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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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PS

1 소개

미국TRPG 시스템 중 하나. 겁스라는 이름은 『포괄적 범용 롤플레잉 시스템』(Generic Universal Role Playing System)의 약칭이다. 제작사는 스티브 잭슨 게임스. 2011년 시점에서는 4번째 판본이 발행 중으로, 대한민국에는 도서출판 초여명이 3판부터 들여와, 지금은 4판을 국문 2판이라는 이름으로 발간 중이다. [1]

업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살아남은 범용 시스템. 범용 시스템은 장르 관습이나 배경세계에 구애받지 않고 참가자 그룹이 원하는 어떤 플레이든 지원하도록 제작된 RPG 시스템을 말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범용 시스템의 대명사로, 그 독보적인 지위를 위협받는 때가 몇 번씩 있었지만 여전히 신작 범용 시스템은 관례처럼 GURPS와 비교되고 있다. [2] 자칭 겁스를 뛰어넘는 시스템은 나왔지만 이후 비교는 항상 겁스가 당한다

인물의 능력치, 장점과 단점, 외모, 사회 배경, 기능 등을 모두 CP(캐릭터 포인트)라는 점수를 통해 계산하는 체계를 택하고 있다. 겁스 외의 범용 시스템 가운데서는 능력치와 기능에 배분되는 점수의 체계가 다르다거나 시작 작성 점수와 경험치의 계산법이 다르다거나 하는 다원적인 점수 제도를 채택한 경우도 많다. 겁스의 완전히 일원적인 CP 제도는 여타 범용 시스템과 견주어 보아도 드문 것이다.

전통적인 RPG의 '경험치'에 해당하는 것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일정량의 CP를 플레이의 보상으로 받게 되어 있다. 이 CP를 보상으로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RPG처럼 모험의 수준이나 잡은 몬스터의 강함 등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롤플레이'라는 기준에 따라서 보상하도록 캠페인북에 명기되어 있는데, 던전물 전용 RPG 룰이라면 괴물을 많이 잡는 등의 방식으로 '좋은 롤플레이'의 기준을 잡겠지만 어느 상황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범용룰을 표방하는 겁스로서는 어떤 것이 '좋은' 롤플레이인지도 명기하지 않고 있기에 'CP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좋은 롤플레이'라는 것은 오롯이 게이밍 그룹의 특성과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순전히 '캠페인이 더 재밌어 지는데 공헌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도 통용될 정도.

겁스는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으며, 주사위는 6면체 3개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RPG 룰북에서는 d 뒤에 숫자를 붙여 몇면체 주사위를 굴리는지를 나타내는데 겁스에선 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상황은 기능을 통해서 선언할 수 있으며, 기능이 없이 특정 행동을 선언할 경우 특성치에 일정 페널티를 받고('디폴트를 적용한다'라고 한다) 주사위를 굴리게 된다. 한편 디폴트 적용이 불가능한 기능도 있으니('의료' 기능이나, 마법 주문 등) 주의할 것.

옵션 룰의 가짓수가 많다는 것도 겁스의 특징이다. 이는 게이밍 그룹이 채택할 수 있는 각종 장르 및 플레이스타일을 섬세하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코미디물이나 헐리우드식 비사실적 액션물이라면 미인은 (성별에 상관 없이) 옷을 벗을 수록 방어도가 높아진다는 벗으면 방탄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하지만 기본적으로 리얼리즘 규칙이 우선시되며 이런 규칙은 "예외"나 "넌센스"에 가깝게 취급된다.)

게이밍 그룹이 배경 세계 및 장르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고히 가지고 있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며, 룰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에 입문하기도 쉬운 편이다. 그러나 배경 세계나 장르에 대한 아이디어가 불투명한 경우 다양한 선택의 가짓수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숙련자가 그룹 안에 포함되어 있을 때 플레이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른 시스템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겁스를 처음 잡는 경우, 가칫 그 무제한의 선택가능성에 도취되어 전투 관련 능력에 CP를 잔뜩 투자한 워 머신 경연대회를 여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것은 늘상 하면 재미없기 때문에 금방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사실성에 대한 철저한 고증은 겁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스티브 잭슨 게임스는 '겁스의 이용자는 어린애가 아니다'라는 기조를 내걸고 역사, 과학, 장르 관습의 구현에 있어 엄격한 고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겁스 무한세계나 Bio-tech, Low tech, Cyberpunk 등의 서플리먼트들은 거의 해당 분야에 대한 간단한 교양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3] 고증에 신경쓰지 않는 이용자라면 아무래도 좋지만, 고증에 신경쓰는 이용자는 어쨌든 만족시켜야 한다는 집필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겁스의 서플리먼트에 적시된 사실들은 적어도 그 방면의 준전문가가 집필한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실제로 겁스 무예가 실제 무술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이 바닥에서 유명하다.

