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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登記의 公信力
채권의 대위법, 권리금 문제와 함께 법학의 3대 난제
등기의 공신력은 부동산 거래시 등록해야 하는 장부인 등기에 대한 신뢰성을 말한다.
1 개요
등기는 부동산의 소유장부이고, 모든 부동산 거래는 정부의 관리를 받는 만큼 신뢰성이 커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등기가 공신력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내용 하나 적자고 이 문서가 생성되진 않았다.
1.1 난제인 이유
다음을 가정하자.
덤블도어는 호그와트성이라는 부동산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즉 등기부에는 호그와트의 소유주로 덤블도어가 기록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마왕 볼드모트가 부동산 등기를 위조하였고, 덤블도어가 볼드모트 자신에게 호그와트를 양도했다는 가짜문서를 만들었다. 볼드모트는 이 가짜문서를 등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해리 포터한테 돈을 받고 호그와트를 팔았다. 물론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에 도착하기 전까지 등기만을 믿고 볼드모트가 진짜 매도인인 줄로 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데 왜 모순이 발생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계약의 성립조건과 취소요건을 알 필요가 있다. 법률행위에 있어 계약이란 어떠한 일정한 목적을 위해 방향이 서로다른 두 사람 이상의 의사를 합치함으로써 성립하는 법률적 행위라 정의한다. 예를들어 여러분이 편의점에서 포X칩 한 봉투를 사는 것도 일종의 계약이다. 즉, 여러분은 점원한테서 포X칩을 사고 싶은 의사를, 점원은 여러분한테 포X칩을 팔고 싶다는 의사를 합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이 성립된 이상 계약의 주체들 간에는 각각 권리와 의무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의견이 합치 된 이상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의사가 잘못되었거나, 계약의 당사자가 미성년자여야 하며 권리와 의무 이행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1]
위의 예문을 두 개의 계약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에게 호그와트 양도 계약을 맺었다. :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계약이다. 왜냐하면 일방적으로 볼드모트가 양도계약서를 위조하였고, 덤블도어의 의사는 알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계약은 무효이다.
- 볼드모트는 해리 포터한테 호그와트를 팔았다. : 볼트모트는 호그와트를 팔 의사가 있고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를 살 의사가 있기 때문에, 이 계약은 무효가 아니다.
문제는 볼트모트와 해리 포터의 계약이 무효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호그와트를 사고 나서 기분 좋게 호그와트행 급행 열차를 탔지만...호그와트 정문에서 해리 포터가 본 것은 당혹해 하는 소유권자 덤블도어다. 물론 해리 포터도 바보가 아니기에 등기를 열심히 봤지만 잘못 기재된 등기는 아무 말이 없다.
여기서 유효한 계약을 맺은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소유권 유무효 여부에 따라 등기의 공신력이 있다 없다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장단점이 있다.[2]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어느 한 쪽을 보호하면 다른 한 쪽은 꼭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난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있는 논리적인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1.1.1 해리 포터의 계약은 유효하다 ; 등기의 공신력이 있다는 주장
동적안전(動的安全)[3]. 물론 해리 포터의 계약은 진실한 권리관계와 부합하지 않지만, 해리 포터는 등기부를 믿었기 때문에 그 믿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호그와트의 소유권은 해리 포터에게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거래안전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 소유주인 덤블도어의 권리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호그와트를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덤블도어는 볼드모트를 잡아서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볼드모트가 배째를 선언하거나 먹튀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덤블도어는 망했어요.
1.1.2 해리 포터의 계약은 무효하다 ; 등기의 공신력이 없다는 주장
정적안전(靜的安全)[4]. 볼드모트의 사기에 넘어가서 거금을 날린 해리 포터가 좀 불쌍하긴 하지만, 원 소유주인 덤블도어를 보호하여 소유관계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물론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를 잡아 채무불이행 및 담보책임에 따른 계약해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대개의 "볼드모트"들은 먹튀 아니면 배째다.대한민국의 민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주장이다.
2 이게 왜 대한민국에서 문제인가?
대한민국 민법에서 등기의 공신력은 인정하지 않는다.[5]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후속 문제들에 대해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인정하면 인정한대로, 부정하면 부정한대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 보완책 마련에 매우 미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예를들어, 아까 전의 해리 포터의 예로 돌아가보자. 만약 볼드모트가 했던 짓을 알면서도 해리가 계약했다면 그건 해리가 바보지만, 해리로서는 등기를 믿은 것 밖에는 잘못이 없다. 그렇다고 일일이 등기와 실소유주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해리는 순진하게 이 사실을 몰랐고[6] 심지어 덤블도어와 볼드모트가 서로의 이런 사실을 알아도[7] 대한민국 민법상 해리는 보호받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등기의 공신력 부정은 제3자의 의도-즉, 선의와 악의-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덤블도어의 입장에서도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등록되어 있었던 자기 재산인 부동산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혹자는 특정 부동산에 대한 등기가 바뀔 때 마다 등기소에서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새벽 5시에 출근해서 업무 시작하는 동사무소 직원이 실존한다는 것과 같은 수준의 생각이다.
이 사실을 영원히 덤블도어가 모를리는 없고, 다음해 호그와트의 재산세를 낼 때[8]마다 알게 되겠지만[9] 대개 이런 경우에 물은 엎질러진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닌 게, 소유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상 원 소유권의 안정성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부동산의 제대로 된 등기관계나 기록들이 소실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안정되지 못했던 것도 이러한 정책에 영향을 주었다.
