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독

일본에서 한문을 일본어의 어순을 따라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훈독(한문)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1 개요

한자를 읽는 방법의 하나. 현재는 일본어에서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어로는 訓読み(くんよみ, 훈 읽기).

2 설명

말 그대로 '뜻으로 읽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金는 한국에서 '쇠 금'으로 읽지만, 金이 들어간 한자어를 '쇠'라고 읽는 경우는 없다. 설령 '쇠내'라는 지명이 있어서 이를 金川이라고 적는다 해도 한자로 써놓으면 '금천'이라고 읽을 뿐 '쇠내'라고 읽을 수 없다.[1] 반면에 일본어로는 金을 음으로 きん이나 こん이라고 읽지만, 훈으로는 かね라고 읽을 수 있어서 金川은 かながわ 등으로 읽을 수 있다. 한편, 훈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자는 자이다.

일본 한자음에서 보듯 음은 여러 개 있더라도 비슷한 음끼리 있는데(無의 음인 む와 ぶ처럼.), 훈독은 일본 고유어에 기초한 것이므로, 뜻이 여러 개가 있는 한자는 발음이 전혀 다른 훈으로 읽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幸(こう)는 しあわせ와 さいわい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이렇게 훈이 여러 가지이면 분간을 위해서 훈 전체를 한자로 쓰지 않고 끄트머리를 가나로 남겨놓는다(幸せ/幸い). 또한, '걷다'를 가리키는 あるく를 歩로만 적으면 あるきます(걷습니다)가 될 때는 歩로 적기 어려워지니까 歩く라고 く는 히라가나로 적는다. 이런 가나를 오쿠리가나라고 부르는데, 명사·형용사·동사 등의 용언에서 일부가 활용되기 때문에 이렇게 구분하는 용도로 쓰인다. 보통은 히라가나가 쓰이지만, 인명·지명 등에는 조사와 함께 쓰이지 않거나 가타카나(三ツ島 등)가 쓰인다.

대체로 한자 하나에 훈이 달려있지만, 두글자 이상에 훈이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大人(だいにん·だいじん) 같은 경우, 大와 人의 각각의 훈이 おとな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大人을 통째로 おとな라고 읽는 것이다. 이 역시 훈독이 '고유어에 알맞는 한자를 대응한다'는 개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숙어(숙자)에 달린 훈독'이라 하여 '熟字訓(じゅくじくん, 숙자훈)'이라고 부른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아테지에 속한다. 다른 예로는 百合(ユリ), 薔薇(バラ), 明日(あした) 등... 그 밖에도 1日(ついたち), 四月一日(わたぬき, 원래 한자는 綿抜き), 일부 DQN 네임 같이 전혀 다른 훈을 대응시키기도 한다. 百済(ひゃくさい, 백제/百濟)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くだら라고 읽는다.

훈독의 개념은 이런 식으로 고유어에 알맞는 한자를 대응시킨다는 개념에 가깝다. 훈독은 새로운 읽기 방식을 부여함으로서 중국식 한자에 일본어 뜻을 덧붙이거나 토박이말의 보급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자의 주특징의 하나인 1자 1음의 원칙이 무너져 한자 읽기에 혼란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일본어는 일본 한자음도 여러개이기 때문에 훈독이 없더라도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훈독과 음독 모두 연탁이 들어갈 수 있다. 보통 일본어 단어는 그나마 상용한자표나 법령을 통해 특정 방식으로만 읽게 정의되어 있지만, 그런 원칙이 없는 인명이나 지명은 정말 아무렇게나 읽을 수 있다(...). DQN네임이나 일본어의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2]가 생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작품에서 고유명사를 번역할 때에 오역을 양산하는 큰 원흉. 일본 사이트 회원가입시에 가나 독음을 따로 받는 것도 이 때문으로, 전산 처리(특히 정렬 문제)에서 훈독으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