그러나 그 덕에 겁스의 GM은 세계관과 스토리에 신경씀과 동시에 게임 운영과 심지어는 밸런스마저도 신경써야 한다는 부담들을 한꺼번에 떠안게 되어버렸다. 이건 겁스가 다른 룰이라면 RP로 해결할 요소까지 룰을 써서 벌어지는 일, 즉 큰 범용성이 불러온 난점이다. 그나마 서플북을 쓸때는 세계관과 스토리는 신경'만' 쓰면 해결되지만, 오리지날이 되는 순간 GM헬 오브 지옥을 보게 된다. 해보면 안다, 저게 얼마나 고역인지.

그래서 사실 겁스는 해당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GM이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반대로 GM이 고수라서 어떤 상황이든 룰로 해석해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일 경우, 그 범용성으로 인해 그 어떤 룰북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룰이 되기도 한다. 겁스의 GM이라고 하고 베테랑이면 우선 존경하고 순순히 따르자. 그는 능력도 있고 온갖 고생도 혼자서 다 하고 있다.

"범용성"이라는 말에서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겁스의 범용성은 "최소한의 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의 범용성이 아니다.

범용 RPG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 어떤 시스템은 추상화, 일반화를 통해 범용성을 획득한다. 가령 총과 활과 마법 불덩이를 묶어서 '장거리 공격에 대한 일반 규칙'을 마련해 두고 보조적으로 총은 탄환을, 활은 화살을, 마법 불덩이는 마나를 소모하는 룰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익혀야 하는 규칙의 수는 줄어들지만 플레이의 실감이나 구현하는 상황의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추상화의 극단을 추구한 범용 시스템으로는 TWERPS를 들 수 있다. 반쯤 장난같은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RISUS도 있고, Fudge도 상당히 추상적이면서도 간략한 룰로 여러가지를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히려 추상화 하는 방법을 쓰는 시스템이 겁스 같은 방식보다는 훨씬 많다. 그야 겁스처럼 많은 룰 제작과 자료 수집에 자금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집단이 얼마 없으며, 이미 겁스가 있는 이상 똑같은 길을 걸어봐야 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겁스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겁스의 범용성은 개별화, 구체화를 통해서 획득된다. 물론 겁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옵션 룰들은 결국엔 기본세트에 들어 있는 기본 룰에서 가지를 뻗은 것들이기는 한데... 장거리 전투를 예로 들면, 겁스에도 장거리 전투에 대한 일반 규칙은 있지만 더 상세한 총기, 화살, '화염탄'이나 '벼락' 등 마법 공격기 등의 디테일이 제공된다. 개별화, 구체화라는 디자인 기조는 바로 사용하거나 참조할 수 있는 보조 자료가 없으면 빛을 잃기 마련이지만, 스티브 잭슨 게임스는 수십년에 갖가지 장르를 다루는 방대한 서플리먼트군을 거듭 출간하여 문제를 방지하였다.

개별화된 시스템이라 하여 규칙들 사이의 통일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개정4판에서는 이전 판본에서 지적되었던 서플리먼트간의 통일성 및 밸런스 문제가 거의 깔끔히 해결되었다. 4판에서는 여러 서플리먼트를 놓고 룰을 섞어도 시스템 안의 각종 수치 및 변수들의 규칙상의 지위 및 세계 내적 의미에 대한 기술에 거의 모순이 없다.

던전 앤 드래곤 3rd버전의 코어룰을 기반으로 한 D20 룰도 겁스의 이러한 장점을 따라잡기 위해 선전했었지만, 다음 버전인 4th에서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때려친 것 같다. 결국 아직까지 범용 시스템의 대표작은 겁스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2 평가

2.1 다양성

겁스의 장점이라면 CP시스템을 이용한 캐릭터 생성의 다양성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게임은 다양한 종류의 병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게 장점이다. 얼핏 지나치게 방대해보이는 룰때문에 진입장벽이 커보이는 것은 사실이며 사실 겁스의 플레이 자체보다는 캐릭터 만드는게 더 재미있다는 말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표현상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캐릭터를 플레이에 필요하고 원하는대로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냥 책의 목록을 보면서 고르면 그뿐이니까. 조합을 통해 미묘한 시너지를 내는 장단점 및 기능 조합이나 변태적 파워의 초상능력을 창조해내는 것은 몇달 이상의 경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짓을 반드시 해야할 이유는 없으며, 그런 것을 잘한다고 고수 취급해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초보나 룰 변호사라고 욕을 먹는다. 진정한 고수는 룰을 죄다 외우고 있는 부류. 특히 플레이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빠삭하게 알고 있으면 고수 취급을 받고, 이래야 마스터링 또한 쉬워진다.

