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색
劇化. 소설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때 '극화(劇化)'한다고 한다.
2 만화의 한 종류
劇画. 만화의 한 분류. 일본 만화시장의 형태와도 연관이 깊은데 저질종이에 인쇄되어 판매되던 만화는 그 후 잡지연재로 자리를 바꾸었으나 한 편으로 단행본으로 판매되는 만화의 파벌은 남아서 후에 극화로 성장했다.
'극화(劇画, げきが)'라는 명칭은 다쓰미 요시히로가 붙인 것으로 극이라는 글자를 붙인 것은 만화의 만에 비해서 대상연령이 더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작가는 이케가미 료이치, 사이토 타카오등이 있다.
현대 일본만화가 주로 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며 그 선조를 데즈카 오사무를 필두로 한 토키와 장 파와 그들에게 영향받은 작가들에 의한 것인 반면 극화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도키와장 파벌과는 다른 파벌을 중심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엄밀히 보자면 만화와는 다르다.
다만 그림을 통한 오락매체의 관용적인 표현으로 만화가 정립되자 극화도 자연스럽게 거기에 녹아들었고 만화도 극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원래 대상연령층이 높았기 때문에 내용에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소재가 사용된다. 학생운동이나 반미문제(안보투쟁) 등이 겹쳐 암울했던 1960년대-70년대에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여 한 때 만화의 입지를 뒤흔든 적도 있으나 그 후 버블경제가 오면서 사람들이 복잡한 사회문제보다는 알기 쉽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오락과 소비문화의 정착에 따라서 싼 값에 잡지를 사서 읽고 버릴 수 있는 만화가 주류가 되어 그 후 극화는 쇠락하게 된다.
또한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독점적인 소재도 전부 빼앗겨 1990년대 이후로는 그저 만화의 한 장르처럼 구분되고 있다. 한 편으로 일단 장르는 만화에 속하면서도 테라사와 부이치의 코브라나 로쿠데나시 블루스처럼 극화적인 기법에 영향을 받은 예도 적지 않다.
2.1 극화체
극화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특유의 그림체. 90년대 들어서는 극화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독자들의 취향도 변하면서 점점 입지를 잃기 시작했다.
원래 극화계의 주 독자들이 청년 및 성인들이다보니 주제나 스토리도 진지하고 무거웠는데, 이에 따라 그림체 역시 진지한 성인풍이었다. 그리고 서양에 대한 일본의 동경이 만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던 시절이라, 90년대 이후의 그림체보다도 인물들의 생김새가 굉장히 서구적이다.
극화의 유행이 끝나자 다른 개성있는 그림체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었고, 신세대 독자들이 보기엔 느끼하고 촌스러운데다가 쓸데없이 진지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웃기기까지 한 구시대의 그림체.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개그만화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진지한 그림으로 하는 개그가 가진 남다른 재미 때문에 개그만화에서 극화적인 작화를 흉내내는 경우가 있었다. 1970년대의 아키모토 오사무나 2000년대의 노나카 에이지 등.
신 만화체와 비교했을 때의 특징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1. 인물들의 코가 더 뭉툭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현대의 만화체에서 인물들의 코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얇고 날카롭게 그려지는지 생각해보자. 눈은 눈깔괴물에 비하면 '비교적' 작다.
2. 남자 주인공들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곱슬머리나 뾰족머리가 많다.
3. 명암의 표현이 분명한데, 그것도 스크린톤보다는 잉크로 펜선을 가늘고 촘촘하게 겹쳐서 표현한다. 특히 인물의 얼굴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얼핏 보면 피부가 거칠어 보이기도.
4. 인체의 근육이나 골격, 비율 등이 현실적인 편.[1] 특히 여캐의 경우 허리 굵기나 체지방률(...)이 더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2.2 한국의 극화
일본의 극화체 그림을 따라한 이현세가 히트하자 그 아류 작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다. 인터넷에서 극화 같은걸 검색해보면 거의 이현세풍이다. 박세원의 밤의 대통령 주인공 김원국은 공포의 외인구단의 배도협이다. 그런데 정작 이현세의 화풍은 일본 만화풍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극화만화를 사보기가 어려운데, 주로 대본소나 대여점쪽에 많다. 그래도 사고 싶으면 총판이나 인터넷에 가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이두호는 홍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이었지만 만화 그림체는 코지마 고세키(아들을 동반한 검객)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일본 극화체보다 좀 더 간결하고 부드러운 그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