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West-Eastern Divan Orchestra
스페인의 세비야를 본거지로 하고 있는 청소년 관현악단. 홈페이지
영어 발음 그대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라고도 부른다. 다만 스페인 청소년들만 모인 악단은 아니며, 이집트와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인 청소년들과 이스라엘의 유대인 청소년들에 스페인 청소년들이 가세한 다국적 악단이다.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인 중동에서, 그것도 가장 분쟁이 심한 아랍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한데 모아 만든 악단이라는 것 자체부터 관심을 모았는데, 1999년에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태생의 아랍인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공동 발의해 창단했다.
바렌보임은 비록 유대인이기는 해도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쇼비니즘을 경계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의 임시 수도인 라말라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여는 등 평화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사이드 역시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동 지역의 평화를 표방한 비평문을 기고하고 있었고, 이 두 사람이 의논해 탄생시킨 것이 이 악단이었다.
악단 이름도 특이하게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동시집(Westöstlicher Divan)' 에서 차용했는데,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괴테가 당대 문인들 중 드물게 동양 문학에 관심을 보였고 심지어 아랍어를 배우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사실 저 시집 자체도 페르시아 시인인 하피즈의 시를 독일어로 번안한 것을 읽고 감명받아 썼다고 하며,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이들이 음악이라는 목적으로 평화롭게 모여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한 것이 창단 취지였다.
창단 직후 첫 리허설과 워크숍이 독일의 바이마르에서 진행되었는데, 바렌보임은 엄정한 오디션을 봐서 단원을 뽑되 아랍인과 유대인의 비율을 가능한한 똑같이 맞춰서 선발했다. 이렇게 뽑힌 단원들은 숙소와 식당, 연습실을 같이 쓰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서약했다. 비록 형성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도중에 중단되는 일 없이 활동이 계속되었다.
2002년부터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주에서 악단에 대한 지원 의사를 표명하면서 본거지를 세비야로 옮겼고, 주 당국의 후원금 외에 세계 각지의 음악 재단들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아 운영비로 충당했다. 2003년 공동 창단자였던 사이드가 죽은 뒤에는 '바렌보임-사이드 재단' 이 설립되어 악단의 재정과 활동 계획을 총괄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습과 공연은 주로 클래식 공연 스케줄의 비시즌기인 여름에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전세계의 유명 관현악단 단원들이나 독주자들이 정기적으로 초빙되어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하고 있다. 나이가 차 퇴단한 단원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 관현악단이나 음악원 등지에서 연주자 혹은 교수/강사로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개중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단원이 된 바순 주자 모르 비론 같이 세계구급 악단에 스카웃되는 경우도 있다.[1]
2004년에는 유럽 순회 공연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같은 해 워너브라더스 뮤직 산하의 텔덱과 전속 계약을 맺고 CD와 DVD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주네브(제네바)와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스페인의 그라나다, 독일의 베를린 공연 실황들로 제작된 이들 음반과 영상물은 꽤 준수한 연주력을 갖고 있다는 음악적인 평가 외에도 서로 오랫동안 반목하던 양대 문화와 사회, 사람들 간의 공존이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이 악단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제작되었다.
하지만 현시창인 상황 속에서 여러 갈등과 충돌도 있었는데, 라말라 공연의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이 격화되어 몇 차례 취소되었다가 2005년 8월에야 가까스로 성사되었다. 워낙 상징성이 컸던 공연이라, 공연의 녹음/녹화와 더불어 파울 슈마츠니[2]가 그 과정을 'Knowledge is the Beginning'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해 라말라 공연 실황과 함께 DVD로 출시한 바 있다. 2006년 8월에 베를린 공연을 준비할 때도 역시 중동 정세의 악화로 인해 긴급 회의가 개최되었고, 몇몇 단원들이 분쟁에 휘말린 가족이나 지인들의 소식에 동요하다가 퇴단하는 등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2000년대 중반에 있었던 일련의 문제를 제외하면 큰 탈 없이 계속 굴러가고 있고, 2010년 11월에는 창단 이래 계속 지휘를 맡고 있는 바렌보임이 유니버설 뮤직 산하의 데카와 도이체 그라모폰 양대 레이블과 새로이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녹음/녹화 계획에 도전하게 되었다. 당장 2011년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며, 그 외에도 공연 실황으로 CD와 DVD를 발매하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10~15일 동안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나흘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속 공연했고, 마지막 15일에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의 야외 공연장에서 9번을 추가 공연했다. 방한해서 베토벤 교향곡 연주하고 가는 악단이야 쌔고 쌨지만 이렇게 전곡을 한방에 연주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는데, 다만 음악적인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바렌보임 자신도 몇몇 곡에서는 리허설도 아니고 본 공연 중에(!!)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봐도 정밀한 합주력과 풍부한 표현력이 아쉬웠다는 것이 중평. 시작한 지 12년 정도밖에 안된 탓에, 아무래도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인 엘 시스테마의 악단들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바렌보임도 이런 점을 자각하고 있는지, 관현악 합주 외에 단원들이 팀을 이루어 실내악 공연을 하도록 하거나 현대음악을 공연 레퍼토리에 추가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한국 공연이 어떻게 되었던, 같은 달 23~28일(26일 하루는 휴식)에 독일 쾰른의 필하모니에서 진행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의 실황이 2012년 6월 말에 데카에서 'Beethoven for all' 이라는 제목의 다섯 장 짜리 CD 세트로 발매되었다. 전년도에 같은 레이블로 발매된 쇤베르크의 관현악 변주곡과 차이콥스키의 6번 교향곡의 잘츠부르크 음악제 실황을 담은 CD에 이어 두 번째 음반인데, 청소년 관현악단이 메이저 음반사에서 내는 첫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이 되었다.
2012년 9월에는 전술한 'Knowledge is the Beginning'이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공식 개봉했다. 다만 상영관이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에 각각 한 곳씩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중소 규모 상영관들이라 개봉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배급사 측에서도 이미 한국에 DVD로 정식 수입된 다큐멘터리라, 딱히 흥행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이 국내 개봉 후 같은 다큐멘터리에 한글 자막을 더한 DVD의 내수용 라이선스판이 재차 발매되어서, 이 DVD의 제작과 발매를 위한 단기 개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7월에는 데카를 통해 세 번째 신보가 두 종류 발매되었다. CD로는 2009년 8월 21일에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음악제인 BBC 프롬스에서 공연한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수록한 라이브 앨범이, DVD로는 역시 2012년 7월 20~21, 23~24, 27일에 BBC 프롬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완주한 라이브 영상물이 공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 'Nine Symphonies that Changed the World' 와 함께 네 장 짜리 세트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