3 룰 활용의 난점과 개선방법

3.1 규칙의 복잡성

규칙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은 겁스의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겁스가 개별성, 구체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개별적인 규칙들이 일일이 마련되어 있다. 전부 기억하지 않으면 플레이 중에 책을 뒤적여야 하는 일이 왕왕 생긴다. 원하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고 룰북에 기재되어 있지만 알고 안 쓰는 것과 몰라서 헤매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룰의 조립 과정'을 플레이어(마스터 포함)에게 맡기는 부분이 매우 많아서 [4] 룰 자체를 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룰 조립'이 상당히 복잡한 데다가 가끔 룰 자체가 모호하거나 게임적으로 볼 때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방대한 수의 옵션 룰은 개별적인 현상 묘사에 치중하다보니 일관성이 부족한 편이며,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 가운데 어떤 것을 채택해야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플레이가 나오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겁스는 세계설정이나 장르설정 같은 보조자료 구입이 필수에 가깝다. 겁스 초보일수록 스스로의 로망을 충족하려고 세계와 캠패인을 힘겹게 다 꾸미려 시도하고 숙련될수록 보조자료에서 그려주는 '그림'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겁스 보조자료들은 대체로 '네가 원하는 그림이 이런거냐? 아니면 이런거?' 라며 하나하나 짚어주는 형식이 많고 그 의도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캠패인 준비에 필요한 전력낭비를 상당히 줄여준다. 겁스 보조자료들 자체의 충실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허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한발 나간 인간졸업마스터들은 '그림'을 아예 자기가 만들어버린다. 위에서 말한 헬 오브 지옥이 이것. 이 단계의 괴수들은 초보하고 다르게 착실하게 진행해서 엔딩까지 본다.

겁스의 '기본 룰'은 비교적 복잡한 편인데 주사위 판정에 '상향식'과 '하향식'이 뒤섞여 있다. 초판이 1986년에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오래된 게임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한계로서, 90년대 이후의 롤플레잉 게임은 플레이 편의성을 고려하여 주사위 판정 방법 정도는 한 종류로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3.2 무한한 캐릭터 메이킹 자유도?

캐릭터 자체가 장점과 단점을 조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같은 CP에서 나올 수 있는 캐릭터의 가지수가 많으며, 플레이어들이 마음대로 만들다보면 똑같은 CP의 캐릭터라도 각각이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보기 어렵다. 캠페인과 플레이에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서 능력치와 특성의 활용도에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같은 200CP라도 전투력에 몰빵한 캐릭터와 사교, 지식 관련 기능에 올인한 캐릭터는 모든 상황에서 동등한 활약을 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전투가 이어지는 캠페인이라면 전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전투가 적은 캠페인에서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상황을 적당히 섞어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다른 플레이어가 활약할 때 손가락만 빨게 되다보니 서로에게 질투하거나 방해물로 여기게 되는[5]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방법은 켐페인을 주도하는 상황을 만들고 해당 상황에 대한 능력을 플레이어 전원이 갖추게 한 뒤, 그 외의 기능을 각자 취향에 맞게 분배하되, 종합기능등을 서서 각자의 능력을 폭 넓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고 각각의 활약이 비슷한 비중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전투 중심의 켐페인이라면 일단 전원이 전투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한 명은 조사능력, 한 명은 사교능력, 다른 한 명은 손재주등을 갖도록 해서 비 전투 장면에서는 세 사람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적의 본거지에 잠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 명이 조사를 통해 본거지의 위치나 구조등의 정보를 캐내고, 다른 한 명이 관계자에게 접근해서 경계를 누그러트리고 접근한 뒤 또 다른 한 명이 덫을 무력화시키고 잠긴 문을 열어서 잠입하는 이야기 정도면 적당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자의 활약상 차이가 크면 소외되는 플레이어가 생기니 적절한 역할 배분이 필요하고, 각자의 장면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것 보다는 한 장면 내에서 번갈아가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당연히 굉장히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나마 쉽게 하고 싶다면 폭 넓게 해석될 수 있는 종합기능(기능!)을 사용하면 좀 편하다.(폭 넓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폭 넓은 상황에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능력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힘든 능력은 만들지 않는것이 낫다. 예를 들어, 화려한 운전 테크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이 자주 나올 예정이 아니라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운전 관련 능력을 갖는 것은 만류하는 것이 낫다. 시나리오 진행중에 '운전은 내가 한다'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플레이상의 활약이 아니다.

겁스의 규칙을 게임 로직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단점을 마구 넣어서 cp를 낮추고, 그 만큼 장점을 극대화한 캐릭터'를 만들고 각각의 파티 캐릭터를 하나의 작업에만 특화시키는 것이 유리하게 될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활약이 극단적으로 쏠리지 않도록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균형을 생각하여 어느 정도 평준화된 캐릭터들을 준비하는 것이 플레이 로직적으로는 합리적이다. 기본 룰은 파티 플레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운용 단계에서 파티 플레이를 고려해야 한다.

