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행군

약 400Km를 완전군장을 하고 걷는 대한민국 국군행군 훈련.

보통 부대는 일반적인 행군을 하지만, 육군 특전사[1], 육군수색대, 육군특공대, 해병수색대의 경우는 천리행군을 한다.

1970년대 초에 특전사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 그 유래로 #, 그 뒤로 다른 정예부대들에도 전파돼서 그 부대들도 따라하였다.

예전엔 여름에 했다는데 지금은 날씨 좋은 이나 가을에 한다. 60시간 안에[1] 6일 안에 400 km를 걸어야 하는데[2], 보통 사람이 걷는 속도는 시간당 4 km. 일반 행군시 걷는 속도도 시간당 5 km정도로, 이 속도로 걸으면 절대 6일 안에 끝낼 수 없기 때문에 구보에 가깝게 뛰어서 행군한다.

게다가 특전사드랍쉽 태워서 적 본진 테러하려고 만든 부대라 수송선에서 내리면 추가보급을 주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특전사의 군장은 일반 보병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특전사의 경우 단순히 행군만 하지 않고 내륙전술훈련이나 산악훈련등을 끝내고 복귀행군으로 천리행군을 하기때문에 내륙전술훈련 때 걸은 것까지 더하면 700 km 이상 나오기도 한다. 특전사 여단에 처음 전입온 하사들은 대부분이 장기복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천리행군을 하면 생각이 바뀐다. 그리고 여단 막내들은 쉬는 시간에도 이거 하랴 저거 하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물론 인간이 할 만한 짓이 못 되므로(...) 온갖 고생담과 무용담으로 얼룩지는 훈련이다.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히고, 그 안에 물집이 잡혀 짓무르는 정도는 예사. 실제로 1998년 4월, 특전사 천리행군 중 민주지산에서 6명이 사망하는 제5공수특전여단 동사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어지간한 훈련보다 위험도가 높다. 장거리와 전술취침(야숙)에 따른 체력부담, 긴 행군기간에 따른 불확실성, 웬만큼 빡센 등산로보다 험한 산길로만 다니는 (실전에서 얌전히 등산로 타면서 움직이면 적군이 뒷치기를 하던가 대응을 하던가 하겠지?) 행군로 등 정말 인간한계를 시험하는 행군이다. 물론 전시상황에는 더 극한 상황에 부대이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사시에는 이러한 훈련경험이 부대 전투력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군 직후에 작전에 투입시키면 슐리펜 계획 꼴이 난다.

일부 부대에서는 천리행군을 한 번 할 때마다 군복에 약장을 단다고 하지만[3] 육군규정에는 천리행군에 대한 부착물 규정이 없다. 부대 자체적으로 달 수는 있어도 공식적인 약장은 아니다. 약장은 대대장급 이상의 지휘보직을 하거나 해외로 파병했거나 전투에 참전했거나 특정행사에 참여했거나[4]훈장을 받았거나 국방장관급 이상의 표창을 수여받았거나 하는 것으로 달지 천리행군으로 다는 약장은 없다.[5] 단, 헌혈 30회 이상일 경우 헌혈유공은장, 50회 이상일 경우 헌혈유공금장이 수여되는데 이 경우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약장을 준다. 게다가 특전사에서도 2년에 한 번밖에 안 하기 때문에 부사관이 아니라면 병사가 두 번 하는 경우는 현재 복무기간으로는 어지간히 운이 없는 케이스가 아닌 이상 거의 없다. 복무기간을 잘 타서 아예 안하는 병사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도 있다.[6]

그리고 행군 완주시 포상휴가가 지급된다. 만약 중도 탈락이라도 일정 거리 이상 행군하였을 경우 외박이나 외출을 주기도 한다.

특전사에선 원래는 1년에 1회 실시했다가 2년에 1회로 바뀌었고, 2000년대 후반경부터 1년 1회로 다시 늘어났다. 그래서 전역자가 늘어났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돌았다. 그러다가 전인범 장군이 특전사령관에 취임한 이후로는 특전사 초임하사들이 자대배치 받기 전 특전교육단 초급반 때 천리행군을 자격제로 시행하는것으로 바뀌였다. 군복무 중 거의 매년 해서 특히 장기복무자들에겐 너무 불필요하게 반복적이고 지나친 육체적 소모와 부상골병을 가져오는 기존의 정기적인 천리행군 대신, 자대배치 받기 전에 특전교육단에서 한 번만 빡세게 하고 자대에 가서는 안 하도록 바뀐 것이다. [7].

