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은하영웅전설/역사
1 개요
대운하 사건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을지서적판에서는 "그랜드 카날"로 번역했지만, 서울문화사판과 이타카판에서는 "그랜드 캐널"로 번역되었다.
2 상세설명
제3차 티아마트 성역 회전 이후[1] 변경 성역에 주둔군을 추가배치한 자유행성동맹군은 주둔군을 유지하기 위한 물자수송을 해야 했으나, 군 소속 수송선단을 동원하는 것으로도 여의치 않아 민간 수송선 100척을 동원하여 보급품을 전선의 기지까지 나르게 했다.
일단 은하제국과의 접경지역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동맹군에서는 10척 가량의 순양함과 구축함을 차출하여 수송선단의 호위선단으로 배치했다. 그런데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자르 로보스 원수가 호송선단으로 차출된 군함들에게 다음과 같은 병맛 넘치는 훈령을 내렸다.
"전투를 앞두고 있는 지금 귀중한 군용 함정이 적군의 밥이 되어선 안 된다. 매사 신중히 검토하여 무리한 행동은 취하지 말라!"
단순히 호위선단에게 몸을 사리라는 의도로 내린 훈령으로 해석할 수 있긴 하나, 한편으로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군함의 안위가 더 중요하니 수송선단 따위 내팽개쳐도 상관없다는 형태로 해석될 여지 역시 있었다.
결국 호위대는 훈령에 적힌 문장 그대로 민간 수송선보다 더 귀중한 군함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주역 바로 앞에 도달하자 순양함 그랜드 캐널 한 척만 제외하고 모두 방향을 돌려 떠나버렸다.[2]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민간 상선들은 동맹군 호송선단에 온갖 쌍욕을 퍼부었지만 호송선단의 군함들은 이미 통신 주파수까지 바꿔버렸기 때문에 민간 상선들이 뭐라 하건 신경 끄고 현장에서 이탈해버렸다.
홀로 현장에 남은 순양함 그랜드 캐널은 끝까지 호송임무를 하기로 굳게 다짐하고 계속 임무를 수행했으나, 운이 없었는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제국군 순양함 2척과 조우하고 말았다. 아무리 동급의 순양함이라고 해도 1:1과 1:2로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기 때문에 그랜드 캐널의 함장 페이건 소령은 승리가 아닌 저지를 목표로 제국군 순양함에 싸움을 걸었다. 이렇게 그랜드 캐널이 방패가 되어 막아주는 사이 수송선단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결국 그랜드 캐널은 격침당했지만 그 희생은 헛되지 않아서 제국군은 1척의 수송함을 파괴하고, 1척을 나포했을 뿐 나머지 수송함은 모두 놓치고 말았다. 탈출한 선박 중 절반은 안전주역으로 도망쳤고, 절반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3 사후처리
군의 병맛 넘치는 행보가 알려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부에서는 자신들의 추태를 가리기 위해 그랜드 캐널의 영웅적 희생에 더 비중을 두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군부는 함장 페이건 소령을 비롯한 그랜드 캐널 승무원 전원에게 자유전사훈장을 수여했고 그들의 추모식까지 열어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 했다.
소설에서는 훈장 수여식이 끝난 직후 28세의 준장이던 양 웬리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양은 "그들에겐 100개의 훈장보다 1척의 아군이 필요했다."는 명대사를 남겼지만 이 인터뷰는 어느 매스컴에서도 사용되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 자체가 사태를 덮는 데 급급한 정부와 군부의 의향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은 인터뷰였고, 국민들에게 공개해봤자 득이 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언론에서 자체적으로 겸열해버렸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양이 매스컴과 인터뷰하는 현장을 윌렘 홀랜드를 포함한 사령부 장교들이 훼방을 놓아 중단시킨다.
결국 제대로 된 책임 추궁도 없이 이 사건은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그야말로 죽은 사람들과 잡힌 사람들만 억울할 뿐이었다.
4 모티브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대서양 전투의 양대 첩경이라고 일컫는 1942년 7월의 PQ-17 선단 사건과 같은 해 12월의 바렌츠해 해전을 혼합한 에피소드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PQ-17 선단 사건은 영국군이 독일 전함 티르피츠를 겁내 호위함대를 도피시킨 게 아니라 티르피츠를 찾아서 격침시키기 위해 전력을 집결시킨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는 작중의 상황과 명백히 다르다. 그랜드 캐널 사건의 직접적인 모티브가 된 실제 사례는 저비스 베이 사건이다. 참고로 PQ-17 선단 사건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티르피츠가 노르웨이의 정박지를 떠났다는 보고를 받은 영국군은 독일군이 PQ-17 선단을 습격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보고 티르피츠가 선단을 습격하기 전에 티르피츠를 찾아 격침시키려고 했다. 문제는 티르피츠가 그 목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그저 숨어 있는 정박지를 옮겼을 뿐이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호위전력이 설레발을 치느라 떠나가고 수송선들만 남은 영국 선단은 독일군의 항공기와 U보트들의 집중공격을 받는 대참사를 경험했다.
애초에 소설 속에 나오는 자유행성동맹군의 꼴사나운 모습은 보급을 하찮게 취급한 일본군적인 발상이다. 반면에 영국은 보급을 중시했고 영국 해군은 감투정신이 충만한 집단이었다. 단적인 예로 노르웨이 전역에서 독일 해군의 중순양함 히퍼와 단독으로 맞닥뜨려 두들겨 맞은 영국 구축함 글로우웜은 도망치는 척하며 연막작전을 펼치다가 구축함을 추격하기 위해 서둘러 연막 속으로 진입한 히퍼를 향해 돌진하여 충각 공격을 가했고, 자신은 침몰했지만 40m에 달하는 히퍼의 선수를 파손시켰다. 주력함이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던 독일 해군의 귀중한 중순양함 1척이 상당기간 수리해야 할 정도의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보다 몇백 년 전이지만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당시 소극적으로 움직여서 프랑스에게 마요르카 섬[3]을 뺏겼다는 이유로 함대사령관인 제독을 군사재판을 열어 총살시킨 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