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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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난 스트라이프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알려진 무브먼트 가공기법이다.

1 개요

시계의 작동에 필요한 동력을 기계장치에서 얻어 움직이는 시계.
전통적으로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기계식 시계 시장을 주도해오고 있으며(거의 독점에 가까울 정도), 독일, 이탈리아, 일본 업체도 여기에 한 몫 거들고 있다.

본 항목은 주로 소형 회중시계손목시계 위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괘종시계탁상시계 항목도 함께 보길 추천한다.

2 작동 원리

작동원리 영상.
시계는 진동자이다. 기계식 시계는 진동자를 오로지 기계적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시계이다. 기계식 시계의 구조는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1. 주 동력원
일반적으로 혹은 태엽의 위치에너지(퍼텐셜 에너지)를 사용한다. 예외적으로 예거 르쿨트르의 Atmos는 온도차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PV=nRT이므로 온도차에 의해 변화하는 기체의 압력을 이용한다. 자세한 사항은 예거 르쿨트르항목 참조.
1. 이스케이프먼트(escapement), 탈진기
기계식 시계를 탄생시킨 핵심 발명이다. 실제로 기계식 시계의 탄생 시점을 탈진기의 발명 시점으로 잡는다. 탈진기는 메인스프링이나 추의 에너지에 의하여 진동하는 장치이다. 탈진기가 있기때문에 메인스프링의 스프링이 한번에 풀리지 않고 일정하게 풀리게 될 뿐더러, 진동수로 초(second)를 측정하고, 기어를 통하여 분, 시, 날짜등을 표시하게 된다. 참조하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태엽으로 움직이는 손목시계/회중시계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시계의 무브먼트는 메인스프링 배럴- 기어 트레인 - 이스케이프먼트가 맞물려 있는 상태로 만들어져 있다. 메인스프링 배럴 안에 들어 있는 태엽(메인스프링)이 풀리면서 메인스프링 배럴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면, 기어트레인을 따라 동력이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이스케이프 기어(독특하게 생긴 기어)에 연결되고, 이스케이프 기어에 연결된 이스케이프 레버(분홍색 루비가 달린 y자 모양의 레버)가 밸런스 휠을 돌린다. 밸런스 휠은 헤어스프링에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스프링은 탄성력에 의해 밸런스 휠을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이때 레버를 또 다시 건드려 이스케이프 기어를 풀어주게 된다. 즉 밸런스 휠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이스케이프 휠이 한 톱니만큼 회전한다. 그래서 밸런스 휠의 좌우 진동 1세트당 2톱니만큼 회전하게 된다. 이렇게 이스케이프먼트가 휠의 회전을 적절히 조절하기 때문에 태엽이 한 번에 스르륵 풀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풀리는 것. 그 다음부터는 초침 톱니바퀴가 60x60바퀴 돌때 분침 톱니바퀴가 1바퀴 돌고, 분침 톱니바퀴가 60x12돌때 시침 톱니바퀴가 1바퀴도는식으로 해서 타임 인디케이터(시,분,초침)가 작동한다.[1]

3 종류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기계식 시계는 크게 추 낙하식과 태엽식으로 구분된다.

3.1 추 낙하식

탈진기와 연결된 톱니바퀴 실패에 감긴 추달린 실이 풀리는 힘을 이용하는 추 낙하식은 태엽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절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기술로 크게는 시계탑부터 시작해 모든 부품을 나무로 깎아 가정에 조립식으로 싸게 팔던 벽걸이 추시계나 탁상 시계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스위스의 이름난 기계 시계 기술도 농한기에 부업으로 나무를 깎아 시계를 만들어 팔던 것에서 시작한 것.

후에 태엽식에 밀려 뒷선으로 밀려났지만 그 구조가 개인 기술자가 혼자서 공방에서 나무를 깎아 만들 정도로 제작 난이도가 태엽식에 비해 낮고 간단하기에 공예품적인 차원에서 아직도 제작되고 있다. #1. #2. #3. 제작 도면 제공

재료가 꼭 나무일 필요는 없으므로 플라스틱, 심지어는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 모델도 있다. # 그와 더불어 실제로 작동되는 추 낙하동력 기계식 시계를 페이퍼 크래프트로 만드는 도면 책도 있다. #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물건은 어른의 과학 8탄의 물건.

