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2008년 발간 30주년을 맞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78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30여년 동안 발간 백만 부를 돌파한 작품.

1 조세희의 중편 소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대한민국의 작가 조세희가 쓴 중편소설. 문학과지성 76년 겨울호에 수록되었으며 1979년 제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연작소설 전체가 상을 받은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이름의 단편이 상을 받은 것이다. 동인문학상은 원래 단편작품에 수상되는 상이었다.

70년대 도시 재개발로 밀려난 서민 가정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그려낸 작품이다. 총 3장으로 나뉘어 있는 이 소설은 각각 큰 아들, 작은 아들, 그리고 막내 딸의 시점에서 바라본 자신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명장면으로는 영호의 꿈 속에서 막내 딸 영희가 팬지꽃을 공장 폐수에 던져버리는 장면,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형 영수에게 동생 영호가 '형은 이상주의자야'라고 쏘아붙이는[1] 장면 등이 있다.

광주대단지사건을 소재로 하였으며, 상대원공단[2]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굉장히 호흡이 짧고 묘사도 간결한 편인데, 왜냐하면 원고 집필 당시에 작가의 집안 사정 때문에 손바닥만한 수첩에다가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복잡하고 긴 문장을 쓰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던 것.

교과서에 실린 난쏘공을 읽었다가 나중에 원본을 읽는데 찐한 내용이 들어가 당황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희가 입주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부동산 업자를 따라가서 동침하는 장면. '나의 몸에서는 그의 정액 냄새가 났다'라는 직설적 표현이 등장한다.[3] 게다가 다른 연작에는 부유층 자제들의 문란한 성문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데, 다큐멘터리를 본답시고 집에 들여놓은 고화질 영사기로 포르노를 보면서 솔벤트를 흡입하고, 집단으로 남녀 학생끼리 난교에 가까운 성관계를 하거나, 자동차 시트에 묻은 검열삭제의 흔적을 윤호가 발견한다던지... 여러모로 충격적인 내용을 건조하게 풀어내는 편.

1.1 타 매체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KBS에서 HD TV 문학관 시리즈와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1.1.1 영화화

1981년에 영화화되었는데 소설 내용이 내용인지라 상당한 고난을 겪었다. 원래는 원작자인 조세희 본인이 직접 각색하고 김민기가 영화 음악을 담당하기로 했으나, 김민기의 음악은 모조리 금지처분을 받았다. 사실 10월 유신 때부터 6월 항쟁 때까지 반독재 성격이 강한 김민기의 음악은 모조리 금지되어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여러 번의 검열을 통해 배경도 원래 잡아두었던 공장지대의 삶 대신 시흥 소래염전(현 시흥 갯골생태공원)으로 강제 이동되어야 했다. 대사도 후시 녹음으로 고쳐진게 한 두번이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개봉했음에도 예술성이 좋아서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참고로 극본 중 일부는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 큰아들역으로 안성기가 출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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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엄청나게 이상한데 이건 저 당시 영화계의 관행이다. 내용이야 어쨌든 야한 스틸샷을 실어 관객을 낚시질하는 것이다(저 장면은 영희가 젊은 부동산업자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으로 추정). 주로 영화사 사장의 지시 하에 저런 스틸샷을 싣는데 이 때문에 사장과 멱살잡이를 하는 영화감독도 꽤 많았다.어찌보면 액기스를 미리 알려준셈? 참고로 영희는 젊은 시절의 금보라가 연기한다.

2 조세희의 연작 소설집

1.의 단편 소설을 포함하여 총 12편의 단편을 모은 연작 소설집. 1978년 묶여서 책으로 출판된 이래 200쇄를 넘기는 등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12편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칼날 ('문학사상' 1975년 12월호)
  • 뫼비우스의 띠 ('세대' 1976년 2월호)
  • 우주여행 ('뿌리깊은 나무' 1976년 9월호)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 1976년 겨울호)
  • 육교 위에서 (1977년)
  • 궤도 회전 (1977년)
  • 기계 도시 (1977년)
  •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문학사상' 1977년 10월호)
  •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1977년)
  • 클라인씨의 병 (1978년)
  •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창작과 비평' 1978년 여름호)
  • 에필로그 (1978년)

