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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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약칭 KPD

1 개요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1918년~1933년) 활동한 독일의 주요 정당.

1차 대전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의 전쟁 수행 협조 노선에 반발한 로자 룩셈부르크,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조직한 스파르타쿠스단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으며, 실제로도 독일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으로 표기)의 '혁명적 대안'으로 자처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내내, 선거 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제1당인 사민당, 제2당인 카톨릭 중앙당에 이어서 10~15% 정도의 지지를 꾸준히 받으며 원내 제3~4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를 통하여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연정에 참여한 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를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꿈꿨던 공산당이 연정에 참여하면 모양새가 이상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정당들도 공공연하게 바이마르 공화국의 타도를 주장하는 공산당을 연정에 껴줄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 집권한 이후 거센 탄압을 받던 중 일어난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했으며, 수권법(Ermächtigungsgesetz) 제정 이후, 정식으로 금지된다.

2 역사

2.1 초기

19세기 후반부터 독일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기치로 내건 사민당 세력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었다. 1890년에 '반 사회주의법(Sozialistengesetze)'이 폐기된 이래 합법화 된 사민당은 지속적으로 지지층을 확대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점차 기성 정치 세력과 타협을 했고, 이미 20세기에 이르면 소위 '계급투쟁' 정당이라기 보다는 '수정주의' 정당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보여준 모습이 바로 1914년 1차대전 발발 당시 제2인터내셔널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치고 독일의 전쟁 수행 및 전쟁 국채 발행에 대한 찬성이다. 사민당 내 좌파였던 카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는 여기에 반발하여 1914년 사민당을 탈당하고 '인터내셔널 그룹(Gruppe Internationale)'이라는 독자적인 세력을 조직하였고, 이는 1916년 스파르타쿠스단이 된다. 1917년에는 사민당의 전쟁 수행 지지 방침을 더 이상 지지하기를 거부한 일부 당원들이 축출되고, 이들은 독일 독립사회민주당(USPD)이라는 정당을 세운다. 스파르타쿠스단도 독립사회민주당과 통합하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1918년 11월 혁명을 통해 독일 제2제국이 붕괴되고, 독립사회민주당은 사민당과 협의를 거쳐 연립정권에 참여한다. 그러나 12월 24일에 발생한 수병 폭동 사건에서 사민당이 취한 일련의 행동에 대한 항의로서 12월 29일 독립사회민주당은 연립정권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스파르타쿠스단 또한 독립사회민주당을 탈당하였고, 다른 좌파 조직들과 통합한 뒤, 1918년 12월 30일부터 1919년 1월 1일에 걸친 창당 대회를 통해서 독일 공산당을 창당한다.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룩셈부르크는 자신이 작성한 창당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계획서는 독일 공산당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중 다수의 명확한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1919년 1월 1일, 룩셈부르크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 독일 공산당이 참여할 것을 재차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다수를 차지하는 과격파에 의해 표결에 부쳐져 기각되어버린다. 과격파는 길거리에서의 투쟁과 공장에서의 소요, 선동을 통해서 권력을 획득할 것을 주장하였다.

1919년 1월 4일, 지난해 12월 24일의 수병 폭동 사건 당시 일어났던 노동자 시위에 대한 진압 명령을 거부했던 베를린 경찰청장 에밀 아이히호른(Emil Eichhorn)이 당국에 의해 해임되었다. 독립사회민주당 소속이었던 아이히호른은 사민당을 제외한 좌파 세력에게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독립사회민주당, 공산당 등의 반정부(반 사민당) 세력들은 이를 받아들여 시위를 조직하기로 하였다. 다음날인 1월 5일,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시위대의 숫자는 시위를 조직한 이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규모였다.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졌고, 상당수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시위는 곧 무장 봉기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것이 스파르타쿠스단 봉기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 프리드리히 에베르트는 정규군뿐만 아니라 우익 준군사단체인 자유군단까지 동원하여 신속히 봉기를 진압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산당은 지도자들 중 룩셈부르크와 리프크네히트를 잃었으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원래부터 험악했던 사민당과 공산당의 관계는 이 사건 이후로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틀어져버렸고 원쑤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내내 독일 공산당은 사민당 정부 체제, 사민당과 협조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2.2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스파르타쿠스단 봉기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진로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은 레닌주의를 내세운 에른스트 텔만이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다. 이 시기 독일 공산당은 소련을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공산주의 정당이었고 코민테른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떨칠 수 있었다. 선거에서는 꾸준히 10% 이상의 지지를 거뒀으며, 1929년 몰아닥친 미국발 대공황이 독일 경제를 초토화시켜버리자, 절망한 노동자들이 대거 공산당에 가입하면서 그 세력을 급속히 불리는데도 성공했다. 물론 나치가 그보다 더 훨씬 세력을 불렸다는게 함정.

