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

先軍政治 / Songun Politics (Military-first Politics)

善君政治[1]가 아니다

"인민군대 강화에 최대의 힘을 넣고 인민군대의 위력에 의거하여 혁명과 건설의 전반 사업을 힘있게 밀고 나가는 특유의 정치"
1998년 10월 9일노동신문
선군정치는 ‘군사선행의 원칙에서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 사회주의 위업 전반을 밀고 나가는 정치방식’이다.
-‘21세기 태양 김정일장군’
"어떤 파티도 평양의 파티같진 않을 것이다. 평양의 파티[2]는 무조건 강제거든"[3]

- 해당영상의 댓글 중

사탕알(경제, 식량)보다 총알(군사)을 더 중시해야 한다.

- 김정일

1 개요

북한이 강성대국 설계의 2단계로 내놓은 정책으로, '군대를 모범으로 사회주의 이상 국가를 이룩하자'는 표어 아래 펴는 정책. 그러나 실제로는 자원 소모적인 역할만 하는 군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자하다가 국력을 소모시키고 북한의 총체적인 위기를 부르는 원인이다. 일벌레는 안 뽑고 저글링만 쳐 뽑다가 공성전차에 원콤당하는 격

2 역사와 특징

선군정치의 기원은 북한의 독자적인 것이 아닌, 중국에서 마오쩌둥소련과의 갈등으로 만든 새로운 권력구조를 배낀 것에서 시작한다.

과거 마르크스노동자가 만든 공산당이 국가를 통치하면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고, 끝내 국가가 필요없이 자율적인 당의 영도 아래 모든 이가 평등하게 사는 지상락원을 펼친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는 권력을 언제 변질할지 모르는 국가기관에게 맡기기보다는, 올바른 사상과 방향을 가진 공산당에게 집중시켜야 옮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소련이 나오자 분명히 헌법상 국가수반은 소련 최고회의 의장 미하일 칼리닌이였으나 실질적 권력은 블라디미르 레닌이 쥐었고, 후임자 스탈린서기장에게 공식적으로 입법/행정/사법의 모든 권력을 몰빵했고 그 결과 크고 아름다운 대원수님이 탄생했다. 이것이 스탈린주의자가 말하는 이원화한 균형구조로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사회주의국가 대다수가 이런 형태로 권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중국은 1950년대에 소련과 심각한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끝내 소련을 수정주의자로 비판해 새로운 사회주의 노선을 주장하면서 기존의 소련식 권력구조를 고쳤다. 이때 공산당의 권력 장악을 넘어서, 당 중앙에게 군사력을 아예 따로 떼어줬다. 따라서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지니는 자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장이다. 끝내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무슨 삼위일체도 아니고 국가의 모든 권력을 당 중앙이자 국가의 중심이 얻는 모양새였으나, 중국식 사회주의에서는 당 중앙이자 군사력의 우두머리(즉, 사실상의 독재자인 자)가 국가를 밑에 놓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고 북한은 이것을 더 심화/발전시키고, 독재자의 지위를 사이비 교단의 교주 급으로 더 올렸다.

과거에는 '강성대국'과 '선군정치'의 구호를 김일성주체사상을 대체하는 김정일 특유의 이론으로 보려는 시각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주체사상은 김정일의 시대에도 계속해서 강제했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강성대국론과 선군정치론은 일단 주체사상에서 출발해서다.

강성대국론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사상의 강국', '군사의 강국', '경제의 강국'의 단계다.뭔가 앞뒤가 바뀐 듯한데 일단 넘어가자. 그런데 북한은 스스로 주체사상을 통해 1980년대 후반부터 붕괴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주체적인 '우리식 사회주의'의 건립에 성공했으니 '사상의 강국'은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단계인 '군사의 강국'도, 북한 내부에서 선전하기로는 외형상으로는 이미 완성했다라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태클 걸 일이 많지만 이까지 따라와보면, 북한은 이제 대중적인 경제 강국을 이루는 것이 1990년대 이후 북한의 목표이자 현재의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대중들이 이미 모범적으로 완성한 군대를 모델로 정진해야 하며, 군대도 강성대국의 건설에 앞장서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결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오해하는데, 선군정치가 적어도 말로는 군대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인다란 이론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김정일은 '주석' 등의 칭호가 아닌 '국방위원장'의 칭호로 나서고, 군대 시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군대의 민간 동원도 보다 늘고 이에 대중 선전도 활발해졌다. 선군후로게이(先軍後勞)라는 구호가 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단 이래도 현실은 그대로니, 오히려 선군정치 이론은 북한의 현실에 이론을 맞췄다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일단 북한은 중소 분쟁으로 불안한 외교 관계를 겪고 그 대응책으로 주체사상을 천명한 1970년대 이후 남한이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그것도 독자적으로 군사 경쟁을 벌이려고 시도했으며 그 결과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군대의 비중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가 침체해 갔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 군대만 멀쩡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선군정치론과 같은 이론이 나왔다.

