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어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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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체계
표음 문자표어 문자표의 문자상형 문자
음소문자음절문자
알파벳아부기다아브자드
자질 문자반음절 문자

1 개요

언어별 명칭
한자表語文字
영어Logogram
Logograph
중국어语素文字(Yǔsù Wénzì)
表语文字(Biǎoyǔ Wénzì)

표어문자란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단어가 되는 문자 체계를 의미한다. 단어 문자라고도 한다. 문자체계의 역사 측면에서 보면 상형 문자·표의 문자 다음으로 원시적인 형태의 문자 체계이다.

2 표의문자와의 비교

표의문자와 표어문자는 의미가 서로 비슷하여 일반인들 중 상당수가 개념을 헷갈려한다. 표의문자와 표어문자 둘 다 하나의 문자만으로 하나의 독립된 뜻을 표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자가 무슨 문자냐고 물으면 '표의문자'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문자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표의문자와 표어문자는 별개의 문자 체계를 가리키는 단어다.

말 그대로 표의문자는 '의미'를 나타내는 문자이고, 표어문자는 '말'을 나타내는 문자이다. '의미'라는 것은 기의(記意, signifié)만을 뜻하는 반면, '말'이라는 것은 기의와 기표(記表, signifiant)가 결합한 단위체인데, 이 단위체에 문자가 대응될 경우 그 문자를 표어문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표어문자가 표의문자보다 언어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글자 하나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도 표어문자가 표의문자보다 더 많다. 기표는 문자와 음성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쉽게 말하자면 표어문자는 표의문자와 달리 하나의 글자가 그 글자에 대응되는 고유한 음가를 보유하고 있어야한다는 조건이 있다.

표의문자의 예시로는 도로 표지판이 있다. 가령 교통 표지판에서 U턴 사인이라는 글자가 가리키고 있는 의미(기의)는 명확하게 'U턴 가능'이다. 하지만 글자 자체는 지구 상에 있는 어떤 언어의 단어와도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며, 이 글자가 어떤 음가(기표)를 가지고 있는지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유턴 사인은 순수하게 의미만을 나타내는 문자, 즉 표의문자이다.

반면에 표어문자는 하나의 기호가 독립된 뜻뿐만 아니라 독립된 음가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자 "中"은 단순히 "가운데"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역할 뿐만 아니라, 표준중국어에서는 zhōng(/ʈ͡ʂʊŋ˥/), 한국어에서는 '중'(/t͡ɕuŋ/), 일본어에서는 ちゅう(/t͡ɕuː/)또는 なか(/naka/)[1]라고 읽는 하나의 형태소를 가리키는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모든 한자 문자는 이와 같이 각자의 뜻과 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자는 표어문자 체계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예에서 한 한자에 대응하는 한자음이 지역마다 다른 것은 한자가 표어문자이냐 아니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자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 부터 표어문자로 만들어졌고 이걸 다른 나라들에서 자기들 언어의 음운체계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기 때문. 이렇게 따지자면 라틴 문자표음 문자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가령 라틴 문자 e는 베트남어쯔꾸옥응으에서는 /ɛ/(예: e), 중국어한어병음에서는 /e/(예: wei, 为) 또는 /ɯ̯ʌ/(예: ge, 哥), 프랑스어에서는 /ə/(예: je), 영어에서는 묵음(예: tile) 또는 /iː/(예: meet)로 소리나는 등 천차만별이다.

한편 숫자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표의문자로도 표어문자로도 해석할 수 있다. '3-2=1'과 같은 수식에 사용될 경우, 수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지 저 수식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표의문자라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There are 3 people in this room'이나 '1도 재미없다'와 같이 특정 언어와 같이 사용될 때는 각각 'three(/θɹi/)ː', '하나(/hana/)'라는 단어와 대응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표어문자라고도 볼 수 있다.

3 표어 문자 목록

고대에는 많은 문자들이 표어 문자였으나, 알파벳이나 아부기다와 같은 표음문자의 등장으로 인해 거의 다 사라졌다. 한자를 제외하면 현재 알려져 있는 표어문자는 전부 고대에 사용되었거나 현대의 일부 소수민족만이 사용하고 있다.[2] ☆표가 붙은 문자만 현재 사용되는 문자다.