캐릭터 메이킹의 다양성은 캐릭터와 캠페인의 다양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게임으로서 밸런스를 잡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든다. '다양한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한 범용 시스템'이라는 말에서 연상하듯이, 무슨 'SF세계에서 날뛰는 바바리안' 같은 정신나간 크로스오버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것은 실제 겁스 게임에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재미있지만, 정작 캐릭터를 실제 캠페인에 투입시켰을 때 자신의 캐릭터가 이 캠페인에서 전혀 쓸모 없고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룰들과 달리 겁스에서는 SF 세계에서 날뛰는 바바리안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레이저총으로 무장한 병사와 비교해서 도끼를 든 바바리안이 가지는 특징을 수치적, 비례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하나의 룰로 이런 이질적인 배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겁스의 장점인 범용성이다. 다만... 그래서 도끼를 든 바바리안이 레이저총과 강화장갑복으로 무장한 미래병사들을 상대로 뭘 할수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

겁스 베이직 서문에서는 "범용성"을 목표로 했으나 실패한 사례(간접적으로 '베이직 롤플레잉'등을 비판한다)로 "캐릭터를 다른 세계에 가져가는 것 조차 곤란"이라고 언급했지만, 겁스도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날뛰는 고대의 야만인을 현대 도시로 데려오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고 추천되지도 않는다. 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날뛰는 고대의 야만인을 현대로 데려와밨자 아무 것도 못하는 쪽이 당연할 것이다.(...) 사실 룰적으로는 일단 가능하지만 실제 게임상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의미한 행동'이 돼 버리므로 겁스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게임성은 '구현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실, 상기된 난점들처럼 겁스룰을 고전적인 관점의 '게임툴'로 본다면, 한없이 복잡하고 일관성없는 룰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캠패인을 마스터가 일방적으로 준비해오는게 아니라 충분히 전체 그림에 대해서 참가자 전원이 사전에 대화를 나누고, 이런 서사에 어울리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토의하고, 캐릭터간의 활약 밸런스를 '같이' 맞춘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상기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사전준비 차원에서 충분히 정보를 교환하고 새 캠패인에 대한 인식차이를 줄여서 저런 엇갈림을 방지해야하는게 겁스 플레이 준비의 ABC다.

실제 플레이에서 캠패인이 마스터의 일방적인 로망 충족이 아니라 새 캠패인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잘된다면 참가자들이 경쟁적으로 자기 캐릭터 비중을 높이려하기보다는 스스로 캠패인의 의도에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스터 혼자 대부분의 변수를 사전에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기에는 버거운 룰이지만, 이런 전제들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중시한다면 그 수많은 변수들은 룰북의 의도대로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다양한 도구일 뿐이고 오래가는 겁스팀들은 대체로 이런 관점에서 플레이를 지속하고 있다.

캠패인 준비 단계에서 파워레벨, 장르, 사실성/비사실성 여부와 정도, 적용되는 특수룰들에 대해서 사전에 상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상호비교하여 캠패인의 의도에 안맞거나 다른 캐릭터와 충돌여지가 있는 면을 조정하고, 주된 흐름에서 소외될 것 같은 구성의 캐릭터는 의견을 모아 개성을 살려주는 식으로 조정하면 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3.3 무한한 룰 조립 자유도?

룰 분야에서도 여러가지 룰을 조립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문제는 이 '룰 조립'과 '조율' 과정에서 결국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겁스는 대부분의 룰에 '마스터는 이 룰을 선택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단서를 달아놓았는데, 선택권을 줘서 선택을 하고 안 하는 것을 맡기는 것은 언듯 자유롭게 보이지만, 겁스 룰북은 규칙에 대한 선택권은 주지만 그 규칙을 선택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험없는 마스터는 자신의 규칙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처 예상하기 어렵다.

특히 어떠한 룰을 사용하고 또 어떤 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가리는 취사선택과 조립, 조율 부분에서 마스터의 이해가 부족할 경우 플레이가 총체적 난국과 파국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것은 실제 플레이를 하면서 얻은 경험, 노하우로만 습득할 수 있다. 현행 겁스 룰북의 미진한 점은 '데이터의 양'보다는 추상적이지 않은 보다 구체적인 '노하우' 측면의 조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겁스에서 어떤 규칙을 사용할지 판단을 제대로 못하면 플레이가 파토나고 만다. 구성원들이 룰을 몰라도 골치아프지만, 한 명만 룰을 잘 알아서 '규칙 변호사' 노릇을 하는 구성원이 섞여있어도 골치아프고, 특히 마스터는 초보인데 플레이어중에 룰치킨이 있어서 이 사람이 깽판이라도 치면... 답이 없다. 정말로 답이 없다.