정확하게 만드려면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만들고,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요인들을 차단해야 한다. 가장 큰 외부요인은 바람인데, 아무리 시계 추가 무겁더라도 바람에는 날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의 영향을 받을때 시계추는 그만큼 빨리, 혹은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시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추도 마찬가지로 바람의 영향을 받기때문에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과거 널리 쓰이던 추낙하식 괘종시계에 시계추와 무게추를 장농처럼 생긴 구조물에 꽁꽁 숨겼던 것도 그 때문이다. 오히려 추낙하식 시계는 무게추의 무게를 조정하거나, 시계추 밑에 설치된 너트를 감거나 푸는 식으로 손쉽게 시계의 속도를 수정할 수 있으며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정밀한 시계구동을 볼 수 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수고로울 뿐이다. 진정한 추낙하식 구조의 단점은 구조상 무게추가 내려올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때문에 소형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높이 30, 40cm짜리 소형화된 추낙하 시계도 존재하지만, 이런 시계들은 끽해봐야 30시간 정도 작동할 뿐이다.

3.2 태엽식

3.2.1 자동(Automatic)

자동 기계식 시계는 보통 시계 앞면에 'AUTOMATIC'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수동과의 차이는, 자동은 용두를 감는 것뿐 아니라 로터를 통해서도 동력을 얻는다.

자동시계는 시계가 움직이면 그 힘으로 로터를 돌려 알아서 스프링을 감는다. 따라서 차고 돌아다닌다면 따로 태엽을 감아줄 필요는 없다. 물론 안 차고 놓아두면 오래 가지 않아 멈춘다. 로터가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단방향 모델(7750계열)과 양방향 모델로 나뉜다. 단방향 모델의 경우 감기지 않는 방향으로 회전할 때 특유의 진동이 전해질 때가 있는데, 이 때 손목에 느껴지는 감각을 즐기는 변태사람들도 일부 존재하는 듯. 문제점으로는, 저렴한 오토매틱시계의 경우 용두를 돌려서 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모델[2]이 있다. 이럴 경우엔 얄짤없이 시계를 착용하고 생활해야 시계가 살아갈 수 있으니 시계가 2개 이상 있는 경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워치와인더를 구매하여 이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3][4]

3.2.2 수동(Manual)

수동시계는 용두를 돌려 메인 스프링을 감아주어야 시계가 돌아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용두를 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게다가 태엽의 구조특성상 태엽이 완전히 감겨있을 때와 어느 정도 풀려있을 때, 거의 다 풀려있을 때 제공하는 에너지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오랫동안 가리키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태엽을 감아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자동에 비해 귀찮을 것 같지만, 수동의 장점은 자동에 비해 활동량이 적어도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로터가 없기에 비교적 무브먼트가 이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적지않은 시덕후들은 아침에, 또는 자기 전에 수동 시계들에 밥주는걸 하루의 원동력 즐긴다. 참고로 고가의 기계식 시계일수록 수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3.2.3 기타 기능

단순히 시간만을 나타내는 기계식 시계도 있지만,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기계식 시계도 많다. 그 기능으로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Power Reserve Indicator), 크로노그래프(Choronograph), 리피터(Repeater),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 문페이즈(Moonphase), 뚜르비옹(Tourbillon)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외에 슬롯머신을 탑재하거나, 은하의 움직임을 보여주거나(…)하는 우주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기능을 가진 시계도 존재한다.

이런 기능 중 여러 가지가 포함된 시계를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 시계라고 하며, 이름난 기계식 시계 브랜드의 컴플리케이션은 엄청난 가격으로 유명하다. 수리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 수리비보다 0을 하나 둘 정도 더 추가한다고 보면 된다. 저런 기능 여러가지를 기계식 시계 안에 욱여넣으려면 그만큼 엄청난 정밀함과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결국 기술력 과시가 목적이며, 실용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그나마 실용성이 있는 크로노그래프나 퍼페추얼 캘린더를 제외하면 쿼츠 시계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3.3 그 외

대중적으로 퍼지진 않았지만 바이메탈을 사용하여 온도차에 의한 금속의 인장력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시계도 존재했다. (이 경우는 일교차만 있으면 사실상 무한동력이다!)
온도에 따른 가스의 팽창과 수축을 이용한 시계도 있다. 예거 르쿨트르(JLC)의 애트모스(Atmos)로 탁상시계급 크기부터 나온다. 1도의 온도차로도 약 2일간 동작할 태엽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1928년 출시.