연작 소설의 내용은 모두 이어지며, 각각 하류층(영수와 그 가족), 중류층(신애 가족), 자본가(윤호)의 시점에서 내용을 풀어내지만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구성이다. 주된 내용은 영수와 가족들이 서울 달동네에서 쫓겨난 뒤 은강[4]에 정착하여 노동 계층으로 생활하는 내용이다. 맏아들 영수는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현실을 깨닫고 노동 운동에 나서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결국 사장을 살해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죽인 것은 외모가 비슷한 사장의 동생이었다. 그 외에 중류층 대학생 두 명이 사회 운동을 하다가 변절하는 이야기, 중류층인 신애가 하류층인 영수 아버지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야기, 형제 간의 경쟁에서 밀린 재벌 2세의 이야기 등이 각 단편을 통해 그려지면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삶을 그린다.

1970년대 후반 산업발전기와 달동네 재개발 열풍이 서민들에게 어떠한 상흔을 남겼는지 담담하게 서술해나간 명작소설로 이 소설안의 내용들은 소설이 쓰여진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담론들로 남아있다. 2005년 200쇄를 돌파했을 때[5][6] 저자 조세희가 "200쇄 출간은 부끄러운 기록이다."라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2.1 등장 인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장인물 문서를 참고할 것.

2.2 이야깃거리

1988년 이후 맞춤법 개정을 통해-장이와 -쟁이 용법에 따라서, 난쟁이가 바른 맞춤법이며 난장이는 틀린 맞춤법이 되었다. 이에 따라서 책 제목도 난장이가 아니라 난쟁이어야만 하지만, 이 소설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난장이도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난장이'로 출판되었고 이후 출판본도 난쟁이가 아닌 난장이로 발행되고 있다. 다만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버전에는 모두 '난쟁이'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교과서다 보니... 근데 수능이나 모의고사에 나올 땐 '난장이'다(...). 뭐가 뭔지 갈피를...

1978년 6월 초판이 발행된 이래 1996년 4월 100쇄를 돌파하기까지 18년간 40만 부가 팔렸다. 2005년 12월 28년만에 200쇄를 돌파했다. 이를 기념하기위해 200쇄 기념 한정본을 출판했다.

서술은 건조한 느낌의 간결체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용이나 구성은 동화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로 가진 자 대 못 가진 자의 대립 구도, '달으로 공을 쏘아올리려고 한 난쟁이' 등의 우의적 상징들로 인해 이런 평가를 받아온 편. 이때문에 리얼리즘 물을 먹은 당대의 좌파 비평가들은 '감성팔이 소설'이라는 식으로 이 작품을 저평가했다. 그들의 비판이 일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성이 곧 작품성인 것은 아니므로 난쏘공의 문학적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굴뚝 속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나온 두 사람'의 예시는 원래 이스라엘 사람들의 민족서인 탈무드에 나온 걸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발간 30주년(2008년) 기념 인터뷰에서 작가 조세희는 아직까지 청년들이 이 소설에 공감한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이야기했다. 요즘의 청년들은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냥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길 바랐다고.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6년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청춘들은 이 책에 공감하고 있다.

3 KBO 리그 최단신 선수 김선빈의 홈런을 일컫는 비유적 표현

4 리오넬 메시의 관중슛 사건을 비꼬는 말

2011년 4월 17일,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경기가 생각만큼 풀리지 않자 갑자기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강하게 슛을 날려버렸다. 여기에 맞은 관중은 부상을 당했고, 거기에 이 슛을 날린 직후 메시가 웃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었기에 가뜩이나 격양되기 십상이었던 더비 매치인 엘 클라시코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홈팀인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분노한 나머지 이물질을 경기장에 던지기 시작했고, 레알 마드리드 소속 깡패선수인 페페라모스가 달려와 강하게 항의했다.