다만 이런 '판단'은 경험이 부족하다면 시판중인 보조자료가 도와준다. 겁스에 성질에 익숙하지 못한 마스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통제하고 다 준비하려는 경향에서 위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기 쉽다. 보조자료가 그려주는 '그림'을 자신감있게 무시하고 독자적인 틀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새로운 보조자료를 쓰려는 난이도이므로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애시당초 플레이어들에게 룰적 빈틈을 찾으려고 조장하는 분위기를 내면 안된다. 겁스는 마음 먹으면 수십cp 정도로 우주전체에 매초 1점씩 절대저항 불가한 데미지를 먹일 수 있는 초상능력을 만들 수 있는 룰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룰의 작동원리를 이용한 변태짓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만 그 캠패인에서 어떤 그림으로 놀자고 사전합의된 그림에 맞게 자기 캐릭터와 룰을 상호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놀이의 일부이다.

3.4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부담

이상의 결점 때문에 제대로 겁스를 아는 마스터는 캠패인 준비를 플레이어들과 상의할 때 가급적 이런 착오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준비해둔다. 미리 캠패인에 필수적인 능력치 및 장단점과 기능의 조합인 '템플릿'을 제공하고 추가로 자유롭게 역할분담이나 개성창출을 할 수 있는 여분의 CP를 지급하는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대부분의 겁스 보조자료는 그런 착오를 예방하기 위한 자료다. 그리고 캠패인을 사전 준비할 때 일방적으로 설정해오는게 아니라 등장 요소에 대해서 상의해서 캐릭터 윤곽을 잡고 활약의 비중을 상호비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맞추는 것도 겁스 룰을 다루는 기본에 가깝다.

겁스의 장점은 그 넓이에 있는 건데, 부담된다고 좁은 곳만 쓰면 일반 룰하고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마스터나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플레이가 왠만한 룰로 구현할 수 없을 때 결국 찾게 되는 건 겁스다. 간단한 예시로 플레이어가 총을 들고 잠입저격 스나이퍼 플레이를 하고 싶은데 룰이 D&D나 CoC라면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한글판'으로 범주를 좁히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D&D에 기반한 D20 계통이나 CoC가 기반을 두는 베이직 롤플레잉 계통 역시 왠만큼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할 만큼 서플리먼트가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고, 잠입 저격전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현대 배경의 전투, 판타지에서 총쓰기(이건 D&D 클래식에서도 가능하다.) 정도는 충분히 많은 수의 서플리먼트와 규칙으로 구현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d20이나 베이직 롤플레잉 역시, 어지간히 생각해 볼 만한 플레이는 거의 다 가능하고 '서플리먼트를 총동원한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특별히 다른 범용룰이 다양성 측면에서 겁스에 뒤떨어지는 부분은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했을 때의 플레이 만족도나 완성도 역시 특별히 겁스에 뒤떨어진다고 보기 어렵고, 게임으로서의 안정성은 오히려 겁스보다 인정된 바이다.

겁스라면 배경이 판타지라도 총을 들려줄 수 있고, 현대라도 권법이나 일본도를 들고 싸울 수 있게 해준다. 결국 겁스는 TRPG를 초월한 TRPG를 플레이하고 싶을 때 가장 적절한 룰이며, 이를 위한 마스터의 부담도 크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잘 찾아보면 있을 법한 룰이나 데이터는 찾아보면 거의 다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직관적으로 룰을 활용하기 편하다.

다만 결국 겁스는 '마스터-플레이어' 중심의 고전적인 모델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현을 하려고 마스터에게 걸리는 부담을 극도로 높여버렸다는 문제가 있다. 방대한 규칙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플레이 자체는 고전적인 T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에 근간부터가 오래된 룰이고. 룰이 방대한 반면에 룰을 일관적으로 정리하여 플레이어 간을 중재하는 절차가 부족하므로, 방대한 룰이 마스터의 부담을 늘리고 플레이어 간에는 충돌을 부른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겁스는 전반적으로 TRPG에 있는 '여러 사람이 같이 노는 게임'이라는 측면을 등한시 하는 문제가 있는데, 기본 규칙에서 각종 체크와 전투 굴림을 너무 '1대1' 상황만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4,5인이 플레이하는 실제 플레이에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번잡스럽게 된다. 그리고 캐릭터 메이킹에 있어서도 균형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는 커녕 부담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좋게 말해서) 상급자 지향의 게임이다.

4 결론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TRPG계의 게리 모드.
사용자가 모든걸 구축해야하지만, 그 기본 바탕이 되는 것들을 가장 충실하게 제공한다.

상기된 어려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겁스는 매력적인 면이 많은 룰이다.

