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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 심슨 같은 순진한 악동[1]의 얼굴을 이런 조직에 써먹는 것은 모욕이다!
이 사건을 되돌아보는 뉴욕 타임스 레트로리포트 특집기사.
1 테일후크 스캔들이란?
미군 역대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로 당당히 꼽힐만한 희대의 스캔들이자, 오늘날 여군 성폭력과 차별대우가 만연한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다. 특히 전세계에서 각 군 최고의 전투요원으로 인정받는 파일럿들이 이런 짓거리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테일후크라 함은, 항공모함 착함용 어레스팅 기어를 일컫는 비행장교들의 속어인데, 이 말이 해군/해병 조종장교들의 하나회스러운 친목 조직인 테일후크 심포지엄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하나회처럼 무슨 반란을 일으키고 서로 진급 봐주고 그러는 성격의 암덩어리스러운 조직까지는 아니어서 해군참모총장과 문민 해군청장도 자주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해군에서는 유명한 모임이었다...고, 적어도 1991년까지는 그렇게만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사막의 폭풍 작전이 공군/해군/해병 항공전력의 맹활약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리자, 1991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Tailhook `91이 열렸다.
2 여군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이 당시 모임에는 프랭크 켈소 해군참모총장과 헨리 로런스 개럿 해군청장도 참석해서 해군 항공대 장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한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가 나서더니 "여성도 전투기 타면 안 됩니까?"하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폴라 코플린 대위(LT. Paula Coughlin). 코플린 대위는 해군 항공대 전투조종사인 아버지를 동경하며 자랐기에 해군 전투조종사의 멋진 모습에 반하여 평생의 목표를 전투조종사로 삼았지만 "여군은 전투기 태우지 않는다"는 미 공군/미 해군 높으신 분들의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전투기의 로망을 접고 헬리콥터 조종사로 진로를 바꿔야 했던 인물이었다.[2] 그런 코플린 대위가 던진 돌직구를 받은 켈소 해군참모총장의 대답은 "그깟 2류 시민 여성들이 전투기를 타든 말든 파티나 합시다"였다(...) 돌직구를 개드립으로 상쇄
그리고 그날 밤. 힐튼 호텔 3층에서는 파티가 매우매우 추잡해져서 다들 옷을 벗고 술주정을 부리며 구토와 똥오줌을 갈겨대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슨 놈의 파티가 이래 이런 상황은 결국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정신줄을 놓은 해군 조종사들[3]이 83명의 여성과 7명의 남성을 성추행/성폭행한 것이다.[4]
코플린 대위는 무심코 3층으로 올라갔다가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자신을 더듬던 놈을 깨물고는 상관에게로 도망가서 이 사건을 털어놓았지만, 그 똥별께서는 "네가 꽐라 조종사들 옆에 간 게 잘못이지"하는 개드립을 쳤고 코플린 대위는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명색이 전속부관이었던 코플린은 상관에게 철저히 버림받았다.
이 사건은 수사가 되기는 했지만 결국 코플린 대위가 가해자를 제대로 지목하지 못하다는 등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되었다.
그 무렵, 해군청 인적자원차장[5]을 지내던 사람은 여성인 바버라 포프(Barbara Spyridon Pope)였다. 포프는 초기 진상조사를 담당했던 듀벌 맷 윌리엄스 소장이 건성건성 수사를 했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이 문제를 직접 손대야겠다고 마음먹고 윌리엄스 제독을 불렀지만, 윌리엄스 제독은 "해군 항공대 기집애들은 다들 창녀들인걸 모르쇼?" 하는 똥별스럽다 못해 성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로 대들었다. 결국 바버라 포프는 말로 해서 안되겠다고 여기고 국방부에 이 사건을 고발했다. 그리고 코플린 대위가 제복을 입고 공중파 전국방송에 출연하여 이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며 전미가 경악했다.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딕 체니 국방장관[6]은 개럿 해군청장을 경질하고 무관용 원칙과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신임 해군청장 숀 오키프[7]는 해군 내 대대적인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장교단의 음주모임도 금지했으며 여성의 전투함 승선과 전투기 탑승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결과는... 당연히 못할게 없었다! 여군이 배를 타면 뭐가 어떻고 전투기를 타면 뭐가 어떻단 말인가! 이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던 것이 1990년대 초반 미국의 현실이었다. 덕분에 코플린 대위와 포프 차장은 전미 여군들의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남군들의 반응은 배신자 취급이었다. 결국 미군은 여군의 전투함 승선을 허락한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에서도 여군 전투조종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것과 전혀 별개로, 성폭력 실태와 그 수사는 뜨뜨미지근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미 해군은 1992년 여름 전미를 들썩인 이 스캔들로 4,500명 이상의 해군 진급 대상자들의 인사가 전면 보류되는등 큰 홍역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테일후크에 참여하던 14명의 제독을 포함[8]하여 수많은 장교들이 옷을 벗기는 했는데, 법적 처벌 비율은 0. 말 그대로 제로였다. 사실상 사건 은폐/축소에만 책임을 물었을 뿐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다. 반면 코플린 대위는 내부고발자들이 늘 그렇듯이(...) 군생활이 끝장나서 테일후크로부터 500만 달러를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채 군복을 벗어야 했고, 다른 피해자들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반 강제로 예편되었다. 이렇게 성폭력은 남녀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졌으며, 급기야 2003년에는 미국공군사관학교에서 생도간 강간사건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건이 터지며 라이벌 해군을 조롱하던 공군마저 할말을 잃고 말았다. 공군 쪽은 여군의 비율이 타군보다 높은 편이어서 더 큰 논란이 되었지만 역시 유야무야 잊혀졌다.