1928년, 코민테른은 이른바 '제3기(Third Period)' 이론을 내세웠는데, 이에 따르자면 자본주의 체제가 최종적인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모든 공산당들은 더욱 공격적이고 극좌적인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특히, (사회민주주의를 포함하는) 중도 좌파 세력들을 '사회파시즘(Social fascism)' 세력으로 낙인찍고, 모든 공산주의자들은 이들 중도 좌파 세력들을 파괴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한편, 독일 공산당에서는 텔만이 측근의 공금횡령 추문을 덮으려다 중앙위원회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나, 극좌적인 성향을 띠는 텔만이 코민테른의 정책 실현에 유용하다고 본 스탈린이 이에 개입하여 텔만을 위원장 자리에 복귀시킨다. 이어서 당내 우파 및 중도 좌파의 숙청이 벌여졌으며, 이는 독일 공산당의 '스탈린주의화(Stalinization)'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스탈린의 지원을 등에 업은 텔만은 코민테른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 사민당과 전력을 다해 싸웠고, 그 결과로 나치당의 급부상을 방치해버리게 된다. 1932년, 텔만은 공산당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여 10.2%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히틀러가 무려 36.8%의 득표율을 획득하였다. 이에 사민당에게 '과거의 원한은 잊고 일단 나치부터 없애자'라고 제안하였으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내내 공산당의 발목잡기에 질릴대로 질려있던 사민당 측이 이를 한큐에 거절했다고 한다. 1932년 7월 20일에 프란츠 폰 파펜이 '프로이센 자유주(Freistaat Preußen)'에서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대항해서 공산당은 총파업을 호소하고 사민당에도 공동 투쟁을 벌일 것을 제안하였으나 이 역시 거절 당했다고 한다.

2.3 나치의 집권, 그리고 붕괴

1933년, 마침내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직에 올랐고, 총선 6일 전인 2월 27일,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이 터져버린다. 용의자로 네덜란드인 공산주의자 마리누스 판 데어 루베(Marinus van der Lubbe)가 체포되었다. 당연히 이 사건은 독일 공산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선거 직전 에른스트 텔만을 비롯한 4천여명의 간부 및 당원들이 체포되었다. 3월 5일의 총선에서 나치당은 92석(총 의석수 288석. 득표율 43.91%. 원내 제1당)을 추가로 얻었으며, 공산당은 19석(총 의석수 81석. 득표율 12.32%. 원내 제3당)이라는, 가장 많은 의석수를 잃은 정당이 되고말았다. 총선 바로 다음날인 3월 6일, 공산당은 금지되었다. 이어서 수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7월 14일, 독일 내에서 나치당만이 유일한 합법 정당이라고 선언되면서 공산당은 공식적으로 독일에서 금지되었다. 히틀러는 방화사건이 일어난 후 공산당을 즉시 금지시켜버릴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한다. 공산주의자들이 무력 봉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염려되었을뿐만 아니라, 공산당이 총선에 참가하도록 내버려 두면 사회민주당의 표를 갉아 먹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치당이 권력을 잡은 후, 빌헬름 피크, 발터 울브리히트 등 일부 공산당원들은 소련으로 망명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소련으로 망명을 떠난 이들 중, 반 레닌/스탈린주의 계열에 속하는 많은 독일 공산주의자들이 1937년 대숙청 당시 NKVD에 의하여 제거당한다.

2.4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2차대전 종전으로 나치 독일이 붕괴된 이후에야 공산당은 다시 독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동독에서는 스탈린의 지시에 의하여 사회민주당과 강제로 합쳐져 독일 사회주의통일당(SED)이 만들어 졌다. 서독에서도 공산당이 재건되어 1949년 초대 총선 당시 15석을 차지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1956년, 방어적 민주주의를 내세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해산당한다. 해산당한 이후 1968년에 독일공산당(DKP)라는 공식적인 후신 정당이 재건되기 전까지 옛 독일공산당 당원들은 독일평화연맹(DFU)에서 활동한다. 서독 지역에서도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의 통합 얘기가 나왔지만, 강경한 반공주의자였던 사민당의 당수 쿠르트 슈마허가 공산당과 통합하는데 강하게 반대했다.

재건된 독일공산당(DKP)의 로고

독일맑스레닌주의자당(MLPD)의 로고

좌파당(Die Linke)의 로고

1968년, 해산당한 서독 독일공산당(KPD)의 공식적인 후신 정당이 재건된다. 독일공산당(DKP)이 바로 그 정당인데, 이 정당은 독일이 통일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재건된 서독 독일공산당(DKP) 이외에도 옛 서독 독일공산당(KPD)을 계승했음을 주장하는 정당 몇이 더 등장한다. 독일맑스레닌주의자당(MLPD), 독일공산당/맑스레닌주의자(KPD/ML) 그리고 1990년 결성된 독일공산당(KPD/1990) 등이 그런 정당들이다.

시위 중인 독일공산당(DKP) 당원들

독일맑스레닌주의자당(MLPD)와 독일공산당(KPD/1990)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고, 마오이즘 노선을 채택한 독일공산당/맑스레닌주의자(KPD/ML)는 몇 차례 분열을 겪은 뒤, 트로츠키주의 조직과 통합하여 사회주의연합당(VSP)을 세웠으나, 90년대 초반 해산했다. 이 통합을 반대한 당원들이 독일공산당/붉은 아침(KPD/Roter Morgen)을 결성하였고 2011년 12차 당대회에서 더 이상 '공산당'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에는 실천적 오류가 심하였음을 천명하고 독일공산당재건그룹(KPD-Aufbaugruppe)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이후 활동은 확인되지 않는다. 2007년에 독일 민주사회당과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Arbeit und soziale Gerechtigkeit – Die Wahlalternative; WASG)'이 통합하여 창당한 좌파당(Die Linke)은 자신이 독일 공산당의 역사적 계승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독일 민주사회당의 계열로 따진 것이며, 독일 공산당의 진정한 후신임을 자처하는 여러 좌파 세력들 중에서는 좌파당이 가장 유명한 세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