한때 한국어로 번역된 거의 유일한 룰북으로 각광받았으나 2015년 현재 새비지월드, 페이트 코어, 던전월드, 뉴메네라, 벰파이어 마스커레이드 등의 룰북들이 성공적으로 정식 발간 되면서 (국내 한정으로) 겁스의 가장 큰 장점이던 '유일한 정식 우리말 룰북' 이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해졌다. 오랜 기간동안 유일한 정식 우리말 룰북이라는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것에 비해 볼때 한국 TRPG 계에서 겁스의 위상은 좁은 편이며 앞으로도 점점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겁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세계관과 설정, 장르를 원하는 방향으로 버무려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겁스다. 특히 역사적 사실의 모사나 고증에 강하며 각종 서플리먼트와 피라미드 매거진을 통한 장르 구현 지원은 다른 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겁스의 진정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해외에서는 지속적인 서플리먼트 발매와 활발한 포럼 활동으로 위의 문제점들이 피드백되고 있지만 국내에 발매되는 서플리먼트는 한정돼 있고 포럼도 협소하기 때문에 단점만 부각되고 있다.

폴아웃이 원래 겁스 기반 게임으로 개발되려 했지만 라이센스를 받지 못해서 결국 자체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도 SPECIAL에 겁스의 스탯 시스템의 흔적이 보이는건 겁스를 해봤다면 알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폴아웃이 겁스보다 갑절은 더 인지도있고 유명하다

5 용어, 룰, 특징

  • 캐릭터
    • PC : 플레이어 캐릭터.
    • NPC : 플레이 불가 캐릭터. 주로 캠페인의 운영자인 마스터가 플레이한다.
  • 능력치
    • CP : 캐릭터 포인트. GURPS에는 보통의 TRPG 시스템이 갖는 '레벨'이나 '클래스'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이 CP를 통해서 캐릭터가 가지는 '가치'를 정량화한다.[6] 겁스 시스템은 평균의 가치를 0으로 잡기 때문에[7] 지극히 평범한 성인 인간이라면[8]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식과 기능 정도만이 +로 카운트되므로 많아야 25-50점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된다. 대체로 롤플레이시에는 100~200(현실의 특수부대원, 세계적인 석학, 억만장자 등), 또는 200~300CP(액션 영화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9] 범위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시작한다. [10]
  • 특성치 : 캐릭터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네 가지 수치. 자세한 건 해당항목 참조.
    • ST : 근력. 몸집과 물리적 힘을 표현한다.
    • DX : 민첩성. 몸의 날렵함과 정확함을 표현한다.
    • IQ : 지능. 두뇌의 능력을 가늠한다.
    • HT : 체력. 생명력과 건강을 나타낸다.
  • 장점 : 비슷한 특성치와 기능을 가진 다른 사람에 비해 소유자를 유리하게 만드는 특성. 겁스에서의 '장점'은 패시브와 액티브를 가리지 않는다. 정확히 같은 능력도 해석에 따라서 장점으로 넣을 수도 있고 기능으로 넣을 수도 있다! [11] (예: 평균 이상의 외모, 변신, 장수, 행운 등.)
  • 단점 : 다른 특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소유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특성. 택함으로써 보다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점에 투자할 CP를 '벌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예: 보행장애, 불운, 실명, 피해망상 등.)
  • 향상 : 특성에 붙는 추가 능력. 해당 특성의 CP값을 일정 비율 높인다.
  • 제한 : 특성의 사용에 가해지는 제약. 해당 특성의 CP값을 일정 비율 낮춘다.
  • 기능 : 캐릭터가 배운 특정 분야의 지식과 소양을 나타내는 특성. 자세한 건 해당항목 참조.
  • d : 6면체 주사위의 약어. GURPS에선 6면체 주사위만을 사용한다. 주로 3d, 그러니까 6면체 주사위 3개를 굴린다.[12][13]
  • 3대 판정 : GURPS 플레이를 시작하는 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3가지 룰. 이들 중 주사위 값이 낮을수록 좋은 판정에서 가장 큰 값인 18은 판정 수치가 몇이든 판정 자체를 무조건 대실패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수. 판정 수치가 18을 넘겨서 수치상으로는 무조건 성공인 경우에도, 일단 주사위에서 18이 떠버리면 그 판정은 무조건 대실패. 이런 18![14][15]
    • 성공 판정 : 캐릭터의 /특성치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는 것. 주사위 3개(3d)를 굴려 합한 값에 각종 수정치를 가감한 결과가 판정 기준 수치 이하이면 성공한다. 즉 작을 수록 좋다.
    • 반응 판정 : NPC가 PC에게 어떤 태도로 반응하는지를 알기 위해 마스터가 행하는 판정. 수정치를 가감한 3d값이 높을 수록 좋은 대접을 받으며, 특정 기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클 수록 좋다.
    • 피해 판정 : 전투 중에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혔는지를 알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는 것. 일명 "d+"式, 예를 들어 4d+2 식으로 표기하며, 이것 역시 클 수록 좋다 우리쪽 말고.