4 로망이 되다

기계식 시계는 실용성의 영역에서 벗어나 예술/사치재 또는 취미의 영역이 되었다고 보는게 옳다.

4.1 배터리가 필요없다

쿼츠 시계 발명 이전의 시계는 모두 기계식이었으나, 쿼츠 시계 발명 이후 그 수가 급감했다. 아무래도 쿼츠 시계가 기계식 시계에 비해 대량 생산이 쉽고, 가격도 저렴하고, 오차도 적고, 가벼운데다가 부품 복잡하게 들어갈 거 없이 전자 회로+배터리면 OK다. 그 때문에 기계식 시계를 만들던 수많은 업체가 사라졌고, 시장 규모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의 고급 브랜드화+사람들의 향수+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살아남은 업체들도 제법 있고, 지금도 고가 시계 시장은 거의 모두 기계식 시계 생산업체들이다.

배터리(전력)를 쓰는 쿼츠 시계와 달리 기계식 시계는 당연히 전력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감아주기만 하면 배터리 같은 소모품을 교체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반만 맞는 소리다. 배터리 교체만 없지, 더 귀찮고 복잡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계식 시계는 3~7년에 한 번씩 전체적인 분해소제를 해줘야 한다.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시계 무브먼트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분해소제에도 비용이 들어가므로 배터리값 아깝다거나 주기적으로 손보기 귀찮다는 이유로 기계식 시계를 고르는것은 다시 생각해 보자. 어차피 취향 차이지만 쿼츠나 기계식이나 손 가고 돈 들어가는건 똑같다.
게다가 기계식 시계가 월등하게 유지비가 많이 든다. 일단 기계식 시계의 분해소제는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부르며, 분해 후 단순히 재조립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품을 일일이 체크해보고 재조립하면서 태엽의 인장력을 교정하고 기어치면의 청소 및 작동 부품에 윤활유를 주유까지 해주는 것이다.. 적당히 주유가 되어 있지 않으면 부품의 마모가 빨라지고, 그로 인해 무브먼트가 고장이 나는 것이다.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무브먼트인 ETA2824-2의 경우 발품을 좀 판다면 만 원 이내로 오버홀을 할 수도 있지만 (품질은 보장 못한다. 품질도 보장받고 싶으면 대략 5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정식 오버홀은 메이커마다 다르며 더 비싸다.) 무브먼트 구조가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복잡시계)의 경우 정식 오버홀 비용이 300만원이상 들 수도 있다. 그러니 혹시 배터리값 몇 천원을 아끼고 싶어서 기계식 시계를 쓰고 싶은 사람은 그냥 몇 천원씩 내면서 3년마다 배터리 갈자. 배터리값이 아까워서 기계식 시계를 사겠다는건 휘발유 경차 사려다 기름값 아깝다고 독일산 디젤차나 렉서스 하이브리드 사는 꼴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어차피 오차 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편이고, 내구성 역시 쿼츠 시계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며 실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로망 장식품이나 예술품 정도로 이해하는게 맞다. 내구성이 어느정도로 뒤떨어지냐 하면 이런 류의 시계를 중고 거래시 용두를 어떻게 돌렸느냐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핵기능[5]이 없는 시계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절대 돌리지 말 것.[6]

근데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배터리 값이 비싸다고 세이코5등의 초저가 오토매틱 모델(5만원 정도)이 인기있다고 한다. 확인 바람.

4.2 물흐르듯 돌아가는 초침

이를 스윕 세컨드 핸드(Sweep Second Hand)라고 한다. 초침이 1초마다 딱딱 끊어져서 돌아가는 데드비트 세컨드 핸드(Deadbeat Second Hand)의 쿼츠 시계와는 달리, 기계식 시계의 초침은 물흐르듯 유려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매력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것도 절반만 맞는 얘기이다. 사실 쿼츠시계에서도 스윕세컨드는 구현이 가능하다. 별로 대단한 기술도 아니다. 쿼츠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벽시계나 탁상시계 중에서 일명 무소음시계라고 하는 스윕세컨드 시계는 흔하며 가격도 몇 천원 대부터 시작한다. 다만 전력 소모가 많아 손목시계에는 잘 안 쓰일 뿐. 흔하지는 않지만, 쿼츠 손목시계 중에서도 몬데인 Stop2Go[7]나 부로바 Precisionist 등 스윕 세컨드가 장착된 물건이 있다. 오히려 이 쪽이 더 부드럽게 움직이니 스윕 세컨드만을 원한다면 부로바를 사라. 다만 미친듯이 배터리를 소모할테니 물량공세가 문제 없다면 차고 다닐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걸 감수해야 하나? 반대로, 기계식은 주변에서는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또는 그랜드세이코 SBGH 모델같은 10진동 무브먼트가 가장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기계식 시계 중 데드비트 세컨드도 있기는 한데, 희귀한 모델이라 대부분 구경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쿼츠로 오인받을 게 뻔하기도 하고 경험해 보고 싶다면 그나마 만만한 가격대[8]의 모델이 JLC에 있다.

