕에 발사 가능한 범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R-73의 뛰어난 기동성은 로켓의 분사방향을 바꾸는 추력 편향[4] 기술이 접목된 결과로, 그 덕택에 종전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보다 훨씬 급격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특히 미사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비행체들은 속도가 어느정도 붙어야 조종날개에서 조종에 필요한 양력을 만들 수 있는데, 추력편향기술이 적용되면 속도가 느린 발사 직후에도 급격한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1.4 병결: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이후 충격을 받은 독일과 미국 등은 '역시 단거리 미사일은 사거리보다는 초기 선회능력이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영국은 여전히 '사거리+속도+운동에너지가 짱임.'이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ASRAAM 설계에 주도적인 역할이었던 영국[5]과 독일이 마찰을 빚다 결국 독일이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라면서 뛰쳐나가서 만든 것이 IRIS-T.
ASRAAM의 개발이 이렇게 혼란스럽자 미국은 '저 놈들 믿다간 우리도 죽겠다.' 싶어서 ASRAAM 운용은 포기하고 일단 급한대로 쓸 수 있는 AIM-9을 마개조하기로 한다. 이 편이 후속 군수지원도 편하고....그 결과물이 바로 AIM-9X.[6]
독일이 ASRAAM 사업에서 뛰쳐나가버림에 따라 정작 ASRAAM에 달 탐색기가 없어졌는데, 결국 영국은 이 문제를 미국에서 탐색기를 납품받아 쓰는 것으로 해결 하였다.[7]
결국 'NATO연합 표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란 컨셉이 무색하게 정작 ASRAAM을 도입한 나라는 영국과 호주, 아랍에미레이트, 인도 이렇게 4개국 뿐. NATO 연합국은 영국 혼자 뿐인 셈이다. 물론 이는 독일통일 이후 R-73 + HMS 조합을 보고 서방세계가 받은 충격과 공포탓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단거리 미사일에서 선빵을 날릴 수 있는 능력보다 발사 직후의 기동성을 중시하게 되었기 때문이며,[8] IRIS-T가 오히려 운용국가가 더 많은 실정이다.
2 특색
2.1 긴 사거리와 빠른 속도
ASRAAM은 TVC와 많은 날개 사용을 포기한 대가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주제에 상당한 수준의 속도와 사거리를 보여준다.
ASRAAM의 유효사거리는 약 20km 전후이며, 적기와 마주보고 날아가며 쏘는 경우에는 30km 정도의 사거리를 갖는다. 그리고 최대속도는 마하 3 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중에서는 꽤나 빠른 편. 속도나 사거리만 놓고 보면 AIM-7 스패로우 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다.
ASRAAM이 이렇게 긴 사거리와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된 것은 역시 깔끔한 외관 + 로켓빨. ASRAAM은 마치 비유도로켓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날개(Fin)가 없다. ASRAAM은 꼬리부분에 쬐끄만 4장의 가동형 날개가 날개의 전부. 이는 보통 AIM-9이 앞뒤 다 합하여 8장, 이스라엘의 Phython 5의 날개가 14장 가까이 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ASRAAM은 이렇게 깔끔한 외관 덕에 다른 미사일들에 비해 공기저항을 매우 적게 받는다. 또한 종전의 AIM-9은 직경이 5인치(127mm)였던 반면 ASRAAM은 6인치(166mm)로 늘어났는데, 그 덕에 더 크고 강력하며 오래가는 에너자이저로켓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결국 줄어든 항력, 늘어난 추력과 로켓가동시간 덕에 ASRAAM은 종전 AIM-9보다 훨씬 빠르면서도 멀리 날아가게 된 것.
2.2 유도 방식
(단거리 미사일 치고는) 사거리가 워낙 길다 보니, 정작 미사일의 탐색기가 적기를 포착할 수 없게 되었다. ASRAAM의 탐색기는 128 X 128 배열의 열영상 방식으로, 종전의 적외선 탐색기에 비하면 목표물을 더 정확히 식별하고, 탐지거리도 더 길지만 아무래도 20~30km나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탐지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ASRAAM은 단거리 미사일 주제에 관성항법을 통한 중간유도기법을 쓴다. 즉 먼 거리의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야 할 때, ASRAAM은 발사모기로부터 발사 직전에 적기의 고도, 속도, 방향 등과 같은 데이터를 전송 받는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ASRAAM은 적기에게 들이받을 수 있는 '예상좌표'로 날아가게 되며(쉽게 말해 리드샷) 이때는 관성항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ASRAAM은 목표물 근처에 다다르면 자체 열영상 탐색기를 켜서 목표물을 락온(Lock on),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쫓아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을 발사 후 락온, 즉 LOAL(Lock on After Launch)라고 한다.[9]
ASRAAM은 만약 전투기 자체의 센서나 혹은 아군기가 데이터링크를 통해 보내온 데이터 등을 통하여 적기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심지어 발사 직후 180도 U턴하여 뒤에 따라오던 적기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근래 등장하는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들은 대부분 기본으로 갖는 기능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등장 당시만 해도 충격과 공포였던 기술.[10]
물론 목표물이 가까워서 발사하기 전부터 미사일의 탐색기로 포착이 가능하다면 굳이 중간유도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발사 직후 부터 열영상 탐색기를 사용하여 목표물을 쫓아간다. 전통적인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들이 그래왔듯이. (이 쪽은 발사 전 락온, 즉 LOBL(Lock on Before Launch)라 한다).
