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여기서는 한국어의 언어순화 운동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 경우 '국어 순화'나 '우리말 다듬기'라고도 한다. 후자의 경우 '국어 순화'라는 말부터 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상황에서 '우리말 다듬기'라는 말은 그 의미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라는 점에서 국어 순화의 기본 정신에 걸맞은 말이라 할 수 있다.
2 정의
언어순화는 국어 속에 있는 잡스러운 것을 없애고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언어계의 순혈주의? 이렇게 볼 때 언어순화란 한마디로 고운 말, 바른 말, 쉬운 말을 가려 쓰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강제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고(문법 변경, 단어 자체 변경) 바꾸는 것을 추천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경우도 있다.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표준어와 표기법, 발음법 따위를 규정하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무엇이 잡스럽고 무엇이 고우냐, 무엇이 바르냐 하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일단 한국 내에서의 언어순화 운동이란 외래어 외국어를 가능한 한 고유어로 재정리하는 것과, 비속한 말이나 표준어가 아닌 말을 고운 말, 표준말로 바르게 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고치는 일도 포함한다.
즉 언어순화는 '순 우리말(토박이말)'이 아니거나 '쉬운 우리말'이 아닌 말을 순우리말이나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쓰는 '순 우리말 쓰기'나 '쉬운 우리말 쓰기'를 두루 아우르며, 넓게는 '고운 우리말 쓰기', '바른 우리말 쓰기'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언어순화 운동은 본질적으로 규범적인 것이다. 언어학에선 어떤 표현에 대한 잡스럽다거나 곱다거나 올바르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의미가 변화하며 점차 쓰이는 빈도가 줄다가 결국에 사라진다고 본다. 또한 사회적 약속이기에 개인이나 소수집단 맘대로 음성-의미 조합을 고칠 수 없다고 보고 있다.[1]
이런 점에서 언어순화 운동은 국민정서, 정부 정책 등 비언어학적인 기준으로 언어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는 행위이며 사회적·정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3 원칙
언어순화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 언어의 순결성: 이를 '다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 언어의 규범성: 이를 '바로잡기'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의 전통성이나 어법, 문법 등 갖가지 기준에 '어긋나는' 요소들을 바로잡아 우리말의 '전통성'을 회복하고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알맞게' 바로잡는 데 이바지한다.
- 언어의 합리성: 이를 '가꾸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말을 더욱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가꾸기'는 좀 더 명확한 표현, 좀 더 '아름다운' 표현 등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 언어의 경제성: 다듬은 말이 본래의 뜻을 정확히 보존하지 않거나 그 단어 구성이 복잡해지고 길이가 길어진다면 이는 언어의 경제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4 대상
- 우리말 용법과는 다른 번역투나 외래어와 외국어
- '쉬운' 우리말이 아닌 난해한 한자어
- '바른' 우리말이 아닌 규범이나 어법에 맞지 않은 말이나 표현
- '고운' 우리말이 아닌 비속한 말이나 표현 등
역사적으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영어를 비롯한 서양 외래어와 외국어 등은 대표적인 언어순화의 대상이었다. 이 중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영어는 역사적인 이유로 그동안 언어순화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특히 정착된 외래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외래어라고 모두 다듬을 수는 없고 다듬는 것이 오히려 대다수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순우리말 쓰기'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완전히 정착된 외래어나 지금까지 불편 없이 써 왔던 외래어를 대상으로 우리말 다듬기가 이루어진다면 극단적인 우리말 다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써 왔던 외래어를 다듬으면 다듬은 말이 오히려 생소하여 새로 익히는 데 불편해지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용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본격 터키어화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단어를 다듬는다고 치면, 뭐라고 다듬을 것인가? 셈틀 컴퓨터라는 단어도 처음 보고 엄연히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자주 접하면서 굳어진 거지... 게다가 다듬는 과정에서 원 외래어의 본질적 의미를 모두 옮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언어순화는 불필요한 외래어나 외국어, 즉 아직 정착되지 않은 서양 외래어나 외국어를 주요한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정착되지 않은 서양 외래어는 언어순화를 통해 빨리 대처하면 다듬은 말을 쉽게 퍼뜨릴 수 있다.