그러나 군대에 건 지원 때문에 국가 기반이 무너지고 군대만 좋은 상황에서, 군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하다보니 군대만큼은 절대로 기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군대에의 지원이 높아진다. 그러면 가뜩이나 버거운 국가의 경제 역량이 비생산적인 군수 산업에 다시 들어가 소모하면서, 국가 경제는 다시 침체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끝은 결국 군대마저도 제대로 못 지원받는 북한의 현주소이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데, 김정은 체제에 도전할 만한 몇 안 되는 변수가 군부라서 군부를 다독이려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쿠데타가 몇 번 났을 법한 나라에 성공한 쿠데타는 하나도 없다.[4] 더구나 김정일과 김정은은 군 경험이 없으니 군부를 제대로 다스리려면 카리스마보다는 이런 군부에 당근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평양에 다녀온 외국인들의 말에 따르면, 선군정치 운운한 이래 국영상점에서도 군복 입은 군인이 배급품을 타는 줄서기 따위를 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우선적으로 가져간다고.

또한 꼭 군부가 주도하는 쿠데타가 아니더라도, 군대에게는 소극적인 반란, '진압거부'라는 보다 안전하고 명분이 있는 선택지가 있다. 이는 정권이 뒤집힐 만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을 때, 정권의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다. 선군적 특권이 없던 구 소련과 동구권의 인민군은 시민 봉기로 공산당 정권이 붕괴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몇몇은 오히려 봉기에 나선 시민들을 보호도 했다. 선군 특권을 가진 중국, 북한의 군대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다만 선군정치론에서 다른 오해의 하나인, 군 조직이 조선노동당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주장을 바로잡고 넘어가야겠다. 선군정치 이론은 조선노동당의 밑에 철저히 군대를 편제해 혹시나 모를 쿠데타 등을 막으려 하니, 군대는 철저히 당의 밑에 있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남았음도 어디까지나 고난의 행군과 같은 비상 시국 때문이지, 정상적인 것이 아님은 자신들도 깨닫는 듯하다. 다만 김정은에게 군사권을 우선 승계하는 등 위기 상황 속에서 이것이 장기화하면서, 현실적으로는 군권이 계속해서 오른다. 한 마디로 국가 자체가 막부화하는 셈.

3 비판

'정치'라고 자칭하나 실상은 정책이라고 불러주기도 뭐한 급한 불 끄는 돌려막기일 뿐. 카드깡도 아니고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지금 당장은 버틸지 몰라도 점차 앞으로의 상황이 점점 악화할 테니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쉽게 말해 선군정치는 김정일 시대의 '비상 시국'에 대응하기 위해 그 역량을 군대로 집중한 체제인데, 그 비상 시국이 언제 끝날지 도대체 기약이 없으니 문제다.[5] 이렇게 비정상적인 체제가 장기화하는 이상 정규 체제에서 벗어난 정치 운영이 일어날 테고, 측근 정치로의 이행이 가속화한다.[6]

권력이 비정규화하면, 당연히 권력을 얻는 방법도 마찬가지이기 마련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연평도 포격 사태 또한, 군부에서 상당히 돌발적으로 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즉 기껏 군대 밀어줬더니, 권력을 더 잡으려고 나댄다.[7] 게다가 이래서야 대외 신뢰감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가뜩이나 '우리식 사회주의' 등의 폐쇄적인 구호로 대외 문호를 스스로 좁히는 북한에게, 군부가 권력을 위해 계속해서 돌발적인 행위로 북한 전체의 외교를 망가뜨리고 국가를 멸망의 위기까지 몰아넣는[8] 행위는 북한 스스로도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선군후로의 구호인 군대가 앞서 나가고 노동 계급이 뒤따라 나간다는 말이, 군대가 앞서서 다해먹고 노동 계급은 다 굶어죽게 바뀌니 문제다. 즉 국가 경제를 다 투자해서 군대를 먹일 때, 노동 계급은 말 그대로 군대의 뒷바라지나 하다가 말라죽는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현재 북한의 GDP 중 적어도 20% 이상, 일반적으로 30% 가량이 군사력 유지에 들어가는 듯하다.

군대는 순수한 소비집단이라 군에 투자한 돈은 100% 아무 이윤 없이 사라지니 문제다.[9] 현대 국제 관계의 힘의 논리에서 경제력, 기술력이 강한 국가가 고급 인력과 좋은 무장의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라 보고 군사력은 경제력에 비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기반 능력(경제력, 기술력이나 자원 등)이 없으면서 30%를 쏟아 붓지만 남한의 1%에도 못 미치는데 한탕으로 부국강병을 이루겠다면 모순이다. 특히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최소한 이를 통해 중공업이 활성화하면서 투자라도 활발하지만,[10] 사회주의 세계에서는 그런 거 없다. 이렇게 뜻없게 군이 소비하는 엄청난 자원에 비하면 대민지원 같은 건 사소한 수준. 다만 북한의 경우 미사일과 각종 무기 수출로 나름 달러를 벌고 있다.[11]

이렇게 노동 계급이 붕괴하면서, 군대에도 제대로 된 경제적 지원이 힘들단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결과 군대가 약탈 집단으로 바뀜은 탈북자 증언 등을 거쳐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래서야 국민들이 군대를 믿고 따를래야 그럴 수가 없다. 즉, 선군정치 자체의 신뢰도가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종합하자면, 여러 모로 미래가 어두운 정책. 이미 체제가 맛이 간 북한이 남은 역량을 동원한 정책이었을지 몰라도, 하필이면 소모적인 군대가 그 중심이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더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고 최우선 순위로 외치면 군대도 제대로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담으로 N모 인터넷 신문에서는 '우리도 선군정치 합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니 흠좀무. 모두 함께 회사전화를 걸어서 선물을 받읍시다!