6 역사

6.1 1st Edition

GURPS라는 이름의 RPG가 세상에 빛을 본 것은 1986년이다. 스티브 잭슨이 이전에 만들었던 판타지 RPG The Fantasy Trip을 기초로 한 시스템으로 박스 세트에 담겨 있었고 여러 가지 야심찬 시도가 많았지만 허점도 그만큼 많았기에 이듬해 곧바로 판갈음을 하게 된다.

6.2 2nd Edition

1987년에 나온 제 2판. 1판과 마찬가지로 박스 세트에 담겨 있었다. 1988년에 바로 제 3판이 나왔기 때문에 1판과 2판이 유통된 시기는 겁스의 역사에서 그리 길지 않다. 사실상 3판부터가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진정한 겁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6.3 3rd Edition(국문 1판)

1988년에 처음 발매되어 2004년까지 출간된 판본.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박스 세트를 버리고 한 권짜리 단행본으로 바뀌었다. RPG의 뿌리는 보드게임이었기 때문에 초기의 RPG는 박스 세트로 나오는 일이 많았지만, 1980년대 후반쯤엔 이미 대다수의 RPG가 단행본 체제로 전환하고 있었다.
꽤 오랜 세월동안 유통되었기 때문에 RPG인들이 생각하는 겁스의 이미지(사실적인 규칙, 방대한 서플리먼트)는 거의 모두 이 시기에 구축되었다.
한국에서는 1998년에 도서출판 초여명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출간하였다. Dungeons & Dragons Classic, 소드 월드 RPG, 크리스타니아 RPG에 이어 한국어로 출간된 네 번째 RPG.[16]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D&D, 소드월드, 크리스타니아를 출간하던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RPG 사업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2013년 같은 초여명에서 던전월드를 번역 발매하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10년 넘게 겁스가 정식출판되는 유일한 RPG로 남아 있었다.

6.3.1 국내 발매

6.3.2 국내 미발매

6.4 4th Edition(국문 2판)

스티브 잭슨 게임스에서는 2004년에 겁스의 4판을 내놓았고, 한국에서도 같은 해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겁스 3판은 유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는 했지만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 가지 허점들이 노출된 상태였다.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옵션 룰 모음집이었던 GURPS Compendium 1,2가 사실상 코어 룰에 가깝게 취급받았다. 기본세트만으로는 다양한 서플리먼트를 100% 활용할 수 없었고, 반드시 Compendium이 있어야 했다.
  • 아주 특이한 인간 외 종족도 플레이할 수 있는 RPG를 표방했지만, 대부분의 수치가 인간 기준으로 맞추어져 있어서 (10부터 시작하여 누진적으로 비싸지는 특성치 등) 거인이나 고CP 외계인 등 인간과 거리가 먼 종족은 구현하기 어려웠다.
  • '초기억력' 등 일부 장점의 효율성이 사기적으로 높았고, ST/HT의 효용이 같은 값의 DX/IQ에 비해 떨어지는 등 밸런스 문제가 있었다.

4판은 이러한 굵직한 허점과 자잘한 허점들을 보완하여 2권짜리 단행본으로 출시되었다. 3판의 기본세트와 Compendium 1,2의 내용을 합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꺼운 책 두 권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어렵다는 이미지가 더 강해져 접근성이 다소 낮아진 면이 있다. 내부 편집 면에서도 3판은 그나마 '인간적'인 내용이 주류였지만 4판은 온갖 '비인간'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장점, 단점, 기능 목록이 너무 방대해져서 초보자에게는 3판보다 정신없어 보일 수 있다.

6.4.1 국내 발매

6.4.2 국내 자체 발간

6.4.3 국내 미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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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합성된 것이다. 그냥 이정도로 많은 책이 나와있다는 은유로만 생각해 주기 바란다.크고 아름답다 GURPS Asparagus같은 서플리먼트는 아직 우리 우주에는 없다.

6.5 일본에서는?

일본에서는 Group SNE의 주도로 1992년에 3판 기본세트가 번역 출간되었다. 몇 종의 번역 서플리먼트와 함께 독자 서플리먼트도 발간했는데, 판타지 월드북 겁스 루날(1992년)과 현대 요괴판타지 겁스 요마야행(1994년)이 대표적이다. 특히 요마야행의 반향과 인기는 어마어마해서 당시 한국에 겁스를 일본산 요괴물 RPG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였다.

제4판이 번역 출간된 것은 2005년으로, 그전에도 4판 룰을 기준으로 한 월드북 겁스 유엘 등이 발간되고 있었다. 이후 2년간 그럭저럭 지원이 이어졌지만 이 시점부터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이래 일본에서 겁스 관련작은 더 이상 발간되지 않고 있다.

니코니코동화에서도 가끔 실황이 올라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이너. 근래에도 동방음양철/3차 창작물 TRPG 실황 중 하나로 겁스가 채택된 사례가 있는걸로 봐서[17] 근근히 명맥이 이어지는 정도.