4 특징

  • 글자마다 대응되는 소리가 있다. 상세한 내용은 위 단락 참조.
  • 글자가 직접적으로 소리를 가리키지 않기 때문에, 글자와 대응되는 소리 간의 긴밀성이 표음 문자에 비해 비교적 약하다. 따라서, 글자를 이해하는 데 그 글자의 발음이나 글자가 사용된 언어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지 않다. 이는 표음 문자와는 대비되는 특징이며, 표의 문자와 공유하는 특징이다.[7]
예를 들어 'There are 3 people in this room', '이 방에는 3 사람이 있다', '這間屋子裡有3個人', 'この部屋には3人がいる'라는 문장이 있다고 할 때, 한국어만 알고 있는 사람이 이 문장들이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라도 각각의 문장에 들어 있는 '3'이라는 글자가 무슨 뜻을 나타내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게다가 3이라는 문자를 이해하는데 그 글자의 발음, 즉 'three(/θɹi/)', 'sān(/san˥/)', 'さん(/saɴ/)'이라고 하는 발음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표어 문자를 사용하면 글자를 공유하는 언어 간에는 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수식이나 화학식, 기호 등을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또 중국에서 한자가 애용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어의 각 방언들은 별개의 언어라고 취급해도 무방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데, 표음 문자를 도입해서 어느 한 방언에 맞추어 중국어를 표기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난장판이 벌어지게 되므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 표음 문자에 비해 글자수가 많다[8]. 그것도 압도적으로. 예를 들어 이집트 상형문자유니코드에 등록된 것만 1072개[9], 쐐기 문자는 1156개[10], 한자#s-4.2의 경우는... 항목 참조. 아주 헬이 따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음소는 아무리 많아도 100개 내외지만[11], 형태소의 개수는 아무리 적어도 천 단위는 기본이다. 이 형태소 하나하나마다 글자를 대응시키니 자동적으로 글자 수가 1000개는 기본으로 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표어 문자는 글자를 익히는 게 표음 문자에 비해서 매우 어렵다.
  • 표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문자 중에서 음을 가리키는 글자가 하나도 없는 순수한 표어 문자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 언어의 형태소는 1000개가 넘는데, 형태소마다 '아무런 규칙도 없이' 글자를 대응시키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만약 그런 문자 체계가 있다면 지금의 한자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학습 난도를 자랑하는, 지옥에서나 쓰이는 문자가 아닐까.
표음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과정은 주로 음절 단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표어 문자는 표어-음절 문자(logosyllabic)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마야 문자에서 b'alam(재규어)라는 단어를 표기할 때는 b'alam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 하나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b'a, la, ma라는 음절을 나타내는 글자를 조합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한편 한자의 경우 일정 시기까지는 상형·지사·회의의 방법으로 글자를 만들다가 그 이후로는 죄다 형성으로 갈아타서 현재는 한자의 90% 이상이 형성자인데, 형성자는 뜻을 암시하는 형부(形符)와 소리를 나타내는 성부(聲符)로 구성된다. 즉 성부라는 표음적인 요소를 글자 내에 곁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 梅(매화나무 매)는 형부인 木(나무 목)과 성부인 每(매양 )를 결합하여 만든 글자이다.
한편 이집트 상형문자는 표음적인 요소가 있는 글자가 '음절'이 아닌 '자음'만을 가리켰기 때문에[12], 이 문자는 별도로 표어-자음 문자(logoconsonantal)이라고 부른다.
위를 종합하면 표어 문자는 표의 문자와도 표음 문자와도 특징을 일부 공유하고 있는, 둘 사이의 과도기적인 문자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표어 문자가 상형 문자에서 발달했으며, 또 많은 표어 문자 점점 표음 문자로 형태를 바꾸어 가기도 했다.

5 관련 문서

  1. なか는 사실 훈독이라는 특수한 케이스에 속하는지라 표어 문자라는 개념과는 별개로 취급해야 하는 사항이긴 하다.
  2. 나시어에서 사용되는 동바(东巴) 문자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동파 문자는 표의 문자이며, 나시어를 제대로 표기하려면 음절 문자인 거바(哥巴) 문자가 곁들여져야 한다.
  3. 음절 문자가나와 혼용.
  4. 주로 음소 문자한글로 표기하며, 한자는 보조적인 용도로 사용.
  5. 현재는 음소 문자라틴 문자(쯔꾸옥응으)로 표기
  6. 현재는 라틴 문자로 표기.
  7. 물론 표의 문자가 표어 문자보다 글자와 소리 간의 긴밀성이 훨씬 약하다. 이쪽은 거의 0에 가까운 수준.
  8. 음절문자는 제외. 음절 문자의 개수는 이론적으로 음절의 가짓수만큼 많을 수 있다. 특히 음절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가 폐음절이 주인 구조라면 그쪽도 더할 나위 없는 헬이다. 당장 유니코드 영역의 한글 완성형만 개가 넘는다!
  9. 실제로는 5000개 넘는 글자가 사용되었다.
  10. 역시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11. 아프리카 쪽 언어 중에는 자음 수가 100개가 넘는 언어도 있다.
  12. 이집트어는 아프로아시아어족에 속하는데, 이쪽에 속하는 언어는 모음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