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절/한국
광통 보제사 廣通 普濟寺
연복사 演福寺
1 개요
고려시대에 세워진 개성특급시의 도심사찰. 다른 지역의 보제사와 구별하기 위해 광통 보제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에는 연복사라고도 불렸다. 선종 계열이었다고 한다. 크고 아름다운 5층 목탑이 있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흥왕사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절이었지만, 현재는 사라져 터만 남았다. 유명한 절이지만 21세기의 신조선왕조 때문에 연구는커녕 발굴조차 못 하고 있어서 많은 것을 알기 힘들다.
2 역사
창건 연대는 불분명하나, 고려 정종 3년(1037)에 왕이 이 절에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전에 창건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만적의 난 때는 노비군의 집결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공민왕, 공양왕 등이 관심을 기울여 문수회(文殊會)나 담선회(談禪會) 등을 참관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방문하였다.
1391년에는 공양왕의 명으로 보제사의 중창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공사비가 엄청나다는 정도전을 비롯한 유학자들의 상소로 단청 공사만 남기고 중단되었다. 고려나 조선이나 유학자들은 불교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조선이 개국한 이듬해인 태조 2년(1393)에는 단청공사를 마치게 하고 목탑의 위층에 사리를 봉안하였으며, 중간에는 대장경을 보관하게 하였다. 회암사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성계는 유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정도전이 뒷목 좀 잡았을 듯 조선시대에 와서는 연복사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성계 이후로 점점 숭유억불이 강화된 조선시대에는 결국 억압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며, 16세기경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화재 등의 이유로 결국 폐사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3 가람
화려한 나한보전과 60m급의 5층 목탑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유호인의 기록 등을 보면 목탑은 누각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나라의 서긍이 개경를 갔다와서 쓴 기행문인 고려도경에 따르면, 이 절의 정전인 나한보전은 왕실(아마도 만월대)보다 더 웅장하였다 하며, 그 안에는 삼존불[1]을 중심에 두고 주위에 500구의 나한상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나한전의 서쪽에는 높이 200척(약 60m)이 넘는 5층 목탑이 있었고 뒤에는 법당을 배치하였다고 한다.
보제사의 가람 배치에 있어서 특기할 점은 금당과 탑을 일직선 위에 건립하는 일반적인 평지 가람배치가 아니라 동쪽에 금당(나한보전)을, 서쪽에 탑을 나란히 배치하는 동전서탑(東殿西塔)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치는 일본의 호류지(法隆寺) 등[2]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보제사로 인해 이러한 배치가 한반도의 절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실 호류지 자체가 백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절이었기에 한국에 이러한 양식이 있는 것은 예상된 결과다.
3.1 연복사종
보제사(연복사)에 걸려있던 종이다. 성덕대왕신종에 버금가는 크기일 정도로 상당히 큰 종이다.[3] 종의 형태나 장식의 수법이 상당히 낯선데, 원나라의 기술로 만들어진 종이기 때문이다. 용·봉황·거북 등이 파도를 넘는 웅건한 모습을 조각하였다.
이 범종 겉에는 고려 충목왕 2년(1346)에 원나라 종장(鐘匠)이 금강산 장안사에 와서 범종을 만들고 돌아가다가 충목왕과 덕녕공주의 요청에 의하여 주조하게 된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보제사의 물건 중 운좋게 살아남은 케이스로, 조선 명종 18년(1563)에 연복사의 화재 때문에 개성 남대문루에 옮겨 걸었다고 한다.
3.2 중창비
1394년에 권근(權近)이 이 절의 중창을 기록한 비석이다. 중창비의 비신(碑身)은 없어지고 귀부(龜趺)만 남아 있는데, 네 마리의 용이 쌍으로 어우러진 뛰어난 조각이다.
4 관련기록, 문학
광통보제사는 왕부의 남쪽 태안문(泰安門) 안에서 곧장 북쪽으로 백여 보의 지점에 있다. 절의 액자는 ‘관도(官道)’에 남향>으로 걸려 있고, 중문의 방은 ‘신통지문(神通之門)’이다. 정전(正殿)은 극히 웅장하여 왕의 거처를 능가하는데 그 방(榜)은 ‘나한보전(羅漢寶殿)’이다. 가운데에는 금선(金仙)ㆍ문수(文殊)ㆍ보현(普賢) 세 상이 놓여 있고, 곁에는 나한 5백 구를 늘어놓았는데 그 의상(儀相)이 고고(古高)하다. 양쪽 월랑에도 그 상이 그려져 있다. 정전 서쪽에는 5층 탑이 있는데 높이가 2백 척이 넘는다. 뒤는 법당이고 곁은 승방인데 1백 명을 수용할 만하다. 맞은편에 거대한 종이 있는데 소리는 가라앉아 시원하지 못하다. 전례에 따라 예물의 나머지 말과 고려에서 정사와 부사에게 준 것 도합 2필에 백금 2근을 더해 향화(香花)와 과속(果蔌 과일과 채소)의 비용으로 주고, 불사(佛事)를 하고 불승을 공양하였다. 정사와 부사는 몸소 가지 않고 다만 도할관(都轄官)과 제할관(提轄官) 이하 삼절을 보내어 의식을 거행하게 하였다.
고려도경 17권의 기록이다.
조선 초기의 문인인 유호인의 명산답사기를 보면 연복사의 5층 목탑을 올라가서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십천교를 지나 곧바로 가서 연복사에 이르렀다.한 중앙에 우뚝 솟은 5층 누각이 온 성중을 압도하고 서 있는데,
창문과 기왓장에 저녁놀이 비친다.
참으로 웅장한 건물이다.- 유호인 명산답사기 중 송도기행