4.3 서바이벌에 유리한가?

4.1.의 내용에 더욱 더 쓸데없고 의미없는 내용이 덧붙여진 내용이다.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위 4.1.을 참고

혹여나 진짜 이런 목적으로 기계식 시계를 차려는 사람이 있다면 군대갈 때 뭐 차고 가는지 생각해보라. 지샥 다시 말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그리 정확하진 않지만 시간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실용성이란 없는 취미이자 예술의 영역이다. 생존주의자들의 요구조건과는 전혀 아무런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바이벌 계열에서는 '동력을 얻을 수 없는 환경에서도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계식 시계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거의 옛날에나 통용되던 말이다. 전자 부품의 신뢰성이 낮았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기계식 장치(예를 들면 계산기와 같은)가 선호되었지만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관련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고 보는게 좋을 정도로 별다른 문제가 없이 잘 작동한다. 게다가 근래 프레퍼들은 태양전지 등 다양한 충전수단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라 못해도 10~20년 동안 전기를 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바이벌 계열의 사람들도 디지털 전자시계를 거의 다 사용한다. 소위 '서바이벌 계열'이라는 것이 험악한 환경에서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막 굴린다는 뜻인데, 기본적으로 서바이벌 환경이란 것이 습기진흙, 충격과 급격한 온도 변화는 기본인 동네에서 점검없이 1주일을 버티기 힘든 기계식 시계를 막 굴릴 수 있을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디지털과 비교했을 때의 내구성이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기계식을 쓸 이유도 없다. 게다가 전지 하나로 10년도 너끈히 작동하는 디지털 전자시계가 널렸는데 10년 넘게 오지에서 살게 아니면 뭐하러 내구도와 정확성과 안정성을 다 희생하가며 기계식 시계를 쓰겠는가. 게다가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시계도 나와 있으니 16년동안 오지생활만 해도 안심.

거기다 디지털 시계는 기압, 고도, 온도 등도 체크가 가능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그런 기능도 없고 태엽을 감지 않거나 흔들거림이 없는 정지 상태에서는 길어야 2~3일 버티는게 보통이다. 물론 태엽을 한 번 감으면 7일 정도 버틴다는 것도 있지만 실제 그리 버티지 못한다. 아주 희귀한 모델로 한 달을 버틴다는 것도 있긴 하지만 태엽을 감는데 따로 도구가 필요할 정도이다. 게다가 기계식 시계중 태엽 안 감고 7일 이상 버티는 시계는 구조의 특성상 악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타입이 아니다.

제대로 된 서바이벌 상황이라면 시계의 동력이 문제가 아니라 시계의 내구성이 문제인 것은 당연하다. 물론 고급시계니 방수등의 옵션은 당연히 있지만 충격에 약하고 고온, 저온에 따른 오차도 크며 무게도 무거우므로 서바이벌 전문가들이 선택할 물건이 아니다. 쓰는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으나 그런건 기술 진보 선전용이자 기술적인 로망을 추구한 모델들을 스폰서링 받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진짜 시계덕후든가.

마지막으로 그 모든 조건을 다 견디는 기계식 시계가 있다고 해도 일단 가격부터 천문학적일 것이다. 또한 일단 그렇게 굴린 다음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해당 시계를 직접 제작한 전문가급의 세심한 손길이 담긴 오버홀을 받아야 하니 여기서 돈 깨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기계식 다이버 시계를 사는건 좋은데 험한 환경에서 쓴답시고 차고 갔다가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말자.