3 정리
사실 해군 측에서는 항변을 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90년 89년 등 이전의 테일후크 모임은 더 추잡한 모임들도 많았는데 이것보다 더 추잡하면 대체 무슨일이 벌어졌다는거야 괜히 91년 참석자들만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91년 테일후크 참석자들이 저지른 만행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성별을 막론하고 조국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에게 배신감만을 안겨준 이 사건은 군대라는 조직이 얼마나 성차별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받고, 21세기에도 군 내 성폭력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회자된다.
테일후크 모임은 이후 해군 측에서 공식적으로 절연했으나, 아직까지도 소규모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폴라 코플린은 이후 Protect Our Defenders[9]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군내 성폭력 사건의 정식 기소와 유죄 평결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여성 4성 장군/제독이 배출되고 있는 2014년 현재까지도[10] 그 목소리는 작기만 하다. 폴라 코플린 역시 해군의 비난과 극딜을 못 견디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의 성인 Puopolo를 쓰고 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의 재선 실패에도 작게나마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 부시는 태평양 전쟁에서 미 해군 TBF(M) 어벤저 뇌격기 조종사로 사선을 넘나들었던 참전용사인데, 그런 부시의 후배들이 이런 추태를 부려놨으니 아버지 부시의 이력에도 흠집이 갈 수밖에... 결국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에게 발린 부시 이후로 미국에서 해군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습.[11] 근데 육군도 레이건 이후론 대통령 없다.
4 제러미 마이클 보더 제독의 자살
테일후크 `91 당시의 켈소 해군참모총장의 뒤를 이은 후임 총장 제러미 마이클 보더(Jeremy Michael Boorda) 대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해군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인사로 보임된 인물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제독들이 옷을 벗는 꼴을 보던 해군 항공대 장교단은 정신을 못차렸는지 보더 제독에게 집단괴롭힘과 기수열외를 시전했다. 보더 제독이 미 해군의 지상타격 능력이 지나치게 해군 항공대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해 아스널쉽 계획을 수립하자 해군 항공대측의 적대행위도 점점 심해졌다.
또한, 보더 제독이 고급 장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해군사관학교나 ROTC, 대졸자 출신 OCS가 아닌 수병 출신이라는 점[12]도 홀대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게다가 당시 해군참모차장이자 항공병과장이었던 스탠 아서 대장[13] 통합군 태평양사령관으로 내정되었다가 미네소타 주 상원의원 데이브 듀런버거가 이를 격렬히 반대[14]하고 아서 대장이 참모차장이라는 어정쩡한 위치[15]에서 퇴역을 선택하는 소동까지 벌어지자 해군 항공대는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여기고먼저 사고친 놈들이 누군데! 보더 제독을 마구마구 갈궈댔다.
결국 보더 제독이 일부러 거짓 약장을 패용한다고 뉴스에 뻥튀기하여 제보하자[16] 가벼운 홍역으로 취급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17]를 엄청난 부도덕한 행위인 것처럼 언론에 과장되게 제보하고 기수열외와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해군 제독들의 병크가 터지자 결국... 보더 제독은 권총을 가슴에 쏘아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후임 참모총장은 F-14 조종사 출신의 제이 L. 존슨 참모차장이 내정되었고 결국 보더, 나아가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의 해군 개혁시도는 끝장나고 말았다. 다만 대통령과 국방장관들이 해군을 휘어잡으려는 의지를 관철해서인지, 아니면 이 일로 조종사가 하도 많이 썰려나가선지(...) 제이 존슨 이후 참모총장직에 항공 병과 출신 제독이 내정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18] 통합군사령관이라든지 다른 보직에서는 꾸준히 4성까지 다는 이들이 나오고 있지만, 해군의 모든 것을 휘어잡았던 냉전 시대의 우렁찬 목소리는 크게 작아졌다.
- ↑ 심슨 가족 극중에서 스프링필드시의 만악의 근원이기는 하나 여자와 손잡고 뽀뽀하면 임신하는 것으로 알 정도로 순진한데다 알고보면 착한 짓도 가끔씩 한다.