천리행군 횟수뿐 아니라 방식도 바뀌었는데, 마치 지옥주처럼 천리행군 전기간 동안 무박으로 강행군하고 중도포기자는 모두 퇴교시키는, 즉 일종의 엄청 빡센 살아남기식 자격훈련 방식으로 바뀌었다. 훈련을 아무리 가혹하게 시키더라도 '이번 한 번만 해내면 끝이다'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편이, '이번에 끝마치더라도 어차피 앞으로도 골병 들 때까지 계속 지겹게 또 하게 될 테니, 장기하려고 했던 원래 계획은 때려치고 빨리 전역이나 해야지' 하는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자대배치 받고 자대에서도 아직 천리행군을 안해본 기수들은 영영 천리행군을 한 번도 안하게 되는 것이므로 교육단에 다시 와서 천리행군을 해야 한다.

2011년부터 신병교육에 보병 후반기 교육 3주가 새로 편성되면서 천리행군을 훈련에 넣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그건 빠졌다(...).[8]

2016년에 <특전사 장병의 천리(400 km) 행군이 체력과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생활환경학회지 23호에 연구논문이 실린 적이 있다. 한국 스포츠 개발원, 국민대 체육대학 소속 연구원 2명이 쓴 이 논문에서는 천리행군에 참가한 장병 중 실험에 동의한 10명을 대상으로 천리행군 참가 전, 참가 후 체력변화, 칼로리 소모를 조사하고 혈액검사를 실시하였다.

이 논문에서 연구한 천리행군은 9일간 총행군거리 427 km로 실시하였는데, 주간에는 취침, 야간에 하루 평균 50 km씩 걷고 하루를 완전히 쉰 뒤, 2일간은 쉬지 않고 99 km를 걸었다고 한다. 본 항목에서 전인범 장군이 내렸다고 설명한 특전사 행군지침과 다른데 지침이 바뀐 것인지는 모른다.

아무튼 논문에 따르면, 천리행군에 참가한 장병들은 행군시에만 하루 평균 3400 kcal, 최대 4100 kcal을 소모했다고 한다. 순수하게 행군으로만 소모한 칼로리를 측정한 것이라, 저자들은 실제로는 하루에 최소 4500 kcal 이상을 소모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걸음걸이 횟수는 대략 하루에 평균적으로 4만 보.

행군 1주일 뒤 실험참가자 10명 중 8명이 중 상당수가 무릎과 발목, 허리 부상을 보고했으나 몇 주 뒤에는 나았다. 행군 직후 체력검정에서 심폐지구력, 근력, 순발력이 감소하였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급성 염증반응이 나타났다고 한다. 천리행군이 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리를 주는지 잘 보여준다.

  •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초반에서 아라곤, 레골라스, 김리가 선보였다. 540리를 나흘도 걸리지 않아 돌파. 원작에서 에오메르가 그들과 조우했을 때는 달려온 경로와 시간을 듣고 그대들을 "날개 달린 발"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아연실색할 정도.
  •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케이건의 주특기인 것으로 나온다. 별칭 "하루 하고도 반나절 행군"(...)이며 주된 용도는 곤란한 질문 회피용. 오죽 고됐으면 존재 자체가 병기인 레콘 티나한조차도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고, 륜 페이는 살의를 느꼈을 정도. 그래도 이 행군 덕분에 두억시니의 추격을 따돌렸고, 아흐레 걸릴 거리를 닷새안에 주파하는 경이로운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일개 인간이 레콘을 체력으로 떡바른 이것의 정체는 중대한 스포일러.
  1. 특전사에 소속된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대의 경우 대대장에 따라 천리행군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적 후방에 오랫동안 짱박혀서 각종 작전을 수행한 뒤 스스로 복귀해야 하는 특전여단들과 달리, 707특임대는 단기타격작전을 수행한 뒤 헬기 등으로 바로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천리행군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역시 단기타격작전 위주인 해군 UDT/SEAL도 천리행군을 안 한다. 즉 707특임대가 대대장에 따라 천리행군을 하는 경우라도 임무상 꼭 필요해서라기보단 일종의 자존심 때문에707도 특전사는 특전사니까 하는 것이다.
  2. 각 부대별로 정확한 거리와 행군 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상기한 부대 출신 예비역끼리 "나는 FM으로 했지만 니들은 가라로 했잖느냐"라는 둥 이빨 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뭣나게 힘든 건 매한가지니까 너무 까지 말자
  3. 1번은 전투화 모양, 2번은 거기에 날개가 달리고, 3번 참가하여 3천리 행군을 완수하면 금빛 날개달린 전투화 약장
  4. 88올림픽 약장은 실존한다.
  5. 그냥 휘장하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휘장은 공수훈련 통과해도 달기 때문에...
  6. 천리행군이 끝난 직후 자대배치를 받을 경우다. 이러면 다음 천리행군 때는 말년휴가 크리.
  7. 천리행군은 특전사가 최초로 실시했고 군복무 내내 정기적으로 천리행군하는 것이 특전사의 상징처럼 됐을 정도로 특전사의 워낙 오랜 전통이라서, 훗날 사령관이 바뀌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8. 대신 주야간지속행군 40 km를 추가 실시한다. 신병 때 행군만 세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