한편 ASRAAM은 최신형 미사일답게 조종사의 헬멧 조준장치와 연동될 수 있다. 즉 조종사가 목표물을 바라만 봐도 해당 목표물에 대한 락온이 가능하다.
2.3 단점: 초기 기동성과 가격
ASRAAM의 단점은 근거리 미사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발사 초기 기동성. 물론 일단 속도가 붙고 나면 50G 수준의 여타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부럽지 않은 기동성을 자랑하지만, 발사 직후 가속 단계에서는 추력편향 기술도 사용하지 않고 날개도 작은 탓에 기동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단점은 가격. 개발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하다 보니 초기 가격이 AMRAAM에 필적하는 수준까지 올라갔고, 이것은 추력편향 기술의 미사용 못지 않게 미국과 독일이 뛰쳐나가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개발사가 있는 영국이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더라도 이래저래 가격 낮춰가며 써야 했지만.
3 사용국 현황
동시기의 경쟁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초기 기동성, 비싼 가격 등이 맞물리는 바람에 2009년 말 기준 ASRAAM을 사서 쓰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아랍에미레이트와 오스트레일리아와 전투기 박물관 인도의 4개국이 고작이며, 그나마 NATO회원국은 영국이 유일한 실정이다.[11]
다만 국가마다 요구하는 성능이 다르듯,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사거리 길고 속도 빠른 ASRAAM을 꽤나 좋아하고 있다. 어차피 오스트레일리아는 ASRAAM 가지고 바다 건너 날아오는 놈들 상대해야 하는데 이런 적을 상대하려면 가능한 멀리서 가능한 빨리 격퇴시켜버리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 더불어 ASRAAM은 적이 본토 밖 멀리서 날릴지도 모를 크루즈 미사일도 덥석덥석 잘 무는 편이기도 하다.
- ↑ 호주에 F/A-18을 팔면서 여기에 AIM-132를 탑재해주기로 했는데 이 때문에 서류상 미국 국방부 미사일 목록에 등록할 필요가 있어서 AIM-132라는 미국식 제식명이 붙었다.
- ↑ 서독은 이미 SRAAM의 탐색기를 개발/제공하기로 되어있던 상태였다.
- ↑ 사실 미 해군도 한 때 F-4에 AIM-9을 운용하기 위해 이런 장비를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여러모로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아 그 뒤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 ↑ Thrust Vectoring, 현재 최신버전 사이드와인더인 AIM-9X나 본문에 설명될 IRIS-T 등의 미사일이 대표적으로 사용. 다만 R-73과 이들 미사일이 실제로 추력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약간 다르다.
- ↑ 주계약자가 영국회사인 호커-시들리였다.
- ↑ 사실 로켓모터와 탄두 정도만 공유하고 조종시스템, 탐색기 등등은 싹 다 바뀐 물건이긴 하다.
- ↑ 미국의 레이시온(본래 휴즈였으나 이 회사가 레이시온에 합병됨)이 ASRAAM의 탐색기를 개발/생산하여 납품 중. 참고로 AIM-9X의 탐색기도 이 회사에서 만들고 있으며 두 탐색기에 사용된 기술은 같다. 물론 사용된 기술이 같을 뿐 두 탐색기는 다른 물건으로, 각 부분별로 50% 정도만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 ↑ 사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비교적 근접한 거리에서도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해도 명중률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거리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의 갭을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는게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이 그 갭을 메울 수 있게 되면서 단거리 미사일은 기동성에 집중하는게 더 효율적이 된 것. 미군 조종사들은 근거리에서도 암람을 더 선호할 정도.
- ↑ 이렇게 중간유도 과정을 거친후 최종단계에서 자체탐색기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중에는 드물지만 중거리 미사일에는 흔하다. 이를 테면 R-27의 적외선 유도버전인 R-27R이 그렇고 AIM-120이나 AIM-54 등도 개념적으로는 같다. 단 ASRAAM이나 R-27R 모두 미사일과 발사한 전투기 사이의 데이터 링크 기능은 없다.
- ↑ 영화 <Fire Fox>의 후방발사 미사일이라고나 할까...
- ↑ 반면 독일이 뛰쳐나가서 만든 IRIS-T는 벌써 10개국이 사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