6.6 관련 항목

6.7 관련 커뮤니티/웹사이트

  1. 국내 대형 서점에 가면 볼 수 있는데, 카테고리가 다들 제각각이다. 예를 들면 종각역 반디 앤 루니스에서는 게임 공략집과 게임 프로그래밍 책들과 섞여 있다. 이건 그나마 납득이 가지만, 종각역 영풍문고에서는 꿈해몽, 관상 카테고리에 꽂혀 있다. 헐...(...)
  2. 단 해외 인기는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워낙 룰이 복잡하기도 하고 범용룰 자체는 특화룰에 비해 인기상으로 불리하다고.
  3. 무한세계는 다양한 마이너 역사적 요소, 바이오테크는 생물학적 기본과 발달 가능한 방향, 사이버펑크는 냉전시기부터 모뎀통신 시기까지의 사이버펑크 문학의 요소들, 로우테크의 경우 고고학 중 기술적 요소에 대한 다양한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덕에 겁스를 다룰 줄 몰라도 겁스 서적은 RPG 플레이어라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겁스 서플먼트에 들어있는 수많은 지식들은 다른 RPG를 플레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4. 대부분의 규칙이 필요하면 써도 좋고 싫으면 안 써도 좋다는 식이다.
  5. 각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활약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끌고가고 싶을테고, 그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려는 다른 플레이어를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6. 사실 이게 어마어마한 개념인 것이, GURPS 시스템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CP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뭐든지 정량적인 비교가 가능해진다다! 괜히 GURPS의 G가 generic이 아님.
  7. 4대 특성치의 가치가 인류 평균인 10점 기준으로 0점, 그 이상이면 +이고 이하면 -이다.
  8. 앞의 설명대로 4대 특성치가 모두 0점, 특별한 장단점이 없거나 대충 상쇄되는 수준
  9. 예를 들어서, 시드 마이어의 알파 센타우리를 겁스 3판으로 옮긴 서플리먼트에서는 팩션 지도자의 능력을 225CP 부근으로 정하고 있다.
  10. 비교적 최근에 나온 헌터들의 밤 캠페인 북은 400CP를 기본으로 하기도 한다.
  11.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결국 '마스터 재량'으로 귀결된다.
  12. 이러면 확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 D&D에서 가장 흔하게 굴리는 명중 굴림은 20면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20이나 1이 (크리티컬) 나올 확률은 1/20 ->5%. 또한 평균치인 10이나 11이 나올 확률 또한 각각 5%이다. 하지만 Gurps에서 치명타가 나오는 3이나 대실패를 하는 18이 나올 확률은 둘 다 1 / (6^3) -> 1/216 -> 0.4%. 또한 평균치인 10이나 11이 나올 확률은 각각 22.2%. 단순히 주사위 하나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럿을 굴리기에 대체적으로 평균치에 가까운 값이 잘 나오며, 너무 크거나 작은 값은 잘 안나오기에 작은 보너스와 페널티가 무시못할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13. 이 점이 호불호를 가르기도 하는데, 3d6 하향판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d20 과 비교하자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대확률이 너무 쉽게 보인다.
  14. 참고로 18이 뜨는 유일한 경우의 수는 주사위 3개가 666의 눈을 띄우는 것 뿐. 이게 나올 확율는 1/216이다. 역시 악마의 숫자! 그래서인지 겁스에서 마법이 대실패하면 다시 주사위를 굴려 또 666이 나오면 악마가 강림한다.(GURPS Thaumatology에선 여러 가지 대실패 표가 있지만 전부 공통적으로 18에선 뭔가 강림하거나 술자가 이계로 끌려간다.)
  15. 그리고 이 숫자의 상징성을 재치 있게 이용한 시스템이 같은 회사에서 만든, 천사와 악마 이야기를 다룬 In Nomine이다. 여기에서는 3d6을 굴릴 상황에서 천사가 666을 굴리면 대실패, 악마가 666을 굴리면 대성공으로 간주된다.(사실 In Nomine는 프랑스산 RPG In Nomine Satanis/Magna Veritas(INS/MV)를 미국실정에 맞게 스티브잭슨에서 고쳐서 발매한 것이다. INS/MV의 주사위 규칙을 666이라 부르는데 In Nomine는 그걸 그대로 사용했다. 결국 출판사가 같은 거 빼면 서로 별 관련이 없다.)
  16. 단, 제우미디어에서 출간된 'RPG 환상사전'의 권내 부록이었던 '아르비온 RPG'를 정식 출간으로 간주한다면 겁스는 다섯 번째.
  17. 특이하게도 겁스룰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세계관 일부를 구현하려 한듯 하다.
  18. 현대 겁스의 핵심적인 룰은 이 게임에서 처음 탄생했다.
  19. 현재 사이트가 닫혀 있다.
  20.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영문권 겁스 위키위키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