- ↑ 현 미 공군 여성 대장들 중에서도 조종사 출신이 없다. 주요 보직인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에 오른 로리 로빈슨 대장도 조종사가 아닌 조작사 출신이다. 1990년대 중반 전투조종사가 된 여군들 중 여전히 조종사로 복무하는 인원은 2010년대 중반 현재 비행단장(대령~준장) 정도의 위치에 있는데, 빠르면 2020년 전후로 대장 진급이 가능할 듯.
- ↑ 이들 중에는 여군도 있었다.
- ↑ 이들 중에는 다른 해군/해병들의 가족들도 있었다. 과장을 좀 섞어보면, 4층에서는 내가 술 마시며 다른 여인네들 후리고 있는데 3층에서 웬놈들이 내 마누라와 누나와 여동생을 건드린, 대략 아스트랄한 상황. 게다가 피해자 중 남성이 있는 것으로 봐도 알듯, 여군 장교가 남군 수병을 따먹는 일까지도 있었다. 애초에 이런 짐승같은 파티를 벌이는 놈들과 같은 건물에 가족들을 두게 한 것 자체도 잘못이었지만.
- ↑ Assistant Secretary of the Navy (Manpower and Reserve Affairs)
- ↑ 훗날 조지 워커 부시의 러닝메이트
이자 진 최종보스가 되는 그 딕 체니 맞다. 아버지 부시 시절에는 국방장관을 지냈다. - ↑ 전문경영인이다. 해군청장으로는 좀 짧게 근무(아버지 부시의 퇴임과 동시에 교체)했지만 짧은 기간에 나름대로 의미있는 개혁조치를 시행했고, 후일 아들 부시가 NASA의 국장에 임명한다. 하지만 STS-107 컬럼비아 우주왕복선 폭발사건으로 테일후크 못지 않은 흑역사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STS-107 이후 안전을 중시한답시고 허블 우주 망원경 서비스 계획을 국장 직권으로 백지화하는 大병크를 저질렀다가 전세계 천문학자와 우주덕들에게 쌍욕을 먹고(...) 물러났다.
- ↑ 이들 중에는 리처드 던리비(Richard Dunleavy)처럼 중장이 소장으로 강등되어 퇴역하는 불명예 제대도 있었다. 큰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견책을 당한 이들 중에는 9.11 테러에서 목숨을 잃은 제독도 있다.
- ↑ 우리를 지켜주는 군인들을 우리도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 ↑ 육/공에서 4성 장군이 배출된 것에 이어 해군에서도 미셸 하워드 제독이 2014년 7월 1일에 대장으로 진급했다.
- ↑ 아들 부시는 공군 조종사 출신이었다.
- ↑ 미군의 경우, 병이나 부사관, 준사관으로 3년 이상 복무한 현역 장병은 고졸 학력이라도 OCS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 ↑ 그냥 항공 병과 최선임도 아니고, 베트남전에서 A-4 스카이호크 조종사로 맹활약하며 미군 비행무공훈장을 역대 두번째로 많이 받은(총 11회)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이었다. 역대 1위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에서 맹활약하며 통산 13회를 수상한 미 공군 에이스 프랜시스 '개비' 가브레스키 대령.
- ↑ 폴라 코플린과 마찬가지로 테일후크에서 성폭력을 당한 前 해군 헬리콥터 조종 견습생 레베카 핸슨 중위(LTJG Rebecca Hansen)는 미니애폴리스 거주자였는데 테일후크 가담자였던 스탠 아서 제독의 태평양사령관 영전 소식을 접하고 상원의원에게 호소하여 듀런버거 의원은 스탠 아서의 태평양사령관 보임을 끝끝내 철회시켰다.
- ↑ 보통 해군참모차장은 해군의 2인자로 인정은 받지만 실권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자리라 이후 통합군사령관 등으로 영전하곤 한다.
- ↑ 정복에 다는 약장 중 베트남 전쟁 참전기장에 '컴뱃 V' 또는 V핀이라 불리는 추가기장을 달았는데, V핀은 실전을 겪은 사람만 추가로 달 수 있는 것이었다. 보더 제독은 참전은 했지만 실제 전투를 겪지는 않아 원칙적으로는 V핀을 달수 없었지만 당시 상관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에 V핀을 달아도 되는줄 알고 있었다. 월남전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엘모 줌왈트 제독도 보더 제독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이 일에 대해 통탄하며 자신이 이를 알았다면 당연히 V핀을 허락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 ↑ 물론 이는 군인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하급자가 상급자를 기수열외하는 것은 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약장을 잘못 달고 나온 것은 진심어린 사과로 무마할 수 있는 문제지만(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사과할 문제도 아니어서 적절한 해명만 있으면 되었으며 보더 제독부터가 매명욕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기수열외는 불명예 제대를 몇 번씩 당해도 모자란 추악한 짓이다.
- ↑ 그래서 F/A-18 조종 경력의 해군참모총장은 없다. 오히려 해병 조종사 출신의 제임스 에이머스가 해병대사령관을 지내면서 해병대에서 먼저 호넷 조종사 출신 수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