일본어에서 어떤 글자는 음으로만 읽고, 어떤 글자는 훈으로만 읽는 경우가 많다. 白金의 독음인 はっきん과 しろがね의 경우라든가, 建築物는 けんちくぶつ(음독)라고만 읽는다든가, 建物는 たてもの(훈독)라고 읽지, 건물처럼 けんぶつ라고 읽지 않는다든가. 하지만 見本(みほん)이나 役割(やくわり), 弟切草(オトギリソウ)처럼 예외도 꽤 있다. 두 글자에서 앞부분이 훈독이고 뒷부분이 음독인 것을 湯桶読み(유토요미)[3], 반대로 앞부분이 음독이고 뒷부분이 훈독인 것을 重箱読み(주바코요미)[4]라고 한다. 音読み(음독)와 訓読み(훈독)라는 말도 重箱読み이다. 金田一(きんいち)처럼 세글자 이상에 훈과 음이 섞여있는 경우 뭐라고 부르는지는 추가 바람.

한편, 훈독이 정착된 뒤에 음차를 하기 위한 용법으로 훈독을 쓸 때도 있다. 음차 문서의 훈독 활용 문단 참조.

3 한국어에서

전술 내용처럼 현재는 일본어 밖의 언어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중국 밖의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한국어의 대표적인 예는 향찰을 들 수 있다. "달"이라는 단어를 月과 같이 표기하는 훈주음종 - 종성을 표기하는 방식[5][6]. 한국어에서 언제 어떻게 훈독이 사라졌는 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어학계에서는 석독(釋讀)이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듯 하다.

통일신라 시절에 고유어로 되어있던 지명을 뜻으로 풀어 한자로 적기 시작했기 때문에 '만약 한국어에도 훈독이 있었다면 고유어 지명이 더 오래 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유어 발음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한자로 음차해서 적을 수 있을 테니 알 수 없는 일[7]. 일본에도 나라(奈良)처럼 한자음으로 지명을 적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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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잘 알려져있는 사례로, 훈몽자회를 지었을적에 글자 하나하나에 음차를 했는데, ㄷ과 ㅅ의 '읃'과 '읏'과 한자음이 비슷한 한자가 없어서 훈독을 이용한 적이 있다. 디귿은 池末, 시옷은 時衣. 끝 말(末)의 훈 '귿'(→끝)을, 옷 의(衣)의 훈 '옷'을 따온 예가 보이나, 이 때 末, 衣에 동그라미를 붙인 것으로 봐서, 거꾸로 이 시기에는 훈독이 이미 매우 특이한 한자 읽기가 되었던 것으로 유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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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근대기에 혈의 누가 연재되던 1906년 만세보 지면을 보면 # '나이'가 '年(나)히', '가을'이 '秋(가을)'로 적혀있음을 알 수 있다. 시기가 시기라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원래 저런 표기를 쓴 것인지는 불명. 정작 저 혈의 누도 나중에는 한글로만 쓰이게 됐기 때문에 이런 표기가 오래 쓰이지 않았다.

훈독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보니 특히 일제시대에 일본 고유어의 한자 표기가 한국에서 한자어로 정착 된 말들이 있다. 혈의 누라는 제목 역시 이런 점과 맞물려서 생겨났다.

그래도 모두 사라진 건 아닌게, 串자를 이라고 읽는 것과 乭이라는 한자를 아직도 쓴다는 점.

4 관련 문서

훈독(한문)
음독#s-1
일본어
한자
순우리말
나라별로 의미가 다른 같은 글자의 한자어

나라별로 글자가 다른 같은 의미의 한자어
  1. 금천이라고 읽는 지명의 대부분이 과거에는 '쇠내'였기에 음으로는 素那(소나) 등으로 적었다. 청주시에도 금천동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쇠내로'라는 도로명을 통해 '쇠내'가 다시 지명으로 쓰이게 되었다.
  2. 따지고 보면 한자와 한자어는 A, 고유어는 B라고 할 수 있다.
  3. 湯가 훈인 ゆ, 桶가 음인 とう로 읽혀서 그렇다.
  4. 重이 음인 じゅう, 箱이 훈인 ばこ(본래 はこ이지만 연탁으로 ばこ이다.)로 읽혀서 그렇다.
  5. 훈의 일부를 다른 글자로 표시해 발음을 짐작하게 한다는 점은 일본어의 오쿠리가나와 유사한 면이 있다.
  6. 이와 같은 표기에서 乭(돌), 㐘(쌀)이라는 국자가 생겨났다.
  7. 이두가 이런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