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푸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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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고어[1]현대어
러시아어РаспутицаСлякоть
영어RasputitsaSlyakot'
한국어라스푸티차[2]슬랴카트[3]

하단 두 사진의 출처는 이곳.
러시아식 갯벌

1 소개

라스푸틴의 진짜 저주[4]

러시아 일대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으로 10월 초의 가을 장마철과 3월 말의 해빙기에 토양이 뻘로 변해 통행이 힘든 시기를 말한다. 리얼 마지논

겨울에 접어들면서 눈 대신 내리는 비로 땅이 젖으면서 한 번, 겨울이 지나간 뒤 토양이 녹으면서 또 한 번 발생하며 이후 더 추워져서 땅이 얼어붙거나, 도로 따뜻해져서 토양이 마를 때까지 이어진다. 그냥 흙이 좀 젖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진창이니 도로를 잘 정비한 곳이 아니면 자동차는 사실상 비포장도로를 달릴 방법이 없다. 심지어는 전차마저도 통행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차량 대신 다른 교통수단도 쓴다. 제정 러시아 때부터 러시아 지역의 교통 체계가 철도에 크게 의존한 것도 이 라스푸티차로 도로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철도 노반도 라스푸티차의 영향을 받지만 사전 조치로 어느 정도는 예방이 가능했다. 이런 도로 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그냥 우회하든지, 아니면 다리를 만드는 것 뿐이다. 참 쉽죠? 그래도 상술된 것처럼 전차가 못 다니는 수준은 아닌지 MT-LB 장갑차를 개조한 마을버스뭐?돌아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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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티차로 아예 도로교통 자체가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다. 이를 질로프 갭(Zilov Gap)이라고 하며 시베리아 동부에 있다.[5] 이곳에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접근하는 것 뿐.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차량으로 300미터를 전진하는 데 3시간(!)이 걸린다고. 여기는 뻘도 뻘이지만 거기에 더하여 하천이 3단콤보로 반복한다고. 현지인들에게는 다행히도 꾸준한 공사로 2015년 현재 2km 정도의 갭이 남아있으며, 근래 개설해 깔끔한 왕복 2차선 도로가 조만간 완전히 개통하면 질로프 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6]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1년내내 쉬지 않고 비나 눈이 꾸준히 오는 기후[7]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북한이나 대한민국강원도 내륙, 중국 북부지방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겨울~봄에 극단적으로 건조해지기 때문. 대신 도로에서 먼지가 풀풀 날린다. 2014년, 이런 도로상황을 체험할 있는 게임이 나왔다(...).

2 독소전쟁

이 단어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독소전쟁이다.
모스크바 공방전이 벌어질 즈음에 라스푸티차로 길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면서 독일군종특 블리츠크리그가 카운터를 맞아 공세 시기를 놓치면서 심하게 애를 먹었다. 라스푸티차는 저 악명 높은 동장군과 함께 러시아가 조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상대가 애를 먹는다면 러시아군 자신들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대부분의 서방 측 전쟁사에서 동장군이나 라스푸티차가 독일군을 저지한 원동력이라는 식으로 기술하지만, 러시아군도 사람이 춥고 장비가 뻘밭에 빠지니 여전히 땅만 파면 소련군 장비들이 튀어나온다. 게임 COH2에서도 라스푸티차로 개 고생하는 소련군의 모습이 나온다(...).

물론 러시아인들에게는 라스푸티차가 익숙했으니 대처나 대비도 빨랐을 수 밖에 없던터라 이런 걸 생전 처음 겪은 독일군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비하면나은 편이었다. 독일군은 정말로 지옥을 경험했다.

3 트리비아

  • 가끔 유머삼아 라스푸티차를 라스푸틴의 저주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몇몇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라스푸티차라는 단어와 라스푸틴이라는 이름이 앞 세글자와 어감이 비슷하기 때문. 그래서 과거 만화영화 아나스타샤에서 등장하는 악독한 라스푸틴이 퍼부은 저주가 러시아 혁명이 아니고 라스푸티차 현상으로 러시아의 혈맥이 마비되는 것이라는 개그도 있을 정도...물론 라스푸티차 현상은 라스푸틴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있던 러시아 특유의 자연재해이다.
핀란드의 켈리리코.
이쪽도 비슷한 원리로 형성되는 뻘도로지만, 도로사정은 그나마 양호한 편.
  • 자매품(?)으로는 2015년의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나 핀란드의 켈리리코(Kelirikko)나 미국 북동부 지역과 알래스카의 머드 시즌(Mud Season) 등이 있다. 이 역시 환절기에 눈이 녹으면서 길이 엉망진창인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 미국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일본의 알래스카 상륙을 막으러 북동부에서 캐나다를 관통하여 알래스카로 향하는 군사도로를 세우려 든 적이 있었다. 전쟁 초기에 일본이 한창 세력을 확장하는 데다 알류산 방면의 섬들을 빼앗아 위협을 받았기 때문. 도로를 세울 곳에 뻘밭이 많아서 계획해둔 완성 시기를 맞출 수가 없어 문제였다. 곤란하던 차에 공병부대를 지휘하던 호그라는 장군이 주변에 널린 통나무를 잘라와 뻘밭을 메워 도로를 만들자[8]는 아이디어를 내놓아, 가까스로 도로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1. 현대 러시아에서는 라스푸티차라는 말이 거의 사어에 가깝다.
  2. 원어 발음은 라스뿌찌싸가 제일 가깝다.
  3. 원어 발음은 슬랴까쯔가 제일 가깝다. 참고로 이 문서는 '슬랴카트'로도 들어올 수 있다.
  4. 후술하겠지만 라스푸틴과 라스푸티차가 앞 세글자가 같고 어감이 비슷한 것을 가지고 나온 유머다.
  5. 바이칼 호 우측의 네르친스크 일대에서 하바로프스크 좌측에 이르는 넓은 습지대. 지도에서 중국 영토가 러시아 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곳 위쪽이다.
  6. 2000년대 전까지는 그나마도 아예 진입 불가능한(Inaccessible) 지역이었다.
  7. 쾨펜의 기후 구분에서 가운뎃자리에 f(feucht)가 들어가는 냉온대기후
  8. 이런 통나무포장은 이미 로마시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