안전요원이 달려들어 말렸기 때문에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메시에 대해서 아무런 경고나 징계와 같은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으므로 경기 이후에 많은 논란거리가 되었다. 일단 메시는 광고판을 맞추려고 했다고 해명했으나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고, 거기에 관중이 맞는 것을 보고 웃음을 지었던 터라 메시의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웃는게 조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소름 돋았다

이 사건은 그간 매너 좋은 선수로 알려져있던 메시의 평판을 크게 깎아버렸고, 특히 바르셀로나가 한국 방문 당시 보였던 성의없는 태도로 인해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기던 대한민국의 안티들에게는 메시와 바르셀로나를 깔 수 있는 좋은 떡밥을 얻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안티들이 이 상황을 비꼬기 위해 한 말이 바로 항목 1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메시의 키가 170 cm가 채 되지 않는 단신이라는 점과 관중을 향해 공을 쏘아올렸다는 상황을 결합시킨 것이다.

그리고 1년뒤 K리그에서 모 통수왕이 똑같이 저질렀다. 메시는 레알원정에서 저질렀지만 설기현은 홈관중에게 관중슛을 쏘았다..

코파 아메리카 2016 칠레와의 결승전 리턴매치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는데, 칠레의 1번째 키커였던 비달이 실축하고 난장이답게 1번째 키커로 나섰는데 작은 공을 쏘아올리는 실축을 저질렀고, 이 실축으로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들어서 준우승만 6차례다. 그리고 이 날 실수로 우승하지 못 해서 그런지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했다. 덤으로 마스체라노도... ~

5 더 크로스의 노래

1의 항목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노래. 금영 노래방 번호는 66599

아주 작은 공을 가졌던

나의 아버지는 난장이
저 하늘을 보시며
내게 말씀하셨죠
look at that shining sky my son
닿을 수 없어 보여도
먼 훗날 언젠가 모두
서로 같아질 테니
하늘 높이 오른 저 공은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땅을 향해 돌아오겠죠
그게 세상이니까
look at that shining sky my son
닿을 수 없어 보여도
먼 훗날 언젠가 모두
서로 같아질 테니
작은 공 하날 만들기 위해
평생이 걸릴 수도 있지만
하지만
말씀하셨죠
작은 이 작은 공을 우린
이제 다시 쏘아 올려야 하지
절망의 반복이 언젠가
저 희망이 될 테니
우리의 눈물이 언젠가
저 희망이란다

묘하게 소설에 내용과 일치하는 노래다. 난쟁이(사회적 약자)가 공(희망)을 쏘아 올려도 되돌아 오는 상황(절망)... 만약에 공이 아니라 풍선을 수천개 묶어서 장미꽂 한송이 쏘아 올렸더라면...
  1. 영호는 그저 형 앞에서 어려운 말 한 번 써보고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내뱉은 것이었지만, 영수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다.
  2. 상대원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성남의 지명이다.
  3. 아직 17살인 영희가 무작정 부동산 업자 청년(29살로 부동산 업자치고는 꽤 젊은데, 사실 진짜 부동산업자는 그의 아버지이고 이 청년은 아버지 밑에서 아직 사업을 배우는 중이라서 그렇다)을 쫓아간 끝에 그의 사무실 직원 및 잠자리 상대로 생활하는 부분. 게다가 이 청년은 영희의 순결을 뺏기 위해 미리 클로로포름까지 써서 기절시켜 놓는다. 잡았다 요놈
  4. 인천광역시를 모델로 했다.
  5. 1978년 6월 문학과 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출판되어 4판 134쇄까지 출간된 뒤 2002년 이성과힘으로 판권이 넘어가서 계속 출판, 2005년 12월 대한민국 문학으로는 처음으로 200쇄를 넘겼다.
  6. 참고로 몇판 몇쇄할때 몇판은 책을 고친 횟수고, 몇쇄는 그 판이 찍어내어진 횟수를 의미한다. 판이 바뀌는 것은 주로 오탈자 교정 때문이나, 저자가 본문 내용 자체를 수정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설이면 작가의 변심으로 캐릭터의 성격이나 결말을 바꾼다던가, 학술서적이면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다던가 식으로. 난쏘공은 오탈자 교정과 서문의 변화만 있을뿐 본문의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