핵전쟁이 벌어진 후에는 유용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 그 상황이 벌어져도 그렇게 유용하지는 않다. 기계식이니 EMP를 버티는데야 더 유리하겠지만, 그 핵의 효과가 EMP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EMP만 버틴다고 해서 그리 생존에 더 유리하지도 않다. 핵전쟁 초반의 EMP 세례를 피하더라도 지금보다 험악한 환경에서 사용되니 오버홀을 할 시기가 빨라지는데, 당장 핵전쟁 후에 그런 고급수준의 기술자와 장비를 손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도 난센스. 결국 몇 년 안가서 고철덩이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샥같은 쿼츠시계의 경우 매우 뛰어난 항자기 기술이 적용되어 아크로 지저도 끄떡없다. EMP가 터저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이면 두꺼운 쇠상자에 넣어두면 그만이고.

프레퍼 본인이 기술자고 예비부품을 쟁여놨으며 정비용 기름도 조달할 수 있다면, 쉘터나 안전가옥에서 짱박힌 채 사용할 수도 있겠다만 이게 쉬운 일일 리가...

실질적으로 서바이벌 환경에서 기계식 시계가 도움이 된 건 우주 환경에서 뿐이다.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던 당시, 우주선이 대기권을 재진입하면서 전자기기들이 죽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를 대비해 기계식 시계를 채웠다.[9] 그러나 이는 디지털 시계를 차고 가기에는 전자부품의 신뢰성이 낮았던 시대와 환경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10] 지금은 당연하게도 전자기기를 사용한다. 우주 환경이라는게 생각보다 훨씬 더 제어된 환경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떤 의미에선 과학적 또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유추해낼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4.4 진정한 장수만세

이미 수백년 묵은 시계도 현역으로 돌아간다. 어차피 태엽과 탈진장치가 도입된 이후에 제작된 기계식 시계들은 손목시계, 회중시계 같은 조그마한 것부터 탁상시계, 괘종시계, 심지어 집채만한 시계탑에 장착된 시계에 이르기까지 동작하는 원리가 모두 같기 때문이다. 다만 문 페이즈퍼페추얼 캘린더 같이 잡다한 기능들이 탑재된 시계는 수리하는데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함을 요구할 뿐이다. 게다가 톱니바퀴나 밸런스휠 같은 부품들은 전부 금속재질이기때문에 웬만해선 동작이 불가능할만큼 마모되지도 않고, 수리하기도 용이하다. 심지어 톱니바퀴가 완전히 갈려서(...) 매끈매끈해지거나, 부품이 개발살난다 하더라도 해당 부품을 공작기계로 깎아서 만들면 그만. 다만 수리비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계식 시계들도 꾸준히 유지관리만 해준다면 앞으로 수백년은 더 굴릴 수 있고, 실제로 18세기때 설립된 브레게바쉐론 콘스탄틴이 만든 시계들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1. 이 원리는 추 낙하식도 마찬가지다. 다만 갈수록 느리게 풀리는 태엽에 반해 추는 갈수록 빨라진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추 낙하식에 사용되는 탈진기진자의 등시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태엽식과 약간 다르다.
  2. 세이코 5 저가모델
  3. 저가 와인더의 경우 자성때문에 무브먼트가 망가질 수 있다.
  4. 와인더를 사용하는 경우 시계가 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계 부품의 마모가 빨라지고 오버홀 주기도 단축된다. 일반적으로 오버홀 비용이 시계 가격의 10% 수준이니 본인의 선택을 책임져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이엔드급으로 올라가면 오버홀 비용만으로도 백단위가 나온다. 기존에는 롤렉스급이 백만원이 나온다고 쓰여있었는데, 대중적으로 인기많은 서브마리너의 경우 공식 센터에서 오버홀만 받을 경우 50만원정도이다.
  5. 용두를 잡아당겼을때 초침이 멈추는 기능.
  6. 세이코 초저가 모델들은 초침도 안 멈출 뿐더러 수동감기까지 지원하지 않는다. 미요타도 안 멈추는 모델이 일부 있긴 하나, 세이코는 그런 종류가 확연히 많다. 또한 유니타스 계열이나 푸조7001등의 수동 무브먼트도 수정하기 전에는 핵기능이 없다. 가장 많이 쓰이는 셀리타, ETA 오토매틱의 경우는 핵기능이 있다.
  7. 매분 정각마다 초침이 2초 정도 정지하였다가 다시 물흐르듯 회전한다.
  8. 천 만원대(...)
  9. 이때 사용된 시계가 Omega Speedmaster 제품으로, 지금도 'Moonwatch'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10. 최초의 상업용 쿼츠시계인 Seiko Astron1969년 말에 발매되었으니, 달착륙 시기에는 쿼츠 손목시계가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