4 주객전도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군과 민간의 정상적인 관계라면 민간의 생산을 군이 소비하나, 북한의 군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서 문제다. 군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여러 물품이 필요하니, 민간 경제가 완전히 파탄난 시점에 둔전병 노릇이나 하는 정도로 군대를 유지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북한 군대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악기부터 유람선까지 일반 소비재마저 아예 직접 생산하는 덕분이다. 기사처럼 심지어 군에서 만든 물건을 민간이 구입한다. 건설부대도 민간 고급주택 건설사업까지 손을 대어 사실상 건축업 재벌이다.

즉, 군이 민간 경제를 압살하니 그 뒷감당을 위해 군과 민간의 구분이 오히려 애매하다. 아침마다 대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 나가고 악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과연 군인일까? 사실 군의 민간 선도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사회가 생물처럼 환경에 적응하게 마련이라, 스스로의 모순으로 그냥 죽기보다는 모습을 바꿔 산다. 따라서 전 경제부문이 군 간판을 단 기형적 결말은 당연한 귀결이다.
  1. 이쪽은 착할 선, 임금 군 자를 쓴다. 해석하면 '선한 군주의 정치'
  2. 여기서 Party는 행사라는 뜻 뿐만 아니라 당(黨), 즉 조선로동당의 의미도 있다.
  3. Ain't no party like a Pyongyang party, 'cause a Pyongyang party is ABSOLUTELY MANDATORY
  4. 그러나 구 소련, 동유럽, 몽골, 중국, 베트남, 쿠바냉전시대 공산권 국가에서도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사례는 없다. 공산권 국가에선 당이 철저하게 군부를 통제하니, 뜻밖에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히 미약했다. 1964년 구 소련의 흐루쇼프 축출도 당 보수파의 행동에 군부 유력자들이 조용히 따라가서지, 군부의 단독 쿠데타는 아니었다.(단, 소련 해체 직전의 8월 쿠데타는 예외) 북한에서도 6군단 반란 사건과 같이 쿠데타모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건의 정황이 확실하지 않다.
  5. 정확히 말하면, 선군정치의 군사비용 증대로 비상 시국의 끝이 더욱 요원하다는 뜻이다.
  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부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특정 기구에 권력을 몰아주기 시작하면, 위기가 끝난 뒤에도 비대해진 기구가 사라지거나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국가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새로운 내부적 위기를 부르는 현상은 많다. 아니면 위기 상황의 대처나 권력의 집중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 오히려 위기 상황을 그냥 두는 행태도 흔하다. 구 공산권 붕괴 뒤 체체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내의 모든 자원에 우선권을 틀어쥐고, 수시로 뻘짓들(대남도발과 미사일발사, 핵실험)을 저질러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훼방을 놓는 북한군부의 행태는 아주 전형적이다.
  7. 북한이 증오하는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이 있으면서도 군대가 이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미국은 강력한 문민통제에다가 건국 때부터 이념이 견제와 균형이라서 각 군 사이, 각 군 내부, 장교 구성, 병과 비율 등에서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갖는 것을 막기 때문. 미국의 건국자들은 이 '견제와 균형'을 최우선적으로 여겨 권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한 반면, 북한은 김일성이가 전문성도 없는 주제에 군사력 증강에 지나치게 힘을 쏟고, 김정일이 공식화함으로써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하였다.이래서 시작이 중요해 단적인 예가 테일후크 스캔들이다. 해군 항공대가 단기적으로 이겼지만, 장기적으로는 미 의회에 찍혀 아직까지도 해군 참모총장을 못 만든다.
  8. 남한 쪽에서 북한의 도발 하나 갖고 전면적인 보복에 착수하면 그걸로 북한은 끝장이다. 실제 북한이 연평도 포격 이후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함도 이런 점을 잘 알아서라는 분석이 많다.
  9. 사실상 둔전병인 북한군이 군인들 먹을 것도 다 못챙겨 줄 수준이지만.
  10. 현재 전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쓰는 미국의 제조업이 현시창임을 감안하면 군수산업의 경제기여도는 상당히 낮다.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부수적으로 신기술을 얻는다지만, 그러려면 군수산업이 아니라 곧바로 기초과학이나 다른 산업에 투자해야 훨씬 효율적이다. 결국 군대에 들어가는 돈은 사실상 허공에 사라진다.
  11. 그런데 이 무기 수출이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더 큰 고립을 불러오고 무역의 걸림돌이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