사실 이건 등기소의 잘못도 큰 편이다. 부동산 소유 이전등기를 할 때 등기소 측에서 조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형식적 심사주의와 실질적 심사주의가 있다. 실질적 심사주의는 등기이전 시 실소유주와의 관계, 절차상의 적법성, 실체법상의 권리부합 관계 등을 조사 한 뒤 완전히 하자가 없어야 등기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제도이다.형식적 심사주의는 서류만 보고 심사하기 때문에 빠르지만 매우 부정확하다. 그래서 형식적 심사주의를 채택하는 나라는 부동산 사고가 나지 않게끔 장치를 마련하든가 아니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해야 한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형식적 심사주의를 채택하면서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3 여담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①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110조(사기 및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물론 선의의 해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몇가지 예외는 있다. 비유를 이어가자면
1. 덤블도어가 사실 아닌 빈말로 볼드모트에게 호그와트를 양도할게 라고 말하고 이걸 볼드모트 역시 사실 아닌 빈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씹고 양도 계약했을 때.(민법 제 107조-비진의 의사표시)
2. 덤블도어가 볼드모트와 짜고 가압류를 피하거나 탈세를 목적으로 서류상으로 호그와트를 매매한것 처럼 꾸밀 때[10](민법 제 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3. 덤블도어가 진짜로 호그와트를 볼드모트에게 넘기려고 계약서를 썼는데 착오가 있을 때[11](민법 제 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4. 볼드모트가 덤블도어를 협박해서 호그와트를 강탈하거나(민법 제 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5. 볼드모트가 덤블도어에게 사기를 쳐서 호그와트를 받아내거나(민법 제 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이렇게 다섯가지 뿐이다. 물론 위 다섯가지 사유로 등기가 덤블도어에서 볼드모트로 넘어간 상태에서 볼드모트가 해리랑 호그와트 매매계약을 했다면, 이 때는 꼼짝없이 소유권은 해리한테 넘어가고 덤블도어는 해리한테 자신(덤블도어가)이 볼드모트 한테 했던 양도 행위가 위의 다섯가지 예외를 들어 무효였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를 가리켜 선의의 제3자(비유에서는 해리)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한다.
등기 위조와 관련된 부동산 사고는 자주는 아니지만 뉴스에 꼭 한번씩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편이다. 주로 위의 해리 포터의 예보다는 전월세 이중계약의 사례가 더 많다. 즉, 월세를 살던 세입자가 집주인 몰래 집주인 행세를 하고 등기 위조를 한 뒤 제3자와 전세계약을 맺는 예가 그 것이다. 그 사이에 월세 세입자는 먹튀를 하고 영문도 모르는 집주인은 전혀다른 제3자가 이사할 때쯤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요구하니 망했어요. 그나마 집주인은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서 집은 지킬수 있다만 제3자는...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집주인도 바보는 아닌지라 세를 준 자기 집이 어떤지 세입자에게 안부를 자주 물어보는게 보통이라 주로 집주인이 이민을 갔거나 장기 해외체류를 할 때 이런 류의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4 외국의 현황
외국 대부분의 나라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부 조건에 한해 인정 또는 절충하는 편이다. 사시나 변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추가 바람.
4.1 일본
일본의 경우 제108조 2항[12]을 유추적용하여 공신력을 보장하고 있다.
4.2 독일
독일의 경우 동산의 점유의 공신력과 부동산 등기의 공신력 둘 다 인정하고 있다. 대신 등기 권리를 이전할 때 실질심사를 취하는데 등기를 이전할 때마다 공증을 세울 정도이다. 게다가- ↑ 이행여부를 따져서 담보책임(계약해제)은 질 수 있다.
- ↑ 다수의 법학자들이 주장하는 설의 경우, 공신력의 유무로 인해 생기는 이해관계를 따져서 이익이 더 큰 쪽으로 손을 들어준다고 한다.
- ↑ 제삼자와 거래 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정적안전은 가만히 있는 제삼자를, 동적안전은 거래 당사자를 보호하는 주의이다.
- ↑ 제삼자와 거래 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정적안전은 가만히 있는 제삼자를, 동적안전은 거래 당사자를 보호하는 주의이다.
- ↑ 단 현행민법에서 동산에 대하여 공신력은 인정하며, 이를 선의취득이라 한다. 이때문에 부동산에도 선의취득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 ↑ 이를 법률용어로 선의라고 한다.
- ↑ 이를 법률용어로 악의라고 한다. 물론 덤블도어는 알기만 하는 상태여야 한다. 짜고하는 고스톱처럼 덤블도어가 허위로 볼드모트에게 호그와트를 넘기면 민법 108조에 걸린다.
- ↑ 매년 6월 1일
- ↑ 덤블도어 입장에서 호그와트 앞으로 붙는 재산세가 사라진다!
- ↑ 이를 법률용어로 가장매매라고 한다.
- ↑ 단 착오가 표의자(덤블도어)의 중대한 과실로 인할 때에는 계약은 취소 할 수 없고, 소유권은 볼드모트에게로 진짜 넘어간다.
- ↑ 물론 일본 민법상 제108조가 아닌 다른 번호 일 것이다. 일본민법 또는 구민법을 아는 사람들의 추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