사실 자발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운동이 벌어지기도하는데, 여기서 나온 표현들이 작심하고 만드는 국어순화운동 보다는 실효성이 있고 생명력이 긴 사례가 많다. 1970년대말 80년대 초의 대학가에서 벌어진 우리말 순화 열풍으로 등장한 단어가 '클럽을 대신한 동아리', '모임을 대신한 모꼬지', '신입생을 대신한 새내기', '2차 모임을 대신한 뒤풀이' 대학가에서 자생한 표현들이다. 전산용어 한글화 운동 역시 낭만이 넘치던 PC통신 시절 자생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이 때 등장한 표현이 글쇠와 갈무리 등이다.
학술적인 분야에서는 대중화와 이해의 용이성이라는 목적으로 언어 순화라기보다는 용어의 간략화가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많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겸사겸사 우리말로 변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으로 고고학에서의 언어순화를 들 수 있다. 다음은 그 예들. 2000년대 이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왼쪽의 바뀐 표현이 더 익숙할 것이다.
뗀석기(타제석기), 간석기(마제석기), 잔석기(세석기), 가락바퀴(방추차), 돌무지 덧널무덤(적석목곽분),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 빗살무늬토기(즐문토기), 이른민무늬토기(원시무문토기), 민무늬토기(경질무문토기), 조개더미(패총), 고인돌(지석묘), 반달돌칼(반월형석도), 거친무늬거울(조문경), 잔무늬거울(세문경), 돌괭이(석초), 돌보습(석리), 거푸집(용범), 찌르개(첨두기), 슴베찌르개(박편첨두기), 뒤지개(굴봉), 주먹도끼(양면핵석기), 홈자귀(유구석부) |
이런 다듬은 용어들은 이전의 표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이해도를 높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고고학자 손보기 선생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이런 사람 한 분의 영향이 여러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고인에게 감사하자.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언어순화 운동은 해당 사회의 사회적, 이념적, 공동체적 지향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가령 그리스는 독립이후 이전의 지배국인 터키의 언어인 터키어에서 비롯된 단어들을 청산하기 위해 이미 1000여 년 전 이전에 사라진 고대 그리스어 단어들까지 부활시켜 가며 언어순화를 이루었으며, 결국 독립 이전의 그리스어와 독립 후 30년 후의 그리스어는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 버리기도 했다.
5 국어순화의 종류
- 정화: 외래어를 고유어로 바꿔 써야 함(말의 잡풀을 솎아냄)
- 예: 아나고 → 붕장어, 기스 →
스크래치생채기,흠집, 쿠사리 → 핀잔
- 예: 아나고 → 붕장어, 기스 →
- 미화
- 틀린 말을 맞는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전세집 → 전셋집, 그을은 → 그은
-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완장 → 남의 삼촌, 노견 → 갓길, 내자 → 아내
- 비속한 말을 고운 말로 바꿔 써야 함
- 예: 골 때리다 → 어이없다
이 원칙을 샌즈가 싫어합니다, 눈깔 → 눈, 주둥아리 → 입
- 예: 골 때리다 → 어이없다
- 틀린 말을 맞는 말로 바꿔 써야 함
6 사례
해당 항목 참조
7 논쟁
해당 항목 참조
8 기타
표준어는 일부 계층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소통하기 위해 쓰는 것이기에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만 사용하는 신조어나, 기존 국어와 많이 이질적인 번역투 등 일부 사항에서 어느 정도 제재는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언어가 곧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 민족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를 붙잡고 집착하는 건 당연히 안 되겠지만, 적어도 기억이나마 하고 자주 사용해 주자.
영어에도 비슷한 언어순화 운동이 있는데 영어가 본래 게르만어파에 속한 언어인데 프랑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한 언어에서 차용된 어휘들을 배제하고 게르만 계통 어휘들만을 사용하자는 시도가 있다. 앙글리시 문서를 살펴 볼 것.
사실 언어순화의 원조이자 최막장은 프랑스어인데, 프랑스어 순화 운동은 17세기에 시작되어서 21세기에도 가끔 보인다. 프랑스어가 가장 아름답고 운운하는 표현을 들었다면, 사실 이 쪽의 영향이다. 현대에 오면 프랑스에서 영어 사용이 너무 많다는 것, 소위 프랑글레(Franglais) 문제 때문에 온갖 노력과 삽질이 있었다. 프랑스어 이외의 언어로 상품명이나 상호명을 붙이면 불법이라는 법률까지 있었으니 말 다했지.
8.1 관련 문서
- ↑ 각각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